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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倦怠)의 이미지, 그 문학과 철학적 성찰들...

봄기운의 나른함이 문득 ’권태(倦怠)’를 떠오르게 한다. "어떤 일이나 상태에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일상사가 심드렁해지고 삶의 의욕까지 잃게 만드는 이 상태가 끔찍스럽기도 하지만, 이것이 깊어지고 장기화되지 않는 모처럼의 여유라는 잠깐의 스치는 기운일 경우 활력을 위한 충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권태라는 이 느낌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지루함은 모든 악덕의 뿌리다!"라고 말한 키에르케고르나, "인생은 식욕과 성욕과 권태의 드라마"라 한 쇼펜하우어에서 부터, "존재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염려하는 현존재(Dasein)로서의 인간이 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기분’이다"라고 한 하이데거, 그리고 "모욕, 고립, 외양에 대한 굴복 등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소외가 체계적으로 낳은 산물"이라는 바네겜에 이르기까지 이 언어를 고민하지 않은 철학자가 없을 정도로‘권태’와 사람의 삶은 분리 할 수 없는 것인 모양이다.

또한 인간 군상들의 무수한 모습들이 등장하는 문학작품에서 권태는 항상 사건의 기저에 놓여, 무언가를 일으키는 존재로서 중요한 구성인자로 기능한다. <이방인>이나, <고도를 기다리며>와 같이 모든 부조리의 시작에 권태가 짙게 깔려있듯이.
말장난 좋아하는 어떤 이는 ’권태의 미학’이라고 하여, 지겨움, 나른함, 단조로움의 연속이 만들어내는 피로감, 무력감을 떨치기 위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했다고 하기도 하고, 부러 지루함의 역설적 흥미를 이용하여 영화를 지루하게 만들었다는 등 어지간히도 할 일없는 사람들이 상상력이란 날개를 달고 웃음을 제조하기도 한다.

사실 권태로움이 조금만 지속되어도 우리들은 참지 못한다. 바로 무기력해지거나 허무주의에 빠지기도 하고, 이 단조로움을 부수기 위해 새로운 자극을 찾거나 그것이 있을 만한 곳으로 떠나기도 한다. 또한 바로 오늘의 소비자본주의는 사람들의 영혼을 잠식할 만큼 만연한 곳으로 세상을 만들어 일상의 삶을 구속하기도 한다. 아마 이러한 것들을 보면 하이데거의 말처럼 권태는 인간 삶의 근본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념을 하다,
<倦怠>를 쓴 이상(李箱)의 생각이 뒤따른다. 1910년 9월 23일 서울 통인동에서 출생하였다니 올해로 그의‘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시체(屍體)같은 권태로움이라는 극단적 권태를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 우린 자극에 지친 모던뽀이의 신경증을 보기도 한다. 어쨌든 무언가가 단순하게 반복되는 상황, 끝없이 언덕에 돌을 옮기는 시지프스 같은 처지에 놓이면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하소연 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참기 힘든 것이 바로 권태이지만 여기서 비록 똑같아 보이지만 실은 어느것도 똑같은 것은 없다는 니체의‘영원회귀론’까지 탄생하였으니, 가히 권태라는 이 느낌은 경외의 대상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허나 권태의 기운이 습격해 올 때, 어느덧 서구적 문명에 훈육된 우리네 감성이 쫓기듯 털어내려 하고, 불온한 느낌에 휘둘리는 것을 질색하지만, 사실 바빠서 권태를 느낄 겨를도 없는 한국인들에게 한가로이 권태 운운하는 것은 뚱딴지같은 소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간혹은 이 권태로움에 한껏 빠져들어 느긋하게 일어나 은은한 향기가 피어오르는 커피를 마시고 사색에 잠겨 산책길을 거닐어 보는 여유로움을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도 삶의 활력일 수 있듯이 권태를 마냥 죄악시하고 두려워하며 회피할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권태의 사유는 권태를 말하는 문학과 철학을 무수하게 탄생시켰고, 바로 이들 작품을 통해 부적절하게 자극하는 환경에서 오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흥분과 불만족스런 오늘의 권태로운 세상을 돌파해 보는 것도 이 봄의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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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독자서평단 활동 종료 설문

1.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이유 

   신경숙님의 [엄마를 부탁해] - 이 작품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격렬한 감정의 물살을 좌우하며 눈물 콧물을 쏙 빼 놓고, 결정적으로 한 여인으로서의 비밀에서 삶의 행복을 드러내어 어떠한 이의도 잠재워버리는, 오히려 감성적 동조를 이끌어내기까지 하는 점은 가히 탁월한 이야기임을 부정할 수 없게 한다. 

2.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구절 

  김훈님의 [바다의 기별]中 -  "인간에게 다른 인간이 다가오지 않으면 고립된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 ~ 中略 ~ 다가오는 인기척, 그것이 인간의 희망인 것이다. "

 인간의 타자와의 관계가 삶의 절대적 소인(素因)임을 깨우치게하는 명구절이다. 

3. 내 맘대로 베스트5 

   전 "베스트 3" 만 선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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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적들]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 한) 점

 1,2권에 실린 총 112편의 일화(逸話)는 우리 사람들이 겪고 있는 상실과 좌절, 삶과 죽음의 고통이  사랑과 행복으로 변하는 이야기들이다. 이들 중 어느 한 편의 이야기는 우리들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수 있어, 모든 이에게 마음의 평온을 주는 복음서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곁에 두고 위안이 필요 할 때 따뜻한 손길로 우리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책이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자제와 절제, 겸손과 겸허함,  인생의 경외심, 추억, 나이듦, 세월으 흐름에 대한 여유로운 시선,기다림의 미학, 심성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삶을 지탱해주는 고귀한 가치들이 빛난다.
가정의 소중함, 영혼이 아름다운 여자들 이야기등 1,2,3 의 완결편으로 구성되어있는 잭 캔필드의 인생 에세이

 

•  서평 도서와 동일한 분야에서 강력 추천하는 도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25가지 이야기 ]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야기, 베품의 이야기들, 진정 우리에게 소중한 재산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영혼의 에세이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사랑을 잃은 사람, 가족을 잃은 상실의 고통을 겪는 사람, 삶의 좌절로 번뇌하는 사람, 세상에서의  고립과 외로움으로 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일상의 힘겨움에 용기가 필요한 우리들과 기적을 믿지 않는 모든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어머니의 사랑은 / 꽃잎마다 달콤한 향기를 머금은 / 향기로운 장미와 같다네.

    사랑을 받을 때가 아니라 / 진정으로 사랑할 때 / 그대는 축복을 받는다.”

 

   “친절한 행동은 얼마나 멀리까지 퍼져 나갈까? 그것은 지구의 반대편까지 퍼져 나갔다가 우리의 집 현관으로 되돌아온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는 가슴은 가끔 그 고통을 치유 할 수 있는 능력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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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영향력이라는 사람들이 행사하는 지배력의 속성과 그 실제를 이처럼 속속들이 파헤치는 저작도 없을듯 합니다. 마키아벨리즘을 연상시키고, 탁월한 통찰에 탄성를 지를정도입니다. 이제 200여쪽을 치닫고 있는데요, 500여쪽의 두툼한 책이 그저 매혹덩어리로만 보일 정도랍니다...

권력의 원천에서 권력이 실행되는 현상, 그 속성등이 끔찍 할 정도의 공감으로 쏙쏙 머리에 입력된다. 주말이면 완독이 될것 같다. 벌써부터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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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추리, 스릴러, 공포등 장르문학의 역사가 일천하지만 높은 학습열기가 제공하는 상상력, 창의력, 논리와 추론등 탄탄한 이론적 무장과 영상 등 미디어 매체의 발달이 역량 있는 작가들이 탄생 할 만큼 충분한 토양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서구중심의 유명 작가와 최근에는 일본의 장르문학까지 무차별적 대량 마케팅의 공략이 뛰어난 우리 작가들의 작품을 사장시키고 소외시키는 경향까지 느껴진다. 이에 근간(近刊)을 중심으로 높은 작품성과 세계시장에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뛰어난 국내작가들의 추리, 스릴러 문학작품을 소개코자 한다.

로맨틱한 초상
이갑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7월

13년만의 재출간, 42세에 작고한 잊혀진 평범치 않은 작가의 작품, 간질로 대발작을 겪었던 순탄치 않은 병력을 지닌 작가, 그리고 추리소설.... 책 표지에는 ‘아트사이코팩션’이란 설명이 붙어있다. ‘팩션’! , 추리소설이 팩션이란다. 작가의 경험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작품. 작품을 대하는 내내 이 이야기가 작가와 무관치 않다는 기억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도 못하고 일부 매니아만 인지하고 뒤안길에 묻혀 질 뻔한 걸작이다. 우리나라 추리소설의 경지를 한 단계 올려놓았으며, 외경(畏敬)을 넘어 우리나라 장르 문학작품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안개의 사나이
김성종 지음 / 뿔(웅진) / 2008년 1월

우리나라의 대표적 추리소설 작가인 김성종의 근작이다. 이 작품

은 주인공에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완벽하게 유인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가가 던져놓는 암시들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하나 하나의 단서들이 베일에서 드러날 때 마다 주인공의 안일함에 은근히 안절부절 하지 못하게 되고, 범인과 같이 사고하고 연민을 가지게 된다.

또한, 독자들이 추리소설이란 장르에 가볍게 다가설 수 있도록 수월하게 그리고 평이하게 그려낸 작품이란 인상이다. 작가의 선의가 느껴질 정도로 치밀성과 섬세함의 틈을 내놓은 추리소설이다. 그래서 오히려 진중함과 높은 작품성을 느낄 수 있다.

 

 

손톱
김종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 2008년 1월

 

등골에 소름과 전율이 좌르륵 흘러내리는 진저리를 몇 번인가 치다보면 어느덧 작품의 말미에 이르러있을 정도로 이야기의 재미에서 시선을 뗄 수 없는 작품이다. 특히, 작품의 치밀성과 구성의 정교함, 신선감 넘치는 이야기의 전개는 수준 높은 장르문학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공포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장르소설로서, 그 내재하는 인간 숙원의 선과 악의 본질을 탐험하는 악몽의 여행은 우리들이 자행하는 왜곡된 진실에 대한 어두운 이면을 재생의 밝음으로 견인하는 역량으로까지 나아간다. 많은 독자들이 새롭게 형성될 것처럼 보인다.

얼음나무 숲
하지은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월

음악과 텍스트가 이처럼 찬란하게 결합한 소설은 없다 할 정도의 몽환적 음악의 선율, 얼음 나무라는 전설과 저주의 환상적 조화가 돋보인다. 초반부터 독자의 호흡을 휘어잡은 채 내달린다. 많은 독자들이 읽는 내내 책의 분량이 줄어듦을 안타까워 할 만큼 그 흡입력이 대단하다. 작품의 배경과 소재의 탁월함에서부터 문장, 이야기의 흐름 등 높은 격조로 독자를 안내한다. 정말 뛰어난 수작(秀作)이다.

빼어난 우리 작가들의 위 작품들은 잠시 외부에 시선을 돌린 우리 독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키기에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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