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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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야기지만 인생은 찰나가 결정을 내는 것 같다. 만약이란 단어가 그때 흔히 사용된다. 운명적 결말을 기다리고 있는 여주인공 애니-하지만 그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그녀는 8살 때 놀이동산 관리원의 찰나의 기지로 목숨을 건진다. 대신 <루비 가든>이라는 놀이동산 관리원이었던 에디가 운명을 달리한다. 어느덧 성인이 되어 멋진 신랑 파울로와 결혼식을 올리는 애니, 하지만 이러한 행복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어지는 애니의 삶이란 결과는 책을 천천히 음미하듯 읽어가며 예측해보는 것도 소설을 읽고 느끼는 재미이다. 그녀를 평생 행복하고 아주 잘 보듬어 줄 것 같았던 신랑 파울로와 애니. 어린 시절 애니를 대신해 하늘나라로 떠난 놀이동산 관리원 에디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생각해보며 책을 읽어나가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처음이지만 마지막이 되어버린 시작, 애니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새로운 세계의 모험, 천국이라 불리고 영혼이라 명명되는 애니는 그녀의 어린 시절 주치의였던 닥터 사미르를 만난다. 그를 포함해 그녀가 알던, 모르던 다섯의 운명적인 만남과 다시 소통하기에 이른다. 애니는 그들을 기억하거나 그렇지 못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무의식 속에서 성장해가던 애니에게 영향력을 주었으리라 여겨진다. 이들에겐 상처, 친구, 포옹, 어른, 이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가 제시된다. 과거의 아픔과 추억을 뒤돌아보며 우리 인간이 살아가듯이 천국을 경험하는 애니에게도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 어떤 방법으로 시도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끝없이 상상하고 생각하며 새로운 의도까지 덧붙여 볼 수 있는 재미가 소설을 읽는 장점이다. 애니에게 감정 이입되어 독자로서의 나, 과거와 현재, 죽음 직전의 나를 돌아보는 것도 무게감 있는 삶의 지지대가 되지 않을까? 그래도 괜찮은 건 천국이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애니는 다섯 종류의 상징적 존재들을 만나 죽음 이전의 여행을 통해 풀리지 않았던 답답한 갈증을 해소한다. 이로써 사후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자신이 죽기 전 폐 이식 수술로 파울로가 살게 되었는지의 의구심은 계속된다. 10대 시절부터 함께 지냈던 친구 파울로에서 연인 파울로가 되기까지 그녀에겐 유일한 안식처였으며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인물이기도 했다. 시간이란 순간이 만들어낸 상처가 애니의 어린 시절 루비 가든의 관리자 '에디'에 이어 파울로마저 하늘의 부름을 받게 할 것인지도 이 책을 호기심 짙게 읽어 나갈 수 있게끔 하는 원동력이다. 더불어 주인공의 일생에 투영 된 독자의 삶을 반추(反芻) 하는 기회도 마련해 준다. 소설이란 타자의 이야기이지만 독자의 인생 한편이 될 수 있는 묘미도 전달하는 매력이 넘친다. 이 작품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더욱 그러하다.

"다 괜찮다, 꼬마야. 이제 모든 게 정리될 거야."

천국에서 만난 <루비 가든> 관리인 에디 할아버지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이보다 더 마음을 안정 시키는 문장이 있을까? 치유와 용기, 그 이름을 달고 태어났으며 소중한 생명을 위해 자신을 내어 놓은 애니가 그 연결 선상에 있다. 죽은 자 혹은 잠시 잠든 자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천국 여행일 수 있지만 독자 모두는 웃고 울며 힐링하는 작품이 될 만한 소재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종교적 의미를 떠나, 가족, 주변을 돌아보며 지금 생명에 감사하는 시간이 주어지길 희망한다. 모든 게 괜찮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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