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역사 읽기 : 유럽편 영화로 역사 읽기
연동원 지음 / 학지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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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역사는 무척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실제 역사와 크게 관련 없는 영화도 많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 많은 영화들이 지나간 과거나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의 모습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매체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그 시대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은 영화가 가진 강한 힘일 것이다. 물론 역사적인 사실 그대로가 아닌 감독의 시선과 사상이 담겨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점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리에게 역사를 다룬 영화들을 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문명을 시작으로 중세, 절대왕정, 제1,2차 세계대전, 냉전시대를 거쳐 동유럽 분쟁을 비롯한 현재 유럽의 모습까지 영화를 통해 시간 순으로 유럽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영화의 내용과 실제 역사를 비교하고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 영화 제작에 대한 에피소드들, 그리고 비슷한 시대배경을 가진 영화를 두 작품 소개하고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를 다룬 두 영화 ‘영 빅토리아’와 ‘서프러제트’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숙하고 전통적인 생활습관을 중시하는 빅토리아 여왕의 이야기를 다룬 ‘영 빅토리아’와 실질적인 투쟁을 통해 여성참정권을 주장한 여성운동가들의 이야기 ‘서프러제트’를 함께 소개해 한 시대를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이스라엘 건국에 대한 내용을 담은 ‘영광의 탈출’과 이스라엘에 국토를 빼앗기고 장벽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모습을 담은 ‘천국을 향하여’를 함께 소개한 챕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영화란 감독의 개인적인 감정이 담겨있기 때문에 감독의 생각과 추구하는 방향이 작품 속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나쁜 아랍인들의 테러와 방해 속에서 이스라엘 건국을 영웅적으로 그린 ‘영광의 탈출’은 지극히 이스라엘인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반면 거주하던 곳에서 강제로 내쫓기고 중무장한 전쟁무기에 자살테러라는 방법으로밖에 투쟁할 수 없는 팔레스타인들의 삶을 그린 ‘천국을 향하여’에 대한 소개를 보면서 정반대되는 두 가지 시각으로 하나의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 '트로이'를 시작으로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들과 제목조차 생소한 처음 접하는 영화들 43편을 소개하고 있다. (영화vs영화에 소개된 것까지 합치면 총 86편이다.) 유럽편이다보니 우리가 자주 접하는 헐리우드 영화보다 루마니아, 독일, 러시아 등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영화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고, 제작 시점 역시 1960년에 제작된 ‘영광의 탈출’부터 2017년에 본 ‘덩케르트’까지 다양하다. 동유럽, 아프리카 등을 소재로 한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영화들을 많이 알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방식들이 존재한다. 영화는 생생한 영상을 통해 우리에게 역사라는 점을 조금 더 리얼하게 경험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소련의 압제를 속에서의 루마니아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사일런트 웨딩’, 루마니아 혁명에 대한 이야기인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 르완다 학살을 다룬 영화 ‘호텔 르완다’, 스페인 마녀사냥과 나폴레옹의 스페인 침략을 다룬 ‘고야의 유령’ 등 책을 통해 알게 된 다양한 영화들을 하나씩 찾아보며 여러 나라의 역사의 이야기들 속으로 빠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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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의 대모험 - 1년 52주, 전 세계의 모든 술을 마신 한 남자의 지적이고 유쾌한 음주 인문학
제프 시올레티 지음, 정영은 옮김, 정인성 감수 / 더숲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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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52주, 전 세계의 모든 술을 마신 한 남자의 지적이고 유쾌한 음주 인문학’
기원 전 4,500년 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적지에서도 포도주를 양조한 기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아주 머나먼 옛날부터 현재까지 술은 우리의 삶과 함께 존재해왔다. 그리고 여기 그 술을 직업으로 삶고, 사랑하게 되어 전 세계의 모든 술을 소개하고 싶어 하는 한 남자가 있다. 이 책의 저자 ‘제프 시올레티’는 세계의 주류를 소개하는 웹사이트 ‘드렁커블 글로브’의 설립자로, 책 날개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최고의 음주 모험가, 알코올 전문작가라고 한다. 그러한 타이틀에 걸맞게 책 속에서는 익숙한, 때론 아주 생소한 다양한 술들이 소개되고 있고, 각 챕터마다 술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물씬 느껴진다.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할 때, 가끔은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저녁을 함께 해 주는 술은 나에게도 즐거운 존재였기에 책 제목을 보자마자 흥미가 생겼다. 하지만 평소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술은 무척 한정적이다. 이 책에는 나방 유충을 넣기도 한다는 맥시코 술 메즈칼, 아즈텍 문명시대부터 내려오는 풀케, 이탈리아 리큐어지만 아르헨티나 전통술로 자리잡은 페르넷, 크리스마스 시즌에 즐기기 좋은 끓인 와인 독일의 글뤼바인 등 이름도 생소한 술들이 대거 등장한다.

단순히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계절이나 기념일에 맞춘 주제들, 술에 관한 역사, 양조 과정 등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인 다양한 방면에서 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과거 거액의 세금 때문에 불법으로 운영되었던 위스키 증류소, 이제는 합법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되고 있는 밀주, 교도소 재소자들이 만들기 시작한 프루노 와인, 2007년까지도 미국에서 금지되었던 압생트 등 술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잘 엮어서 소개하고 있어서 모르는 술에도 궁금증을 가지게 만든다.
과거의 것들로 인식되어 점차 인기를 잃어가다가 미식, SNS의 영향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위스키, 버번 등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다양한 술들. 새로운 감성으로 잊혀져 간 술의 품질을 개량하거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가는  브루어리, 와이너리의 노력들을 보면서, 주류의 세계도 넓어지고, 활기차지며, 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세계 술의 모험의 시작은 추운 1월에 어울리는 위스키에서 시작된다. 이 책 덕분에 드디어 싱글 몰트 위스키와 블렌디드 위스키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위스키’의 어원은 고대 게일어로 ‘생명의 물’이라는 의미인데, 대부분의 문화권의 대표적인 증류수를 일컬어 ‘생명의 물’이라 부른다고 한다. 고대 사람들에게 술이란 어떠한 의미였을까 생각하게 해 주는 부분이었다.

다양한 술들이 소개되는 가운데 15주에는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초록 병 속 증류수’인 ‘소주’가 소개되고 있다. 놀랍게도 ‘진로 소주’는 세계 주류 브랜드별 판매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말그대로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술이다. 소주에 대한 소개, 만들어지는 과정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음주 예절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또한 미국에 있는 한국 레스토랑에서 판매되고 있는 오이 소주나 오십세주, 소주의 의미가 ‘불에 태운 술’이라는 뜻으로 스탄디나비아 지역 증류수 ‘브렌빈’과도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등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읽는 동안 두 가지 슬픈 점이 있었다. 첫째, 소개되는 술에 대하여 너무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어, 책을 읽고 있으면 책맥이 하고 싶어진다. 두 번째는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술 들 중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술들이 너무 많아서 책을 읽고 흥미를 가지게 되어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막막하다는 점이다. 맥주조차도 칠리 페퍼 맥주, 괴즈 맥주, 사우어 맥주, 고구마 맥주 등 처음 들어보는 종류들이 많았다. 술의 세계는 정말 넓고도 깊었다.

작가는 익숙한 술만을 편안하게 마시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모험을 떠나 보라고 권유한다. 음식이나 술은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예전 프랑스 소도시를 여행하면서 사과 꼬냑을 마셔본 적이 있었다. 아직도 그 여행을 생각하면 그때 나를 놀라게 했던 그 코냑의 맛이 함께 떠오른다. 책에서 소개된 52가지의 술을 모두 접해보긴 힘들겠지만 책에 소개된 작가의 추천, 전문가가 추천하는 시음 리스트에 도움을 받아 일단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는 술부터 하나씩 하나씩 만나보며, 또 다른 추억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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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지음, 김도연.이선화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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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어라는 단어를 들으면 천일야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깊은 밤 폭신한 이불 속에서 신비로운 이야기를 듣는 기분. 나에게 이란이라는 나라는, 페르시아어라는 언어는 그렇게 어딘가에 존재하는 환상적인 존재였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인 이 소설은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한 궁금증과 두 문화권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무게를 느끼게 해 주었다.

두 문화권에 속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 본적이 있다. 접하는 언어도, 문화도 다양하다는 것은 그 속에서 더 많을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두 나라 어디에도 완벽하게 속할 수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 마리암 마지디는 이란의 테헤란에서 태어난 혁명운동을 하던 부모님과 함께 어린 나이에 프랑스로 망명했다.

처음 도착한 낮선 곳에서 소녀는 변화를 거부하려 하지만, 프랑스에서 페르시아어를 말해도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고,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페르시아어를 마음 깊은 곳에 숨겨 놓고 프랑스인이 되고자 했다. 프랑스어를 사용하지 않는 한 그녀는 그 곳에서 영원히 이방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녀가 이란을 잊길 원하지 않았다. 집에서는 페르시아어를, 밖에서는 프랑스어를. 두 개의 언어 속에서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었던 그녀는 두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성장한다.

이 책은 첫 번째 탄생, 두 번째 탄생, 마지막으로 세 번째 탄생으로 된 세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그녀는 이란혁명의 격렬한 투쟁 속에서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죽음을 경험하며 태어났다. 두 번째,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를 위해, 그리고 그들의 삶을 위해 프랑스라는 먼 나라로 망명을 떠나면서 프랑스 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세 번째 탄생. 성인이 된 그녀는 이란으로 돌아가고 그 곳이 자신의 나라라는 사실을 몸으로 느낀다.

소녀가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 배가 고팠지만 아버지가 사다 준 크루아상을 먹지 않았다. 이란의 전통 빵 라바쉬나 산가크가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른두 살이 된 그녀는 중국에 거주하면서 파리의 크루아상을 그리워한다.
성인이 되어 이란의 위대한 시들을 사랑하게 되고, 다시 페르시아어를 배워 이란으로 돌아가지만, 그 나라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하면서도, 이란이라는 나라의 폐쇄되어 있는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곳에 거주하는 친척들과 같은 완전한 이란 사람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카페에서 모르는 프랑스인이 직업을 묻자 자신을 ‘프랑스어 교사인 프랑스인’이라고 소개하지만 그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23세 돌아간 이란을 거쳐, 중국, 터키에서 오랫동안 거주했던 그녀는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 다문화자녀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이란인이며 프랑스인이고, 그렇기 때문에 디아스포라의 슬픔을 안고 그 어느 곳에도 완벽하게 속할 수 없었던 그녀의 슬프고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시처럼, 어렸을 적 들었던 동화처럼 펼쳐진다. 그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그녀의 여행은 언어와 나와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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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더 레터 -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사이먼 가필드 지음, 김영선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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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시대 영국 반돌란다 요새에서 발굴된 편지부터, 제인 오스틴, 아인슈타인의 편지를 거쳐 이메일까지 2,000여년 동안의 기나긴 시간 동안 쓰여진 편지에 대한 작가의 연애편지 같은 책을 만났다.

이 책에는 다양한 편지가 등장한다. 1,900년 동안 땅 속 깊은 곳에 묻혀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빌돌란다 요새에서 발견된 로마인 지배하의 영국에 대한 역사를 담고 있는 편지, 폼페이 최후의 날 베수비오산 화산 폭발의 기록한 플리니우스의 편지, 아들에게 교육을 위해 보낸 옛 귀족의 편지, 헨리8세가 앤 블린에게 보낸 연애편지,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에 대한 애도편지 등 수 많은 편지에 대한 이야기와 실제 편지의 내용들은 그 시대, 편지를 쓰고 있는 그 사람의 감정, 당시의 삶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일정한 계급만의 전유물이었던 편지가 점차 읽고 쓰는 능력이 다양한 계층으로 전파되면서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사람들의 소통의 범위가 넓어졌다.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에 대해 그녀의 남편인 레너드 울프에게 전달된 지인들, 그리고 그녀를 사랑했던 직접적인 관계가 없던 사람들이 보낸 많은 애도편지들은 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헨리 8세, 나폴레옹, 헤밍웨이, 프로이트, 제인 오스틴, 존 키츠, 빅토르 위고, 버지니아 울프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명사들의 편지를 읽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중세부터 시작된 연애편지, 관공서에 보내는 편지 등 다양한 편지 쓰는 법에 대한 다양한 편지쓰기 안내서에 대한 이야기나 엽서에 우표를 왼쪽 위 구석에 거꾸로 붙이면 ‘당신을 사랑해요.’, 동일한 위치에 옆으로 붙이면 ‘내 마음은 다른 사람의 것입니다’ 등 내용이 공개되어버리는 엽서에 우표의 위치, 기울기로 비밀스러운 여러 의미를 전달했던 방식에 대한 이야기, 우편제도의 탄생과정, 매 챕터 마지막 부분에 삽입된 1944년~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군군 통신병 바커와 그의 연인 베시의 연애편지 등 책 부제 그대로 편지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편지에 대한 다양한 모습과 만날 수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세계는 빨라지고, 가까워지고, 편리해졌고,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되어 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일도, 받는 일도 사라져갔다. 요즘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 다양한 SNS로 실시간 소통을 하기 때문에 이메일조차도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현대의 소통방식 역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 클림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지를 좋아했다고 한다. 전화가 발달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많게는 하루에 8통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SNS나 이메일은 정확하고 빠르게 소통이 가능하고, 작성 역시 빠르게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편지는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작성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시간을 들여 많이 생각하고 작성해 보내준 누군가의 편지를 받았을 때 또 다른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닐까? 편리한 소통들의 등장으로 편지는 어느순간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여행지에서 누군가에게 엽서를 보내고, 10년후에 자신에게 편지를 쓰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편지는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편지’라는 단어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울림이 있는 것 같다. 아주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기분이다.

"편지에는 고유한 진정성이 있다. 글로 하는 다른 형태의 소통에는 없는 진정성이 말이다."(p25)

‘편지는 색다르고 귀중한 뜻밖의 역사다. 즉, 현재시제의 역사, 그 역사의 참여자가 쓴 역사다. 그것은 커다란 진실을 드러낸다.’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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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3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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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고 있던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철학자, 작가, 화가..다양한 거장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
100권 출간이 예정된 클래식 클라우드는 ‘거장이 살았던 공간을 직접 찾아가 작품이 탄생했던 세계를 탐험하고, 그 세계와 작가를 새롭게 조망한다’ 라는 기획의도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람은 결코 자신이 자라온 토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면에서 볼 때 무척 흥미로운 시도인 것 같다.

첫 번째로 만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표지부터 화려한 황금빛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화가 ‘클림트’와 함께 떠나는 오스트리아 빈 여행이다.

예전 빈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작품을 보기 위해 벨베데레 미술관과 레오폴트 미술관에 방문한 적이 있다. 어두운 방에 전시된 ‘키스’는 화려하면서도 몽환적인, 강렬한 힘으로 사람을 잡아끌어 눈을 땔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인상을 주는 클림트의 작품들이 빈 여행을 좀 더 인상 깊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무척 반가웠고 또 한편으로는 조금 더 일찍 이 책이 출간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삶과 작품 활동의 주 무대였던 오스트리아 빈, 황금시대의 작품들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된 비잔티움 모자이크를 만나게 되는 이탈리아 라벤나, 클림트가 사랑했던 아터 호수까지. 그의 작품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전통적인 화풍의 초기 작품 천장화부터 베토벤 프리체, 키스, 결국 완성하지 못한 마지막 작품 신부까지 이어지는 책의 여정이 ‘클림트’라는 예술가의 일생을 물결처럼 흐르듯 안내해주는 듯 했다.


화려한 색채와 장식의 세계와 잔잔한 호수와 닮아있는 풍경화, 상반되고 다양한 작품들과 그가 사랑했던 연인,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화가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머나먼 과거에서 영감을 받아 누구보다도 혁신적인 감각을 창조한 화가’ 클림트
먼 옛날의 상징과 작품들에서 영향을 받았으나 계속 변화하기를 시도하였고, 천재였으면서도 노력가였던 그는 누구보다 화려하고 불안했던 구 제국이 지배하던 세기말의 도시 빈과 닮아있었다.
가까운 언젠가 이 책과 함께 다시 한번 빈이라는 도시를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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