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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6 - 통일 제국 진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2월
평점 :
500년여년 간 지속됐던 춘추전국 시대의 종말은 진시황의 등장으로 끝맺는다. 이희재 화백의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6권은 ‘통일 제국 진’이란 부제로 대륙을 하나의 질서로 엮은 진나라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기원전 221년, 진왕 정이 중원 6국을 멸하여 하나로 묶었다(p12).
태황(太皇)의 황, 오제(五帝)의 제를 따서 ‘황제’라는 말이 진시황에 이르러 처음 등장했다니, 새삼 내 얕은 역사 지식을 마주하게 된다. 봉건 제후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황제가 그의 대리인으로 지방관을 파견하는 신제도가 도입된다. 이때 문자, 화폐, 도량형 등도 통일한다. 이처럼 위대한 과업을 이룬 진시황도 죽음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 되어 통치를 뒤로한 채 불로장생을 꿈꾸며 방사들에게 의지한다.
흉노를 방어하기 위해 장성을 쌓지만 이는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는 일이었다. 궁궐을 확장하기 위해 70만에 달하는 죄수들이 부역에 동원되고, 백성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언론의 자유를 옭아매는 ‘분서령’을 내린다. 그 어느때보다도 강력한 황권을 지닌 시기였지만, 그만큼 무자비한 폭정을 일삼았으며 특히 옛 선언들의 말씀을 전하는 유학자들은 그 매서운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스무명이 넘는 아들을 둔 진시황, 그의 죽음 이후 닥칠 혼란은 누가봐도 자명했다. 그토록 불로불사에 집착했건만 결국 길 위에서 숨을 거둔 진시황의 죽음을 기점으로 진나라는 또 다른 분기점에 선다. 진시황의 막내아들 호해, 그의 스승인 조고와 진시황의 승상 이사. 순리를 거스르고 자신의 권력욕에 심취한 세 사람의 연합으로 진나라는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진다.
이에 초나라 출신 진승은 농민을 봉기해 초왕에 오르고, 진의 멸망을 촉구하는 봉기가 대륙에 줄지어 일어난다. 통일 제국을 이뤘으나 이를 유지하는 건 더 어려운 것 같다. 유방과 장량, 항우 등 걸출한 인물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반진 세력이 점점 세를 키워간다.
일찍이 진나라를 망치는 것이 ‘호(胡)’라 했으니 시황이 그 주범을 오랑캐라 여겨 장성을 쌓았지만, 진은 호해로 인해 망국으로 달렸다. (p185)
시황의 통일 이후, 영원한 제국을 꿈꾸었던 진나라는 채 15년을 버티지 못하고 최후를 맞았다. (p192)
진 제국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룩한 성취는 석 달 동안 불타며 잿더미로 변했다. 제국의 종말이었다. (p230)
무엇을 위해 아등바등 사는지, 인생의 허망함이 몰려온다. 진짜 문제보다 내 마음이 편하고자 하는 문제 해결 방식을 취하고, 영원을 꿈꾸는 헛된 망상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모든 것을 잃고 남은 것이 펜 한자루에 불과했던 사마천은 어떤 마음으로 이 역사서를 썼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본 서평은 부흥카페 서평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05009)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