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스 3:9-4:3

사마리아에 내리신 심판

"너희는 아즈의 요새들과 이집트 땅의 요새들에게 전하여라. 사마리아의 산 위에 모여서, 그 도성 안에서 일어나는 저 큰 혼란과, 그 속에서 자행되는 억압을 보라고 하여라. "나 주가 하는 말이다. 그들은 올바른 일을 할 줄 모른다. 그들은, 폭력과 강탈로 탈취한 재물을 저희들의 요새 안에 쌓아 놓는다. "그러므로 나 주 하나님이 선고한다. 적군이 이 나라를 포위하고, 너의 방어벽을 허물고, 너의 요새들을 약탈할 것이다. ‘나 주가 선고한다. 목자가 사자 입에서 양의 두 다리나 귀 조각 하나를 건져내듯이, 사마리아에 사는 이스라엘 자손도 구출되기는 하지만 침대 모서리와 안락의자의 다리 조각만 겨우 남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 말을 듣고서, 야곱 가문에 전하여라. 나 주 하나님, 만군의 하나님이 하는 말이다. "내가 이스라엘의 죄를 징벌하는 날, 베델의 제단들도 징벌하겠다. 그 때에 제단의 뿔들을 꺾어, 땅에 떨어뜨리겠다. 또 내가 겨울 별장과여름 별장을 짓부수겠다. 그러면 상아로 꾸민 집들이 부서지며, 많은 저택들이 사라질 것이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사마리아 언덕에 사는 너희 바산의 암소들아, 이 말을 들어라.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고, 빈궁한 사람들을 짓밟는 자들아, 저희 남편들에게 마실 술을 가져 오라고조르는 자들아, ‘주 하나님이 당신의 거룩하심을 두고 맹세하신다. "두고보아라. 너희에게 때가 온다. 사람들이 너희를 갈고리로 꿰어 끌고 갈 날,
너희 남은 사람들까지도 낚시로 꿰어 잡아갈 때가 온다. ‘너희는 무너진성 틈으로 하나씩 끌려 나가서 하르몬에 내동댕이쳐질 것이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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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정신적 고통의 순위를 매긴다면, 바로 이 관계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할 겁니다. 이는 시청각, 후각, 촉각, 미각적인 불편함이 주는 스트레스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일례로 층간 소음으로 괴로우면 참거나, 소음을 차단할 방법을 찾으면 되죠. 하지만 층간 소음을 해결하고자 윗집 사람들과 갈등을 빚게 되면 그 관계의 스트레스가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치명적인 피해를 줍니다. 고통의 크기를 따지자면, 손해에 따른 고통보다 갈등에 따른 고통이 훨씬 높기 때문에 HSP들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타인과의 갈등을 원천 차단하고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참고 맞춰주면서 조용히 지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HSP들이 지니는 ‘내향적 예민‘의 정체입니다. - P34

예민한 사람들이 양심적인 이유도 이 연장선상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HSP들은 잘못에 대한 고통(죄책감)을 매우 강하게 느낍니다. 심한 경우 내가 도울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방조혹은 관망)에서조차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불편함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양심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거죠. 도덕적이기 때문에 양심적이라기보다는, 도덕적이지 않으면 불편하기 때문에 양심적인, 즉 자기방어적 양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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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과 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진심으로 설득하면 진실이라 믿어버리는 사람. 사기꾼의 전문화된 진심이 가장 잘 먹히는 부류다. 아버지가 바로 그런 유의 인간이었다. 몇 년간 착실히 붓던 적금을 깬 건 진심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만경부동산 백사장에게 부족한 돈을 빌리러 갔을 땐 믿음이 더욱 깊어져 신심에 이르렀을테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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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뭐니 뭐니 해도 ‘롤라 극장‘이다. 가상의 삶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주인공 시점으로 유장하게 살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용법도 까다롭지 않다. 요약본 리스트에서 마음에 드는 극장을 고르면 된다. 형식별, 장르별, 시대별로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신작이 끊임없이 개봉되므로 선택의 폭은 거의 무한대다.
극장 속 서사는 실제 삶과 똑같이 인식된다. 자신의 자아가 서사 속주인공의 자아로 대체되기에 가상의 삶이라는 걸 인지하지도 못한다. 인지하는 시점은 극장을 벗어난 후다. 극장 속 삶이 끝나야만 본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삶은 예외 없이죽음에 이르도록 설계돼 있다.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왔을 때 극장 속 삶이 좋았다면 반복해서 갈 수도 있다. 스포일러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삶이 재시작되는 순간, 이전 삶에 대한 기억은 말끔하게 사라진다.
반대로 이전의 삶이 싫었다면 다른 극장을 찾으면 그만이다. 점점더 행복한 삶을 찾다 보니 행복에 내성이 생겨 도무지 행복하지 않다면, 불행하고 고통스럽고 고달픈 삶을 택할 수도 있겠다. 도파민 평형을 되찾는 데 가장 유용한 전략이다. 쾌락 역치를 낮춰 사소한 즐거움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으므로. - P20

"너는 대학을 나와 월급쟁이가 돼야 한다."
행여 운동에 대한 염이라도 품을까 봐 그랬을까. 운동할 깜냥이 아니라고 나를 세뇌시켰다. 패기 없는 성격을 근거로 들었다. 아주 틀린말은 아니었다. 나는 일찍이 중학생 시절에 패기를 폐기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패기란 위험을 수용하는 범위와 동의어였다. 위험이란 생존을 압박하는 무엇이며, 내겐 그 ‘무엇‘을 품고 살 이유가 없었다. 태어난 것 자체가 위험인 인생에 뭘 더 얹겠다고...………. - P42

그 새벽 이래로 나는 삶에 대해 희망을 품지 않았다. 내게 희망이란, 실체 없이 의미만 수십 개인 사기꾼의 언어가 되었다. 절망의 강도를 드러내는 표지기, 여섯 시간이면 약효가 사라지는 타이레놀, 반드시 그리되리라 믿고 싶은 자기충족적 계시, 그 밖에 자기기만을 의미하는 모든 단어.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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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으로부터 이십여년이 흘렀다. 씨를 말려야 할 빨갱이 연놈들. 그들이 욕설을 뱉으며 당신의 몸에 물을 끼얹던 순간을 등지고 여기까지 왔다. 그 여름 이전으로 돌아갈 길은 끊어졌다. 학살 이전, 고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 P174

스스로가 용감하지도, 강하지도 않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다.
당신의 선택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쪽이었다. 경찰의발에 아랫배를 밟혔을 때 노조를 떠났다. 교도소에서 나온 뒤 성희언니를 따라 얼마간 노동운동에 몸담았지만, 성희 언니와 달리 온건한 실무만을 맡았다. 그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격이 다른 단체로 옮겨왔고, 깊이 상처 입히는 길이란 것을 알면서 다시 그녀를찾지 않았다. 지금 당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에 담긴 휴대용 녹음기와 테이프를, 결국 월요일 아침 우체국에 들러 윤에게 반송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은 안다. 그해 봄과 같은 순간이 다시 닥쳐온다면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초등학교 때 피구시합에서, 날쌔게 피하기만 하다 결국 혼자 남으면 맞서서 공을 받아 안아야 하는 순간이 왔던 것처럼. 버스에서 터져나오는 여자애들의 쨍쨍한 노래에 이끌려 광장으로, 총을 든 군대가 지키는 광장으로 걸었던 것처럼. 끝까지 남겠다고 가만히 손을 들었던 마지막밤처럼. - P175

그 경험은 방사능 피폭과 비슷해요,라고 고문 생존자가 말하는인터뷰를 읽었다. 뼈와 근육에 침착된 방사성 물질이 수십년간 몸속에 머무르며 염색체를 변형시킨다. 세포를 암으로 만들어 생명을 공격한다. 피폭된 자가 죽는다 해도, 몸을 태워 뼈만 남긴다 해도 그 물질이 사라지지 않는다.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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