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 신화가 된 영웅들의 모험과 변신, 그리고 사랑
구본형 지음 / 생각정원 / 2013년 1월
평점 :
서구문명의 상징인 기독교의 성경은 헬라어(그리스어)로 쓰여졌다. (신약은 라틴어)
성경이 처음 쓰여졌던 당시에 서구사회에서 가장 많이 쓰였던 언어가 그리스어였기 때문이었다. 철학, 종교, 과학, 예술. 모든 서구문명은 모두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 어떤 학자들은 인간의 지적인 능력은 이미 그 시대에 모두 개화되었고, 실제로 지적인 능력은 그 시대의 인간으로부터 단 1mm도 성장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단지 축적된 지식의 차이만 있을뿐, 기본적인 인지능력과 사고력, 창조력등은 그 시기의 인간들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런 주장에 찬성하든 반박하든 상관없다. 어쨌든, 서구문명의 근간은 그리스에 기인한다. 종교는 물론이고 크게는 유럽 대륙의 이름부터 작게는 원소의 명칭까지 그리스에 기인한다. 그 어떤 분야이건, 그리스에 대한 지식이 있는지와 없는지에 따라 그 깊이가 많이 달라진다. 그래서일까, 최근들어 부쩍 그리스에 관련된 서적들이 눈에 띄는 것 같다. 물론, 최근 몇년간 불고 있는 인문서적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일 터다. 결국 모든 인문서적의 근간도 그리스에서 찾을 수 있을테니까.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는 미케네 문명부터 차근차근 그리스의 역사를 풀어주고 있다.
일단은 호메로스의 작품들과 플루타르코스의 기록을 기저에 깔고,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역사와 신화를 구분하여 신화에서 역사적 사실들을 유추해 내고, 인물의 성향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시기별로 크게 3개의 부로 나뉘어 있고, 각 부는 다시 크게 시기별 문명으로 목차가 나뉘어 있다. 각 목차 안에는 각 문명시기의 중요한 인물들이 소문단으로 나뉘어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명은 물론 미케네. 인간에게 불을 전해줌으로써 문명시대의 문을 열어준 프로메테우스와 그리스 최초의 모험가였던 페르세우스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메두사와, 카시오페이아, 안드로메다가 핵심적인 인물로 등장하고, 미케네의 화려한 서막을 열어젖히는 페르세우스로 마무리된다. 뒤이어 크레타, 아테네, 테베 목차가 등장하고, 1부가 마무리되어, 2부에는 트로이 전쟁이 주로 다루어진다. 3부는 오디세우스의 지난한 여정이 그려지고, 로물루스가 로마시를 세우면서 마무리된다.
각 인물 목차는 작가의 비평으로 마무리되는데, 인물의 행동방식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유추하여 당시 그리스의 시대상이나 사회 구성 과정등을 풀어내고, 당시의 개념들이 현대까지 계승되어 발전하거나 변화된 방향등을 설명하기도 한다. 인물 목차를 담고 있는 큰 문명별 목차의 말미에는 따로 작은 목차를 준비해서 신화들을 풀어낸 부분도 좋았다. 신화와 역사를 확실히 구분하면서도, 주고받은 영향등을 풀어내기에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된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나 그리스 역사의 개괄 정도로 이해하고 보면 좋을 듯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깊이가 얕은 책은 절대 아니다. 인물의 성향을 유추하여 그리스 시대상을 그려내는 방식은 상당히 논리적이고 설득력도 충분하다. 문장력도 충분하고, 내용도 아주 풍성하며, 특히 많은 도판들이 적절하게 들어있어 이야기에 몰입되는 것을 충분히 도와준다. 두께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버릴부분은 충분히 버리고 폭넓게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와 소재들을 매우 적절히 선택했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그리스 문명은 서구문명의 근원으로써, 이에 대해 아는것과 모르는 것은 문학이나 미술 등 여러 예술품들을 감상하는 데에도 큰 차이를 준다. 심지어 니체나 마르크스 같은 현대 철학의 선구자들 역시 그리스 문화를 충분히 깨우치고 있었다.
그리스 문명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도, 어느정도 알고 본격적으로 들어가볼 사람에게도 추천할만한 질 좋은 입문서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