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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1 - 同伊
정재인 지음, 김이영 극본 / MBC C&I(MBC프로덕션)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MBC창사 49주년 특별기획 드라마는 <동이>였다.  대장금과 이산의 연출, 이병훈 감독이 그토록 꿈꿔왔던 그녀. [꿈의 왕국을 세워라]에서 밝혔던 것처럼 사극의 여주인공을 찾기 힘들다했었는데, 그래서 동이의 여주인공이 누구일지 궁금했었다. 한효주. 그녀가 동이로 브라운관 나들이에 나섰다. 

드라마는 22일 부터 시작되지만 먼저 원작을 읽어두고 싶었다. 마음이 통했는지 원작이 먼저 나와 있었다. 따끈따끈한 신간을 받아들면서 책 속에 빠지기 시작했다. 드라마를 시청하기 전이라 이미 배역들은 정해져 있어도 상상속 그들은 배우의 모습이 아니라 상상속의 누군가였다. 책장은 생각보다 술술 잘 넘어간다. 

사극이라고 해서 딱딱하고 어려운 문체를 가졌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빠른 전개 속에 동이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팔딱 댄다. 그녀는 역사속에 살아 숨쉬는 한 마리 물고기였다. 

숙종의 그녀가 되기 전, 동이는 갈등의 최고조를 넘나들며 살아남는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고 했던 옛말이 딱 맞는다. 그녀는 살아남았다. 그리하여 강함을 인정받는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정치적 암투 속에서 고래싸움에 새우등터지듯 하지 않고 살아남아 자신의 둘째 아들을 왕으로 세운다. 그가 바로 영조다. 

숙빈 최씨. 우리는 이제껏 그녀를 인현왕후를 지지하는 가난하고 조용한 한 무수리 출신의 빈 정도로 알고 있었다. 2010년, 이제 우리는 비로소 그녀의 가치를 알아보게 되었다. 아름답고 현명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가장 잘 알고 있는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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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광인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세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열하일기]는 금서였다. 스물 다섯 편으로 묶인 이 책은 연암 박지원의 책이다. 그닥 비밀스럽지도 않은 이 책을 둘러싸고 연쇄 살인이 일어난다.  열하광인. 열하에 미친 사람들.  그들의 미침이 살인을 불러 왔을까. 

화광 김진은 분명 광인이다. 하지만 유유자적하는 한량 광인이었고 그의 벗 이명방은 나라의 녹을 먹는 의금부 도사다. 절대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할 것 같은 이들에게 하나의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미쳐 있는 열하일기.  둘 다 싱글이지만 광인은 여러 여인을 거느리고 풍류를 즐기며 도사는 서른 넷이지만 사모하는 이는 단 하나다. 단지 그 여인이 서얼이라 혼인하지 못할뿐. 그래서 그들은 아직 법적으로 솔로다. 

그들은 2년 전 "열하광"이라는 독회를 시작하여 그 박진감 넘치는 여정에 빠져들었지만 왕은 열하의 품격을 문제 삼아 금서화 시켜 버렸다.  하지만 이미 패관기서에 물든 사람들의 이름들은 화려하였다. 김진, 박지원,이덕무, 유득공,박제가, 백동수,김홍도까지. 그들은 백탑 아래에서 어울려 금란지교를 나눈 벗들이었다. 

백탑 무리를 가까이 둔 것은 왕이었으나 왕은 도사로 하여금 그들 곁에서 간자 노릇을 하라고 이르고 있었다. 암행어사처럼 그들 무리 속에서 백탑 서생의 근황을 왕에게 고해야하는 고통스러운 역을 부여받은 이명방. 하지만 왕의 속내는 그것이 아니라고했다. 그들을 진정 보호코저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고자 했다. 결국 이명방은 왕명을 따르게 되지만, 

대묘동 검서관 이덕무를 살해하였다는 누명을 쓰고 이명방은 붙잡혀 고신을 당하게 된다. 과연 누가 이덕무를 살해한 것이며 이명방에게 누명을 뒤집어 씌운 것일까. 무슨 이유로, 어떤 결과를 원해서....소설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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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타카
김이환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에비터젠의 유령>,<양말줍는 소년>,<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절망의 구>  이렇듯 장장 네 편의 이야기를 펴 낸 작가 김이환의 작품 중 나는 하나를 읽어보았다. [절망의 구]는 너무나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굳이 줄거리를 얘기하자면 단 한줄로도 적을 수 있는 짧은 이야기로 그는 한 권 분량을 뽑아냈다. 블랙홀처럼 상상되는 구가 사람을 진공청소리처럼 빨아들이는 상상을 하며 한동안은 요요가 있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어린 시절 봤던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도 구처럼 시커먼 시간터널이 나왔는데, 폴은 요요 하나로 대마왕의 뿔도 부셔버리곤 했었기 때문이다. 무적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구를 만나도 든든할 것 같은 상상도 하게 만들었던 소설 [절망의 구]의 작가 김이환. 

그가 차기작을 발표했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다소 평범한 제목이라 의아해지기도 했다. 게다가 성장소설이라니. 전작에서 보여준 그의 독특한 면모는 사라져버린 것일까. 아름다운 일러스트 표지와 함께 소설은 일곱살, 열일곱살,서른 일곱살의 텀을 두며 시작하고 있었다. 소년의 성장점 포인트는 일곱살이었을까. 스렇다면 스물 일곱살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몇 개의 궁금증을 뒤로하고 책장을 잘 넘어가기 시작했다. 

일곱 살은 윗집 미친 아주머니가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시기였다. 주인공 "나"는 그 무렵 아주 작은 꼬맹이였는데 122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키로 꿈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런 아이의 눈엔 누군가의 아내였던 윗집 아주머니의 발작은 트라우마로 남진 않았다. 일곱살의 눈엔 그저 세상은 겪는 곳이 아니라 바라보는 곳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열 일곱이 되었다. 수업시간에 갑자기 나타난 검은 비석은 "너는 곧 자살할 것이다"라고 속삭였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유난히 작았던 소년은 키가 179 센티미터가 되었지만 그만의 모험을 떠난다. 죽음에 사로 잡힌 나이라고 정의내린 열 일곱은 유난히 길었다. 그는 이제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결국 변하지는 않음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181 센티미터가 된 서른 일곱의 어른이 된 소년은 자신이 가질 가치가 있는 삶을 되돌아 보고 있었다. 그의 성장점은 일곱살 텀이 아니라 열 일곱이 아니었을까. 결국 작가는 [절망의 구]에서처럼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을 일상으로 끌고오는 상상력을 또 다시 접목해 놓았다. 물론 그가 후기에서 밝히긴 [절망의 구] 이전에 써 놓은 작품이라고 했지만.

작가가 다음엔 어떤 소재로 우리를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세계는 언제나 색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가 쓰고 있다는 다음 작품이 살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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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꽤 특이한 책이 손에 들어왔다. 99라니... 1Q84만큼이나 아리쏭해졌다.
대체 저 99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인지 무언가의 갯수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호해졌다. 그리고 책을 펼치는 순간 숫자에 대한 궁금증도 곧 사라졌다.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사진이란 비밀을 담아내는 비밀이다. 라는 다이앤 아버스의 말이 인용되어 있었다. 비밀을 담아내는 비밀이라니...사진은 추억을 간직하고 시간을 스크랩하며 누군가를 위한 그리움의 매개체가 아니었던가. 그런 사진이 비밀을 담아낸다니. 사실 카메라의 셧터가 "찰칵"하고 소리를 내는 순간 이미 그 순간의 비밀은 사라지는 것이다. 남겨진다는 것은 밝혀진다는 것이니까. 

그런데도 작가는 비밀엄수를 부탁하듯 읊조리고 있었다. 무엇이 비밀을 요구할만큼 특별한 일인 것인지...작가의 타 작품에 비해 99는 매우 실험적이 작품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사진작가 강영호가 보여주는 흡인력 있는 퍼포먼스들은 작품을 더욱 음습하며 괴기스럽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작가와 사진작가의 상상력은 맞닿아 있으면서도 또한 따로 떼놓고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개별성이 존재했다. 

[99]는 예술적 동거의 기록이었다. 첫장부터 심상치 않기는 했다. 강영호의 "신중하지 않은 뿔"의 표현은 놀라웠다. 팀버튼의 영화에서나 발견될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흡사 불에 탄듯한 인간형상으로 괴기스럽고 흉물스러웠지만. 

제이킹은 지킬박사처럼 "신중하지 않은 뿔"이라는 하이드의 인격을 가지고 있었다. 상상 사진관 주인 강영호는 그를 카페 "습작"에서 만났다.  서른 즈음의 그는 처음엔 깔끔한 차림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곧 본모습이 드러난다. 연쇄살인마. 드라큘라 성을 설계하는 건축가에게 그만한 이력은 최고인 것일까. 드디어 제이킬이 죽고 드라큘라성은 대한민국 건축대전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사라진 건축가를 대신해 건축주인 "나"가 상을 대신 받지만 그 앞에 또 하나의 인물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주 익숙한 인물이...

소설은 시작부터 끝까지 보여주기 위함인지, 상상하라고 던져둔 것인지 모를만큼 강렬한 무언가를 뿜어낸다. 역동적이다라는 표현과는 걸맞지 않지만 강한 임팩트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재미있다. 아니다 를 논할 수 없는 특이한 작품. 소설인지 사진집인지 모를 모호한 소설 하나. 
드디어 읽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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