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도서실 833서가, 즉 일본 작가의 동화 코너에서 책을 구경했다. 일본 작가 중에 요즘 엄청 잘 팔라는 히로시마 레이코 같은 작가는 이야기 공장인가 싶고 대단하긴 한데 솔직히 마음을 터치하는 느낌은 없다. 그보다 평범한 소재의 잔잔하고 조용한 느낌의 작품들 중에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많다. 이토 미쿠라는 작가도 국내에 번역된 책이 많은데 아직 읽어본 책은 없어서 몇 권 빌려왔다. 그 중 이 책은 얇고 별 얘기도 아닌데 묘하게 공감이 간다. 거짓말쟁이를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물론 세상에는 거짓말쟁이가 많아. 나도 가끔(자주?) 거짓말을 해. 하지만 그걸 좋아할 사람은 없다. 친구라면 손절의 이유가, 자식이나 제자라면 훈육의 이유가 되겠지. 그런데 '내 친구는 거짓말쟁이'라니?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떤 경우에든 거짓말이 선하진 않다. 하지만 간혹 아이들이 '살려고' 하는 거짓말도 있다고. 그걸 잘 분별해야 된다고. 그때 훈육으로 다그치기보다는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그러면 아이는 어느새 진실을 말하게 된다. 이 책에서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은 어른이 아닌 친구 토모키였다. 엄마랑 둘이 사는 키미히로는 누구에게나 칭찬받는 모범생이었다. 그런데 토모키에게만은 거짓말을 한다. 화자인 토모키는 의아하게 생각은 하지만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들어주고 함께 해준다. 어느새 둘 사이에 그 이야기들은 거짓말이 아닌 '둘만의 비밀'이 되었다. 황당한 이야기에 감춰진 의미를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거짓말로 간절함을 전하는 아이를 만났을 때 어른인 내가 토모키보다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우리 엄마는 친엄마가 아니야.""오늘 밤 공원에 있는 토관을 통해서 미국에 있는 아빠를 만나."이런 말을 들었을 때 동행을 해주는 건 친구니까 가능하겠지. 어른들이 문제다. 거짓말도 어른들이 먼저 시작했는데 말이다.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하고, "힘들다."고 하면서 "너 때문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데." 라고 하면 아이는 엄마를 힘들지 않게 하려고 떠나는 상상을 하게 되겠지. 간결한 서사라서 정확한 상황은 안나왔지만 아이의 마음고생이 안쓰럽다. 이걸 안다면 엄마는 더 마음이 아프겠지. 이럴 때 친구는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어렸을 때, 어리숙한 나에게 거짓말로 자기를 꾸며대는 친구가 있었다. 자기네 집이 엄청난 부자고 자기는 거기서 공주처럼 살아간다고 했다. 얼마나 좋은 물건에 둘러쌓여 있고, 얼마나 맛있는 걸 먹는지 신나게 이야기했다. 바보같이 난 그걸 다 믿었다. 세월이 흘러 그게 다 거짓말인 걸 깨닫게 되었을 때, 그 아이가 궁금했다. 아직도 그런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지. 나를 통해 환상 동화를 쓰면서 그 아인 잠시라도 행복했을까. 거짓말을 좋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비난은 보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쁜 게 아니라 아픈 거라고. 그걸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짓말쟁이의 친구'가 필요한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