"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정식으로 소개하죠."
듀로프가 이미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제 이름은 듀로프, 인간의 자존감을 훔쳐온답니다."
순간 듀로프의 손이 파랗게 타올랐고, 세린의 가슴 부근에서 끝은 색깔의 무언가가 빠져나오더니 듀로프의 손으로 들어갔다.
"그럼 편히 쉬시길" - P257

펜트하우스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또 하나의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문 너머에는 휘황찬란한 보석들과 금은보화가 가득했다.
그곳에는 세린이 지금껏 보아온 구슬보다 더 많은 구슬들이 가지런히 보관되어 있었다. 족장이 가볍게 손짓하자 그중 한 구슬이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족장의 손으로 날아들었다. 족장은 그것을세린의 손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건...."
세린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구슬이 신기해서도, 구슬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구슬이 낯익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세린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불행 전당포에 맡겼던 자신의 구슬이었다. 늘 지니고다녔던 꽃무늬 손수건이 여전히 구슬을 감싸고 있었다.
세린은 구슬에서 시선을 떼고 족장을 올려다보았다. 족장은 이미 세린의 눈빛이 의미하는 바를 읽어낸 듯한 얼굴이었다.
"자모드 라쿤트라."
"그것이 네가 방금 말한 소원이라고 하신다."
세린이 할 말을 잃고 멀뚱히 서 있자, 족장이 힘겹게 한 걸음을더 내디뎌 그녀에게 다가왔다. 족장은 구슬에 손을 올리고 여전히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작게 읊조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굳이 통역이 필요치 않았다.
그것은 세린에게 너무나 익숙한 말이었다. - P304

"드루 엡 줄라." - P3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