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다면 무조건 놀아야 한다.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이고 특히 뭔가를 쓸 일이 많은 직업이라서 아예 글이 나오지 않으면 좋은 주장을 펼칠 수가 없다. 물론 시간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그야말로 grind out을 할 수 밖에 없지만 가능하면 넉넉하게 기한을 잡고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유도하여 최상의 컨디션에서 글을 뽑아 내는 것이 나에게도 고객에게도 더 나은 방향이다.  해서 오늘은 오전 중에 행정업무와 정리를 주로 처리하고 몇 가지 주요업무는 미뤄버렸다. 덕분에 모든 일정이 다 밀렸지만 머리가 돌아가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다. 


어떤 이들은 감히 우리 시대 최고의 판타지라고 하는 '엠버 연대기'를 읽은 후 팬이 된 작가의 다른 소설.  판타지인지 SF인지 혼합물인지 가끔 헷깔릴 정도로 다양한 모티브를 가져다 쓰는 작가라서 질리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암흑의 마법사를 제거하다가 저주에 걸려 2세기 동안이나 지옥에 잡혀 있다가 탈출한 딜비쉬는 또 한번 사람들을 구하고 숙적인 마법사와의 일전을 위해 모험을 한다.  그 과정에서 겪는 일이나 방랑기사와도 같은 모험의 전개는 아더왕이나 원탁의 기사들의 이야기와 닮았기 때문이 매우 친숙하게 느껴진다. 


사실 이 책을 갖고 다닌 지는 꽤 오래 됐는데 운동을 하면서 cardio가 줄어든 탓도 있고 자전거를 타면서도 폰으로 TV나 YouTube을 보는 탓에 책을 덜 읽게 되어 이제와서야 읽었다.  그러나 한번 잡으니 놓기 힘들 정도로 신나는 이야기라서 딱 두 번의 spin과 함께 다 읽고 두 번째 이야기를 뜯으려 한다.  출판사 '너머'는 이런 책을 꽤 많이 뽑아냈던 것 같은데 많이 절판되었다고 나온다.  그래서 도대체 '이색작가총서'의 첫 번째가 어떤 책인지 알 수가 없고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나온 딜비쉬 연대기 두 권만 존재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더 많은 책을 읽고 그 보다도 더 많은 책에 흥미를 가져준다면 책의 세계는 그야말로 더 흥미진진해질텐데.  아마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흘러간 시절을 이야기하는 듯하여 마음이 아려온다.


일을 하지 않고 오후에 읽은 책. 새벽에 일찍 일어났고 65분간 5.4마일을 뛰고 걸은 후 다시 45분간 spin을 수행한 여파로 점심 무렵에는 계속 하품이 나왔다. 집중도 안되고 머리도 안 돌아가는, 어려운 글을 쓰기엔 무척 안 좋은 조건의 하루였다. 뭐라도 해보려고 점심은 드레싱을 뺀 포장샐러드를 먹었고 에너지드링크를 마셨으나 이미 대세는 노는 쪽으로 기운지 오래.  어쩔 수 없이 책을 한 권 붙잡았으니 딱 지난 주 이맘 때 읽은 '걸어 본다' 시리즈.  손이 가는 대로 빼오니 열 다섯 번째의 책.  도쿄와 일본에 얽힌 기억, 가와바타 야스나리, 다나자키 준이치로, 일본의 지식인들의 이야기와 저자가 도쿄에 머물던 당시의 추억, 거기에 한일관계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까지 사정 없이 버무린, 그러나 매우 고즈넉하게 나온 에세이를 읽었다. 내용이 잔잔하고 무리가 없어 읽는 스트레스가 없었는데 두뇌에 좋다고는 하지만 역시 매번 복잡한 책으로 가뜩이나 정리가 어려운 뇌를 후려칠 필요는 없다. 가끔은, 아니 종종은 이런 책도 좋고 아무 책이나 그저 읽어가면 된다.  


혼자였다면 지금쯤이면 서점에라도 훌쩍 나갔을테지만 이젠 그런 것도 쉽지 않은 것이 지금의 우리 회사가 아닌가.  직원에게 나갈 월급은 일단 투자가 되고 그 이상을 더 만들어내야 하는 현실. 알게 모르게 얼굴이 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래 저래 술을 부르는데 가능하면 주말에만 조금씩 마시려고 노력하게 된다. 몸도 마음도 망가지는 건 싫기 때문이고 혼술이 아닌 경우가 많은 탓이기도 하다.  사람들과 마시는 술도 즐겁지만 언제부터인지 혼자 마시는 술이 제일 맛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래 저래 열심히 일한 어제와는 달리 무척이나 게으르고 의미가 없는 듯한 하루가 거의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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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즐거운 휴무. Veterans Day. 1차대전의 종전을 기념하는 11월의 휴일이자 연말에서 연시로 이어지는 휴가시즌의 맛보기 같은 날이다.  참고로 5월에 기념하는 Memorial Day는 남북전쟁의 종식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한다 (난 이걸 2차대전의 Victory in Europe을 기념하는 날로 오늘까지 알고 잇었다).  오전에 운동을 하고 사과 한 개, 삶은 달걀 두 개를 먹고 Peet's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약간의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 간만에 느끼는 이 여유와 적당히 시끄러운 카페 내부의 소음, 그리고 11월 11일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햇살과 적절한 쌀쌀함이 딱 좋다.  계속 앉아 있을 수는 없겠지만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하는 거다.


딱 저만큼 쓰고 개인시간은 종료. 


화요일인 오늘 정상출근 후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내다가 다시 열어 본다. 


지난 주간,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했다. 운동도 그렇고 아직은 새로운 직원이 자리를 잡지 못한 탓에 나 역시도 그걸 챙겨주느라 갑자기 뭔가 붕 뜬 생활을 하고 있어 여전히 밸런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간 열심히 술을 마시느라 불어난 몸을 줄이기 위해 다시 음식을 조절하고 술을 멀리하는 것으로 몾란 운동량을 맞추고는 있지만 역시 귀찮아도 뭔가를 자꾸 해야 한다. 


자꾸 밀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읽은 책은 간략하게나마 정리하기로 한다.


이 책에서 선생이 말씀하시는 것들 중 가장 중요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으니 지식인들의 편함을 위한 논증오류가 되겠다. 박유하도 그랬고 일단의 소위 '친한파'라는 일본의 지식인들이 함께 '용서'와 '화해'를 통한 과거청산과 '상생'을 이야기하면서 잘못을 시인하지도 않고 용서를 빌 생각도 없는 가해자들에겐 책임을 묻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마치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다. 교묘하게 짜집기 하여 오류를 가득 담은 채 보편과 공정한 관점을 설파하는 이들의 글은 그저 '예쁘고' '편한' 글일 뿐, 포인트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다. 일전의 필화사건으로 박유하에 대해 알게 됐는데 원래 이 방면에서 그런 류의 지식인 행세로 꽤나 이름이 있는 듯 선생의 글에서 비슷한 계통으로 비슷한 소리를 하는 인간들과 함께 거론이 된 걸 보았다.  이슈를 단면적으로 자르고 단편화하여 뭔가 그럴듯한 말을 하려고는 하지만 결국 가는 곳은 별볼일이 없다.  


Lee Child의 Jack Reacher 시리즈 신간. 여전히 방황하며 이리 저리 미국을 버스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으로 점점 깊숙히 관여하게 되어 결국에는 한 동네를 주름잡고 있는 라이벌 갱단과 한바탕 하는 이야기. 이런 사이다스러움이 좋아서 Jack Reacher시리즈를 읽고 있는데 조금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기승전결이 너무 같아서 그렇고, Jack Reacher는 수퍼맨처럼 강력하기만 하니 더욱 그렇게 시들해지는 것 같다. 


이런 사람이 하나 한국땅에 나타나서 전씨와 이씨를 아작내고 윤씨의 검찰도 아작내고, 정신 못차리고 헬렐레 하는 법원도 박살을 내고, 했으면 참 속은 시원할 것이다.  아니 요즘이라면 이런 사람은 홍콩에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읽고 나서는 참 그냥 아무것도 아닌 허무한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보는 책.



어쩌다 미술관에 가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고흐, 램브란트, 블랜샤드, 윌리엄 터너, 모네, 클림트, 루벤스, 고갱, 로댕, 르네 마그리트, 그리고 앤디 워홀까지 전시회가 있으면 가서 봤다.  기억하기로는 고흐는 한국에서 한번 봤고 이후 여기서 다시 본 것 같은데 미국에서 미술관을 가기 시작한 건 아마도 윌리엄 터너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를 먼저 보고 갔더니 reference가 되어 훨씬 좋았었는데 모든 이의 삶이 영화화된 건 아니라서 이후로는 그런 예습의 기회는 없었다. 


이 책은 그렇게 유명한 예술가들을 추려서 reference한 소개책자라고 볼 수 있고 내용이 상당히 실하다고 생각된다. 내년 3월에는 마침 프리다의 전시회가 예정되어 있으니 그 전에 다시 한번 읽고 가면 좋을 듯.  물론 일차사료에 해당하는 것들을 찾아보면 더욱 좋겠지만 누구나 시작하는 지점은 필요하고 그때 이런 책이면 나쁘지 않겠다.


'걸어본다'라는 시리즈의 작명이 맘에 들어 하나씩 구했다. 그저 어딘가 떠나고 싶고 매일의 삶에 지칠 때 아껴 읽을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평론가 K는 광주에 사는 386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추정은 정확한 표현이 아닌 것이 제목과 소개에서 이미 그가 '평론가'이며 386세대이고 광주에 사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추정'이란 말이 나온 건, 그가 누군지는 내가 정확하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억지스럽지만). 


광주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의 의미로 다가오는 곳이다. 많은 이들에겐 민주화의 성지로, 어떤 놈들에겐 전혀 반대의 의미로, 또다른 새끼에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떠드는 놈들을 통해 과거에서 현재로 옮겨진 어떤 기억일 것이다.


그런 광주를 그는 걷는다. 이곳 저곳에 대한 글을 적는다. 그런데 저자도 자신이 없어하는 바, 막상 그렇게 하니 아는 곳이 별로 없댄다.  그래서 그는 그냥 돌아다닌다. 그런데 그게 또 뭔가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이 책을 읽던 날의 나는 특히 그랬다. 늦가을 저녁, 어둑어둑해지는 바깥을 보면서 지친 맘을 그렇게 달랬다.  은근히 괜찮이 시리즈라고 생각된다. 이가 빠진 몇 권을 더 사서 갖추고 하나씩 꺼내 볼 생각이다.


대충 90년대가 시작될 무렵 국민학교 5-6학년 이상이었을 사람들 중에서 오락실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푹 빠질 수 밖에 없을 이야기. 언제나 생각하는 바, 일본애들이 청춘물은 참 잘 만든다. 한국의 정서와는 많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와서 박히는 느낌이 좋다.  지금엔 당연한 프로게이머란 것이 definition자체가 성립되지 않던 시절부터 게임을 즐겨온 주인공. 그런 주인공과 너무도 잘 맞는 그야말로 츤데레 대장 같은 오노 아키라. 그녀가 LA로 유학갔다 돌아오는 사이에 주인공을 통해 전자오락의 세계로 빠져든 또 다른 소녀 히다카 코하루. 오락실 황금시대의 추억과 삼각관계의 청춘물이라니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아저씨는 이런 만화를 통해서 다시 오락을 할 마음이 생기고 40을 넘긴 주제에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리게 되는 것이다.  부디 제대로 다 나와주길.  넷플릭스엔 이미 15개의 에피소드가 나와 있다. 


이제 다시 일하다가 한국의 오전시간에 맞춰 상담을 해야 하는 시간.  어쨌든 계속 읽고 쓰다 보면 80=10000에 이르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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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여유가 없는 일상이 4주째 이어지고 있다. 일도 바쁘지만 사람이 하나 더 있으니 일을 덜어주기 위한 이런 저런 업무승계와 트레이닝, 회사정리 등 여러 가지로 내 시간을 쓰기 어려운 면이 있다.  혼자 있었다면 일거리를 들고 나가는 것도, 그냥 서점에 가서 앉아 책을 보며 일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겠지만 이게 또 직원이 있으니 회사의 분위기나 업무환경도 고려해야 하는 면이 있어서 맘처럼 되지 않는다.  책읽기도 느려지고 글도 점점 올리지 않게 되는데, 확실히 2-3일 정도만 게으르면 아무리 그간 꾸준히 해온 것들이라고 해도 점점 더 느슨해지는 것 같다.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운동을 해왔어도 딱 3일만 안 가면 계속 가기 싫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  해서 오늘은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려 보려 페이퍼를 열었다.


일상을 돌아볼 여유가 없이 그렇게 정신 없이 살다가 어느날 문득 한번 정도 삶을 돌아보게 된다. 차이나타운의 공원에 모여 푼돈을 걸고 자잘한 도박을 하면서 즐겁게 하루를 보내는 중국노인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사람 사는건 별다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몸을 누일 집과 속을 채워줄 음식, 약간의 운동과 좋아하는 취미가 있으면 그만 아닐까 싶은 것이다. 


해가 밝은 하루의 낮도 좋고, 새벽이나 이른 아침의 쌉쌀한 공기의 맛도 좋지만 이렇게 모두 잠든 밤에 홀로 달빛을 벗삼에 맑은 공기를 마시면 돌아다니는 것도 참 좋을 것이다. 도시에서는 인공의 빛 때문에 느끼지 못하지만 사실 달빛이 밝고 탁 트인 한밤중의 벌판은 나름대로 충분히 돌아다닐 만 하지 않을까?  걸으면서 활성화된 두뇌는 온갖 상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깊은 행공이 되어 내면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할 것이다.  그저 평화롭게, 건강하게, 즐겁게 나이를 먹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치열했던 20대, 그리고 아수라장을 헤쳐나온 듯한 30대를 지나고 이제 40대의 중반을 향해 가는 지금. 언젠가 신이 허락하신다면 조용한 곳을 찾아 평화롭게 남은 생을 살다 가리라는 다짐을 해본다. 마치 'Band of Brothers'에서 노르망디상륙작전의 전초전을 치뤄낸 Richard Winters대위의 독백처럼...


이걸 정리한 플루타르코스도, 한글로 편역한 이윤기선생도, 읽는 나도 무척 고된 여정이 아닌가 싶다.  어릴 때 읽던 수준의 이야기책이 아니라서 더욱 그런지도.  어쨌든 무척 오래 걸렸지만 이제 마지막 권을 붙잡게 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인물들이 비교되어 다뤄졌는데 어릴 땐 그저 '훌륭한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로 간단하게 축약된 듯, 깊은 인물비교와 비평은 무척 새롭다.  


영웅은 무얼까? 사람을 많이 죽이면 영웅이 될까? 땅을 많이 빼앗으면 영웅일까? 남들에게 당대에, 그리고 후세에까지 칭송을 받는 것이 영웅의 조건일까?  여기에 나온 사람들, 나아가서 우리 시대에도 익숙하게 다뤄지는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역사에 남은 걸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답 대신 궁금함이 늘어간다.



단순한 번역이라고 해도 그렇겠지만 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정리해서 나오는 다이제스트지 같은 교양서적은 특히나 작가나 민족성을 반영하는 것 같다. '프랑스 혁명'을 일종의 '극약처방'에 비유하는 것에선 이 때문인지 일본의 냄새가 짙게 맡아진다.  '프랑스 혁명'과 메이지유신을 비교하는 건 더더욱 억지스럽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하겠지만 딱 거기까지만.  더도 덜도 말고 교양서적으로 보면 되는 책이다.  다치바다 다카시가 말한 '교양'은 뭘까? 

















머리가 아프면 추리소설이 딱이다. 물론 SF도 좋고 판타지도 아주 좋다만. 10월의 막바지. 너무 책을 못 읽다가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간 쌓인 추리소설을 하나씩 해치웠다.  모두 즐거운 시간을 주었다. 


이번 주간엔 좀 시간이 없었지만 주말까지는 몇 권을 더 읽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40년간 만 권을 읽겠다는 나의 원대한 계획이 갑자기 무너지게 할 수는 없으니까.  2017년부터 금년 10월까지의 집계가 714권이고 매년 250권이면 4년 = 1000권이고, 40년이면 만 권이 될테니 일단 남은 2019년, 좀더 열심히 읽어야 한다.  


어려워도, 맘에 드는 글이 써지지 (지금도 그렇지만) 않더라도 그저 꾸준히 뭔가를 읽고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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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힘차다. 열심하고 보람되이 지나가는 걸 느낀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사무실은 아마도 다음 주말까지는 거의 정비가 완료될 것이다. 같은 기간에는 홈페이지 구성을 바꾸기 위한 밑그림이 끝나고 estimate을 의뢰하는 수준까지 갈 것이다. 이후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를 영문화해서 추가로 의뢰하고 언젠가는 스페인어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시장개척을 위해서 아마도 난 다음 학기엔 스페인어를 공부하게 될 것이다. 고등학교 때 3년을 했고 지금도 기본적으로 스페인 알파벳을 읽을 수는 있으나 말을 잘 하고 문서를 독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뭘 하든, 발버둥을 쳐서라도 하와이에서의 삶을 앞당기고 싶다. 일은 문제가 아니다. 많으면 그 만큼 다 처리할 능력에 직원의 도움도 받고 그래도 안되면 사람을 쓰면 그만이다.  


요즘의 일상에서 조금 아쉬운 건 책을 읽는 시간이 줄었다는 것과 그간의 잦은 음주로 좀 부었다는 점. 책은 차차 내 생활의 패턴을 찾아가는 것으로 다시 회복하고 운동과 절식, 그리고 절주를 다시 실행하여 몸상태를 끌어올리면 된다.  늦가을이 막 시작되는 듯 아침과 저녁엔 상당히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세입자를 위해 구비된 건물의 작은 gym에서 30분간 달리고 17분간 자전거를 탔다. 감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게으름과 나태라서.  


내일은 반드시 새벽운동을 할 것이다. 수요일이고 중간이라서 cardio와 yoga, 아니면 5대장과 cardio로 짧고 임팩트있게 잡아보고 있다. 무얼 하든 뛰는 걸 섞을 예정인데 요건 오늘 뛰었기 때문에 몸상태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  


금년엔 미국의 나이로 43이 된다. 딱 10년. 열심히 뛰고 하와이로 갈 준비를 할 것이다.  물론 하와이로 못 갈 수도 있으니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고 차선으로는 바다와 산이 있는 동네 몇 군데를 후보지로 두고 고민할 것이다.  사실 하와이라도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가 아닌 코나 같은 곳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서 어느 정도의 준비만 갖추면 갈 수는 있겠으나 꿈이라면 조금 좁더라도 와이키키에 면한 콘도 하나를 장만하고 켈리포니아 시간에 맞춰 일하고 오후 2시부터는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바닷가에서 남은 하루를 보내는 것이 꿈이다.  어쩌면 any 하와이가 아닌 오아후가 꿈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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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하게 된 것이 내일이면 벌써 2주를 꽉 채운 후의 3주의 시작이다.  매일 무엇인가 일을 줘야 하고, 덕분에 조금씩 모든 걸 내가 처리하던 일정이 나눠지고 있다. 거기에 아무래도 혼자의 머리로 정리와 구성을 맞춰가던 reset의 한계도 더 나아지고 있으니 넉넉하게 잡고 11월 중반까지는 이런 부분의 정리가 드디어 끝날 것 같다.  이런 저런 행정적인 reset도 11월 중으로는 다 끝낼 예정이고 12월에는 내년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경영을 시작할 준비도 할 것이니 많이 바쁘고 정신 없는 2019년의 마지막을 향할 것이다.  여유가 된다면 이렇게 적절한 사람을 하나씩 더해서 탄탄하고 멋진 조직을 꾸리고 싶다만 여러 모로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살아내야 할 것이다.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고 다시 어느 정도는 원래의 패턴을 찾았다. 예전처럼 사무실에서 마구잡이로 일을 하다가 쉬면서 독서를 하는 식은 좀 어려울 것이지만 그래도 중간에 쉬는 시간을 가질 땐 언제나 책을 읽을 생각을 한다.  


경찰이나 검찰이 실수로 누군가를 범인으로 만들어버리는 행위를 작품에서는 '원죄'라고 표현한다.  그 '원죄'가 발생할 때 함께 사건을 맡았던 형사가 조직의 박해와 왕따를 견뎌내며 '원죄'에 대한 속죄를 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과거와 진범을 잡고, 더 나은 형사가 되어 가는 모습까지만 나왔다면 그저 그런 이야기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원죄'를 불러일으키는 강압적인 수사방식과 자백을 유도하는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수사, 검경과 판사까지 결과적으로는 하나가 되어 짓밟은 인권. 이걸 개선하기 위한 혼자의 노력,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미스터리를 통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사회파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한 사람을 타깃으로 하면 별건수사와 끝없는 수사대상의 확대를 통해 사돈의 팔촌의 사돈의 팔촌까지도 털어서 사람을 괴롭히고 그의 삶을 파탄내버리는 언론과 검찰이라는 절대악과도 같은 절대권력의 횡포를 눈앞에서 보는 21세기의 19번째 해.  과연 그자들은 '원죄'에 대한 속죄의식, 아니 인식이라고 있을런지.


꾸준히 문제의식을 갖고 읽는 서경식선생의 책. 지금까지 한국어로 번역된 걸 모두 구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두 권이 더 있길래 구했다. 제목처럼 복잡한 identity가 필연적인 재일조선인의 눈으로 보는 소속의 문제, 일본에 의한 차별, 한국으로 와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는 같은 이슈들에 대한 에세이를 모았다. 


생각해보면 재일조선인들은 일본에서는 한국계 이방인으로 이런 저런 탄압과 차별의 대상이지만, 한국에 오면 '일본놈'으로 또다시 이런 저런 묘한 뒷담화와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아키야마 요시히로 (한국명: 추성훈)이 한국에서 유도선수로 생활하던 당시 받았던 차별 (한국어가 서툴러 쪽발이란 말을 들었다던)과 유도계에 만연한 특정학교의 횡포에 시달리다가 결국 일본으로 귀화했던 바 개인적인 이유도 있고 다른 많은 일들이 함께 계기가 되었지만 적어도 그가 한국땅에서 쪽발이나 왜놈이란 소릴 들었다는 건 한국이란 나라가 갖고 있는 무의식/의식적인 각종 인종차별과 무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하나가 재일조선인이란 것이 많이 속상하고 많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정부도 마찬가지였는데 서경식선생의 형들 두 분은 박정희때 모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빨갱이'로 몰려 갖은 고문과 불법적인 행위에 시달렸고 무척 오랜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더랬다.  모국으로 가서 열심히 공부해서 일본이 아닌 한국인으로 무엇인가를 하려던 많은 사람들을 그렇게 남북이 각각 다양한 이유와 목적을 두고 이용하고 괴롭혀온 것이 재일조선인/모국의 역사였던 것.  


경계인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재일조선인들의 모습은 팔레스타인사람들이나 2차대전 때 박해를 받고 '인종청소'를 당했던 유대인들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고 선생은 보는 바, 그를 통해 에드워드 사이드나 프리모 레비를 접하고 약간은 그런 관점에 대한 이해를 했던 것 같다.  


그냥 나쁜 '일본사람'에서 끝내지 말고 주변을 돌아보고 삶에 읽은 걸 대입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나 역시도 어쩌면 조금 더 나은 형편의 경계인이 아닐까...미국인이되 한국인이고 한국인이되 미국인인...


늘 이런 잔잔한 책을 주기적으로 구해서 읽곤 한다. 그러다가 알라딘을 열고 관심이 가는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책을 잘 정리해서 꽂아둔 따뜻하고 멋진 서재를 갖는 날을 꿈꾸다가 어느 날엔가는 평화롭게 조용히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한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에서 은퇴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zillow.com을 켜고 하와이의 호놀룰루나 코나섬의 집값을 뒤져보는 것이다.  '책꽂이 투쟁기'를 보다가 이번에 사무실을 옮기면서 버린 자계서류의 책들을 떠올리면서 과연 그때의 선택이 옳았던 것인가 생각해보았고, '속초'를 보면서 산과 바다, 그리고 좋은 서점이 있으면서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덕분에 상대적으로는 좀더 나은 조건으로 집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속초라는 도시를 떠올렸다. 나도 바닷가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학교도 어쩌다 보니 바닷가를 지척에 둔 산속캠퍼스에서 보낸 사람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 산과 바다가 함께 있는 곳에 끌린다.  Santa Cruz, 아니면 거기서 1번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몬트레이를 지나면 나오는 Carmel by the Sea 같은 작고 예쁜 타운에서 늙어가도 좋겠다. 물론 아직은 하와이가 지상낙원의 구현이라고 믿고는 있지만...


이건 영화를 꼭 봐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영화는 아직 못 봤다. 2001년이면 이런 과학기술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했을 정도로 꽤 예전에 나온 책과 영화라는 면도 생각하면 재밌다만, 더욱 신기한 건 이 책에서 그린 과거와 미래의 연결이 아닐까.  우리가 상상도 못할 만큼 오래 전에 이미 과학문명을 이룩하고 진화를 거듭해서 파동으로 존재하는 어떤 인류에 의해 우주 곳곳에서 이뤄진 문명촉진, 그 이후 다시 한번 이를 통해 진화하는 우리 시대의 '첫 번째 원숭이'가 출현하는 부분이 아마 다음 편의 시작이 될 것 같다.  천천히 아껴 먹고 있는 시리즈.


10월이 나흘이면 끝인데 아마 첫 날의 예상과는 달리 잘해야 12권에서 15권 사이를 읽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남은 11월과 12월은 잉여가 아닌 기대목표치를 reach하기 위해 발버둥칠 필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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