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인간에게서 오래된 기억을 가져오는 바람에 그들이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잖아. 난 아직도 내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때랑 걸음마 하던 때가 기억나는데 말이지."
보르도는 동생이 뭘 모르는 소리를 한다며 핀잔을 주었다.
‘바보야, 그걸 남겨놓으면 인간이 아기를 낳아서 키울 것 같아?
내가 그나마 훔쳐오니까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고 결혼해서아기를 갖는 거지. 인간이 그렇게 계속 태어나야 우리도 꾸준히기억을 훔쳐 올 수 있는 거고."
보르모는 새삼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형이 거기까지 생각했단 말이야?"
보르도는 콧구멍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코털을 잡아 뜯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 인간은 우리에게 고마워해야 해. 우리가 아니었으면 인간은 진즉에 사라졌을걸?" - P205

도깨비는 조금 전보다는 화가 풀린 얼굴로 팔짱을 꼈다.
"물론 구슬이야 있지. 그전에 내 소개를 할 테니 잘 들어둬."
그는 크게 헛기침하며 먼저 목을 풀었다.
"우선 내 이름은 그롬 안토니오 발터락시옹 드 그레고리 3세야.
별로 길지 않은 이름이니까 꼭 외워두도록 해. 난 인간에게서 밤에 잠들려는 마음을 훔쳐오고 있어. 그로 인해 인간들이 불면증에 걸린다지만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중요한 건 그것들로 내 카지노가 24시간 운영된다는 점이야. 그리고 보다시피 난 누구보다 뛰어난 도깨비야. 초급 갬블링 대회에서 5년 연속 노력 상에, 주니어보디빌딩 대회에서 3년 연속 밝은 미소 상을 받았지. 그리고… 또 뭐가 있지, 프랭크?"
그러자 세린이 조금 전 보스로 오해했던 경호원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둘둘 말린 긴 두루마리를 꺼내 들었다. 두루마리는 어찌나긴지 바닥에 닿아서도 한참이나 떼굴떼굴 굴러갔다.
"그롬 안토니오 발터락시옹 드 그레고리 3세님은 프로 발톱 다듬기 대회에서 새끼발가락 상을, 반찬 없이 맨밥 먹기 대회에서깨작깨작 상을 수상하셨습니다. 그 밖에도 손 안 대고 바지 입기대회와 머리 안 감고 오래 버티기 대회에서…."
"그만하면 됐어, 프랭크, 이정도면 아무리 멍청한 인간이라도내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이해가 되었을 거야, 그렇지?"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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