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서 보낸 일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
안토니오 콜리나스 지음, 정구석 옮김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디아나라는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는 학생 하노. 다가온 크리스마스 방학을 앞두고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또래보다 사색적이고 철학적이며 학구적이기까지 한 하노는 사람들보다는 책들과 가깝고 대화보다는 읽고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정립하는데 익숙한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친구들뿐만 아니라 가족들과도 당연히 코드가 맞지 않았다. 단 하나의 벗 마테오와 그의 여자친구 로사가 있긴 했지만 마음을 완전히 터놓을 수 있는 친구도 아니었다. 클래식을 좋아하고 고전에 탐닉해 있는 하노. 이 나이때에 이런 아이가 정말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그 어린날 데미안을 만났을 때 보다 더 깊은 시름에 빠졌고 이해하기 위해 반복해서 읽기를 거듭했다. 그래도 역시 하노를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일반적이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만 하노의 지적 탐구 수준은 어른인 나의 것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하노에게 한 학년 동안 일어난 일은 결코 달콤하지 않았다. 정숙한 디아나를 멀리하면서 유혹적인 마르타와 가까이 지내고 있던 하노에게 "나에게 와줘"라고 애원한 디아나의 편지는 묵살되었고 학교에선 낙제 했으며 디아나의 죽음을 접하고 나서는 쓰러져 병마와 싸우게 되었다. 이 우울한 결말이 청소년의 방황과 성장에 꼭 필요한 것이었을까. 너무나 사색적이고 어렵고 그 나이때에 방황하고 고민할 주제로는 무거운 것이었기에 철학적인 면에서는 뛰어난 작품일지 모르지만 청소년들이나 평범한 일반인들에게 이 책은 쉽게 선택하기엔 어려운 책이 아닐까.

 

그래서 읽고나서 선물줄 대상도 고심고심하고 있다. 과연 누구에게 선물해야 이 책을 소화하고 뿌듯하게 소장할 것인지.....언뜻 떠오르는 인물이 정말 없다. 보통 쉽게 선물 줄 대상들을 떠올리곤 했는데 이 책은 정말 없다. 그만큼 어려웠다. 몇번을 읽어도.

스페인권 독자들의 지적 수준이 정말 이정도로 높단 말인가. 나는 이제껏 우물안 개구리고 살아왔음을 통감하면서 개구리가 할 수 있는 자책과 후회로 이 밤을 지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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