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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마트 - 2024 경남독서한마당 추천도서 ㅣ 바람그림책 137
김유 지음, 소복이 그림 / 천개의바람 / 2023년 3월
평점 :
이 조합은 무조건 찬성이다. 김유 작가님의 글과 소복이 작가님의 그림. 단순하고 소박해 보이는 글과 그림에는 디테일과 유머가 잔뜩 들어가 있어 보고 또 봐도 재밌다.
전작인 ‘마음버스’에 정류장 이름으로 살짝 등장했던 사자마트. 이번 책에는 제목으로 전면에 등장했다. 사자는 으르렁 사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의인 동화인가? 그런데 아니었다. 사자, 팔자 할 때의 그 ‘사자’였고, 주인장 이름이 또한 사자 씨였다.
사자마트는 아파트 입구 건물에 있다. 마트를 개업하며 사자라는 이름을 붙일 때부터 사자 씨는 애를 많이 썼겠지? 쓸고 닦고 정리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손님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덩치 크고 덥수룩한 그의 모습을 보고 아주머니는 놀라 달아나 버렸다. 놀라서 뛰어나온 사자 씨는 더욱 사자 같아 보였다. 그리고, 손님이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사자 씨는 변함없이 하루 일과를 유지했다.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고, 쓸고 닦고 정돈하고, 밤에 가게 문을 닫으면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그러는 와중에 사자마트 주인장에 대한 소문은 점점 더 살이 붙으며 퍼져갔다. 이 부분 <그 소문 들었어?> 책과 비슷한 점이 있다. “주인이 사자처럼 생겼더라고요.” 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성격이 고약해 보이던데요.” “어휴, 무섭네요.”로 진행되는 것은 소문의 공식.ㅠ
그러던 어느날 아파트에 작은 ‘사고’가 생겼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재미이자 의미. 하여간에 그 바람에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사자마트를 찾게 되었는데, 으응? 이게 어찌된 일이지? 사자 씨는 무섭고 고약하기는커녕 어찌나 따뜻하고 친절하며 배려가 넘치는지..... 그제서야 아파트 사람들은 사자 씨를 제대로 보게 된다. 아이가 별사탕 봉지에 있는 글귀를 읽으면서 했던 말처럼 말이다.
“자세히 보니까 잘 보여요.”
우리는 ‘많이’ 하려고 하다가 ‘자세히’를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욕심을 부리면 허투루 하게 된다. 자세히 본다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과 마음이 들어가는 일이니. 한눈에 보고 한번에 판단하는 것도 능력이겠지. 하지만 그 사이에 선입견들은 돌아볼 기회를 얻지 못하고 딱딱하게 고착된다. 이 책의 그 작은 존재들이 일으켰던 맹랑한 사고와 같은 기회가 없었다면,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선입견이겠지. 우리 사회에 이런 선입견은 얼마나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면서도 자세히, 찬찬히 보는 것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수업시간도 날마다 쫒긴다. 할 것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다. 그냥 하루하루 클리어, 클리어에 집착하며 넘어가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그저 ‘해 치우는’ 일과. 거기엔 무엇이 남았을까.
섣불리 보지 말고 시간이 걸려도 천천히 보자. 속도 사회에서는 안맞는 방법이지만. 속도 사회 자체에 제동을 걸 때도 되었으니. 이미 브레이크가 파열되었는지도 모르지만.ㅠㅠ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거나, 작은 것들에까지 친절한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눌 수 있겠다. 하늘에는 별사탕(같은) 별이 빛나고, 그 하늘 아래를 걸어가는 두 까만 존재의 발자국에 빛이 난다. 이런 것이 아름다움이 아니면 뭘까. 어둠 속을 밝히는 작은 불빛같은 아름다움이 이 책 곳곳에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