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의 참회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소녀가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연속적인 잘못된 보도로 프로그램 존폐의 위기에 빠진 데이토TV의 보도 프로그램‘에프터눈JAPAN'의 기자들은 기사회생의 특종을 쫓아 이 사건을 추적해나간다.

 

“경찰은 수갑과 권총을 들고 있는 만큼 포악해. 언론사는 안방과 뉴스를 내보낼 수 있는 만큼 폭력적이고. 너희는 한번이라도 그런 걸 생각해 본 적 있냐?” (p286)

 

언론의 역할이란 과연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의 발표를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이 항상 정확하고 진실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오보의 위험성은 있고, 또한 오보도 실제 많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기사만을 보고 타인이나 사건을 비난하고 질타하며, 잊어버린다. 경찰이나 검찰이라는 공공기관의 공권력이라는 무서운 폭력이 있다면, 언론이라는 또 다른 막강한 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그 지점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기 전 ‘세이렌’이란 무엇을 가르키는지 궁금했다. 작가가 말하는 세이렌은 바로 언론이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선원들을 죽음으로 유혹하는 세이렌처럼 언론은 달콤하고 자극적인 목소리로 대중들을 유혹하고, 잘못된 인식과 불신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인다.
‘언론이란 진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도하는 것이며,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과 비판하는 것은 대중들의 몫’이라고 말하는 사토야 기자와 보도라는 수단을 통해서 정의를 지키고 세상을 바꾸고자하는 다카미 기자의 대화 속에서 과연 언론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바라는 언론의 모습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한다.

 

단지 언론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파 미스테리를 대표하는 작가답게 소년범죄, 집단 괴롭힘, 학교의 무관심과 회피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도 책에서 함께 다루어지고 있다. 또 다른 바다 건너 외국의 작가가 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깊이 공감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도 비슷한 문제들이 만연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사회가 너무 빠르게 바뀌어서, 무섭게 변해서 라는 변명으로, 현재의 사회를 납득해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빠르게 바뀌는 사회 속에서 좀 더 세상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좀 더 외로워지고 있다. 그렇기에 언론이나 집단에 더 빠져들게 되는 것이 아닐까?

 

21세기 엄청나게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우리는 대부분 언론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 언론의 힘은 대중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좀 더 현명하고 올바른 시선을 가진 언론의 모습을 기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더욱 진실보다는 특종을 노리고, 결국 오보가 발생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가지고 사건을 추적하는 사토야, 다카미 기자 콤비와 묵묵히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하는 구도형사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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