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왕후의 남자 드라마 대본집 1
송재정.김윤주 지음 / 로그인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본방사수하며 보던 드라마 [w]의 송재정 작가가 어느날 종영을 앞둔 드라마의 방송대본을 무료로 공개했다.  금새 닫혀 버릴까봐 얼른 가서 다운 받았는데, 바로 읽어보리라 했던 마음과 달리 아직 1부만 잠깐 열어본 상태다. 대신 그 전부터 읽고 싶었던 작가의 전작인 <인현왕후의 남자 대본집>을 친구에게 빌려 읽고 있다.

 

비가 소록소록 내리던 날, 카페에 들고 나와 읽기 시작한 <인현왕후의 남자>.  처음에는 드라마포토에세이인줄 알았다. 컬러풀한 사진들하며 드라마 장면,장면들의 사진들 하며...! 기존의 대본집은 보통 사진 한 장 실리지 않은 흰 바탕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자인 그냥 말 그대로의 대본집이 태반인 것을........

 내용은 <나인>처럼 시간을 오가는 이야기다. 다만 자신의 과거나 어느 시점이 아닌 역사 속을 오간다는 설정이 다를 뿐. 드라마에서 인현왕후 역을 맡은 배우 희진의 앞에 어느날 나타난 남자 붕도. 27세에 홍문관 교리를 재수받았으며 무려 열 아홉에 장원급제를한 재원 중의 재원인 그는 남인들의 세상에서 홀로 꼿꼿이 선 글방 샌님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던 서인이었다. 그런 그가 300년 후의 미래로 그것도 인현왕후가 등장하는 사극 촬영장에 뚝 떨어진 것도 모잘라 어느 못생긴 여인이 왕후를 사칭(?)하는 것까지 목도해버렸다. 첫만남부터 사단이났다.

 

2012년과 1694년을 오가는 이 드라마를 소문으로만 들었지 화면으로 본 적이 없어 대본을 보는 내내 내 머릿 속엔 드라마 영상이 아닌 상상의 영상이 돌고 있었다. 대본도 책과 같다. 쉽게 술술 읽히고 장면이 바로바로 그려지는 글이 있는가 하면 기대했던 것과 달리 대본으로 읽으면 자꾸 막혀 버리는 가독성이 떨어지는 대본도 있다. 언젠가 한번은 대체 이런 대본으로 어떻게 영상을 찍어냈지? 싶어질만큼 딱딱하고 어려웠던 대본도 있었다. 대본이 훌륭한지, 연출이 훌륭한지는 둘 다 봐야 알 수 있는 법.

 정말 쉽게 읽히는 대본을 집필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개인적인 취향이 더해졌겠지만 김은숙 작가, 김영현작가 그리고 송재정 작가를 꼽아본다. 재미있어서 한 번 집어들면 도무지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예전에 비해 드라마 대본 구하기도 쉬워진 요즘, 그 읽기는 더 신날 수 밖에 없다. 드라마를 먼저 보았건 대본을 먼저 읽게 되었건 상관없이....활자중독증을 앓고 있는 내겐 어느쪽이든 즐거운 시간일 수 밖에 없다.

 

 

 

비오는 창 밖을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손에 쥐어진 대본 한 권. 더할나위 없이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 드라마 <덱스터>에 주목하고 원작소설 읽기에 몰입하게 된 것은 '남다른 기대감' 때문이었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흉악범들을 응징할 수 있다는 쾌감. 어린 시절 '홍길동전'이나 '일지매'를 보면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그 느낌. 커서는 '스파이더맨', '배트맨','슈퍼맨'이 자신의 신분을 숨긴채 악당들을 징벌하는 영화속 장면에서 현실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통쾌감을 받게 된 것과 같은 효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덱스터>가 영웅이 아니라는 사실은 잊혀지지 않았다. 사이코패스였지만 기대감을 갖게 했던 '덱스터'와 달리 정유정 작가가 쓴 <종의 기원>의 주인공인 "유진"은 그 어떤 공포영화 스토리보다 더 섬찟하게 만들만큼 '악' 그 자체였다. 같은 사이코패스인데도 둘의 이미지는 참 달랐다. 어쩌면 유진이야말로 우리가 직면해야할 사이코패스의 전형이 아닐까 싶어질 정도였다.

 

영화 <추격자>에서 하정우가 연기했던 살인마와 닮은 '유진'을 통해 우리는 '악 그자체'를 만나볼 수 있었지만 소설을 읽는내내 그는 악의 꽃이 아닌 악의 원석같은 존재처럼 느껴졌다. 또한 그는 시한 폭탄이었다. 발작이 언제 일어날지 몰랐고 일단 발작이 시작되고나면 형을 밀고 엄마를 찔러대면서도 죄의식 따위는 발견되지 않았다. 인간백정. 이런 유진에게 걸맞는 표현이 아닐까. 게다가 그는 아주 똑똑했고 아직 어렸다. 가족을 죽인 것으로도 모자라 죽이고 친형처럼 함께 살아온 '해진'도 제거했다. 물론 불특정인물들도 그의 손을 벗어날 수 없었다.

 

미스터리나 공포물보다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이 더 무섭게 느껴진 것은 '사람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다시 실감케 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뉴스에서도 흔하게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뉴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웃이었으며 동창이었고 가족이라는 사실이다. 그 실체를 모른 채 편의점에서도 마주치고 은행이나 병원에서도 스쳐 지나쳤을지도 모른다는 거다. 어제 밥을 먹은 식당 옆 테이블에서 밥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불안증을 너무 많이 체감하게 만든다. '남의 일'로 치부하기엔 너무 빈번하게 일어난다. 너무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뉴스가, 매체들이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과연 그들만의 문제일까.

 

그 고민을 심도있게 하게 만든 소설이 바로 <종의 기원>이었다. 소설 한 권에 붙여지기엔 그 무게감이 너무 무겁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읽고나니 제목은 화두가 된다. 개인의 것이 아닌 사회의 화두로 던져졌다. <7년의 밤> 이후 좀처럼 전작을 뛰어넘는 소설을 발견하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독자 한 사람으로써 그녀를 계속 응원하길 잘했다 싶어진다. <종의 기원>은 <7년의 밤>만큼이나 멋진 작품이었으므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윤비 - 조선의 마지막 황후
서충원 지음 / 청어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의 마지막 황후...

명성황후의 이름에 가려져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의 비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의 나이 32살에 맞이한 13살의 꽃다운 어린 신부 윤비. 그녀는 무려 300여 명의 처녀들 중에서 간택된 세자비였는데......! 시국이 어려울 때 나라의 국모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자리가 아니었을까.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 그 마지막에 이름을 올린 순정효황후 윤비의 삶은 결코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그들을 둘러싼 모두가 행복하지 않았으니 그 사이에서 그들만 행복했을 리도 만무했고. 먼저 시어머니인 민비는 일본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었다. 남편의 배다른 동생들은 일본으로 볼모로 끌려갔고 부부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 시국도 수상했고 언제 누가 어디서 어떻게 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날들이 펼쳐졌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 아니었을까. 그들에게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 소설가 춘원 이광수....영친왕과 이방자여사, 덕혜옹주....윤비가 살아생전 만났던 그들 모두 인생이 순탄치는 않았던 사람이었다. 나라가 바로 서야 백성들의 삶이 안정이 되었을텐데....그 역시 운명이겠지만...

 

왕이 사라진 지금, 우리에게 왕조가 그리움으로 남진 않은 듯 하다. 우리 스스로 없앤 것이 아니라 일제에 의해 그 명맥이 끊긴 것이 어디 왕조 뿐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움보다는 안타까움이 남았다. 역사의 마지막인 윤비가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그 한의 맥만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남아 작은 불씨로 태워지고 있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내 가슴이 뜨거워졌듯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도깨비 각시(개정판) 1 도깨비 각시(개정판) 1
정연주 지음 / 가하 에픽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형 세계관. 도깨비와 처녀. 그 옛날 좋아했던 이미라 작가의 만화 중에도 어여쁜 도깨비들이 등장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도깨비 각시>도 그만큼이나 예쁘게 쓰여진 이야기였다. 특히 풍년이 들면 '독각귀', 흉년이 들면 '도깨비'라고 불린다는 그 영험한 존재는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면서도 인간계와는 분리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존재였던 것. 외로운 그에게 인간들은 언제부턴가 '독각귀 신부'라 불리는 처녀 조공을 해왔는데 한갑자마다 돌아오는 축제때 산 제물들을 바치곤 했다. 그리고 올해 받쳐지는 처녀들 중엔 홍연국 주씨가문의 장녀 희야가 포함되어 있었다.

 

같은 날 같은 배에서 태어났지만 밤에 태어나 "희야"가 된 그녀에겐 열네 살에 집을 나가 결혼해버린 "희주"라는 쌍둥이 여동생이 있다. 무인이었던 아비가 가문을 잇게 만들 요량으로 혹독하게 희야를 혹독하게 다루었지만 결국 새 여인을 맞아 아들이 생기자 그 권리를 박탈한 것을 보고 아비에게 격렬하게 화를 내었던 희주. 그 동생을 이제 보지 못한 채 도깨비의 신부가 되어야 하는 희야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홀로 축제에 참가했다가 도깨비 탈을 쓴 남자와 마주하게 되었다.

 

어린 여섯 살의 나이부터 맨발로 창을 잡아온 '창잡이' 처녀. 열 아홉해가 되도록 창과 가문 말고는 머릿 속에 넣어본 일이 없던 우직한 그녀는 이제 남동생 이혁에게 가문을 맡긴 채 생을 접고 도깨비의 신부가 되기 위해 가마에 올랐다.

 

문득 궁금해졌던 것은 왜 매번 이렇게 많은 신부들이 필요한 것일까. 했더니...단 한 명도 진정 도깨비의 신부가 된 적이 없기에 그렇다고 했다.  축제에서 만났던 남자를 가마꾼으로 다시 만난 희야는 그에게 많은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이 시험이라고 하는데...희야는 과연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 3권을 다 읽어야 그 결과를 알게 되겠지만 1권만 읽어도 그 재미는 충분하여 단숨에 3권까지 읽고 싶어질 정도였다. 가랑비에 옷젖듯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재미에 푹 빠져 버리게 만든 <도깨비 각시>. 아직은 종이책을 주로 읽고 있지만 종이책 100권 당 [e-b00k] 서너권 읽던 과거와 달리 요즘 나는 한달에 10권 정도는 [e-b00k]으로 읽고 있는 듯 싶다. 재미있으므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궁에 떨어진 꽃잎 1 궁에 떨어진 꽃잎 1
최은유 지음 / 그래출판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물 여섯의 평범한 회사원 강지인.

남자친구가 바람났다고 오해하고 화내고 소리지르고....욱 했다가 금새 미안해하는 평범하지 그지 없는 그녀가 특별해졌다. 우물 하나에 빠졌을 뿐인데....

 

정말 가기 싫었던 회사 창립 기념 워크샵 데이날 기어이 사단이 나고야 말았다. 등산 중에 발견한 우물에 빠져 과거 조선으로 텔레포트 되어 버린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왕이었으니...트레이닝 복장의 행색도 요상하고 말투도 되바라져보이는데다가 도무지 여인네로서의 올바른 행실에 대한 교육도 받지 못한 것 같은 여자 하나를 두고 골머리를 썩히던 왕은 그녀를 감옥에 가두고 말았다. 하지만 밤새 시끄럽게 굴어 민폐녀로 등극한 '지인'은 재배치 되었으니 그곳은 바로 왕의 지밀인 별궁!!!!

 

하루 아침에 갇혀 사는 여인의 삶이 주어진 지인에게 비밀의 장소인 향원정은 그래서 도전해 볼만한 장소로 여겨졌는지도 모른다. 반면 하늘에서 뚝떨어진 괴상한 여인은 영길리말도 할 줄 알고 화원처럼 그림도 뚝딱 그려보이고 바느질도 잘하고..이건 뭐 거의 옥중화의 '체탐인' 수준인지라 결국 왕은 그녀를 은밀하게 사용해 보기로 결심하고.....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는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재미나게 읽히는 것은 퓨전 사극이 주는 재미뿐만 아니라 달달한 로맨스가 가미된다는 점 그리고 현재의 평범한 사람이 과거 속에서는 뛰어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점 등이 일반독자들을 설레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었을까. <나일강의 캐롤>을 읽고 설렜던 그때와 마찬가지로 <궁에 떨어진 꽃잎> 역시 두근대는 마음으로 1권을 읽었더랬다. 친구를 기다리며 잠시 킬링 타임용으로 다운 받았던 [e-book]한 권의 재미가 얼마나 쏠쏠했던지.

 

"꽁꽁 숨어 있다면, 스스로 밖으로 나오게 해야겠죠"라는 대사를 내뱉는 주인공 강지인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머릿 속에 그려질정도로 몰입감 있게 읽힌 이 소설은 총 3권. 마음의 정인이었던 세자빈 '소화'의 죽음을 밝히고자 하는 왕과 그를 돕게 되는 현대의 여인 '지인'. 그들 사이에 흐르던 미묘한 기류가 3권에서는 어떻게 마무리 되었을까. 한참을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 여운을 만끽하다가 도착한 친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세상이 참 편리해져서 책을 가지고 나가지 않아도 휴대폰을 통해 짬짬이 소설을 읽어볼 수가 있다.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과거로 가면 답답한 일이 많겠지?? 소설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