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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 기후변화의 종료, 기후붕괴의 시작, 2022 우수환경도서
마크 라이너스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1월
평점 :
공동의 위기 앞에서는 친구고 적이고 할 것 없이 일단은 뭉쳐서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 국가적인, 아니 그보다 더 큰 지구적인 위기라 할 것이 무엇일까. 단연 첫 번째로 꼽을 것이 환경의 위기가 아닐까. 이걸 부인할 사람도 있을까. (있다고 한다. 책으로도 나왔고. 사실 비교해보고 싶었는데 그것까지 찾아 읽어볼 여유는 없네. 10여 년 전에 나온 이 책도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나온 개정판을 처음 읽어봤을 정도니) 그런데 이 공동의 위기 앞에 힘을 모은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집에 불났는데 낮잠 자고있는 느낌? 개개인으로는 “이제 어쩔 수 없어~ 돌이킬수는 없어~ 망할 때 되면 망하는 거지 뭐~” 이러는 느낌? 솔직히 나도 이와 비슷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것도 한가한 소리였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전작은 『6도의 멸종』이고 이 책과 같이 1도→6로 가는 공포증폭형 종말 계시록 같은 구성으로 되어있다. 예언서와 다른 점은 실측한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서술한다는 점. 그 책은 10여 년 전에 나왔고, 이번에 제목 앞에 ‘최종경고’가 붙어 개정판이 나온 것은 그때의 경고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닥치고 있는 데서 오는 긴박함 때문이다. 오죽하면 ‘최종’이라고 했을까. 예를 들면 지난 책에서는 ‘3℃’ 장에서 상상했던 대형 허리케인이 2017년에 기묘할 정도로 흡사하게 나타났다. 시한폭탄의 초침은 생각보다 더 빨리 돌고있는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고 새로운 통계치들을 적용하여 개정한 책이 이 책이다.
19세기 기상관측 이래로 지구의 온도는 이미 1도 상승했다. 그러니까 이 책의 1장 ‘1℃ 상승’ 편은 이미 진행중인 재난을 다룬다. 빙하는 이미 많이 녹았고(현재도 급속도로 녹고 있고), 해류의 흐름도 정상적이지 않아 폭염과 혹한 같은 견디기 힘든 이상 기후들이 속출하고 있다. 40℃를 찍었던 2018년의 여름을 기억하면 그 괴로움이 생생하다. 그러나 그 괴로움의 기억은 에어컨이 있는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던 잠깐씩의 괴로움이었을 뿐이다. 그 폭염 속에 내팽개쳐진다면.... 생각하기도 끔찍하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보면 40℃ 정도는 폭염 축에 들지도 못한다. 그 외 앞서 언급한 초강력 허리케인, 산불, 가뭄, 사막화, 해수온도의 상승과 해양 산성화, 산호의 백화 현상 등 1장만 읽어도 벌써 힘들다. 그러나 출발의 총성은 이미 울렸다. 가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붙는다.
1장과 2장 사이는 중요하다. 2015년에 체결된 유엔 파리 협정에서 정한 마지노선이 1.5℃이기 때문이다. 1℃는 이미 넘었기 때문에 이제 0.5℃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노력은 탄소배출량을 대폭 줄이는 것인데, 협정 이후에도 줄어들기는커녕 매년 최고치를 경신한다고 하니 이 책의 2장 ‘2℃ 상승’으로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란 뜻인가....ㅠ
2장에서 제시하는 재난은 좀더 광범위하여 전 지구적인 현상이 대부분이다. 도미노의 출발 같아서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된다. 티핑포인트는 1장에서도 많이 언급되지만 2장에서는 더욱 무섭게 펼쳐진다. 일단 북극의 얼음은 거의 다 녹았다. 그것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지구적으로 일어나지만 내가 생각 못했던 끔찍한 일이 있었다. 영구동토층이 녹는 것이다. 그건 마치 지구를 지키는 마지막 수호자가 쳐놓은 결계가 무너진 것과 같다고 할까.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재앙은 상상을 초월한다. 갇혀있던 탄소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메탄도 봉인이 풀린다. 전염병 창궐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싱크홀과 같은 현상으로 모든 기간시설들이 못쓰게 될 것이다. 남극 빙붕의 해체도 급속도로 이루어진다. 이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는 건 누구나 아는 결과. 수많은 섬나라와 해안지대가 위협받는다. 1장에서도 이미 시작된 폭염은 불타오르는 수준이고 가뭄도 더욱 심해진다. 탄소배출은 증가하는데 탄소를 흡수할 숲은 사라진다. 결국 2℃ 상승은 순식간에 3℃ 상승을 가져온다. 그 기간이 얼마나 될까? 몇십년....?도 되기 어려울 것 같다. 결국 마지노선인 1.5℃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번 세기 끝나기 전에 3℃는 올 것이다. 그때 나야 죽었겠지만 우리 자식들은? 손자들은? 미안해서 자식 못 낳는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닌 것이다.
자, 이렇게 하여 3℃의 세상으로 접어들었다. 해안지역은 거대한 바리케이트를 치지 못한다면 거주를 포기해야 한다. 가뭄으로 경작지가 줄어들어 식량부족 현상이 상대적이 아닌 절대적으로 나타난다. 먹을게 넘쳐나도 피터지게 싸우는게 인간이다. 하물며 식량이 부족하다면? 지구상 저편 어디선가 펼쳐지는 지옥이 나의 현실이 될 수 있다. 폭염은 인공적으로 냉각된 환경에 접근할 수 없는 모든 사람과 가축을 죽음에 이르게 할 것이다. 지구 육지 표면의 절반이 건조 기후가 될 것이라고 하니, 생존한계치를 넘는 지역이 급속도로 늘어나 대규모의 이주가 필요해지는데 과연 인간이 이것을 순조롭게 이룰 수 있는 존재일까? 또한 많은 생물종들이 멸종에 이를 것이다.
4℃부터는 끔찍해서 천천히 읽기가 괴로워 책장을 마구 넘기며 읽었다. 저지대 섬 국가들은 이미 지도상에 없다. 지구 내륙의 상당부분이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인공적 냉각공간 밖은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 죽음의 한증막이다. 식량 사정은 더욱 나빠지고 대다수의 생물종이 멸종한다. 탄생을 선택한다면 이런 세상에선 절대로 태어나지 않는 것을 선택하겠다.
5℃는 말해서 뭣해. 지구는 모든 통제력을 상실했다. 식량은 자국민을 먹이기에도 부족하므로 교역은 종말을 맞았고 대다수의 국가는 수확에 실패하고 대규모 기아 사태로 빠져든다. 10% 정도 남은 생존 가능 구역에서 사람들은 생존을 애타게 갈구한다. 이때쯤 되면 SF에서 그려내는 세상이 오게 될까? 지구를 버리고 새로운 행성을 찾는다든지, 테크노 돔 같은 분리된 인공 환경을 만든다든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돔에 들어갈 수 있는 자들은 과연 누구일까? 나는 아니겠지...ㅠㅠ
6℃는 그냥 지옥이다. 지구 어디에도 얼음은 없고 생태계라는 말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복잡하게 말할 것도 없고 멸종이라 표현하면 되겠다.
여기에서 끝나면 원망스럽다. “알겠어! 시한폭탄의 초침이 울리고 있어! 빨리 뇌관을 찾아서 해체해야 해! 그런데 방법은 있어? 가능해?”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에는 7장이 있었다. 그런데 그 제목이 ‘엔드게임’이다. 뭔가 불길하다.ㅠㅠ
파리 협정에서 나온 마지노선 1.5℃를 지키려면 지금 당장 하던 것, 계획중인 것들을 아주 많이 중단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어느쪽이 더 손해인가를 묻는다면 답은 나와 있지만 그래도 그 길을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저자는 그래도 희망을 말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물론 저자한테 답까지 내놓으라고 종용할 수는 없다. (아니 저자로서는 이미 답을 말한 건지도 모른다) 저자는 청정에너지의 가능성에 대해서 살짝 언급했는데, 그러잖아도 궁금한 부분이었다. 청정에너지는 순수하게 청정에너지일 수 있는가? 우리나라에서도 태양광 에너지 붐이 일기는 했지만 그중 대다수가 환경을 더 망치기만 해서 빈축을 사기도 했잖아... 나도 어떤 태양에너지 조합에 소액의 돈을 투자해서 가끔 문자를 받고 있는데, 워낙 소액이어서 신경을 안쓰는 것이기도 하지만 난 그 돈 돌려받지 않아도 좋으니 사업이 잘 되기만 했으면 좋겠다. 근데 말이 청정에너지이지 비효율적이고 탄소저감 효과는 없다는 말이 들리니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원래 없다는 것인지 아직까지는 효율이 낮지만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인지... 다른 에너지원의 가능성이 없다면 저자의 부르짖음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 에너지 없이 살 수는 없고 이 인구와 이 문명에서 원시시대로 돌아갈 수도 없을 테니 말이야.
이 가능성에 대한 답은 다른 책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부디 있으면 좋겠어....ㅠ) 어쩌면 광대한 공간 광대한 시간 속에서 지구의 멸망은 별거 아닐 수도 있다. 어차피 죽는 게 인생인데 뭐.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만든 지옥 속에서 멸망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함께 노력할 지점이 있으면 좋겠다. 인간은 악하고 탐욕스럽기도 하지만 선하고 아름답기도 한 존재다. 그런 모습이 여기에서 발현되어 마지노선을 지켜낸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