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고양이
이용한 지음 / 꿈의지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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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시름을 달래주는 두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음악과 고양이이다.’ - Albert Schweitzer

내 인생의 시름을 달래주는 두 가지가 있다면 그건 책과 고양이일 것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책과 고양이 사진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너무나도 사랑하는 고양이와 함께 할 수 없는 나에게 이용한 작가의 길고양이에 관한 책들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좋지 않은 인식이 많아서인지 평균 수명이 2-3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길고양이들의 생활은 가혹하다. 그래서인지 눈만 마주쳐도 도망가기 일수인 길냥이들을 이렇게나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작가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책 속의 작가의 말로는, 의외로 집고양이 사진 찍기가 길고양이보다 훨씬 어렵다고 한다. 정말 의외이다.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표지와 함께 찾아온 책은 그동안 출간되었던 길고양이들에 대한 내용이 아닌 최초로 공개되는 작가와 10년을 함께 한 여섯 집고양이들의 이야기이다.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배달을 나갔다가 운명적으로 만난 아기 삼색이 랭보. 작가의 가슴에 매달린 랭보를 그냥 놔 두고 돌아올수 없어서 그대로 안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시작된 랭보, 랭이, 루, 체, 니코, 생강이와 함께한 작가의 시간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길고양이였던 랭보와, 작가의 부인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위탁묘 랭이, 두 고양이 사이에서 태어난 까칠냥 루와 소심냥 체, 손녀고양이 니코, 작가의 장인이 생강나무 아래에서 구조한 막내 생강이까지. 빨래함과 쌀 포대와 사랑에 빠진 랭보와 랭이, 고양이들의 박스 사랑, 아기 고양이들의 탄생, 랭이의 가출 사건 등 행복과 고생이 교차하는 작가의 10년동안의 발자취가 담긴 사진과 글을 보면서 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든다. 겨울이 오자 일렬로 냥모나이트 상태가 된 다섯 냥이의 사진에 절로 웃음이 나오고,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들’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다.

제목인 ‘당신에게 고양이’가 나에게는 '당신에게 고양이는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있어 고양이는 아마도 지칠 때 웃을 수 있게 해주는 존재인 것 같다. 
보통인간이 고양이나 개를 보살펴준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도움을 받는 것은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반려동물과 함께 한다는 건 내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주며, 지치고 힘들어도 웃을 수 있게 해주고, 그곳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을 위로 받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 날이 갈수록 냥이 집사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다보면 고양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건 행복만 가득한 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고양이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귀엽지만, 그 만큼 장난도 많이 치고,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이제는 별이 되어 버린 랭이를 잃었을 때의 슬픔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아프다. 다른 생명과 함께 한다는 건 많은 행복을 받는 만큼 책임감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이 책 구석구석 녹아 있다. 그런 작가의 가장 큰 바램은 고양이들이 살아가는 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앞으로의 이용한 집사 가족과 다섯 냥이의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길 바라며, 그들을 다시 만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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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9 - 용들의 연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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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 유럽을 상대로 전쟁을 하던 시대. 실제 역사와 용들이 인간들과 더불어 생활하고 자신의 비행사와 함께 전쟁에 참여하는 상상이 더해져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주었던 테메레르가 드디어 완결되었다.

2007년 처음으로 만난 알에서 깨어나 영국 군함의 함장 로렌스와 만난 어린 용 테메레르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로부터 11년 드디어 9권으로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기나긴 대모험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들에게 끝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나폴레옹과의 전쟁은 끝이 났지만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삶은 계속된다. 시리즈 전체 동안 테메레르가 열심히 노력한 영국의 용권신장도 이제 길이 보이기 시작했고 말이다.

청나라 황제의 상징과도 같은 용 셀레스티언 품종의 용알이 실려있는 프랑스 군함을 나포한 영국의 해군 함장 로렌스. 테메레르가 알에서 깨어나 로렌스를 자신의 비행사로 선택하면서 둘의 모험이 시작된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테메레르의 고향 청나라, 실크로드, 이스탄불, 아프리카, 남미 잉카, 일본을 거쳐 러시아까지 전 세계 하늘을 날아다니며 전쟁에 참여하고, 황위다툼, 전염병이 걸린 용들을 위해 약을 구하고, 유배당하고 다양한 나라의 용들과 만나며 둘의 모험은 편을 거듭할수록 흥미진진했다. 2013년 7권이 출판된 후 2017년 8권 출판까지 긴 시간의 공백으로 뒷 권이 출판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다.

마지막 여정인 이번 편에서는 나폴레옹의 용 리옌에게 납치된 테메레르와 이스키에르카와 사이의 롱티엔닝이라는 용알을 구출하고, 아기용이 태어나며, 로렌스는 연합사령관이 되어 드디어 나폴레옹과 마지막 일전을 벌인다. 유럽하늘을 뒤덮는 각 나라의 용들의 비행중대를 얼마나 장관일까. 멋진 장면이 저절로 상상이 된다. 이 책이 처음 출판이 되었을 때부터 영화화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너무 스케일이 커서인지 완결이 된 지금도 그 이후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테메레르와 닮았다기보다 훨씬 더 말을 잘하는 아기 용 롱티엔닝는 자신의 비행사로 과연 누구를 택할 것인지. 퇴역한 로렌스와 함께 하며 용권신장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는 테메레르의 앞으로의 생활이 어떻게 전개될지. 뒷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고지식하지만 정의롭고, 명예를 아는 로렌스와 고집 세고 엉뚱함 생각도 많이 하지만, 현명하고, 용권신장과 로렌스의 안전에 힘쓰는 테메레르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 둘이 언제나 함께 한다는 사실만큼은 틀림없을 것이다.

오랜 시간 즐겁게 함께했던 많은 용들과의 시간이 다시 떠오른다. 아직 떠나보내기 싫은 사랑하는 그들을 만나러 다시 1권을 읽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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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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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간이기에 앞서 게으름뱅이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배려심이다.
지금, 우리 눈앞에 드러난 전 인류의 장대한 유대를 주목하라.
누구나 졸릴 때는 졸리다.
잠자라, 폼포코 가면. 잠자라.
정의의 사도니까 게으르면 안 된다고 대체 누가 정했어?‘ (P324)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이라니. 게으름뱅이에게 모험이란 행복을 방해할 무시무시한 사건이다. 심지어 주인공인 ‘고와다’는 보통의 게으름뱅이가 아니다. 게으름 때문에 너무나도 바쁜 거룩한 게으름뱅이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 기숙사 방에서 에어컨을 켜고 ‘장래에 아내가 생기면 하고 싶은 일 목록’을 개정하며 뒹구는 고와다의 행복한 주말을 위협하는 존재가 나타난다.

너구리 가면과 시대착오적 검은 망토를 걸치고 교토 거리에 나타난 정의의 사도 폼포코 가면이다. 괴이한 차림때문에 등장 초기에는 교토 시민들의 신고로 경찰에게 쫓기기 일수였지만, 어려운 일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교토 어디든 달려가 도움의 손을 내미는 그는 이제 어엿한 인기 있는 정의의 사도로 자리 잡았다.
이 이야기는 개인적 사정으로 고와다에게 영웅 2대를 물려주려는 폼포코 가면과 게으른 주말을 지키기 위한 고와다, 그 주위 사람들의 교토 기온 축제 요이야마가 열리는 어느 토요일 하루의 기록이다.

제목과는 다르게 고와다는 주인공이라는 타이들을 달고 있으면서도 책 페이지 절반이 지나도록 국수가게 한쪽 광 방석 위에서 수상가옥 누워 한손에 망고프라프치노를 들고 바캉스를 즐기는 꿈속에 빠져 있고, 정작 이제 은퇴를 준비하려던 폼포코 가면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자신을 쫒는 덴구브란 유통업체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쫓기며 모험 중이다. 내면의 게으름뱅이에게 지지 않으려는 투쟁도 곁들여서 말이다.
하지만 폼포코 가면에게 납치되어 하루가 시작된 고와다의 주말 하루가 그렇게 행복한 게으름 속에서 끝날 리가 없다. 지옥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무간국수 축제, 타인의 행복을 소소한 악행으로 불행을 만들고자하는 대일본침전당과 덴구브란의 폼포코 가면 습격사건에 이어 너구리 신 하치베묘진까지 등장까지 정신없는 하루가 펼쳐진다. 내 자신도 그리 부지런한 편이 아니기 때문인지, 어느샌가 게으름을 사수하려는 고와다를 응원하고 있다.

“있잖아, ‘굴러가는 돌맹이에 이끼가 끼지 않는다’라는 말 알아?”
“압니다.”
“다시 말해 부지런해지자는 거야. 알겠어?”
“....좀 더 이끼가 끼어 부드러워지겠습니다.” (P57)


게으름뱅이란 보통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꼭 능동적이고 보람찬 하루를 보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지 않는가. 영웅도 자신 안에 게으름뱅이와 싸운다. 폼포코 가면도, 비밀조직의 수령 5대도 게으르고 싶어한다. 아무리 적극적이고 부지런한 사람도 게으르고 싶을 때가 있지 않겠는가. 주말이 지나야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 페이지가 넘어갈 때 마다 고와다의 대사에 점점 이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조금쯤 게을러도 된다고 누군가 말해주는 것 같다. 이끼가 끼어 부드러워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말이다.

저자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였다. 책을 읽는 동안 내 자신도 마법과도 같은 환상적인 교토의 밤거리를 함께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기온의 축제다.

게으름뱅이 고와다, 정의의 사도 폼포코 가면, 세상에서 가장 게으름뱅이 탐정 우라모토, 탐정의 조수이지만 미행 미숙, 방향치 주말탐정조수 다마가와, 충실한 휴일을 지향하는 온다, 모모키 커플, 비밀조직의 수령 알파카를 닮은 5대,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고와다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축제의 하루를 나도 함께 분주하게 보낸 느낌이다.

그래서 인지 책을 다 읽고 나니 나도 졸기기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내면에 존재하는 그 게으름뱅이가 내 속에서도 꿈틀꿈틀 일어나고 있는 중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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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세상의 끝 포르투갈
길정현 지음 / 렛츠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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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유럽의 서쪽 끝, 포트 와인, 언젠가 꼭 한번 혼자서 훌쩍하고 떠나보고 싶은 곳. 나에게 포르투갈은 그런 곳이다. 언젠가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서유럽 가장 끝자락 ‘카보 다 호카’에 서보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라는 상상만으로도 좀 더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책 속에는 화려한 색의 줄무늬 집들이 가능한 코스타 노바, 여러 건축 양식이 혼합된 화려한 산타 마리아 다 비토리아 수도원이 있는 바탈랴, 세상의 끝이자 다른 세계로 출발하는 시작점인 카스카이스의 카보 다 호카, 천장이 아름다운 신트라궁이 존재하는 신트라 등 아름다운 도시들로 가득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손꼽히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영감의 대상이 된 ‘렐루 서점’은 사진만 봐도 그 매력에 푹 빠져 버릴 것만 같다. 

 

 

책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한 흰 바탕에 파란색으로 다양한 문양과 그림이 그려진 포르투갈 특유의 타일 장식을 ‘아줄레주’라 부른다고 한다. 라퐁텐 우화 38가지가 그려진 아줄레주 시리즈가 보관된 상 비센테 지 포라 수도원이나 15세기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아줄레주가 전시된 아줄레주 박물관은 포르투갈을 여행하면 꼭 방문하고 싶은 곳이 되었다.  

1755년 11월 1일 토요일 4분간 리스본을 덮친 대지진은 리스본을 독특한 도시로 만들어버린 듯 하다. 16세기 초 지어진 ‘콘세이상 벨랴 성당’은 성당의 한쪽 벽만 무사히 남아 그 벽은 그대로, 그 외에 다른 부분은 18세기 중반 복원되었다고 한다. 한 성당이 다른 시대가 공존하는 장소가 된다는 건 무척 특별한 느낌일 것이다.
반대로 ‘카무르 수도원’은 본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고 지붕 부분이 완전히 사라져 기둥, 뼈대만 남은 상태로 복원 중 고고학적 유물이 발견되어 공사를 중단하고 현재는 고고학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에는 많은 화려한 성당이나 수도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여러 성당들 만큼이나 웅대한 뼈대만을 지켜낸 카무르 수도원을 꼭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왜 일까.

 

 

포르투갈의 아름다운 도시들과 저자의 생각들을 읽는 것만큼이나 초콜릿 컵에 담긴 포르투갈 전통 술 ‘진쟈’, 다양한 요리들, 케이스가 화려한 통조림들, 포르투갈의 상징인 ‘바르셀루스의 닭’, 익숙하면서도 낮선 ‘라퐁텐 우화’, 참고하기 좋은 쇼핑 리스트 등이 담긴 책 중간 중간 삽입된 ‘여행자의 노트’도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여행 에세이를 읽다 보면 같은 장소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감정상태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회사 일과 사람에 지쳐 타인의 소리조차 거부했던 저자는 남편과 함께 한국에서 멀고, 사람이 적고, 새로운 것들이 많은 곳을 찾아 포르투갈로 떠났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여행의 시작은 무언가 잃어버린 것을 충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나에게도 역시 포르투갈은 언젠가 꼭 가 봐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 여행이 필요한 순간을 위해 아껴두고 싶은 그런 나라이기 때문인지 여행을 따라가는 중간 중간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일상에 지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항상 여행이다. 언젠가 소중히 아껴두던 포르투갈로 떠나는 날이 오면 이 책이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 같다.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사실 정확히 분별하지 못하면서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것들이 제법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걸 일일이 다 따지면서 산다는 건 어쩌면 피곤한 일이지만, 아예 분별 자체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아닌가. 버거이든 샌드위치이든 그런 건 소소한 일이고 별 중요한 게 아니지만, 적어도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 정도는 생각하며 살자.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 정도 피곤함은 기꺼이 감수해야 할 일이다.’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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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잡학사전 - 우리말 속뜻 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이재운 지음 / 노마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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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꽂아두고 자주 꺼내 보게 될 것 같은 책을 만났다.
분명히 잘 알고 있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단어의 의미를 타인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사실은 어디에 어원을 두고 있는지, 어떠한 뜻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사용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이 책은 그런 궁금했던 부분들을 해결해주는 제목 그대로 ‘잘난 척 하기 딱 좋은’ 우리말 사전이다.

1045개의 단어를 ‘ㄱ’에서 ‘ㅎ’까지 순서별로 그 단어들의 본 뜻, 바뀐 뜻, 보기글로 구성 되어 있고, 앞 페이지의 목차 이외에도 맨 마지막 부분에 ‘찾아보기’로 찾고 싶은 단어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가 되어 있어서, 책의 제목처럼 사전을 읽는 느낌을 준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어휘뿐만 아니라, 은어, 비속어, ‘확실히, 진실로’라는 뜻의 히브리어인 ‘아멘’ 같은 종교적 언어나 샌드위치, 유토피아 같은 외래어도 수록되어 있어 다양한 어휘를 만날 수 있다.

은어, 비속어를 포함한 이유는 그 단어의 본래 의미를 알게 되면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염병할 놈’이라는 단어의 ‘염병’은 장티푸스를 의미하는 말로 ‘염병을 알아서 죽을 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의미를 알게 되니 타인에게 절대 사용하면 안 되는 단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무지란 무의식으로 타인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비속어가 아니더라도 의외로 무서운 뜻이 담겨져 있는 단어들도 많았다. 종종 사용하곤 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라는 말의 ‘도무지’의 기원인 ‘도모지’는 물을 묻힌 한지를 얼굴에 발라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어 죽이는 조선시대 형벌이라고 한다. 말의 기원을 알고 보니 ‘정말 어찌할 수도 없다’라는 지금의 의미가 더 가깝게 다가온다.

‘도루묵’이나 ‘퉁맞다’ 같은 단어에서 연상되는 의미와는 다른 재미있는 유래를 가지고 있는 어휘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성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홍두깨’, ‘빼도 박도 못하다’같은 어휘들이 예상외로 많아서 당황스럽기도 하다.

‘가관이다’처럼 ‘볼 만 하다’라는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남을 비웃을 때 많이 사용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변해버린, 본래의 의미와 현재 사용하는 의미가 상반되게 바뀐 어휘들도 있다. 언어란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현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뜻으로 사용하는 것이 맞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들이 어떤 의미에서 태어난 것인지를 아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처음 타인을 만났을 때 우리는 그 사람과의 대화에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많은 부분 판단하게 된다. 말은 타인에게 자신을 보여주는 통로다. 나 자신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말에 평소 너무 관심 없이 소홀하게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과도 같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단어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다. 말에 담긴 유래나 본래의 의미가 평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 이렇게나 많이 다르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 번 봐서 이 책에 담겨있는 모든 단어의 뜻을 기억할 순 없지만, 생각날 때마다, 필요할 때마다 자주 이 책을 꺼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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