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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디션 1 (고급 벨벳양장본) -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 외 감수 / 코너스톤 / 2021년 6월
평점 :

‘휴! 이제 됐다… 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사람들이 도둑이라는 편한 직업을 택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단 말이야. 잔꾀나
좀 부리고 생각할 줄만 알면 이보다 더 매력적인 직업도 없는데. 이처럼 편하고… 건실한 직업도 없지… 가끔은 너무 쉬워서… 지루할 정도니.’ (p226)
영국에는 셜록 홈즈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아르센 뤼팽이 있다! ‘괴도 신사’라는 별명답게 뤼팽의 범행은 신출귀몰하다. 경찰들을 제 손 위에 올려놓고 마음대로 주무르며 그들을 기만하는 것을 즐긴다.
당당하게 이 물건을 훔치겠다고 선전포고를 하고, 사람의 심리를 역이용해 그가 짠 촘촘한
그물에 사람들을 낚는다. 그러고는 도둑질이 세상에서 제일 쉬웠다고 한다……
아주 작은 월급 루팡중인 소도둑 처지다보니 모름지기 사람으로 태어나 도둑질을 한다면
뤼팽처럼 대단한 가치를 지닌 보물 정도는 훔쳐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난 잔꾀도 못 부리고 생각도 잘
못해서 작은 월급 루팡으로 만족하고 산다 ㅎㅎ
사실 뤼팽을 책으로 읽은 건 처음이고 넷플릭스로 가끔 봤었는데 책으로 보니까 새롭게
느껴진다. 뤼팽의 불운했던 어린 시절, 그 역시 사기꾼들에게
뒷통수 맞은 썰, 대놓고 경찰들을 기만하는 에피소드 등 한번 읽기 시작하면 정말 정신없이 빠져드는 책이다. 뤼팽이라는 인물이 이토록 입체적이고, 또 순정남이라니! 사랑에 빠져서 정신 못 차리는 뤼팽을 보자니 그도 결국 평범한 남자구나 싶고.
한 인간으로서 뤼팽은 어떤 사람일지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중간중간 사람들을 농락하는 에피소드들이 팡팡 터져서 사이다도 마실 수 있다! 근데 또 재밌는게 책에서 뤼팽을 다루는 언론들이 그에게 꽤나 우호적이라는 거다. 시민들도 뤼팽의 다음 행보에 대해 상당히 관심이 많고. 내가 엄청
어렸을 때 일인데 탈옥수수로 이름을 날렸던 한 죄수가 생각나기도 한다. 뤼팽의 작가 모리스 르블랑은
1905년 뤼팽을 발표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무언가 신비스럽고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대중은 열광하는 듯 싶다. 나 역시
뤼팽 드라마를 보면서 그의 천역덕스러움과 대범함에 흠뻑 매료되었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책에서 헐록 숌즈라고 번역해서 오타인가 싶었는데 나름 저작권을 보호해 준 조치(?)인가 싶다. 영국의 헐록 숌즈와 프랑스의 아르쉔 뤼팽이 겨룬다면
과연 누가 이길까? 일단 1라운드의 결과는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1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일매일 월급 루팡 중인 평범한 이들에게 매우 짜릿한 책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월급 루팡은 스케일이 너무 작다…. 억소리나는 다이아몬드
정도는 훔쳐야 루팡이란 이름 값에 부끄럽지 않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