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 - 황혼이 깃든 예술가의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 분투기
윌리엄 E. 월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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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디로도비코 부오나로티 시모니. 그 이름을 들으면 즉시 피에타와 다윗,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지창조 등 다양한 작품이 떠오르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이다. 15세에 피렌체를 통치하던 메디치 가문의 수장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그 재능을 인정받고, 23세에 현재도 바티칸 대성전에서 많은 이들을 감탄하게 하는 피에타를 조각하였으며, 30대에 시스티나 천장화를 완성한 천재,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위대함을 넘어 경의로움을 느낀다.

그러고보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와 함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손꼽히며 서양 예술에 큰 영향을 준 예술가인 미켈란젤로의 생애를 이야기할 때 중반 이후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유명한 작품들을 전반부에 많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그 작품만으로도 워낙 할 이야기가 많아서일까. 미켈란젤로가 성 베드로 대성당 공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가라는 이미지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미켈란젤로의 전 생애를 담은 전기를 저술하기도 한 세계적인 미켈란젤로 권위자인 저자 윌리엄 E. 월리스는 70세부터 89세, 율리우스 2세의 영묘를 완성하고 파울루스 교황에 의해 성 베드로 대성당 수석 건축가로 임명되어 삶의 마지막까지 예술가로서 살아온 생애 만년의 업적, 삶의 고뇌, 노년의 상실의 슬픔 등 예술가로서의 모습과 인간적인 면을 미켈란젤로와 동시대인들이 남긴 기록과 연구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카, 지인들과 교류한 편지, 시를 통해 생생하게 다가오는 미켈란젤로의 모습은 상상해왔던 엄격하고 까칠한 천재의 모습이라기보다 더 친근한 면모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반면 어려운 공사현장과 대공사 감독을 맡은 교황청 대리 기구 파브리카의 임원들과 끊임없는 분쟁 속에서도 다섯 명의 교황에게 지지를 받으며 융통성 있고 실무에 능한 건축가로서의 또 다른 예술가의 모습에 역시 미켈란젤로라는 생각 역시 들었다. 또한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을 통해 그 시대 거대한 건축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의 소소한 재미 중 하나이다. 돌의 운반부터가 이렇게 큰일이었다니.

육체는 점점 노화로 인해 쇠퇴하고 주변에 소중한 이들은 하나 둘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숙명에 의해 잃어간다. 게다가 70세가 넘는 이미 은퇴하기에 충분한 나이에 자신이 완공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이라는 거대한 작업에 삶의 마지막 시간을 쏟는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천재적인 예술가 역시 상실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인간의 고뇌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서의 자부심, 신앙에 대한 헌신으로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대성당 건축에 혼신을 다한 결과 그의 사후 오랜 시간이 지나 완성되었으며, 다양한 설계자가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성 베드로 대성당은 미켈란젤로가 지은 건축물이라고 여겨지며 그가 설계한 거대한 돔은 지금도 바티칸의 상징처럼 그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기대했던 평화와 안정이 보장되는 고향 피렌체로 귀향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성 베드로 대성당을 비롯하여 설계하고 참여했던 여러 건축 공사의 완공을 보지 못했으며, 죽기 직전까지 작업했던 론다니니의 피에타 조각은 완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애 만년 그의 삶은 왜 미켈란젤로가 위대한 예술가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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