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추리, 스릴러, 공포등 장르문학의 역사가 일천하지만 높은 학습열기가 제공하는 상상력, 창의력, 논리와 추론등 탄탄한 이론적 무장과 영상 등 미디어 매체의 발달이 역량 있는 작가들이 탄생 할 만큼 충분한 토양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서구중심의 유명 작가와 최근에는 일본의 장르문학까지 무차별적 대량 마케팅의 공략이 뛰어난 우리 작가들의 작품을 사장시키고 소외시키는 경향까지 느껴진다. 이에 근간(近刊)을 중심으로 높은 작품성과 세계시장에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뛰어난 국내작가들의 추리, 스릴러 문학작품을 소개코자 한다.

로맨틱한 초상
이갑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7월

13년만의 재출간, 42세에 작고한 잊혀진 평범치 않은 작가의 작품, 간질로 대발작을 겪었던 순탄치 않은 병력을 지닌 작가, 그리고 추리소설.... 책 표지에는 ‘아트사이코팩션’이란 설명이 붙어있다. ‘팩션’! , 추리소설이 팩션이란다. 작가의 경험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작품. 작품을 대하는 내내 이 이야기가 작가와 무관치 않다는 기억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도 못하고 일부 매니아만 인지하고 뒤안길에 묻혀 질 뻔한 걸작이다. 우리나라 추리소설의 경지를 한 단계 올려놓았으며, 외경(畏敬)을 넘어 우리나라 장르 문학작품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안개의 사나이
김성종 지음 / 뿔(웅진) / 2008년 1월

우리나라의 대표적 추리소설 작가인 김성종의 근작이다. 이 작품

은 주인공에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완벽하게 유인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가가 던져놓는 암시들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하나 하나의 단서들이 베일에서 드러날 때 마다 주인공의 안일함에 은근히 안절부절 하지 못하게 되고, 범인과 같이 사고하고 연민을 가지게 된다.

또한, 독자들이 추리소설이란 장르에 가볍게 다가설 수 있도록 수월하게 그리고 평이하게 그려낸 작품이란 인상이다. 작가의 선의가 느껴질 정도로 치밀성과 섬세함의 틈을 내놓은 추리소설이다. 그래서 오히려 진중함과 높은 작품성을 느낄 수 있다.

 

 

손톱
김종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 2008년 1월

 

등골에 소름과 전율이 좌르륵 흘러내리는 진저리를 몇 번인가 치다보면 어느덧 작품의 말미에 이르러있을 정도로 이야기의 재미에서 시선을 뗄 수 없는 작품이다. 특히, 작품의 치밀성과 구성의 정교함, 신선감 넘치는 이야기의 전개는 수준 높은 장르문학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공포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장르소설로서, 그 내재하는 인간 숙원의 선과 악의 본질을 탐험하는 악몽의 여행은 우리들이 자행하는 왜곡된 진실에 대한 어두운 이면을 재생의 밝음으로 견인하는 역량으로까지 나아간다. 많은 독자들이 새롭게 형성될 것처럼 보인다.

얼음나무 숲
하지은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월

음악과 텍스트가 이처럼 찬란하게 결합한 소설은 없다 할 정도의 몽환적 음악의 선율, 얼음 나무라는 전설과 저주의 환상적 조화가 돋보인다. 초반부터 독자의 호흡을 휘어잡은 채 내달린다. 많은 독자들이 읽는 내내 책의 분량이 줄어듦을 안타까워 할 만큼 그 흡입력이 대단하다. 작품의 배경과 소재의 탁월함에서부터 문장, 이야기의 흐름 등 높은 격조로 독자를 안내한다. 정말 뛰어난 수작(秀作)이다.

빼어난 우리 작가들의 위 작품들은 잠시 외부에 시선을 돌린 우리 독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키기에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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