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 평소의 생활은 아주 절제되어 있는데 주말엔 이걸 다 풀어버리는게 문제 같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술을 마시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책을 읽는 것에 도전하기로 한다. 이와 함께 평소에 아무 생각없이 스마트폰을 켜는 버릇도 놔버릴 생각이다. 귀찮기도 하고 머리를 비우기 위해서 이걸 들여다보는데 점점 그 시간이 늘어나고 비례해서 눈은 나빠지고 뇌용량은 떨어지는 것 같다. 평생 읽어도 다 읽기 힘들만큼 책을 쌓아놓고 또 사들이고 있는데 시간이 남으면 책을 보거나 차라리 게임을 하는 것이 좋겠다. 어릴 땐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서 동체시력이나 hand-eye coordination이 떨어지는 걸 느끼는데 게임이 이런 것에 도움이 된다고 하며 종류에 따라서는 치매예방효과도 있다고 하니까.  


일단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책 두 권을 끝내보는 것, 그리고 3일간 매일 1000칼로리이상을 태울 것, 술을 마시지 말 것.  


커피는 간신히 블랙만 마시는 버릇과 맛을 들여놨는데, 술, 특히 맥주는 작년엔가 맥주를 좋아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면서 거의 일년 가까이 마시지 않던 걸 다시 마시게 됐다. 덕분에 배가 늘어났고 음식양도 꾸준히 늘어난 것이다.  다시 와인이나 스피릿계통으로 바꾸고 가끔 라이트비어 같은걸 마실 것이다.  어쨌든 이번 주말엔 패쓰.


내일은 드디어 앤디 워홀을 보러 San Francisco 현대미술관에 간다. 어제 맴버쉽을 샀는데 몇 번만 가도 티켓값을 아끼는 것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을 것이다.  연초에 이런 저런 미술전을 가려고 De Young미술관과 Legion of Honor미술관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맴버쉽은 벌써 루벤스, 고갱, 모네, 그리고 꽃 전시회를 보는 것으로 뽑고도 남았는데 남한테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주변에 몇 번 뿌리기도 했으니 일년회원비용보다 훨씬 더 누렸다.  거기에 세금공제까지... 아마 SF에 살았더라면 (근처가 아니라 시내에) 더 자주 갔을 것이다.  특히 Legion of Honor는 파킹비가 따로 들지 않고 넓은 공간에 늘 멋진 그림과 미술품이 가득하기 때문에 좋은데.  그림 말고도 복도 곳곳에 고대의 유물 - 그리스나 로마, 더 가면 에트루리아의 도자기파편 같은 것들 - 이 가득해서 정말 볼 것이 많고, 언덕 정상에 있어 경치도 훌륭하다.  


뭐든 조금씩 노력을 들이고 taste가 acquire되면 즐거운 법이다. 미술관도 그렇게 가보기 시작하니까 감식안까지는 아니라도 즐거움을 느끼는 수준까지는 온 것 같다.  뭐 하와이에 가면 이런 걸 못 즐기겠지만 다 버려도 하와이가 더 좋은 건 어쩔 수 없지만...이곳에 살 때 충분히 즐겨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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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년에 한참 요가를 열심히 했다가 게으름으로 다시 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부상도 있고 맥주탓으로 나온 배가 신경쓰이기도 해서, 사실 무엇보다 뒤틀린 몸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필라테스를 해봤다. 주 7일 중 5일 이상은 운동을 하는 몸이라서 그런지 힘든건 하나도 모르겠지만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운동을 하는지 알 수 있었는데 한 시간 정도의 운동 후 놀랍게도 걸음걸이에서 느껴지는 몸의 평행이 확실히 좋아진걸 알 수 있었다. 요가를 하면 붓기가 빠지고 땀을 흠뻑 쏟는 기분이 끝내주는데 그런 기분과는 다른 뭔가 몸이 바로잡힌 느낌, 그리고 나른하게 잠이 오는 듯한, 즉 몸의 순환이 아주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주일에 새벽시간을 잘 이용하면 큰 무리가 없이 요가를 세 번 할 수 있고, 점심시간을 이용하면 필라테스를 한번 할 수 있다. 여기에 달리기와 역기를 잘 섞어주면 정말 좋은 한 주의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오늘의 1000칼로리의 버닝은 목요일이라는 기분에 마신 맥주와 탄수화물식사로 모두 날아가버린 것이 아쉽다.  내일 뛰고 요가하고 다리와 어깨운동을 오전에 수행하고, 저녁의 공복은 서점에서 책을 읽으면서 차를 한잔 마시는 걸로 이겨봐야겠다. 


40이 넘도록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니 부끄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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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8-0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트랜님. 이정도면 정말이지 충분히 잘 다스리고 계신것 같은데요! 요가에 필라테스에 달리기와 역기라니... 너무 잘하고 계신 거 아닙니까!!

transient-guest 2019-08-02 11:06   좋아요 0 | URL
제가 술을 마시면 폭식을 하거든요..-_-:: 술은 안주와 함께라는 한국인의 공식을 충실히 배운 탓에..-_-::: 관리는 음식 90에 운동이 10...이라능...제가 음식조절을 잘하면 금방 몸짱이 될텐데 말이죠..

다락방 2019-08-02 11:08   좋아요 1 | URL
그쵸. 음식...이 90인데 저는 음식관리는 아예 생각이 없어서 늘 과식하고 ㅋㅋㅋㅋ 그래서 저는 그냥 행복한 뚱뚱이로 살자...로 마음 먹고 있습니다. 요가를 계속 하긴 하겠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 과음에 과식을 같이 하도록 합시다! ㅋ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19-08-02 11:12   좋아요 0 | URL
언젠가 안주빨을 세우는 술자리를..그리고 다음날은 찜질방을..ㅎㅎ

다락방 2019-08-02 11:16   좋아요 0 | URL
트랜님 혹시 핫요가 해보셨나요?
과음한 다음날 핫요가 하면 땀 쭉 빠지면서 완전 개운해져요... 해장엔 핫요가가 진짜 짱입니다!!

transient-guest 2019-08-02 11:47   좋아요 0 | URL
저는 다니는 gym에서 주는 프로그램이라서 이런 저런 계통의 믹스입니다. 근데 술마신 다음날은 운동 천천히 하랍니다. 간에 무리가 가는게 운동과 음주라서...ㅎ

2019-08-02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02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연 2019-08-0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면 잘 다스리시는 거잖아요......

transient-guest 2019-08-02 11:48   좋아요 0 | URL
음식만 잘 조절한다면요..-_-:: 주중에 열심히 모아서 주말이면 카지노가서 탕진하듯..그렇게 먹어버립니다..

수연 2019-08-02 12:2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자극 받았어요 저는 숨쉬기만 하는 사람인지라 ㅋㅋ 요가 다시 시작해야겠어요.

transient-guest 2019-08-02 12:46   좋아요 0 | URL
열심히 같이 건강하게 늙어가요ㅜㅜㅜ

blanca 2019-08-02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 방학이라 운동을 못하니 힘들게 만들어 놓은 근육은 절로 다 사라지네요. 체중은 그대로인데 배는 왜 나오는 것인지...필라테스와 요가와 조깅을 합치면 완벽할 것 같습니다.

transient-guest 2019-08-02 12:46   좋아요 0 | URL
원래 그렇습니다 그래서 무거워서 더 꾸준히 합니다 ㅎ
 

그리 덥지 않은 여름, 보통 같았으면 화씨 100-110도의 낮 최고온도였을 날씨가 무더운 어제와 오늘 대충 90도 초입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 이틀간 뭔가 태양이 달아오른 듯, 내일부터 갑자기 79도로 뚝 떨어진다고 하니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는 이제 섬과 연안지방이나 극지방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다시 맥주를 끊어내고 칼로리를 낮추는 시작을 위해 어제는 와인을 마셨다. 여름에는 아무래도 시원한 맥주에 가벼운 안주가 적절하겠지만 와인도 화이트계열은 여름과 잘 맞는 편이다. 물론 내가 화이트보다는 레드계열을 선호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잘 마신 건 좋았으나 역시 아침이 늦고 말았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으로 정한 음주와 양으로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아침시간의 낭비는 주말엔 특히 더 아깝다. 쉬는 날은 길게, 일하는 날은 짧게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라서.  어쨋든 먹은 건 바로 빼야하니 한창 더울 오후 2-3시엔 gym으로 가서 열심히 오늘의 근육운동을 끝내고 달리기를 할 예정이다. 심폐운동만 하는 날이 아니면 근육운동 후 30분 정도의 달리기면 딱 좋다고 하는데 30분을 하면 그 다음 30분을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면 한번의 운동에서 1000칼로리는 충분히 태울 수 있다. 


4년에 1000권 혹은 그 이상의 책을 읽는 것이 현재 진행중인 인생의 큰 목표들 중 하나다. 여기에 여행, 저술, 공부, 수양 같은 건 아직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일종의 버킷리스트. 4년/1000권을 잡은 이유는 40세부터 리셋해서 죽기 전에 10000권의 책을 읽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일에 걱정이 없다면 공부를 하면서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정신수양을 하면서 평화롭게 하와이에서 살 수 있을텐데, 그러면 아마 연 300권 정도는 거뜬히 읽어낼 수 있을텐데...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여름의 끝이기도 하고 방학이 대충 2-3주 후면 끝날 것이라서, 그리고 이 정도면 바닷가에서 놀기 딱 좋은 날씨라서, 길에도 차가 별로 없고 서점에도 생각보다는 사람이 적다. 아마 바닷가나 휴가를 떠나지 않은 사람들은 죄대 쇼핑몰에 쳐박혀 있을 것이다. 근래의 경기를 타고 7년전부터 엄청난 확장을 하고 지금은 거의 다섯 배로 커진 공간, 자본주의의 천박함이 모든 면에서 전시되는 곳.  정해진 엄청난 액수의 월세로, 부동산세금/공용공간유지/보험비용으로, 거기에 매출의 일정한 퍼센트로 상인들을 착취하는 곳, 대기업조차도 장사가 안되면 버틸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공간. 그곳에 발길을 끊은지 오래지만 - 사람이 많은 건 딱 질색이고 굳이 몰에 가지 않아도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널린 나라니까 - 이야기를 들어보면 봉건시대의 농노제가 떠오르는 구조적인 착취가 아닌가 싶다. 사실 현대의 상용부동산이란 것이 결국 현대판 농노제라고 보는 의견도 많이 있거니와 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곳이 쇼핑몰이란 공간이다. 


아케치 고고로 시리즈. 새로운 작품도 아니고 아마 내가 가진 버전으로만 4-5권의 책이 있을 것이다. 에도가와 란포는 아무래도 초창기의 작가라서 그런지 뭔가 번안스럽고 뭔가 아마추어의 느낌이 강한 작품들이 다수 있는데 '엽기의 말로' 혹은 '엽기의 끝'으로 알려진 이 작품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 란포 또한 종종 이런 이유로 자신의 작품을 다시 쓰거나 중단했다가 다시 편집하고 수정하기도 했는데 이 작품은 그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결함이나 작중인물들의 당위성이 많이 떨어진다.  현대의 작가가 준비해서 개작을 해도 좋을만큼 곳곳에 구멍이 있고 이걸 메우면 훨씬 더 나은 구성과 전개에서 결말까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많이 아쉽다.  마치 60년대와 70년대의 악당처럼 악당은 '왜'가 없이 그저 저지르고 포섭당하는 사람도 '왜'나 '어떻게'가 없이 그냥 포섭당하고 만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아케치 고고로는 긴다이치 고스케나 가미즈 교스케와 함께 3대 명탐정의 반열에 오르기엔 무리가 따르는 인물이다. 물론 그건 작품이 쓰인 시기와 발전상에 따른 차이라서 어쩔 수 없고 일본 최초의 탐정이란 상징성이 있으니 인정해야 하겠지만 이렇게 실수가 잦고 단서와 범인을 자주 놓치는 탐정은 아무래도 곤란하지 않을까. 


'열하광인' 아니면 '방각본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구할 수 있는 김탁환작가의 글은 거의 다 찾아서 읽었다. 절판이 되어 미처 구하지 못한 책을 빼고는 그의 소설과 글모음도 모두 구해서 갖고 있을만큼 적절한 픽션과 역사를 그처럼 잘 버무려내는 건 대단한 일이다. 흥행여부를 떠나 영화로 만들어진 건 책의 멋진 부분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고 생각할만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과거를 회상하는 방법이 아닌 작중의 시절이 그대로 현재의 시점인 화자 이명방, 그리고 무척이나 매력적인 괴인이지 기인 김진이 무려 23년 동안 이어진 소설 - 대소설로 구분짓는 - 의 결말을 둘러싸고 벌이는 추리극이다. 장치도 훌륭하고 여인네들이 사건의 전면과 배경에 배치된 것도 시대상을 볼 때 무척 신선하다. 희망찬 정조의 시대 그 이면의 불안감 그리고 서학을 둘러싼 혼란함도 잘 그려낸 것 같다.  백탑파 시리즈의 넷플릭스급의 드라마화가 시급하다. 


'라드츠 제국'시리즈의 첫 권은 도둑맞았기 때문에 다시 구해야 하고 다시 구할 때까지는 그 생각이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거의 한 달을 두고 읽은 것 같은데 그만큼 자전거처럼 책을 읽으면서 할 수 있는 심폐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덕분에 첫 권처럼 이번의 책도 스토리의 기억이 중구난방이다. 어쨌든 우주 곳곳에 지난 천 년간 퍼진 군주의 객체들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고, 그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이 또 한 건을 해결한 것 같다. 정신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인간개체, 개인적인 나와 정신을 공유하는 다수의 나라는 개념은 이제 어느 정도 이해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쉽게 넘어가지는 않은 소설이다.  '아작'의 책도 모두 구해야하는데, 8월의 퍼포먼스가 좋으면 여러 차례에 나눠서 모두 사들일 생각을 하고 있다. 


'주석 달린 셜록 홈즈'는 품절된 것을 제외하고 우선 구하기 시작했고 조만간 교보를 통해서 모자란 걸 구할 생각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전집은 8권인가 되는 걸 드디어 하나씩 구하기 시작했다. 요걸 다 구하면 그 다음엔 '아작'과 함께 도올선생의 책을 하나씩 구할 생각이고 여기에 잠시 멈춘 박종현선생의 헬라스 철학에 대한 책을 사들일 것이다. 박종현선생의 책을 모두 갖춘 후에는 아마 그간 사들인 천병희선생의 완역본을 하나씩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여전히 하와이에서의 삶을 꿈꾸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당장 실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태평양기준시간에 맞춰 하와이에서 일을 하고 현지시간으로 오후 2-3시면 일을 마치고 남은 하루를 길게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면서 평화롭게 보내는 삶 말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가볍게 운동을 하고 6시면 일을 시작하고 오후 2시나 3시 (켈리포니아의 오후 5시나 6시)면 하루를 마치고 남은 긴 하루를 책을 읽고 기분에 따라서는 해변을 달리거나 요가를 하는 것도 좋겠다. 이제 금년의 생일이 지나면 43세가 되는 반생의 가운데서 이런 행복한 미래의 상상이라도 해야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 더 젊은 시절에 하와이를 만났더라면 아예 커리어의 시작을, 아니 사무실을 차릴 때 호놀루루로 갔을 것을. 늦게 만난 탓에 이렇게 가슴앓이만 이어지고 있다.  45세는 고작 2년이니 어려울 것인데 그래도 40대가 다 지나가기 전에는 하와이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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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려온 앤디 워홀의 전시회를 가게 될 것이다. 8/1에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일년 회원가입 후 가능하면 그 주의 토요일에 예약을 해볼 생각이다. 그간 이런 저런 경로로 많이 접했지만 제대로 그의 작품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 될 것이다. 그간 터너, 고흐, 램브란트, 루벤스, 고갱, 클림트, 그리고 모네까지 봤고 그 외에도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이런 저런 작품들을 감상했는데, 여전히 어렵지만 처음보다는 더 즐길 수 있을만큼의 감식안 같은 것이 생겼기 때문에 은근히 기대가 된다.  


늘 그렇듯이 오롯히 모든 걸 책임지고 있는 늙은이라서 먹고 사는 일 말고도 여러 가지로 시간을 빼앗기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업무가 많이 밀렸다. 거기에 여전히 사무실의 공간을 rearrange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계속 끝이 나지 않고 있음에 지쳐서 어제와 오늘은 그저 놀고 말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모든 걸 다음 주로 미뤄버렸다. 좀더 시스템을 잘 만들어서 꾸준히 일이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간 solo로 일해왔으니 내맘대로의 회사였던 탓에 이게 쉽지는 않다. 


시작도 끝도 같다는 원의 개념으로 살기엔 짧은 인생이라서 직선거리로 달려가는 100년도 못되는 삶에서 하루가 아니라 한 시간도 아깝게 생각해야 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낭비하는 시간이 많다. 뭔가 현타스럽지만 가끔 드는 생각이다.


어제는 트랙을 달리고 오늘은 기계를 달렸다. 어떤 운동을 하든 그런 면이 있지만 달리기를 하면 특히 몸이 가벼워진 걸 느낄 수 있다. 걸을 때 뭔가 다리에 힘이 붙고 가벼운 느낌을 받는 것이고 다리와 허리의 움직임이 좋아진다. 


서점도 좋고 도서관도 좋다는 주의라서 둘의 차이를 크게 두지는 않는 편이다. 책으로 먹고사는 작가나 업계의 사람들은 서점을 통한 개별적인 판매가 더 낫다고 하던데 도서관도 꾸준히 책을 사들이는 곳이니까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다가도 잠재적 구매자들이 책을 빌려본다는 면에서는 또 다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조금 다르겠지만 언젠가 사람의 역사에서 보면 책은 무척이나 귀한 물건이었다. 지의 매개체이자 보관함이고 필사의 시대를 지나 인쇄기로 찍어내고도 책이 넘치기 시작한 건 아무리 넓게 잡아도 19세기 어느 시점이 아니었을까. 아니, 20세기 중반을 넘어 당장 내가 국중을 다니던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도 책을 빌려 읽어야하는 친구들이 많았으니 어쩌면 워낙 모든 것이 비싸진 탓에 책값은 상대적으로 싸게 느끼게 된 21세기부터 그나마 '책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엇이란 말이 등장했는지도 모르겠다. 유유의 짧은 기획물이고 크게 남는 내용은 없으나 굳이 구한 건 역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궁금했기 때문이고 뭔가 하나라도 건지면 좋고 아니면 말자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살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도서관을 따로 추릴 만큼 많은 곳을 다녀보지 못했다.  중학생 때 가서 소설 마루타를 읽다가 더 크면 읽으라며 빼앗아간 인천중앙도서관 (이미 국민학교 3학년 때 정비석의 소설 손자병법과 초한지를 여러 번 읽은 나에게 말이다) 외엔 한국에서의 도서관방문기억이 없고, 미국에서의 도서관은 대학교 때 UCSC의 McHenry Library와 Science Library, 그리고 각 칼리지마다 있었던 도서관보다는 조용한 공부공간으로 기억하는 작은 공간들, 그보다 전에 고등학교 때 몇 번 갔었던 버클리의 시립도서관이 내가 가본 도서관의 전부다.  어차피 돈이 없으면 밥값을 아껴서 책을 구하던 나에겐 따라서 서점이 도서관보다는 훨씬 가까운 곳이다. 멋진 도서관이 많은건 물론 좋은 일이고 누구나 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은 소중하다. 나같은 사람에게도 도서관에서 구해서 읽었다면 사지 않았을 책도 많이 있기 때문에 하물며 책값을 아껴야 하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도시나 국가전체의 어떤 교양의 측면에서도 도서관은 중요하다. 뭐 그런 생각을 했다는 얘기다.


어쩌다 보니 이리 이어진다. 읽은 순서는 다르지만. 유수의 서점들에 대한 짧은 글, 그야말로 각주와도 같은 글과 그림을 모아놓은 잔잔한 책. 바인딩이 좀 위태스러운 건 맘에 안 들지만. 도시나 지역, 동네의 지적생활의 focal point같은, 아니 gathering place같은 그런 좋은 서점들이 계속 사라져감이 아쉽다. 유명하거나 전통이 있는 서점, 아니 대형서점까지도 조금씩 점포를 줄여가는 것이 현실이니까. 단순히 책을 읽지 않는 시대를 넘어 즉각적이고 찰나적인 글을 선호하고 깊이보다는 넓이를, 음미보다는 즉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류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같은 판형으로 나온 책의 여섯 번째. 하루키의 에세이는 워낙 이런 저런 판본과 출판사에서 다양하게 번역해놔서 새로운 것이 거의 없지만 이렇게 나오면 아니 살 도리가 없고 마치 신선한 새글을 읽는 듯, 적당한 망각이 버무려져 즐겁게 읽어버리고 만다. 우습게도 이미 읽은 책은 이렇게 처음부터 읽어나갈 수 없는 것이 하루키에세이의 재활용라는 것. 잘은 모르겠지만 새로운 글은 몇 개 있다고 봤는데 새로운 글이라기 보다는 내가 잊었거나 다른 판본에서 빠진게 아닌가 싶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실 매년 마라톤도 몇 번씩 꾸준히 뛰고 철인3종도 도전하고 무려 100km의 울트라마라톤도 완주한 고수답게 꾸준한 글쓰기는 달리기의 덕분이라고 하는 하루키의 글이 떠오른 건 어제의 달리기에 이어 오늘은 기계위에서 65분간 5.75마일을 찍고 다시 자전거기계에서 38분을 찍은 오늘이었다. 하루키는 기계보다는 바깥에서 달리는 걸 선호하는데 그건 거의 모든 런너들이 그렇기 때문에 특별할 건 없다. 다만 그가 제시하는 이유는 좀 생각해보게 되는데 (1) 뭔가 나쁘지 않으면서도 기계위에서 뛰고 나면 땀의 웅덩이가 퍼지는 느낌, (2) 그보다 운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사실 값으로 치면 얼마 안하겠지만 gym의 불을 밝히고 계절에 따라 냉난방을 돌리고, 기계를 이용하는 사람의 숫자를 생각하면 그런 면도 있겠지 싶었다. 다만 비가 오거나 너무 추운날은 어쩔 수가 없고 또 variation을 두고 뛰거나 꾸준한 측정을 하기에도 기계의 이점이 있다. 여기에 나의 경우 기계에서 뛰고 나면 쿨다운으로 스핀을 돌리면서 칼로리를 좀더 태울 수 있어 종종 사용할 수 밖에 없으니.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에서는 종종 일본과 세계추리소설의 고전이 언급된다. 이런 reference로 등장한, 아니 아마도 '외딴섬 살인사건'에서 차용된 몇 가지의 모티브들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책. 기대만큼 특별하진 않았지만 구성의 트릭이랄까 반전 같은 건 좀 신선했다. 하지만 사건의 무대가 되는 장소인 '리라장'이란 이름이 불러일으키는 관심이 피크였고 소설은 그냥 추리극을 보듯이 읽었다. 생각해보니 용의자를 독자에게 펼쳐놓고 하나씩 줄여가면서 교묘하게 배치한 일루션과도 같은 시선돌림은 좀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나저나 이런 사건을 겪고도 참 잘 살아가는구나 싶은 것이 추리소설의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이다. 시리즈가 이어지면 더구나 보통의 사람이 한번 접하기도 힘든 트릭살인이나 연쇄살인을 늘상 겪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던 일을 하며 살아나기 추리소설주인공의 멘탈도 보통이 아닌게다. 아니, 그들이 가는 곳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걸 보면 알고보니 이들이야 말로 연쇄살인마들이고 사건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교묘하게 짜집기되어 전혀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세워지고 마는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지금 막 떠올려봤다.


리비우스 로마사는 이제 겨우 첫 권을 읽었을 뿐이니 아마 시리즈가 다 나오면 한번에 느낌만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2권까지 나왔음). 이건 또 언제 다 나오려나. 


주말은 푹 쉬고 여전히 팔꿈치는 아프지만 근육운동도 하고 달리기도 계속 하는 것으로 하루키처럼 꾸준하게 해나갈 수 있는 정신의 근육과 심폐력을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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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간만에 바깥에서 5마일을 뛰고 걸었다. 아직은 회복하는 중이라서 2마일을 뛰고, 0.5마일을 거도, 다시 0.5마일을 뛰고, 그런 식으로 대략 3.25마일은 뛰었고 1.75마일은 걸었는데 대략 70분이 소요된 것 같다. 칼로리수치는 대략 800정도. 수치만 보면 대충 시속 6.6마일로 셋팅한 머신에서의 런닝과 워킹을 65분간 수행하면 비슷하게 나오지만 머신의 경우 이런 수치가 나오려면 전체거리는 대략 5.5-6.2마일이 되어야 하고, 이 중에서 4-4.5마일은 뛰어야 하며 남은 거리도 언덕으로 옵션을 조정해서 걸어야 한다.  즉 바깥에서 길을 달리는 것이 체력소모가 더 심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건 제대로 뛰어보면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머신에서 뛰는 건 보통의 경우 상당부분은 다리에 운동이 치중된다. 계속 돌아가는 밸트에서 사실상 제자리뛰기를 하는 것이고 공기의 저항도 없고 땅의 저항도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것 같은데 그 결과 뛰고 나서 몸이 전체적으로 운동이 된 느낌은 거의 없고 실제로 아프지도 않다. 


바깥에서 뛰는 경우 제대로 하고 나면 늘 전신운동이라도 한 듯, 어꺠부터 팔 다리가 골고루 아픈 걸 느낀다.  몸의 피로도는 말할 나위 없이 높아지는데 어제의 경우 갑자가 낮에 퍼져서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잤을만큼 간만에 거리와 시간을 지켜 뛴 몸이 피로를 느꼈던 것이다.  


물론 좋은 운동을 수행한 걸 밤에 마신 맥주로 모두 까먹어버렸지만...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운동을 해주려면 역시 음식을 잘 조절해야 하고 양도 많이 줄인 상태에서 일정량을 먹어야 한다.  생각해보니 무라카미 하루키가 늘 맥주나 위스키를 즐기지만 취할 정도로 많이 마셨다는 건 읽은 기억이 없으니 그가 말한 달리기처럼 꾸준한 (그의 경우 글쓰기) 삶을 이어가려면 어떤 수행처럼 관리를 체화해서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팔꿈치가 너무 아파서 주말임에도 오늘까지 근력운동을 쉬기로 했다. 최대한 팔꿈치를 쉬게 하려는 건데, 이번 주를 그렇게 쉬게 된다고 해도 하체운동은 해줄 생각이다. 가능하면 오후엔 뜨거운 햇살을 피해서 머신런닝이나 스핀을 수행할 것이다.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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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9-07-22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는 걷기 하다 신이 나서 전속력 질주 몇번 했다가 오른쪽 무릎 나가는 줄 알았답니다. 절뚝거리며 다니다 근육 운동으로 다스렸는데 조깅은 조심해야 겠더라고요. 요새는 유산소 운동을 안 하고 근력 운동만 하니 몸이 어찌나 찌부둥한지... 한국은 너무 더워서 변명이지만 도저히 걷기나 조깅을 하긴 힘든 --;; 님 글 읽으니 다시 유산소 운동 시작해야겠네요. 먹는 것도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몸에 좋은 것 위주로 섭취하고 기호 식품은 참아가며 어려운 얘기지만요.

transient-guest 2019-07-23 02:34   좋아요 0 | URL
뭣이든 꾸준히 하거나 푸쉬를 좀 심하게 하면 탈이 나는 것 같아요. 저도 아주 팔꿈치때문에 계속 신경이 쓰이네요. 한달 정도 운동법을 바꿔서 무리하게 했던 것이 탈이 난 것 같네요. 유산소는 심폐지구력때문에 꼭 해야 하는데 보통 근육운동을 먼저 하시고 유산소로 마무리하는 것이 여러 모로 좋다고 하네요. 음식조절은 더욱 중요한데 가장 어렵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