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주식 타짜 - 대한민국 주식 고수 7인의 투자 전략
허영만 지음 / 가디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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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예측 불가능한 것이 주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18회 실전투자대상 수상에 빛나는 한봉호 교수의 말이 명언이다.

"위험 자산을 다루지만 주관적인 것을 최대한 객관화해서 가르치면 할 만하겠다고 생각했다."

주식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일반인은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지 않고 감에 맡기다 보면 큰 쪽박을 찰 수 있다. 좀 더 쉽고 명쾌한 주식 자기 계발서를 원하는 독자들이 많았다. 이런 목마름을 해결해 주기 위해 '주식타짜' 허영만 작가님의 작품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손에 잡힐 듯 말 듯 한 금전적 이익. '주식타짜'의 노하우로 기본부터 배우며 전문가의 조언과 실제 상황에 주목해 본다면 어느 사이 우리도 타짜가 되어 있지 않을까? 이렇게 즐거운 상상을 한다.

'비관론자는 모든 기회에서 어려움을 찾아내고 낙관론자는 모든 어려움에서 기회를 찾아낸다.'

어려운 경기에 좀 더 적극적인 노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 필요가 있다. 힘들 때일수록 박차를 가하는 것처럼 경제 위기에 스스로를 포기하는 행위보다 이를 적절히 활용해 자신만의 기회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일이든, 특히 이 책에서는 주식 투자자로서 위기 극복을 가늠케하는 어려움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라는 확신을 던져준다.

예측불허의 경제 상황에 다양한 주식투자의 노하우와 전문가들의 꿀팁이 담긴 '주식타짜' 를한 번 읽어보며 조심스럽게 주식투자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그렇지만 이 모든 선택은 늘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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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걷기 여행
윤승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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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계기로 일이 발생한다. 저자 또한 좋아하던 축구를 하던 중 입은 부상으로 걷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기회가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이란 장대한 계획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670km의 24일간의 기록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험난했던 길을 따라가는 행군, 걷기 여행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계속되는 걷기 루트를 개척하는 저자의 노고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작품은 총 5장의 구성으로 에세이 기행문 형식을 뛰며 저자가 걸었던 백의종군길 명소를 소개한다. 기행문이자 여행 에세이와도 같은 작품이라 다양한 부분에서 쏠쏠한 재미를 준다. 책을 읽고 상상으로 걷기를 시도해가며 이순신 장군의 당시 상황을 추리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백의종군길에 이렇게 많은 명소와 의미가 깃든 유적, 유물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차를 이용한 여행과는 완연히 구별된다. 그냥 걷다가 지치면 쉬고, 보고 싶은 것이 생기면 들어가 보는 것이 걷기 도보 여행의 장점이다. 생동감 넘치는 저자의 여정에 동참해보길 추천한다.

스페인에는 '산티아고 길'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백의종군 길'이 있다. 둘레길, 갈레길 등 걷기 문화가 확산된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 명소로 떠나는 것도 좋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처럼 우리 것을 개척해나가는 힘, 그것이 이순인 장군의 뜻을 더욱 기리는 큰 역사적 가치가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산타아고순례길 '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던 것을 충무공 이순신의 마음으로 당시 상황을 상상하며 나를 그 거울에 비춰보는 것도 의미 깊은 일이 될 것이다. 책의 여정에 그러한 가치가 있고 저자와 함께한 이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책의 묘미는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각 지역의 명소와 유적, 비석 등을 생생한 사진과 설명까지 담아 읽고 보는 즐거움을 더하는 데 있다.

이런 친절함은 드물지 않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더불어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까지 수록해 당시 임진왜란의 정황과 장군의 고뇌도 다시 한번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옛 기억의 난중일기 속 문장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덕분이란 생각이 든다. 독자로서 에세이를 좋아하고, 특히 여행 에세이에 매료하는 한 사람으로서 개성 넘치고 사실적인 내용들에 흥분을 가실 수 없다. 특히 역사 인물이 걸었던 사실을 글로 담고, 함께 행동하는 것에 대한 경의감도 느껴진다. 발로 걷고 쓰는 글이라 더욱 생동감이 넘치는 건 당연하다.

저자의 직업적 치밀함일까? 공학도답게 직접 걸었던 시간대와 준비에 관련된 메모, 지출 경비등이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어 '백의종군길' 트래킹을 준비하게 될 많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참고서가 될 것 같다. 또한 지루할 것만 같은 여정에 다양한 볼거리를 세세하게 기록한 것이 단순히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보고,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는 능력까지 발휘할 수 있게끔 동기부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책의 마무리에 저자가 기록해 둔 이동 거리, 시간, 걸음 수, 지출 경비, 숙박 시설 안내는 이 길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그 어떤 노하우보다 큰 힘이 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걷기와 역사 다시 돌아보기를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묵직함이 묻어나는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걷기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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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과 이별하는 법 - 아이스너 상 수상 에프 그래픽 컬렉션
마리코 타마키 지음, 로즈메리 발레로-오코넬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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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라일리는 또 차였다. 이번으로 세 번째이다. 성소수자라는 특별함 때문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연인 로라 딘을 빼앗기게 된 것이다. 이성 간의 연애도 마찬가지이지만 동성 간의 경우도 서로의 끌림에 의해 분위기에 의해 새로운 인연을 찾아 떠나간다. 그래서 프레디 라일리는 더욱 슬프고 아픈 것 같다.



프레디는 이때 자신이 존경하는 칼럼가 바이스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한
다. 그 이유는 실연에 대한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조언을 위해서인지, 지
금 상황을 전환 시키려는 의도인지는 불분명하다. 연애는 누굴 만나든 참,
쓰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도움으로 전 연인이 로라 딘을 완전히 잊기 위해 예언자(?), 주술사(?)를 찾아간다. 로라 딘과의 첫 만남에서 헤어짐까지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결국 예언자는 아직 연애란 춤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한 프레디에게 다시 한번 그 춤, 인연에서 물러서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미 헤어진 프레디는 알쏭달쏭 한마음으로 예언자의 만남을 마무리한다.


 

그녀를 옆에서 챙기고 아껴주는 친구 두들이 있지만 어느 날 집 앞까지 찾아온 로라 딘에게 다시 매료되어 둘은 다시 만나기 시작한다. 예언자가 확실히 끊으라는 인연을 프레디는 무시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들 연인의 일상은 시작되지만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끌려다니는 느낌의 연속과 그녀를 걱정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작품은 다양성에 가치를 두고 있다. 성소수자를 비롯해, 다문화, 한 부모 가정 등 어디에 편견을 두지 않고 그것이 당연한 일상의 삶임을 보여준다. 이제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삶의 형태도 다채로워진 게 사실이다. 혼밥족이 늘어나고 핵가족화는 진작에 가속화되었다. 양성평등과 동성애,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도 관대해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다는 그렇지 않으나 그러기 위한 평범함을 추구하기 위해 세계는 노력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그간의 법과 틀 등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하려는 저자의 의도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항상 프레디에게 도움을 주던 두들에게 어떠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힘없이 우울하고 학교마저 빠졌던 두들에게 프레디는 어떤 위로가 될지도 흥미 있게 전개된다. 이에 반해 프레디와 다시 만난 로라 딘은 강요하듯 에로스적 사랑만을 강조하고 자신의 쾌락에만 충실한 채 홀연히 사라지기만 한다. 이 둘 사이에서 친구와 연인이란 입장을 지켜 나가야 하는 프레디의 심경은 그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프레디를 챙기던 두들마저 심적으로 여의치 않은 상태이니 말이다.



 

기다리던 칼럼가 에너 바이스에게 답장이 오게 된다. 두들 또한 문제를 잘 해결해간다. 바이스는 사랑이 찾아오고 사랑이 남아 있음에도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프레디에게 조언한다. 로라 딘에게처럼 주는 것만이 사랑의 형태가 아니라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가치, 그것이 사랑이지 빼앗아가는 것이 아니란 의미심장한 조언을 전한다.



 

프레디는 다행히 '이별과 이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검은 터널을 벗어나듯 로라 던이란 검은 집을 빠져나와 진정한 자유, 친구, 우정을 위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게 된다. 아직 그녀에겐 그를 지지하는 많은 친구들, 부모님, 인형들이 있다. 성소수자이건 이성애자이건 누구나 평범하다는 의미가 깔려 있으며 동일함 속에서 이별하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작품이 아닌가 싶다. 조금 다르고 그냥, 불편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서로가 존중해 줘야 할 사회의 인식은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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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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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야기지만 인생은 찰나가 결정을 내는 것 같다. 만약이란 단어가 그때 흔히 사용된다. 운명적 결말을 기다리고 있는 여주인공 애니-하지만 그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그녀는 8살 때 놀이동산 관리원의 찰나의 기지로 목숨을 건진다. 대신 <루비 가든>이라는 놀이동산 관리원이었던 에디가 운명을 달리한다. 어느덧 성인이 되어 멋진 신랑 파울로와 결혼식을 올리는 애니, 하지만 이러한 행복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어지는 애니의 삶이란 결과는 책을 천천히 음미하듯 읽어가며 예측해보는 것도 소설을 읽고 느끼는 재미이다. 그녀를 평생 행복하고 아주 잘 보듬어 줄 것 같았던 신랑 파울로와 애니. 어린 시절 애니를 대신해 하늘나라로 떠난 놀이동산 관리원 에디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생각해보며 책을 읽어나가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처음이지만 마지막이 되어버린 시작, 애니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새로운 세계의 모험, 천국이라 불리고 영혼이라 명명되는 애니는 그녀의 어린 시절 주치의였던 닥터 사미르를 만난다. 그를 포함해 그녀가 알던, 모르던 다섯의 운명적인 만남과 다시 소통하기에 이른다. 애니는 그들을 기억하거나 그렇지 못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무의식 속에서 성장해가던 애니에게 영향력을 주었으리라 여겨진다. 이들에겐 상처, 친구, 포옹, 어른, 이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가 제시된다. 과거의 아픔과 추억을 뒤돌아보며 우리 인간이 살아가듯이 천국을 경험하는 애니에게도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 어떤 방법으로 시도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끝없이 상상하고 생각하며 새로운 의도까지 덧붙여 볼 수 있는 재미가 소설을 읽는 장점이다. 애니에게 감정 이입되어 독자로서의 나, 과거와 현재, 죽음 직전의 나를 돌아보는 것도 무게감 있는 삶의 지지대가 되지 않을까? 그래도 괜찮은 건 천국이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애니는 다섯 종류의 상징적 존재들을 만나 죽음 이전의 여행을 통해 풀리지 않았던 답답한 갈증을 해소한다. 이로써 사후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자신이 죽기 전 폐 이식 수술로 파울로가 살게 되었는지의 의구심은 계속된다. 10대 시절부터 함께 지냈던 친구 파울로에서 연인 파울로가 되기까지 그녀에겐 유일한 안식처였으며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인물이기도 했다. 시간이란 순간이 만들어낸 상처가 애니의 어린 시절 루비 가든의 관리자 '에디'에 이어 파울로마저 하늘의 부름을 받게 할 것인지도 이 책을 호기심 짙게 읽어 나갈 수 있게끔 하는 원동력이다. 더불어 주인공의 일생에 투영 된 독자의 삶을 반추(反芻) 하는 기회도 마련해 준다. 소설이란 타자의 이야기이지만 독자의 인생 한편이 될 수 있는 묘미도 전달하는 매력이 넘친다. 이 작품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더욱 그러하다.

"다 괜찮다, 꼬마야. 이제 모든 게 정리될 거야."

천국에서 만난 <루비 가든> 관리인 에디 할아버지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이보다 더 마음을 안정 시키는 문장이 있을까? 치유와 용기, 그 이름을 달고 태어났으며 소중한 생명을 위해 자신을 내어 놓은 애니가 그 연결 선상에 있다. 죽은 자 혹은 잠시 잠든 자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천국 여행일 수 있지만 독자 모두는 웃고 울며 힐링하는 작품이 될 만한 소재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종교적 의미를 떠나, 가족, 주변을 돌아보며 지금 생명에 감사하는 시간이 주어지길 희망한다. 모든 게 괜찮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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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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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편의 단편 소설들이 현재의 나, 현재의 남성과 여성, 세태를 묘사하고 풍자한다.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을 시작으로 다른 인물들 이야기들이 펼쳐지지만 왠지 조금은 흡사한 성향과 성격을 내포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작가가 상상하는 이야기 속의 여인들은 대표성을 뛴 여성, ‘정아‘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속감정을 과감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작가는 이러한 솔직함 가득하고 사실성 넘치며, 활기차면서도 동시에 씁쓸한 여운이 묻어나는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가족과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정아의 이야기는 남자 친구 건호로부터 시작된다. 건호를 만나게 된 동기가 황당하다. 물론 지금의 시대엔 자연스러울 수 있다. 서울에서 몇 년 만에 만난 중학 동창 은미는 정아를 처음 만나 극진히(?) 대접 후 여행을 제안한다. 명문대에 적을 둔 은미가 학기 중에 어떻게 여행을 갈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런 그녀를 철석같이 믿고 여행을 결심한다. 여행 출발 당일 은미는 정아를 데리고 바다나 산이 보이는 수려한 여행지가 아닌 낯선 고층 건물로 유인한다. 결국 은미는 정아에게 다단계, 네트워크 마케팅의 세계 여행을 안내한 것이다. 이후는 말을 안 해도 답이 나온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서울에 올라온 정아는 다단계의 쓰나미에 무너져버리고, 결국 눈칫밥 먹던 친척 집에서마저 나오게 된다. 마지막에 찾은 곳이 한동네 오빠가 근무하던 주유소였고, 오빠 대신 건호라는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된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꼬이고 꼬여가는 소설처럼 마술을 부리듯 전개된다.

자린고비같이 짜고 짜며 알뜰한 건호 외에 낯선 남자 윤구와 한바탕 홍역을 앓은 뒤 처음으로 목격하게 된 건호의 눈물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낯선 남자 윤구와 우연히 만난 정아는 지현이란 가명을 쓴 채 또 다른 자아를 연기해 사고를 치고 만다. 그 사고에 별다른 반응 없이 대처하는 건호의 일상이, 건호가 이야기 막바지 흘린 눈물에 모두 담겨 있는 것일까? 이러 저라 한 상상을 하게 한다. 인생이란 낯선 것과 마주칠 때 처음엔 두렵지만 어느새 익숙해지는 것,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 되는 것인지 청춘들의 삶을 통해서 생각해보게끔 한다. 한 편의 짧은 단편 영화를 보고 읽는 느낌이다.



끊임없이 수족(手足)을 돌보았던 것처럼 헌신하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고시에 패스한 남자 친구와 결별하는 여교사 정정은. 그녀는 결국엔 선을 통해 만나게 된 160대 키에 마흔을 바라보는 7급 공무원과 결혼 직전까지 이르게 된다.
여교사 정정은은 ˝똥차가 비켜야 신차가 나간다˝ 는 여동생의 강요 섞인 압박의 스트레스와 실연에 따른 부작용인 것인지 자신의 제자인 혜린에게까지 질투 섞인 태도를 보인다. 제자인 혜린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반 학생들의 말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감히 뚱뚱한 네가 어찌 그럴 수 있냐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제자 혜린이 펜팔로 만났다는 훤칠한 키의 남자가 하는 말을 믿는 게 못마땅 한 것일 수 있고, 통통하다 못해 탕탕한 제자 혜린이 자신을 얼마나 어여쁘게 과대포장했을지에 대한 비이냥도 내포되 있다. 정정은은 문득 예전에 이러지 않았던 자신의 음흉함과 타인에 대한 비난이 어떤 영문인지 생각해본다. 이 모두를 갠지스강에 재를 태우듯 없애버리고 싶어 하는 두 얼굴의 마음은 정정은만이 아니라 우리 인간 모두의 고민거리가 아닐까 싶기도 한 스토리였다.

남자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던 영진도 엉뚱하게 총각 행세를 하는 유부남에게 모든 걸 바친
다. 아낌없이 영진에게 모든 걸 받치며 헌신한 것처럼 느낀 그녀는 결혼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결국 영진이 자신이 유부남이었는지 알고 있지 않았느냐는 어이없는 반문과 그런 쿨함이 좋았다는 남자의 말에 영진은 고개 숙이고 만다. 주변의 조언도 남자 면역력이 없었던 그녀에겐 긴가민가한 반응으로 밖에 들리지 않아, 그저 답답할 노릇이다. 헤어짐 후 그녀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복싱이 그나마 위인이긴 한데, 이번엔 어린놈의 자식이 권투를 가르쳐 준다는 식으로 접근해 그녀에게 고백하려 한다. 지극히도 남자 면역력이 없던 영진에게 찾아온 어린 남자에겐 어떤 반응의 액션을 취할지 궁금해다. 아웃파이터로 더 이상 아픔이란 카운터펀치를 맞지 않게 될지, 결국 다시 인파이터의 자세로 적극성을 뛸지도 모를 일이다.

항상 약자라는 인식, 당연스럽게 그땐 그랬다는 말도 안 되는 관습은 사그라지고 파괴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며 뇌리를 강력하게 스쳐간다. 무엇이 혐오이고, 잘못인지도 모르는 방관자들! 어떤 것들이 현실인지 모를 남자 혹은 인간들의 망각이 다수의 약자, 특히 여성이라면 당연히 어려움을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썩어 빠진 생각이 사라져야 한다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그러한 생각이 들 때 전개되는 소설 속 통쾌한 장면의 에피소드는 남자 독자의 입장이지만 글이 시각적으로 머릿속에 구현될 때는 대리만족까지 들 정도이다. 아이러니하면서도 당돌한 이야기들 , 분노에 울분이 치밀어 오는 소재들이 현실이라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남자와 여자라는 소재, 소외받던 여자들에 대한 당당할 권리와 고집과 독단으로 잘못된 관습과 태도로 살아온 남성들에게도 경종을 울릴 만한 소재들이다. 물론 편을 나누자는 소설은 절대적으로 아니다. 불필요함을 버리고 새롭게 거듭나자는 우리의 동반자 정아들에게 던지는 작가의 힘 있고 과감한 메시지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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