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더 레터 -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사이먼 가필드 지음, 김영선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고대 로마 시대 영국 반돌란다 요새에서 발굴된 편지부터, 제인 오스틴, 아인슈타인의 편지를 거쳐 이메일까지 2,000여년 동안의 기나긴 시간 동안 쓰여진 편지에 대한 작가의 연애편지 같은 책을 만났다.

이 책에는 다양한 편지가 등장한다. 1,900년 동안 땅 속 깊은 곳에 묻혀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빌돌란다 요새에서 발견된 로마인 지배하의 영국에 대한 역사를 담고 있는 편지, 폼페이 최후의 날 베수비오산 화산 폭발의 기록한 플리니우스의 편지, 아들에게 교육을 위해 보낸 옛 귀족의 편지, 헨리8세가 앤 블린에게 보낸 연애편지,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에 대한 애도편지 등 수 많은 편지에 대한 이야기와 실제 편지의 내용들은 그 시대, 편지를 쓰고 있는 그 사람의 감정, 당시의 삶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일정한 계급만의 전유물이었던 편지가 점차 읽고 쓰는 능력이 다양한 계층으로 전파되면서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사람들의 소통의 범위가 넓어졌다.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에 대해 그녀의 남편인 레너드 울프에게 전달된 지인들, 그리고 그녀를 사랑했던 직접적인 관계가 없던 사람들이 보낸 많은 애도편지들은 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헨리 8세, 나폴레옹, 헤밍웨이, 프로이트, 제인 오스틴, 존 키츠, 빅토르 위고, 버지니아 울프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명사들의 편지를 읽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중세부터 시작된 연애편지, 관공서에 보내는 편지 등 다양한 편지 쓰는 법에 대한 다양한 편지쓰기 안내서에 대한 이야기나 엽서에 우표를 왼쪽 위 구석에 거꾸로 붙이면 ‘당신을 사랑해요.’, 동일한 위치에 옆으로 붙이면 ‘내 마음은 다른 사람의 것입니다’ 등 내용이 공개되어버리는 엽서에 우표의 위치, 기울기로 비밀스러운 여러 의미를 전달했던 방식에 대한 이야기, 우편제도의 탄생과정, 매 챕터 마지막 부분에 삽입된 1944년~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군군 통신병 바커와 그의 연인 베시의 연애편지 등 책 부제 그대로 편지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편지에 대한 다양한 모습과 만날 수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세계는 빨라지고, 가까워지고, 편리해졌고,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되어 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일도, 받는 일도 사라져갔다. 요즘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 다양한 SNS로 실시간 소통을 하기 때문에 이메일조차도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현대의 소통방식 역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 클림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지를 좋아했다고 한다. 전화가 발달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많게는 하루에 8통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SNS나 이메일은 정확하고 빠르게 소통이 가능하고, 작성 역시 빠르게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편지는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작성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시간을 들여 많이 생각하고 작성해 보내준 누군가의 편지를 받았을 때 또 다른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닐까? 편리한 소통들의 등장으로 편지는 어느순간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여행지에서 누군가에게 엽서를 보내고, 10년후에 자신에게 편지를 쓰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편지는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편지’라는 단어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울림이 있는 것 같다. 아주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기분이다.

"편지에는 고유한 진정성이 있다. 글로 하는 다른 형태의 소통에는 없는 진정성이 말이다."(p25)

‘편지는 색다르고 귀중한 뜻밖의 역사다. 즉, 현재시제의 역사, 그 역사의 참여자가 쓴 역사다. 그것은 커다란 진실을 드러낸다.’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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