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최후의 날 - 제1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 일공일삼 105
박상기 지음, 송효정 그림 / 비룡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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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역사일수록 사료가 적고,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가 사실인 양 이어져 온 오류도 많을 것이다. 아쉽게도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전모를 명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관습적 해석에만 의존하지 말고 최대한 합리적인 해석을 해보려는 시도는 필요할 것이다.

 

조선시대보다는 고려시대가, 고려시대보다는 삼국시대가 그래서 더 어려울 것이다. 판단이 어려운 만큼 역사동화를 쓸 엄두를 내기도 그만큼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새로 제정된 비룡소 역사동화상수상작이 백제시대를 다루고 있어서 반가웠다. 바꿔!부터 시작해서 박상기 작가님의 작품은 몇 권 읽어보았다. 초등교사이시면서 다양한 공모에서 수상하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계신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역사동화 수상까지! 진작 찜해둔 책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몇 달이 지나 읽게 되었다.

 

학생들과 역사수업을 하는 것을 꽤 좋아했었는데, 얼마나 좁은 지식을 가지고 수업을 했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 가끔씩 찾아온다. 무엇이든 꾸준히 공부해야 말 한마디를 해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니 무식쟁이로 살지 않으려면 대체 얼마나 공부해야 하는거여? 이 동화책을 읽으면서도 새롭게 들여다보게 되는 것들이 꽤 있었다.

 

제목처럼 백제의 마지막을 그려낸 동화다. 백제의 멸망 하면 가족을 먼저 베고 결사항전한 계백 장군, 그리고 방탕한 의자왕(곁들여 삼천궁녀)을 떠올리는 것이 오래된 고정관념이다. 언제부터인가 의자왕에 대해서 재조명한 해석들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도 왕은 고뇌에 가득찬 힘겨운 한 늙은 인간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리고 왕자와 공주의 말에서 왕족으로 살기도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공감한다. 배가 고픈 생존의 문제가 무엇보다 우선이겠지만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다는 것 또한 하루도 편할 날 없는 삶이었을 것 같으니. 지금 세상도 좋지는 않지만 옛날에 태어나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 산다는 건 이토록 고통이고 이 아픔들이 역사를 쌓아올린 벽돌들인 것을.

 

작가님은 주인공으로 부모를 잃고 여동생을 지키며 생존의 전선에서 살아가는 한 소년을 그려냈다. 지켜줄 사람 없는 목숨이니 악다구니를 피할 수 없는 캐릭터. 나는 도덕적인 결벽증이 좀 있는 편이라 도둑질을 하고 믿어준 이를 배신하는 소년 석솔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은 들었다. 뿐만 아니라 뒷부분에 이르러서는 응원하게 되었다. 석솔은 살아내기 위해 애쓰면서도 할 말은 하고, 동생과 친구를 사랑하고, 주어진 시대상황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할 줄 아는 아이였다. 어리지만 파란만장한 석솔의 삶을 따라가며 독자들은 백제라는 나라의 마지막을 그려보게 된다.

 

흑치상지라는 장군의 이름도 들어는 봤지만 잘 알지는 못했는데 이 책에 나오길래 찾아보게 되었다. 백제의 명장이었으나 당나라에 귀화한... 그걸 어떻게 봐야 할까? 어린시절 같았으면 무조건 가위표를 그었겠지만 사람의 가치관은 시대에 따라서나 나이에 따라서나 변하는 것 같다. 웅진성 성주 예식에 대해서도 이 책을 보기 전엔 잘 몰랐었다.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의 실마리가 되었다고 소개한 뉴스. 공산성에서 최고급 갑옷이 발굴되었는데 발견된 지점이 성안 마을의 연못 바닥이었다는.... 이런 내용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그러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 역사동화를 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겠다......!’

 

이 책의 프롤로그는 시간순서로 보면 마지막장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선 본문과 조금 달라진 석솔의 의연하고 결의에 찬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죽음으로 지키는 것은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일까. 누가 그 정답을 알고 있을까만, 역사를 쌓아올린 벽돌들은 대부분 피가 묻어있고, 그것이 문학작품으로 이와 같이 재연될 때 독자들은 잠시나마 생생한 상념에 젖어보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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