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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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와네트>, <로맹 롤랑> 등으로 뛰어난 전기 작가로도 널리 알려진 유럽을 대표하는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이자 독일 문학의 거장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을 처음 접한 건 이 책에도 수록되어 있기도 한 <모르는 여인의 편지>였다. 유명 소설가R에게 도착한 편지를 통해 보여주는 여인이 평생 한 사람을 사랑한 기록은 무척 흡입력 있어 짧은 단편소설임에도 오랜 여운을 남겼다. 그 이후 츠바이크의 소설에 관심이 있어 찾아보았지만 기대보다 국내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아 항상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이화북스에서 출간된 츠바이크 선집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의 또 다른 유명한 작품인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시작으로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선집 2권은 드디어 대표 소설집이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완결판의 완역본으로 아찔한 비밀부터 어느 여인의 24시까지 총 5편의 중단편 소설을 담겨 있는데 어느 한편 빠질 것 없이 매력적이었다.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열정이다.

열정은 때론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도 하지만,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기도 하고 한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게 할 때도 있다. 평범한 삶 속에 찾아온 어느 한 순간이 예기치 못한 상황 속으로 밀어 넣으며 격렬한 감정과 열정에 빠져들게 한다.


<아찔한 비밀>에서 에드거는 어머니와 젊은 남작의 외도를 통해 위선적인 어른의 세계를 마주하며 기쁨, 동경이 배신감, 분노로,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 소년에서 증오에 찬 감시자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아직 성애에 눈을 뜨지 못한 소년의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당혹스러운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변화무쌍한 감정변화가 마치 내 자신이 소년이 된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불륜사실로 모르는 여인에게 협박을 당하며 불안과 공포에 쫓기는 <불안>에서 이레네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 앞이기 때문에 가장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고백하고 싶은 마음과 숨기고 싶은 마음, 사랑과 수치심, 미묘한 인간의 심리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책의 타이틀이기도 한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이 막대한 전쟁배상금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던 혼란의 시기를 배경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노인의 보물과도 같은 소장품을 통해 예술이 가진 힘과 무언가에 대한 열정이 주는 기쁨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예술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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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문체로 인물에 몰입하게 만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강렬한 작품들로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해서 결국 멈추지 못하고 완독해버리고 말았다. 벌써부터 출간 예정인 두 번째 단편 선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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