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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기후가 어떤데요? - 탄소 발자국에 숨은 기후 위기 ㅣ 왜요?
최원형 지음, 김예지 그림 / 동녘 / 2021년 8월
평점 :
이 책도 최원형 님이 쓰신 책이다. 학자나 연구원은 아니라도 관련공부를 꾸준히 두텁게 하신 분 같다. 문학작품을 쓰는 것이 어려운 것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비문학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지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팩트 체크도 정확히 해야 하니까. 그게 잘 되었느냐가 책의 가치를 좌우하겠지. 대중을 호도하는 책도 분명 있으니까.
기후 위기라는 주제 앞에서 시한폭탄의 초침을 세는 관점이 맞을까, 호들갑 떨지 마라 과장이다 라는 관점이 맞을까. 데이터를 직접 다룰 지식이 내게 없으니 판단하기 어렵지만 현상으로 드러난 것만 봐도 전자가 맞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그 관점에 서되 호들갑은 아닌 차분한 설명으로 독자들을 설득한다.
예시나 삽입된 만화 등을 보면 청소년 독자 대상으로 쓴 책이다. 내용이 좋아 함께 읽고 싶다면 6학년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참고자료로 제공하는 정도라면 5학년까지. 교사의 수업준비로도 유용할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총 4장 15개의 챕터로 되어 있으며 각 챕터의 제목이 인상적이고 서술이 길지 않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4장 중 2장(1.소비는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2.우리가 먹는 것 하나하나가...)에 속한 챕터의 내용은 주로 기후위기의 원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자연스럽게 해결점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예를 들면 <데이터 센터가 북극으로 갔대!>라는 챕터에서는 우리가 그 실재를 생각지 않고 사용하는 데이터들이 모여있는 곳을 생각하게 해준다.(데이터 센터) 그곳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지 알게되면 필요없는 데이터들을 방치하지 말고 그때그때 정리해야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나머지 챕터들에서 다루는 내용은 이 외에도 스마트폰, 플라스틱, 옷, 가구, 고기, 초콜릿, 새우 등이 있다. 말하자면 우리의 의,식,주,문화생활에 필요한 모든 소비와 관련이 있다. 내가 도달한 결론은 이거다. 온천탕처럼 푹 담그고 좋다~ 즐겼던 소비생활에서부터 벗어나야 하겠구나. 어서 그 온천탕에서 튀어나와야 한다. 나는 사실 유행, 물건 등에 관심이 없고 쇼핑을 일이라고 생각하는 다소 특이한 사람이라 소비가 적은 편인데도 더 줄여야 할 것들이 많이 발견되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고기....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고기를 그렇게 한껏 먹지만 않았어도 기후위기가 이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도 나물보단 고기가 해먹기 편하니 아무생각없이 장바구니에 담는다. 한우만 아니면 그렇게 비싸지도 않으니까... 저자는 한 챕터를 할애해서 먹방을 비판하고 있는데 그 관점과 느낌에 완전 공감했다. 뭐하는 짓이니.... 먹는 것도 삶의 즐거움 중에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탐욕이 너무 원색적으로 드러난 것에 박수를 보내줄 필요까지야 있을까. 맛에 대한, 식재료에 대한 끝없는 탐욕이 문득 소름끼쳤다. 하지만 나도 크게 다르진 않다. 체질적 채식자가 아니면서 고기를 끊은 분들의 결단이 존경스럽다. 저자를 포함해서. 나도 좀 줄여야겠다고 결심한다.
결국 시한폭탄의 초침을 뒤로 돌리는 건 우리의 만족감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 만족감에는 편리함, 빠름, 풍족함이 있다. 어느 하나도 포기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저자는 계속 설득한다.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에선 이것이 저절로 되지 않는다는 점도 저자는 지적한다. "결국 생산을 줄여야 하는데 과연 기업이 이윤을 포기하고 과잉 생산을 줄이려고 할까? 기업의 생산 구조를 바꾸려면 누가 움직여야 할까?" (44쪽) 어찌보면 이 시스템은 브레이크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생존이 달린 일인데 "없는거같아" 라는 말은 너무 한가한 소리일 것이다.
3장(남극이 펭귄을 잃게 될 때)에선 기후위기로 나타난 현상들을 알려준다. 특히 우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기회가 없는 극지방 빙하의 상태를 알려주는데 정말 심각하다. 여기서 '알베도'나 '양의 되먹임' 같은 용어들도 이해가 쉽게 되었다. 빙하가 녹는 것 뿐 아니라 영구동토층이 녹는 문제도 끔찍한 결과를 가져온다. 폭염, 혹한, 태풍, 산불 등의 기후재난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마지막 4장(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실천)은 실천장이다. 저자는 각 개인이나 가정에서 재활용에 신경쓰는 정도로는 가속도를 줄이는데 어림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신 것 같다. 그래서 이 장에선 좀 더 큰 규모의 실천을 제언한다. 정치, 입법, 시민운동 등이 함께 가야 하는 실천들이다. 현실적이지 못한 듯하지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더이상 "빨대 쓰지 마. 거북이 코에 꽂혀." 이런 얘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이런 일들에 나도, 아이들도, 아이들의 가정도 참여할 수 있는 방법들이 눈에 좀 보이면 좋겠다.
일단은 개인의 소비부터 줄이면서, 좀더 큰 눈으로 사회도 살펴봐야 할 것 같다. 항상 실천이 딜레마이지만 내용을 쭉 살펴보게 해 준 이 책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청소년 필독서로 강추하고 싶다. 각 장마다 토론주제도 나와 있어 아주 유용하게 읽을 수 있겠다. 초등 도서관에도 한권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