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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2 ㅣ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1권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십자군 전쟁인 정말 순수한 신앙심때문에 벌어진 전쟁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사실, 그렇다. 국가간의 전쟁이라는 것도 엄청나게 복잡한 시대상이 맞물려 가능한데, 거대한 연합끼리의 충돌이 한두가지 요인으로 일어났을리는 만무하다. 제 1차 세계대전의 발생 원인이 단순히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왕위 계승자였던 프란츠 왕태자가 암살당한 것 때문만이 아니듯, 십자군 전쟁 또한 단순히 비잔틴 제국이 성지인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카노사의 굴욕' 에서 촉발된 황제와 교황간의 본격적인 권력투쟁, 그리고 로마 멸망 이후 분열된 유럽, 쇠락하는 국운을 일으키기 위한 비잔틴 제국 황제의 야욕, 아직 완벽히 자리잡지 못한 왕권체제, 지중해 연안 도시국가들의 상업주의가 뒤섞였고, 그 투쟁의 중요한 무기로 '신앙심' 이 활용된 것이다.
★1권에서는...
1권은 1차 십자군 원정의 배경과 활약상이 그려지고 있다.
유럽 각지에서 군대를 이끌고 참전한 보에몬드, 레몽, 보두앵과 탄크레디등 경험많은 노장들과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골고루 포진된 십자군 1차 원정대의 수뇌부는 연합체라면 필히 겪게되는 갈등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봉합했다. 그리고, 그들이 이끄는 십자군 병사들은 투철한 신앙심으로 똘똘 뭉쳐있었고, 성지 예루살렘을 해방시킨다는 목표의식에 활활 불타고 있었다.
이러한 십자군 원정대를 맞이한 이슬람 국가들. 그들은 영토를 침범한 십자군 세력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갖고있지 못했다.
자신들을 침략한 적들의 정체가 한 국가가 아닌 여러 국가의 연합체, 게다가 종교 연합체라는 사실을 침략 당한지 한참 뒤에야 알아챘을 정도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갑으로 둘러싼 십자군과 맞선 중근동의 병사들은 아마도 탱크앞에 선 보병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압도적인 무장의 차이로 십자군 철기병들은 사막의 이슬람 군대를 짓밟았고, 능숙하게 성채들을 공략해 나갔다.
게다가 당시 이슬람 국가들은 첨예한 힘의 균형속에서 서로를 견제하기에 바빴다. 유럽 연합군인 십자군을 체계적으로 막아낼 일원화된 명령체계가 갖춰지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시아파, 수니파 등 교파갈등, 아랍과 투르크 및 여러 갈래의 민족갈등이 팽배했다.
이러한 이점들을 바탕으로 십자군은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지역들을 차근차근 공략해 나갔고, 불과 3년만에 십자군 원정의 기치로 내걸었던 '예루살렘 해방' 을 달성해낸다. 십자군은 해방시킨 예루살렘을 수호하기 위해 지금의 시리아와 팔레스티나 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안정을 꾀하였다. 바야흐로 '십자군 국가' 가 성립된 것이다. 유럽에서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순례 루트를 만들고 순례자들을 보호했으며, 지중해 연안의 도시국과들과 교역을 하며, 항만요새는 물론 거점마다 성채를 건설했다.
십자군의 역할이 '공세' 에서 '수세' 로 변화한 것이다.
★2권의 이야기!!
2권은 십자군의 역할변화와 함께 1차 원정의 주역들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되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예루살렘과 그 일대를 정복하고 안정적인 방어라인을 구축한 십자군 국가는 사실 일종의 '식민지' 에 가깝다. 비록 점령은 했지만 그렇다고 도시와 지방에 사는 인구 전체를 물갈이 할 수는 없다. 지방의 영주와 종교가 바뀌었을 뿐,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평범한 시민들은 기독교를 믿는 중동지역 민족들이었던 것이다. 이슬람 국가들과의 국지전으로 인해 십자군들은 꾸준히 줄어들었지만, 자체적으로 그 빈 자리를 메꿀 수 없는 것이다. 십자군 국가에서 손실된 병력을 보충하려면 유럽에서 다시 원정대가 합류해야 했다.
십자군 국가 수뇌부의 세대교체는 자연스럽지 못했다.
경험많은 노장들이 재능있는 젊은이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충분히 교육을 시킬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만들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자기 자식들에게 전수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었고 유럽으로부터의 2차 원정대가 오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초대 예루살렘의 왕이었던 고드프루아에 이어 친동생인 보두앵1세, 그리고 에데사 지방을 다스리다가 보두앵 1세에 이어 예루살렘왕이 된 보두앵 2세에 이르는 동안 1차 십자군 원정의 주역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절대적으로 인재가 부족한 상황. 인재는 물론 병력마저도 줄기만 하고 보충이 안되는 열악한 정세속에서도 십자군 국가는 명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위에도 언급했던 이슬람 국가들의 첨예한 힘의 균형 때문이었다. 특히 중근동의 바그다드와 이집트의 카이로 사이가 나빴던 것이 다행이었다. 이슬람 국가들은 십자군 국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바다에 인접한 도시들을 공략해 고립시켜야 했으나, 이집트로부터의 해상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그리고 템플 기사단과 성 요한 기사단과 같은 종교 기사단의 출현 역시 열악한 상황속에서도 십자군 국가가 존속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슬람 정세의 변화
이러한 정세 속에서, 이슬람은 일대 변혁을 맞이하게 된다.
분열된 이슬람 국가들을 통합하기 시작한 정복자의 출현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광대한 영토를 통합한 누레딘은 바그다드의 아바스 왕조의 칼리프로부터 술탄으로 임명받은 인물이었다. 그리고, 이집트의 파티마 왕조까지 손에 넣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눈앞에 두게 된다. 누레딘이 이집트를 병합한다면,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인 교파갈등 - 지금까지도 첨예하게 대립하고있는 수니파와 시아파- 을 해소할 수 있을터였다. 이런 누레딘의 야망은 깜짝 등장한 한 젊은이가 가로채버리는데, 그가 바로 살라딘이다.
누레딘의 충실한 부하 장수였던 시르쿠의 조카였던 살라딘은 카이로를 받아오라는 누레딘의 명령을 수행하고, 한발 더 나아가 이집트의 칼리프로부터 재상으로 임명 받기에 이른다. 이슬람 권력의 양대 산맥인 바그다드와 카이로 중 하나, 카이로의 권력을 손에 넣은 살라딘은 바그다드의 실세인 누레딘과 대치하게 된다.
당시 유럽도 대단히 복잡했다. 2차 십자군 원정의 대실패 이후 왕권과 교권의 정면 충돌인 '토마스 베켓 사건' 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십자군 국가들을 돌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지독한 인재난에 시달리던 십자군 국가의 수뇌부의 계속된 실정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지역의 지진과 관대한 권력자였던 누레딘, 그리고 1차 원정대가 구축해놓은 치밀한 방어진과 템플 기사단, 성 요한 기사단의 활약과 그들이 세운 견고한 성채 덕에 생명줄을 유지하게 된다.
★영웅들의 등장
그리고, 드디어 난세의 영웅, 문둥이왕 보두앵 4세가 등장하게 된다.
누레딘이 시리아 지방에 일어난 큰 지진을 수습하는 사이 살라딘은 십자군 국가들을 공격하게 되는데, 보두앵 4세는 치명적인 불치병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나섰다. 신체적인 약점은 물론, 지독한 병력부족에도 보두앵4세가 이끄는 십자군은 강대한 살라딘에 맞서 비교적 선방해낸다. 특히, 1만 3천명의 살라딘 군세에 자신의 휘하 기병 500명과 템플 기사단 기병 80명, 580명으로 격퇴한 '몽기사르 전투' 는 기념비적인 전투였다.
하지만, 2년 뒤 살라딘의 일격에 생포 위기까지 몰렸던 보두앵 4세. 그 전투에서 오른팔이었던 휘하 장수를 잃고, 템플 기사단의 단장까지 포로로 잡히는 등 큰 타격을 입게 되지만, 살라딘 측의 전략 변화로 양 측은 다행히 소강상태를 맞게 된다.
2권은 1권에 비해 훨씬 더 재미있다.
우선, 1차 원정은 십자군 원정대 측에 유능한 인재들이 많았고, 시기적으로도 유리한 점이 많았기에 예루살렘 탈환이라는 목표 자체가 큰 장애물 없이 이루어졌다. 중무장한 십자군 기병대는 연전연승했고, 이슬람 국가들은 우왕좌왕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1차 원정대의 유산 - 십자군 국가는 차지하는 것 보다 지키는 것이 훨씬 더 힘들었다. 십자군 국가는 사실상 지중해와 이슬람 국가들 가운데 끼어있는 작은 섬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재부족과 병력부족 속에서, 장기, 누레딘, 살라딘과 같은 뛰어난 적들을 상대해야 했다.
계속된 십자군 국가의 실정속에서도 여러 주변 상황으로 인해 간신히 간신히 고비를 넘겨나가는 모습들이 정말 재미있다.
보두앵 4세나 누레딘, 살라딘같은 뛰어난 영웅들의 이야기도 대단한 흥밋거리지만, 템플 기사단과 성 요한 기사단, 그리고 '크락 데 슈발리에' 같은 그들이 세운 난공불락의 성채들, 그리고, 2권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살라딘의 [지하드] 까지, 볼거리들로 넘쳐난다.
3권은 훨씬 더 재미있을 것이다.
살라딘의 대 반격과 더불어 유럽에서도 진짜 영웅들이 맞붙기 때문이다.
언제나, 역사는 그 어떤 창작물보다 재미있다.
그 사실을 명확히, 느껴볼 수 있는 역사의 향연!!
자, 즐겨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