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험 - 너머의 세계를 탐하다
앤드루 레이더 지음, 민청기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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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우주 엔지니어인 앤드루 레이더가 쓴 『인간의 탐험』은 엄청난 양의 지식을 한권의 책으로 집대성해서 모아 놓았다. 저자 본인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큰 동경이 있다보니 인류가 지금까지 탐험해 온 길을 서술하면서 흥분해하는게 활자로도 느껴질 정도다. 그는 현실에 안주하며 당장의 안락함에 취한 상태를 가장 안타깝게 바라본다. 부족한 것이 없었기에 외부 세계와의 교류를 포기한 중국의 이야기는 내가 봐도 참 안타깝다. 탐험을 포기했기에, 세계의 패권이 유럽으로 넘어갔다는 말이 납득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진취적인 성향의 사람이 아니다보니 충분한 안락함이 주어진다면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하고,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탐험하면서 불러 온갖 재앙에 분노하다보니 탐험에 대한 이미지가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에게 도전은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이며, 인류가 앞으로도 마땅히 나아가야 할 길이다. 탐험을 찬양하는 글이 대부분인 책을 읽으며, 그의 논지에 완전히 동의하면 탐험을 이유로 인간이 행한 나쁜 짓들까지 합리화 시키는 것 같아 자꾸 비판적으로 읽게 되는데 생각해보면 인류는 어떤 이유에서건 그다지 착했던 적이 없다는거다. 책에서 언급됐듯 옛 인류는 식인도 했는걸… 단지 유럽에 단지 유럽에 패권이 넘어갈 무렵은 무기가 더 발명했고 좀 더 보이는 재화에 탐욕스러웠을 뿐이다.

지금 우리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가장 진화한 최첨단 과학기술(?)을 가지고 우주를 탐험하려 하는데, 우주를 탐험하고자 하는 열망은 현대에 와서 갑자기 발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고대 인류의 역사를 읊으며 고대인들이 얼마나 구석구석 탐험하는 것을 좋아했는지, 그들의 지식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발전했는지를 일깨워준다. 그가 책 곳곳이 IF를 가정해 말하는 것들은, 설마 그게 가능할까? 싶을 만큼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워낙 내용이 많아 한번에 다 흡수하기에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인류는 계속해서 ‘탐험’을 해야하며, 지금 당장 우리는 우주를 향해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약한 발걸음이 큰 발걸음이 되는 그 순간까지, 저자는 책을 통해 탐험의 역사를 정리했는데 또 어떤 새로운 도전을 할지 궁금해진다. 직접 만나서 얘기해보면 굉장히 박학다식하고 공상가(?) 느낌이 날 것 같아 한번쯤 만나보고 싶은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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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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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위대한 극작가로 불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정말 다양하지만 대중들에게 흔히 알려진 건 그가 쓴 비극이다. 왜 사람들은 행복한 이야기를 쓴 희극보다 슬픔과 절망, 좌절로 점철된 비극을 더 가치있게 보는걸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저서 『시학』에서 극예술에 대해 정리하고 분석했는데 특히 비극이 가진 힘에 대해서 주목했다. 재밌는 점은 내게 아리스토텔레스도 엄청 머나먼 사람처럼 느껴지는데 책에서 오디세이아, 일리아스 등 비극을 담은 서사시를 예시로 들며 설명했다는 점이다. 새삼 호메로스가 얼마나 옛날 사람인지, 왜 현대에서 여전히 그가 물음표로만 남은 인물인지 실감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의 특징에 대해서도 정리했는데 흥미로운 건 현대에서도 그 플롯이 그대로 쓰인다는 거다. 모든 사건은 태양이 뜨기 전에 끝이 난다. 그 어떤 영화나 소설도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는 없다. 가장 인상 깊은 건 희극은 우리보다 못한 이를, 비극은 우리보다 나은 사람을 묘방하려 한다는 내용인데 생각해보면 왜 오랜 세월 전해지는 비극의 주인공이 다 신이나 왕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학을 읽으면서 인간은 자신보다 더 대단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비극에 열광하고 카타르시스, 즉 쾌감을 느끼는 아주 사악한 존재라는 걸 확신했다. 한편의 완성도 있는 극이 쓰여지기 까지 얼마나 많은 원칙이 필요하며, 그 플롯에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지 굉장히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놀라운건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3세기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거다. 시학에 정리된 비극에 플롯이 현대에도 유효한 걸 보면 인간의 창의력이 한계가 있는건지 옛날 사람들이 대단한건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짧은 책이지만 고전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가 예시로 든 그리스 비극 작품들을 다 알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컸다. 이번 기회에 책에 서술된 작품들을 읽고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내가 무심코 흥미를 느꼈던 이야기들이 실상 누군가 엄청 치밀하게 정리한 플롯에서 비롯된거라니.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석함에 찬사를 보낸다. 옛날에 이렇게 대단한 일들을 다해두니 현대를 사는 문과생들이 살기가 힘든거다. 비극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어 재밌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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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과 왕릉, 600년 조선문화를 걷다
한국역사인문교육원(미래학교) 지음 / 창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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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한양의 궁궐과 왕릉을 가볍지만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궁궐과 왕릉, 600년 조선문화를 걷다』는 한국역사인문교육원의 저술교실 작가들이 공동 집필한 책으로 16가지 주제로 궁궐과 왕릉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들의 이력이 역사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다 보니 그 어떤 책보다도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코로나 시국에 쉬이 떠날 수 없는 현장답사를 직접 떠난 느낌이다.

보통 역사 교양책은 왕과 왕비의 삶을 주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슷한 분량으로 궁녀와 내시까지 할애한 점이 인상깊다. 어떻게 보면 궁녀와 내시들은 조선이란 체제의 한 축을 떠맡은 이들인데 여전히 너무 저평가되어 있단 생각이 든다. 그들은 엄연히 전문 직업인으로 시대의 흐름을 주도했는데 사람이 죽어서 후세에 길이길이 이름을 남기는 게 얼마나 힘든건가 새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조선시대에 태어나면 대단한 권력을 바라지 않고 그저 공주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공주조차 이름이 없다니, 새삼 여성 인권이 얼마나 하찮았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500년이란 긴 세월을 이어온 왕조를 구성해온 가장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살아서 그리고 죽어서까지.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이상을 구현하고자 했는지, 구석구석 훑어볼 수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궁궐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주역 부분은 나도 아직까지 어려워하는 부분이라 꽤 집중해서 읽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이걸 직접 설명하는 건 천지 차이인데, 이거 너무 의미만 거창한거 아닌가 불통하게 굴기도 하지만 그 무엇하나 허투로 지어진 것 없이 도덕 이상을 담으려 한 조상님들의 노고가 절절히 느껴진다. 아쉬운 점은 사진 자료들이 다 흑백이란 것 정도?   

학계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서술한 만큼 깊이 있는 내용보다는 교양 수준의 상식을 일반인들의 시선에 맞게 서술한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어려운 용어를 피하고 쉽게 풀어서 설명해 눈에 쏙쏙 들어오게 한다. 볕 좋은 날, 옛날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 지 궁금해진다면 이 책 한권을 들고 답사를 떠나 보길 추천한다. 일반인들이 알아야 하는 중요한 포인트는 다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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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서가명강 시리즈 15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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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전을 찬양하는 말을 익숙하게 듣고 살지만 정작 고전을 읽어보려고 펼치면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어디가 감동포인트인지, 왜 이 작가가, 작품이 훌륭하다고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는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사실 잘 와 닿지 않는 작품들이 많은데 서가명강 시리즈의 15번째 도서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의 저자 홍진호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이를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과거의 시대상, 그것도 외국의 것을 현대의 우리가 이해하는 게 쉬운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그는 이 책에서 4명의 작가를 소개하는데 호프만스탈 빼고는 다 한번씩은 작품을 읽어본 작가들이라 뭔가 아, 이 사람은 이런 시선에서 읽는거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에겐 인생 작가 내지 인생 책으로 손꼽히는 헤르만 헤세는 개인적으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작품세계를 가진 작가였는데, 표면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헤르만 헤세가 추구했던 문학과 그 당시에 시대상을 설명해주니까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가 아주 조금은 더 친숙해진 느낌이었다. 여전히 내게 상당한 거리감을 느끼게 하지만 헤세가 말하고자 하는 에 대해 나만의 해석을 덧붙이고 싶어지게 한다.

내가 꽤나 냉소적인 사람인건지 괴테는 정말 기이한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해왔었는데 젊은 베르터의 고통에서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정서, ‘짝사랑에 실패하고 자살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오랜 시간동안 고전이라고 좋다며 읽은 게 잘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홍진호 교수의 해석이 더해지자 왜 사람들이 한심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한 남자에 공감하고 열광했는지,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지 그 시대, 마치 괴테가 살아숨쉬던 그 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친절한 설명으로 표면적인 스토리보다 더 많은 것을 함의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중역 문제도 짚고 넘어가는데 이 작품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더 익숙한게 대표적인 오역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번역이란 게 정말 미묘한 뤼앙스 차이라 아주 작은 것만으로도 그 의미를 바꿔버리는데 내가 능력이 된다면 독일어를 직접 구사해서 원문으로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좋겠단 욕심이 들었다.

카프카의 작품은 정말, 도대체 이 작가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이런 글을 쓴걸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데 그게 카프카라는 식의 해석도 좋았다. 나한테 카프카 작품은 굉장히 지루하고, 뭐랄까 인간을 너무 하찮게 만든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게 카프카다! 고전이 어려운 게 당연한 거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아직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호프만스탈은…… 저자도 어렵다고 하니까 솔직히 두렵다. 아직 친숙한 고전들도 내공이 충분히 쌓아지지 않았는데 악명높은 난이도를 내가 과연 정복할 수 있을까. 유명한 고전들도 다 정복하지 못한지라 먼 훗날 언젠가는 도전하겠지만 내가 호프만스탈의 작품을 읽고 나서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내 독서내공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고전을 읽을 생각을 하면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한숨부터 나오긴 하는데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을 읽고다니 지금 당장 고전을 찾아 읽어야 겠단 생각이 든다. 왜 우리는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고전 읽기가 두렵다면 우선 이 책을 통해 고전의 의미를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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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현대지성 클래식 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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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 레플 톨스토이의 단편 10편을 모은 이 책의 표제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분명 예전에 읽었던 기억은 있는데 와 닿는 느낌이 다른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더 이상 세상을 한없이 아름답게 보지 않아서 그런지 고작 새 외투 한 벌 조차 마련할 수 없는 두 부부의 곤궁한 살림살이에 분노하고 저런 말도 안되는 쇼를 벌이는 신의 행태에 더 분노했다. 톨스토이의 단편을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주인공들이 다 가난해도 선하기 그지없는 인물들인데 심지어 신실하기까지 하다. 객관적으로 누가봐도 불행한 상황에서도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이 숭고함. 다들 너무 호구들이라 미워해야 할 신을 미워하지도 못하니 내가 대신 불평불만을 대신해주고 싶어진다. 아니, 그럴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태어나자 마자 어머니를 잃을 위기에 처했는데 신이 아니라 신 할아버지가 와도 가엾은 마음을 가지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자기 말에 항명했다고 더없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천사를 인간세상으로 추방해 벌을 내리고 고작 깨달은 게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다니! 톨스토이가 내 눈 앞에 있다면 멱살이라도 잡고 따지고 싶어 진다. 현대의 가치관과는 더없이 맞지 않는 소설이다. 이쯤 되면 톨스토이의 신은 인간의 불행을 즐기는 건가 싶다. 한 사람의 일생을 극한으로 몰아넣고는 자신을 만나 회개하고 순종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변태인가.

나는 톨스토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착하지도 않고 신실하지도 않아서 아무리 읽어도 이 책에서 사랑을 찾을 수 없으며, 사랑을 깨닫는 과정에도 전혀 공감할 수 없다. 가난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자식은 건들이지 말아야지. 제 자식 잡아간 신이 뭐 그리 좋다고 하루종일 기다리며 대접을 하겠다는 건지, 마르띤도 잘 이해가 안가고. 아무튼 다들 기이할만큼 너무 착하다. 책 소개에 이 책에 수록된 10편의 단편들이 톨스토이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때 쓰였다고 서술되어 있는 데, 무엇으로부터 구원받고 싶어 이런 글을 쓴 건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람이 아무리 수세에 몰려도 신을 통해 정신승리를 할 수 있다는 교훈인가. 삶이 가혹하게 느껴질 때 이 책을 읽으면 정말 불행해 질 것 같다. 내 비난은 온전히 톨스토이와 신을 향한 것이지 책을 향한 것은 아니다. 막장 드라마를 이런 맛에 보는 건가 싶을 만큼 자극적인 소재(?)에 후딱 읽었으니, 내가 이상한건가, 톨스토이가 대단한 작가인건가 고개가 갸웃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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