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란드의 밤
올리비에 트뤽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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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얼음여왕의 땅, 한 겨울 40일간 계속되는 극야와 신비로운 오로라의 땅, 북유럽 극지의 라플란드. 언젠가 꼭 방문해보고 싶은 아름답고 경의로운 그 땅에는 자연에 적응하며 순록과 함께 살아 온 사미족이 있다.

극야가 끝나고 라플란드에 태양이 돌아오는 날, 머나먼 타국을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온 사미족의 신성한 북이 사라지고, 순록치기 한명이 살해당한 뒤 두 귀가 잘린 채 발견된다. 노르웨이의 두 순록경찰 클레메트와 니나는 사건을 추적하던 중, 두 사건이 70여년 전 라플란드 탐사과 사미족의 슬픈 과거와 연결되어 있는 사실을 발견한다.

복지 강국이고, 합리적이고, 평등하다는 인식이 강한 북유럽.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인종 차별과 소수민족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존재하고,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위해 원주민들의 땅과 생활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라플란드의 원주민인 사미족은 근대 그 땅에 새로 발을 들여놓은 유럽인들에게 차별과, 무리한 종교적 박해, 개종을 당하고, 문화와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순록경찰이자 사미족인 클레메트는 어릴 적 스웨덴 기숙학교를 들어가게 된 후 사미족의 언어를 사용할 때마다 처벌을 당했고, 결국 사미족의 언어를 완전히 잃어버린다. 문화를 강제로 빼앗긴다는 것은 한 민족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가장 무서운 방법이 아닐까?

현재 북유럽 각국에는 사미족 자치의회가 존재하고, 그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미족은 현재 총 민족의 인구가 7만 여명 정도로, 유엔에서 지구상에서 보호해야 할 소수민족으로 지정되어 있고, 기후변화와 현대화로 인해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잃어가고 있다. 변화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계속 살아가고, 살아가는 동안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며 변화해 나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우리들에게는 전통을, 과거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 역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욕심을 버리고, 전통적인 생각과 방법으로 살아가는 순록치기 아슬락이라는 존재는 사미족에게도, 책을 읽고 있는 있어서도 역시 경이롭고 신비로운 존재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국적인 극지에서의 스릴러도 무척 흥미로웠지만, 극지를 살아가는 사미족의 순록치기들의 이야기가 책장을 덮은 후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자연파괴, 인종차별, 사라지는 전통과 소수민족들. 아름다운 극지를 살아가는 사미족을 만나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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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의 참회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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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연속적인 잘못된 보도로 프로그램 존폐의 위기에 빠진 데이토TV의 보도 프로그램‘에프터눈JAPAN'의 기자들은 기사회생의 특종을 쫓아 이 사건을 추적해나간다.

 

“경찰은 수갑과 권총을 들고 있는 만큼 포악해. 언론사는 안방과 뉴스를 내보낼 수 있는 만큼 폭력적이고. 너희는 한번이라도 그런 걸 생각해 본 적 있냐?” (p286)

 

언론의 역할이란 과연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의 발표를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이 항상 정확하고 진실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오보의 위험성은 있고, 또한 오보도 실제 많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기사만을 보고 타인이나 사건을 비난하고 질타하며, 잊어버린다. 경찰이나 검찰이라는 공공기관의 공권력이라는 무서운 폭력이 있다면, 언론이라는 또 다른 막강한 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그 지점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기 전 ‘세이렌’이란 무엇을 가르키는지 궁금했다. 작가가 말하는 세이렌은 바로 언론이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선원들을 죽음으로 유혹하는 세이렌처럼 언론은 달콤하고 자극적인 목소리로 대중들을 유혹하고, 잘못된 인식과 불신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인다.
‘언론이란 진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도하는 것이며,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과 비판하는 것은 대중들의 몫’이라고 말하는 사토야 기자와 보도라는 수단을 통해서 정의를 지키고 세상을 바꾸고자하는 다카미 기자의 대화 속에서 과연 언론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바라는 언론의 모습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한다.

 

단지 언론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파 미스테리를 대표하는 작가답게 소년범죄, 집단 괴롭힘, 학교의 무관심과 회피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도 책에서 함께 다루어지고 있다. 또 다른 바다 건너 외국의 작가가 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깊이 공감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도 비슷한 문제들이 만연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사회가 너무 빠르게 바뀌어서, 무섭게 변해서 라는 변명으로, 현재의 사회를 납득해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빠르게 바뀌는 사회 속에서 좀 더 세상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좀 더 외로워지고 있다. 그렇기에 언론이나 집단에 더 빠져들게 되는 것이 아닐까?

 

21세기 엄청나게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우리는 대부분 언론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 언론의 힘은 대중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좀 더 현명하고 올바른 시선을 가진 언론의 모습을 기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더욱 진실보다는 특종을 노리고, 결국 오보가 발생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가지고 사건을 추적하는 사토야, 다카미 기자 콤비와 묵묵히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하는 구도형사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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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하며 영어한다 - 기초 필수 회화패턴 100
강다흔 지음 / 키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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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나의 버킷리스트 첫 번째 목록에는 영어 배우기가 적혀있다. 매번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다시 영어 배우기에 도전하려고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여행을 다니면 다닐 수록 영어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영어를 잘 하지 못해도 해외 여행은 가능했다. 하지만 여행을 할 때마다 아무리 잘 준비를 하더라도 불편함이나 트러블은 발생하고, 그럴 때마다 영어에 자신이 없다보니 외국인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곤 했다.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외국인들이 말을 걸어도 두려움이 앞서 친구가 될 좋은 기회들을 지나쳐버렸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바로 이책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매년 영어 배우기에 실패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결국 문법으로 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운 문법부터 시작하다보니 금방 지루해지고, 또 다시 다음해 버킷리스트 일번은 영어배우기가 되어버리곤 했다.

여행 중 영어 실력이 부족해 중요한 순간에 말문이 막히는 여행자들을 보면서 배낭 여행가들의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 처럼 이 책의 구성은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영어 배우기에 무척 적합한 구성으로 이루어져있다.

여행 중 접할 수 있는 상황들을 보여주고, 그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여행 영어의 예시문들과, 회화패턴을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제시한다. 예시문들이 평소 여행할 때 말하고 싶었던 문장들이 많아서 무척 반가웠다. 예시문들도 문법이 어렵고 복잡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거나,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여서 하루하루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구조도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QR코드 제공되는 예시문의 원어민 발음 MP3와 저자의 자작 피의노 연주곡도 있어서 발음 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실제 여행 중에 만날 수 있는 상황들이 매 장마다 등장하다보니 내용 이해도 잘 되고, 여행에세이를 읽는 기분도 들어서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영어를 접할 수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영어회화책을 만난 것 같다.이번에야말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당황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현지 사람들에게 좀 더 자신있게 다가갈 수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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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 읽는 그리스신화 -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준 그리스신화의 지혜
김태관 지음 / 홍익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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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처음 그리스신화를 접했을 때는 올림포스의 다양한 신들과 영웅들의 전쟁, 모험, 사랑 이야기에 푹 빠져 재미있게 읽었다. 성인이 되어 다시 접한 그리스신화는 나에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내용이 어렵다거나 교훈으로 삼을만한 내용이 많은 것은 아니였고, 한편으로는 이 신들은 어찌나 이렇게 인간스러운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정도로 인간의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 이외에는 똑같이 사랑하고, 질투하고, 바람도 피우고, 분노와 시샘도 한다. 하지만,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그리스신화는 몇 천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곁에 오래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다시 접하게 된 그리스신화는 또 달랐다. 지금까지 읽던 신화의 내용을 단순히 나열한 책들과는 많이 달랐다. 각 챕터마다 한 인물에 대한 여러 가지 일화들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리스 신들이 우리에게 친숙한지, 그들이 인간의 어떤 모습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단순히 재미있는 그리스신화 이야기들 속의 제우스의 바람기를,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모성을, 헤라의 질투를, 하데스가 상징하는 죽음, 아테네의 지혜를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게 해 볼 수 있는 시간이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너무나도 인간답지만 먼 옛날 신화였던 이야기가 좀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이는 것이다.

 

조언자, 상담자, 선생님의 의미로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멘토’는 그리스신화 중 유명한 이야기,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전쟁에 출전하여 20여 년 동안 귀향하지 못하는 동안 아들 텔레마코스를 가르치고 보살핀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에서 유래된 단어라고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리스신화의 신과 영웅들 역시 나에게 또 하나의 멘토의 모습으로 다가와 나의 귀에 조언을 속삭이는 듯 했다. 지혜와 행운의 여신 아테네는 자주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여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 그리스신화 역시 현대에 존재하는 아테네여신의 또 하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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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화가들 -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
박미성 지음 / 책밥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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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란 글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끌어당기고, 매혹시킨다. 글과는 달리 우리가 그림을 느끼고 이해하기 위해서 다른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가 작가에 대해 알고, 이해할 수 있다면 작품에 대해 좀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천장화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작품만으로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감동을 받았지만, 그 천장화를 미켈란젤로 단 한사람이 4여년 동안 구상과 작업을 혼자 해냈다는 사실을 알고 되자, 그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을 받게 되었다. 작품의 작가와 배경을 알게 된다는 것은 그러한 것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림은 접해보지 못했더라도 이름만은 한번 씩은 다 들어봤을 정도로 미술사에 큰 자취를 남긴 화가들에 대해 관계별로 두 사람씩 엮어 각자의 이야기와, 그 들의 공통되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작가들의 대표적 작품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작품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작품 보는 재미 역시 가득하다. 다양한 화가들을 다루다보니 한사람 한사람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지만, 그 대신 서양미술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기 전 흐름과 화가들에 대해 쉽게 본다면 좋은 시작이 될 듯 하다.

 

다방면의 천재이자 모나리자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피에타와 시스티나 천장화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각각 스페인 왕실의 왕실화가였으나, 다른 시대 환경으로 다른 길을 걸게 되었던 스페인의 두 천재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와 ‘프란시스코 고야’, 깊은 우정 어린 관계의 두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와 ‘클로드 모네’,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비극적인 관계의 ‘폴 고갱’과 ‘빈센트 반 고흐’, 비극적으로 끝난 연인 ‘오귀스트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 등 여러 화가들의 이야기를 각자의 삶과 작품들, 두 사람의 관계, 그들의 관계가 작품에 미친 영향 등 짜임새 있게 잘 서술되어 있다.

 

챕터가 끝날 때 마다 각 시대를 상징하는 미술사조와 화가들의 연대표도 함께 삽입되어 있어 서양미술의 시대별 흐름 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작가에 대해 심도 깊게 쓴 책들도 좋지만, 이렇게 작가들을 시대별로, 연관되는 작가들과 함께 소개하는 책도 미술을 이해하는데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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