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0일
드디어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을 읽다.
전형적이지 않은 비정형을 구사하는 비주류 작가의 탄생이라고 해야 할까. 정식으로 글을 배운 적도 없다는 이의 데뷔작이라고 하니 더욱 대단하게 다가왔다.
달궁 마욤님의 지적 대로 정말 기존의 작가들과는 그 결을 달리 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직접 읽어 보니 적확하게 깨달을 수가 있었다.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다 오늘 새벽부터 시작해서 하룻만에 다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세 가지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날것, 비정형 그리고 기묘한 상상력의 발화.
노동현장에서 날것 그대로 퍼올린 체험의 우화화 그리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동체가 파괴된 각자도생의 시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정말 주목할 만하다. 차별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가공할 만한 폭력에 대한 탁월한 분석을 어떤 상찬으로도 부족하지 싶다.
가다듬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신선함은 최고였다. 다만 기성작가들의 그것처럼 세련되지 못하고 디테일이 부족한 점은 아쉬웠다. 온라인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다거나, 깊이 없다는 식의 비판은 신인작가에게 부당하다. 처음부터 완성된 작가가 세상에 존재했던가. 앞으로의 발전을 더 기대해 본다.
무엇이 작가를 만드는가.
그리고 무엇이 작가로 하여금 쉴 새 없이 그렇게
삶의 지친 가운데 글을 쓰게 만드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었던 그런 책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