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들은 인간의 마음을 훔쳐 와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어떤 걸 훔치는지 자랑스럽게 덧붙이곤 하죠.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걸 훔치지 못했어요. 알아요, 이런 제가 형편없어 보이겠죠?"
마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도깨비는 백 살이 넘으면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저는이제 겨우 백두 살인데 말이죠."
마타는 티슈를 뽑더니 코를 팽하고 풀었다.
"저는 대체 어떤 걸 훔쳐야 할까요? 여기서 몇 년이나 책을 들여다보고 있어도 잘 모르겠어요. 다른 도깨비들이 훔쳐오지 않으면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을 훔쳐오고 싶어요."
도깨비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세린을 올려다보았다. 세린은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펜 끝을 잉크통에 담갔다가 뺐지만, 아무것도 적을 수 없었다. 마타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기 꿈을 이뤘다고 하는 사람이 있죠? 사실 그건 저희 아버지가 그들에게서 포기하고 싶은마음을 훔쳐 왔기 때문이에요. 저희 아버지는 그걸로 올해의 도깨비 상을 무려 일곱 번이나 탔죠. 그의 반에 저는 아직도 이 모양이에요."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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