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해방일지 - 우리 내면의 빛을 깨워줄 교사들의 아름다운 성찰일지
권영애.버츄코칭리더교사모임 지음 / 생각의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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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정적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감정은 순간적인 것인데, 그 흔적이 남는게 싫기 때문이다.

또 내 감정이 이용되고, 속된 말로 호구가 될까봐서 그런 것도 있다.

나는 성격이 강하지 못해서 그럴 위험성이 높고, 살면서 크게는 아니지만 살짝씩 낌새는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순간을 나는 후회한다. 더이상 사랑 타령을 하지 않는다. 그런 이후 내가 교사로서 조금은 더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모습에 가까워졌다고 느낀다.

 

그런 내게 가슴을 부여잡고 감정의 격동을 굳이 마다하지 않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아이들에게 온 마음을 내어주고, 그게 상처로 돌아올지라도 감수하는 모습. 아 이건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야.... 수없이 실패했던 모습이야....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고 결심했던 모습이야....

 

하지만 생각한다. 케이트 디카밀로 작가가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에서 이렇게 말했지. 사랑 없이 어떻게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겠냐고. 그리고 비어트리스의 예언에서도 말한다. 사랑, 그리고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그렇다면 지금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교사들의 심장을 딱딱하게 만들어버린 일이 아닐까. 사랑의 열정보다는 자기방어를 하게 만든 풍토. 나도 그런 쪽이라 볼 수 있다. 일단 살아야 하니까. 내가 죽으면 아무것도 없으니까. 살아야 사랑도 뭣도 할 수 있지. 그러니 사랑도 냉정하게 해야 돼. 안 그러면 죽으니까. 일단 살아야 해. 이 사이클에서 빙글빙글 맴돈다.

 

나는 감정을 갈수록 깊은 서랍에 넣고 있을 뿐 사랑 자체를 잃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학생들에게 상당한 호의가 있고, 학생들도 내게 그런 편이다. 그리고 나는 학생들에게 최선을 것을 주려고 애쓰고 있다. 이것도 나름대로 사랑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이 되어주려고 가슴이 깨지는 아픔도 마다하지 않는 이 모임의 선생님들이 추구하는 사랑과는 상당한 수준차이가 있다. 이 수준과 그 수준 사이에는 상당히 넓고 깊은 강이 있다. 나는 차마 건널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미덕은, 저자샘들도 완벽하지는 않다는 점과 그것을 정말 솔직하게 표현하셨다는 점이다. 그것이 부족한 독자샘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같은 약점을 발견하고 위안을 받으면서도, 거기서 마음을 다잡고 한발 더 나아가는 저자샘들을 존경하게 된다. 목적지는 보이지 않고,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다. 길 위에서 만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힘들지만 한 발 더 가보자고, 지금까지 온 길에서 수없이 발을 삐었더라도 헛되지 않았다고.

 

나의 해방일지드라마를 좋아했던 나는 이 책에 해방일지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를 가늠해본다. 염미정과 구씨는 서로를 추앙하며 해방을 향해 나아갔다. 자신을 묶고 짓누르는 것들을 떨쳐낼 힘을 끌어모았다. 우리 교사들도 어쩌면 지금이 그럴 때인 것일까. 서로를 추앙해서라도 이 진창같은 현실에서 꽃을 피울 힘을 얻는 것. 그게 우리를 구원하고 아이들을 구원하는 길은 아닐까. 이 책이 진정한 해방일지가 되길 응원하며 특히 나보다 많이 어린 후배 선생님들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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