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의 대모험 - 1년 52주, 전 세계의 모든 술을 마신 한 남자의 지적이고 유쾌한 음주 인문학
제프 시올레티 지음, 정영은 옮김, 정인성 감수 / 더숲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1년 52주, 전 세계의 모든 술을 마신 한 남자의 지적이고 유쾌한 음주 인문학’
기원 전 4,500년 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적지에서도 포도주를 양조한 기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아주 머나먼 옛날부터 현재까지 술은 우리의 삶과 함께 존재해왔다. 그리고 여기 그 술을 직업으로 삶고, 사랑하게 되어 전 세계의 모든 술을 소개하고 싶어 하는 한 남자가 있다. 이 책의 저자 ‘제프 시올레티’는 세계의 주류를 소개하는 웹사이트 ‘드렁커블 글로브’의 설립자로, 책 날개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최고의 음주 모험가, 알코올 전문작가라고 한다. 그러한 타이틀에 걸맞게 책 속에서는 익숙한, 때론 아주 생소한 다양한 술들이 소개되고 있고, 각 챕터마다 술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물씬 느껴진다.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할 때, 가끔은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저녁을 함께 해 주는 술은 나에게도 즐거운 존재였기에 책 제목을 보자마자 흥미가 생겼다. 하지만 평소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술은 무척 한정적이다. 이 책에는 나방 유충을 넣기도 한다는 맥시코 술 메즈칼, 아즈텍 문명시대부터 내려오는 풀케, 이탈리아 리큐어지만 아르헨티나 전통술로 자리잡은 페르넷, 크리스마스 시즌에 즐기기 좋은 끓인 와인 독일의 글뤼바인 등 이름도 생소한 술들이 대거 등장한다.

단순히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계절이나 기념일에 맞춘 주제들, 술에 관한 역사, 양조 과정 등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인 다양한 방면에서 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과거 거액의 세금 때문에 불법으로 운영되었던 위스키 증류소, 이제는 합법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되고 있는 밀주, 교도소 재소자들이 만들기 시작한 프루노 와인, 2007년까지도 미국에서 금지되었던 압생트 등 술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잘 엮어서 소개하고 있어서 모르는 술에도 궁금증을 가지게 만든다.
과거의 것들로 인식되어 점차 인기를 잃어가다가 미식, SNS의 영향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위스키, 버번 등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다양한 술들. 새로운 감성으로 잊혀져 간 술의 품질을 개량하거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가는  브루어리, 와이너리의 노력들을 보면서, 주류의 세계도 넓어지고, 활기차지며, 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세계 술의 모험의 시작은 추운 1월에 어울리는 위스키에서 시작된다. 이 책 덕분에 드디어 싱글 몰트 위스키와 블렌디드 위스키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위스키’의 어원은 고대 게일어로 ‘생명의 물’이라는 의미인데, 대부분의 문화권의 대표적인 증류수를 일컬어 ‘생명의 물’이라 부른다고 한다. 고대 사람들에게 술이란 어떠한 의미였을까 생각하게 해 주는 부분이었다.

다양한 술들이 소개되는 가운데 15주에는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초록 병 속 증류수’인 ‘소주’가 소개되고 있다. 놀랍게도 ‘진로 소주’는 세계 주류 브랜드별 판매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말그대로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술이다. 소주에 대한 소개, 만들어지는 과정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음주 예절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또한 미국에 있는 한국 레스토랑에서 판매되고 있는 오이 소주나 오십세주, 소주의 의미가 ‘불에 태운 술’이라는 뜻으로 스탄디나비아 지역 증류수 ‘브렌빈’과도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등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읽는 동안 두 가지 슬픈 점이 있었다. 첫째, 소개되는 술에 대하여 너무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어, 책을 읽고 있으면 책맥이 하고 싶어진다. 두 번째는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술 들 중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술들이 너무 많아서 책을 읽고 흥미를 가지게 되어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막막하다는 점이다. 맥주조차도 칠리 페퍼 맥주, 괴즈 맥주, 사우어 맥주, 고구마 맥주 등 처음 들어보는 종류들이 많았다. 술의 세계는 정말 넓고도 깊었다.

작가는 익숙한 술만을 편안하게 마시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모험을 떠나 보라고 권유한다. 음식이나 술은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예전 프랑스 소도시를 여행하면서 사과 꼬냑을 마셔본 적이 있었다. 아직도 그 여행을 생각하면 그때 나를 놀라게 했던 그 코냑의 맛이 함께 떠오른다. 책에서 소개된 52가지의 술을 모두 접해보긴 힘들겠지만 책에 소개된 작가의 추천, 전문가가 추천하는 시음 리스트에 도움을 받아 일단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는 술부터 하나씩 하나씩 만나보며, 또 다른 추억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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