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사람들이 날 재능 있는 송라이터로 봐주길 늘 바라 마지않았는데 오로라가 채워줬어요. 내 인정 욕구를 그러자마자 그런 내가 사기꾼이 된 것 같았어요. - P451
데이지: 매일 밤이 고문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과 살면서, 내 감정을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면서, 거짓말로 본심을 감추면서, 빌리와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했으니까요. 사실을 부인하는 일은 나에겐 오랜 세월 덮고 잔 담요 같아요. 그 담요 속으로 기어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자면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니키와 끝냈을때, 생방송에서 빌리와 그 노래를 불렀을 때, 그에게 약을 끊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내 손으로 담요를 걷어내 버렸어요. 다시 가져올 방법은 없어요. 그래서 죽을 지경이었어요.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 벌거벗은 상태라는 것이 그런 상태에서 그런 무대로 올라가는 일이 날 죽이고 있었어요. 그와 노래를 부르는 일이. 「어린 별」을 부를 때 빌리가 날 보게 해달라고, 우리가 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그도 알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부탁이야]를 부를 땐 그가 날 눈여겨봐 주기를 애원했어요. [날 원망해」를 부를 땐 분노를 표현해야 하는 게 고역이었어요. 그때 난 화가 난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예전과 달라졌으니까요. 난 슬펐어요. 죽을 지경으로 슬펐어요. 그런데 다들 「당신이라는 희망의 라이브를 「SNL」처럼 해주길바랐어요. 그래서 빌리와 난 매번 그대로 연출하지 않으면 안 되었죠. 매일 밤 내 몸이 두 쪽으로 쪼개지는 기분이었어요. 빌리의 옆에 앉아 그에게서 풍기는 애프터 셰이브 향을 맡았어요. 그의 큼지막한 손을, 두툼한 손가락 마디가 피아노 건반 위를 오가는 것을 눈앞에서 보면서 그가 다시 날 사랑해 주길 절절히 원하며 심장 깊은 곳에서 감정을 끌어 올려 노래해야 했어요. - P460
데이지: 내가 열렬히 추구했던 경지에 올랐는데, 간절히 바란 대로내 마음을 표현하고 내 목소리를 내고 나의 언어로 다른 사람을 위로해 줄 수 있게 되었는데, 내 손으로 만든 그 세상이 지옥이 되었고, 내가 직접 짠 우리에 자처해 갇힌 꼴이 되었어요. 내 마음과 고통을 넣어 만든 음악에 환멸을 느끼게 됐어요. 그 노래들에 매여 살게 됐으니까요. 그리고 밤이면 밤마다, 하룻밤도 빼놓지 않고, 빌리에게 그 노래들을 불러줘야 했으니까요. 내 마음을, 그가 옆에 있으면 달라지는 나를 도저히 숨길 수 없게 되었어요. 덕분에 쇼는 아주 멋졌어요. 하지만 내 인생은 쇼가 아니었죠. - P462
노래를 부르기 직전에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했어요-지금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데-데이지 존스는 평생을 통틀어 내가 본 여자 중에 가장아름다운 사람이라고. 그런 경우 더 첨예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면………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을 더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는 거요. 알죠? 그때 데이지는 스쳐 지나가는 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녀가 언제고 떠날 것을 알았어요. 어떻게 알았는지는 나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때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니, 몰랐을 수도 있어요. 그냥 느낌이 그래요. 내가 하려는 말은, 우리가 [허니콤]을 부르기 시작했을 때 데이지를 잃게 될 것을 알았거나 알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라는 거예요. 그녀를 사랑했음을 알았거나 알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였고그 순간만큼은 그녀에게 고마웠던 것 같아요…………. 어쩌면 아닐수도 있고요. - P475
데이지: 첫 소절을 부르면서 그를 바라봤어요. 그러자 그도 날 바라봤어요. 그러고는 말이죠? 노래를 부르는 3분 동안 2만 명의 사람들 앞에서 그와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을 잊었던 것 같아요. 그의 가족이 무대 옆에서 지켜본다는 사실도 잊었어요. 그와 내가 밴드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원이라는 사실도 난 그냥 존재하고 있었어요. 3분 동안, 내가 사랑했던 남자에게 노래를 부르는 상태 그 자체죠. - P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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