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반궁 꽃 선비 1 반궁 꽃 선비 1
문은정 지음 / 심야책방 / 2015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육조의 이조판서라는 벼슬자리는 관리들의 자리를 배정하는 요직이지만 이판 윤재는 달갑지 않았다.

애초에 큰 재산도 필요 없었고 높은 벼슬도 원치 않았다. 그저 한직 한 자리를 차지한 채 정부인 손이나 잡고 봄에는 꽃놀이,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는 단풍놀이, 겨울에는 얼음놀이를 하며  가정적인  살 수 있기만을 바랬을 뿐이다. 그런 그가 25년이나 왕의 곁에서 꼼짝않고 공직생활을 해야했으니...그 얼마나 고역이었을지...게다가 이제는 아들들을 바치란다. 공주의 짝으로...기함할 노릇이 아닌가.

 

궁에는 허언이 없다!!!!

 

의빈을 이판의 아들 셋 중 고르라는 왕대비 마마의 유언으로 옭죄어오는 왕의 눈을 피할 길이 없다. 눈치 없는 아들들 때문에. 그래서 그는 요즘 머리가 아프다.

 

"아뢰옵기 황송하옵게도 아들놈들이 부족하여...."

 

왕에게 계속 조아려봤자, 답은 하나다. 셋 중 하나.

그도 그럴 것이 들어보면 그 부족하다는 아들들의 프로필이 화려하기 짝이 없다. 탐낼만하다.

 

첫째 대원은 24세, 성균관 장의

둘째 수호는 22세, 주몽과 견주어도 좋을 활솜씨를...

셋째 승윤은 아비가 꼼짝 못할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한 천재

 

이 아들들이 단단히 왕가 어른들의 눈에 들어 버렸으니 아무리 이판이라고 해도 비켜갈 방법이 없어 보였다. 더 문제는 아들 셋 모두 의빈이 되기 싫다고 버티고 있는 것. 그리하여 그는 아들 셋을 앞에 앉혀두고,

 

지나치게 긴장하여 아는 답도 비켜가 괴로운 대원에게 "대과에 언제 붙을래?"라는 독설을,

한량처럼 기생끼고 놀면서 술값쓰기를 모래 뿌리듯 하는 수호에겐 "너, 내 돈 언제 갚을래?"라고,

지나치게 완벽하여 빈틈 없는 승윤에게는 "입신양명 하려고? 그럼 공주 자가 눈에 띄지 않게 몸조심!"이라는 당부를 원샷 쓰리킬로 날리며 아들 중 하나를 골라보려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반면 권력 때문에 형제를 줄줄이 잃은 왕의 곁에 유일하게 남은 공주인 연우는 자신의 남편을 직접 고르기 위해 금녀의 공간인 성균관에 남장을 한 채 들어왔다. <성균관 스캔들>처럼 들킬듯 말듯한 달달한 로맨스가 펼쳐질 <반궁 꽃 선비>는 그렇게 시작된다. 의빈간택의 서막은 성균관에서부터 불붙기 시작했다....

 

분명 케미도 있고 재미도 쏠쏠하지만 비슷한 소재의 대박작품인 <성균관 스캔들>과 어떤 차별을 두며 독자를 매료시킬지는 이어진 2권을 보아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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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당 사진관
오지혜 지음 / 마카롱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대한제국.

이름을 새로 선포하고 스스로 황제가 되면 뭘하나 백성들의 삶은 시궁창 바닥처럼 처참했는데...

굶주림이 싫어 화려한 삶을 택했던 기생들은 끼니 걱정을 하며 한 놈 잘 물 생각을 하다가 사진 한 장에 사기를 당하고,

오라비와 여동생은 '고토 텐신(일본이름)'과 '안나(서양 세례명)'라 불리는 국적불명의 이름이 싫어 서로 부르지 않고 사는

그런 시대가 바로 <천연당 사진관>의 시대적 배경이다.

 

안나는 거친 여자였다.

남의 것을 제것마냥 훔치고도 미안함이 없었고 사진 한 장으로 매월향 기생들의 눈물서린 돈을 사기쳐 놓고도 다시 오지 못하는

것이 더 아쉬운 쪽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 없이 어린 여동생인 안나를 거둬먹이기 위해 닥치고 무슨 일이든 해 온 오라비를 보며

자랐기 때문이다. 여간내기들이 아니었다. 죽이 척척 잘 맞는 남매는.

 

>> 살아내라 어떻게든 살아내라(p28)

 

훔침을 당하는 쪽이 등신인 세상인데 뭐 어때? 라는 마음으로 살아온 안나 앞에 어느 날 도덕 운운하는 재원이라는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국채보상운동의 자금 관리를 맡고 있는 기탁과 함께 <대한매일신보>에 적을 둔 우국청년이었던 것.

그렇게 도덕 운운하던 기자 재원에게 맘이 상했던 안나의 마음이 움직여진 것은 한 대가댁 마님의 오열 때문이었다. 

 

사진이라는 것이 배우고 싶어 '무라카미 사진관'에서 일본인의 수족 노릇을 하며 사는 오라비와 함께 살던 안나는

의외로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여인들은 많지만 남녀가 유별하다는 성리학적 사고방식의 틀에 갖힌 사회가 그들의 열망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백 년의 관습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p61) 그래서 출가외인인 딸은 아픈 어미에게 보낼 제 사진 한 장을 박기 위해 부인 사진사를 찾았고 안나는 그녀의 사진을 찍어주게 된다.

 

이를 계기로 <천연당 사진관>에서 규진으로부터 사진을 배우게 된 안나는 급기야 의친왕비의 사진까지 찍게 되지만

마냥 행복할 수 만은 없었다. 오라비를 구하기 위해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해야할 판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팔아야할 인물들은 자신에게 새 삶을 열어준 재원, 강오, 기탁, 헐버트, 의친왕이었다. 슬프게도 그들이었다.

 

반대로 누이를 살리기 위해 똑같은 이들을 팔아야했던 사내도 있었다. 바로 안나의 오래비 텐신.

동족끼리 배신을 일삼던 그 시절.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이들에겐 지옥같았을 그 시대.

일본의 강제 침탈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헤이그 특사 파견이 실패로 돌아가고 대한제국은 더 암울해졌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던진 사내들과 그 운명을 함께 했던 안나, 채련, 연홍의 슬픈 이야기는 결국 상해로 옮겨져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희망의 불씨를 남겨 두었으나 그 역사의 후손인 내게 이 이야기는

참으로 아프게 읽혀졌다.

 

제 3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조선 최초의 여자 사진사 이야기는 암울했던 시대에 순응하며 살기 보다는

살아가고픈 나라를 위해 애썼던 청춘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감동스러웠다. 다만 글자체가 너무 작아 눈이 시려 그 읽기를

몇 번이나 멈추었기에 독자의 가독성을 위해 좀 더 글자체에 신경써주었더라면..하는 작은 아쉬움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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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장 멋진 1학년이 되는 법 미리 읽고 개념 잡는 초등 통합 교과
서보현 지음, 김소영 그림 / 조선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1년이라는 시간동안 참 다양한 장르의 글들을 읽고 산다. 하지만 대부분 어른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나 잡지들이라 아이들의 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지 못했다. 출판물 중 좋아하는 동화를 읽는다고 해도 일년에 몇 권일뿐, 다른 장르의 책들과 비교하면 그 숫자는 미미했다. 그래서 작심하고 한 달 아이들의 세상을 한 번 들여다볼까? 하면서 그 첫번째로 손에 쥐게 된 책이 <학교에서 가장 멋진 1학년이 되는 법>이다.

 

부제로 초등 미리 읽고 개념 잡는 통합교과 라고 붙여져 있는데 역시 엄마와 함께 읽는 책인가보다. 초등학교 1학년이 이해하기엔 개념이나 통합교과라는 말은 너무 어려운 단어일테니....하지만 첫장은 형 준우가 1학년이 된 동생 준수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된다.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생활을 잘하는 특별한 비법을 알려주겠다니....요 똘똘한 녀석은 고학년이거나 중학생쯤 된 녀석이 아닐까? 유쾌하게도 분홍코의 흰 털 고양이가 옆에서 보조 가방에 실내화를 넣어주고 있었다.

 

햇님초등학교에 입학한 동생에게 형이 알려준 첫번째 팁은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학교건물이나 챙겨갈 준비물이 아닌 사람소개가 먼저 시작된다는 점이 참 특이하게 생각되어졌는데, 결국 학교는 꼬맹이에게 가족을 떠나 처음 접하는 집단 생활의 시작점일테니..역시 사람과의 관계를 가장 신경써야한다고 알려주려는 것일까.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수위 아저씨, 사서 선생님, 보건 선생님, 담임 선생님....

 

 

 

그 사람의 역할을 파악해두면 아플 때, 자료가 필요할 때, 도움이 필요할 때 어디의 누구에게 달려가야할 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니 이건 정말 중요한 팁일 것이다. 보통의 학부모들은 말과 글을 제일 먼저 신경썼을 텐데,,,,먼저 학교 생활을 해 본 형의 입장에서 주는 팁이라 역시 실용성이 우선시 되었나보다 싶어진다. 그 다음은 학교 가는 길에 조심해야 할 것을 알려주고 칭찬받는 1학년이 되기 위한 인사법으로 이어지는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두 가지라 어른이지만 꼼꼼하게 살펴보게 되는 페이지들이었다.

 

나 혼자 조심한다고 해도 상대방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 있듯이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항상 교통사고처럼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시기라는 것을 실감나게 하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바로  "계단과 복도에서 사뿐사뿐"이라는 부분이었다. 오~ 난간을 타고 내려오던 장난꾸러기가 우리 때에도 있었고(결국 이런 친구들의 특징은 바닥에 떨어져 앞이빨이 몽땅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는 것), 주의깊지 못한 아이 때문에 우산에 콕 찔린 적도 있었고, 모퉁이를 돌다가 서로 이마를 부딪힌 친구도 있었는데....남들도 다 이랬구나...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구나.....웃음이 나 버렸다. 이 내용들을 보다가~

 

늦둥이로 태어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던 사촌 동생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수시로 그냥 집에 오곤 했었다. 가방도 그냥 학교에 둔 채. 지금이야 멀쩡히 대학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는 녀석이지만 당시 녀석에겐 학교가 난생처음의 스트레스 장소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이런 책이 있어 입학 전 차근차근 살펴보고 연습했었다면 좀 덜 당황스럽지 않았을까? 싶어졌다. 수업내용의 선행학습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낯설지 않은 즐거운 장소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또한 중요할텐데 이것이야말로 어른들의 올바른 역할이 아닐까 싶어졌다.

 

특히나 '소중한 내몸 지키기'같은 페이지는 함께 펼쳐두고 이런 사람은 꼭 조심해야한다고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얼마전 시작된 드라마 "시그널"에서처럼 나쁜 의로도 접근하는 사람은 꼭 남자가 아닐 수도 있다. 나쁜 아저씨 조심해야 해...라고 주의 주기 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할머니나 예쁜 언니들이 유괴범일 수도 있으니 "이런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따라가서는 안돼. 바로 도망쳐야해!!"라고 알려주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학교는 어떤 곳이었을까. 졸업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그저 가야할 곳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단 한번도 어떤 곳인지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결혼을 한 것도,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미래의 나의 아이가 학교에 가게 된다면 가장 먼저 그 아이에게 학교가 어떤 곳인지부터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점점 어떤 곳으로 변해가는지 잘 살펴보리라 결심한다. 그 관심이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좋은 성적을 받아오는지 확인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이 책 한 권을 보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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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빛낸 100명의 위인들 - 초등학생을 위한 초등학생을 위한 100명의 위인들
장현주 지음, 강준구 그림 / 소담주니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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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가 있다. 꼬맹이들이 이 노래를 작고 예쁜 입으로 종알종알 불러댈때 그리 이쁠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저 많은 위인들을 어떻게 다 외우고 있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암기의 힘이 아니라 아마 노래의 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자, 그럼 눈을 돌려 세계를 빛낸 위인들을 딱 100명만 뽑아보자! 고 누가 내게 제안을 해 온다면 그때부터 내 머릿 속은 말 그대로 "멘붕!!" 상태가 아닐까. 싶어지는데. 글로벌한 위인이 어디 100명 뿐이던가. 그래서 기준이 중요해진다. 골고루 뽑되 명확한 기준을 두고 뽑아야 시대나 분야, 나라에 국한되지 않을테니까.

 

그래서 소담주니어에서 출판된 <세계를 빛낸 100명의 위인들>은 "1만 시간의 법칙을 보여주는"이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었다. 한 분야를 꾸준히 걸어온 사람 혹은 천재형이 아닌 노력형인 위인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말일 것이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보통의 아이들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는 아주 큰 교훈이 된다. 누구나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중요하다 고 이야기 해 주기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다섯 가지 큰 주제 안에 작은 주제를 두어 공통점을 지닌 위인들을 함께 묶었다.

새로운 생각이 위대한 결과를 낳다 라는 큰 주제 안에 그래도 지구는 돈다 작은 주제를 두고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를 함께 묶은 것처럼. 그런 방식이기 때문에 안데르센은 알지만 라퐁텐의 이름은 생소한 아이들도 묶인 것만 보고도 라퐁텐이 동화를 썼겠구나 하고 유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수능식으로. (안데르센은 인어공주/성냥팔이등을 쓴 덴마크의 동화작가이고 라퐁텐은 토끼와 거북이/개미와 베짱이/여우와 황새 등을 쓴 프랑스의 우화작가)

 

또 함께 읽는 엄마나 선생님에게도 깨알상식을 전하는 책이기도 했다. lonely, sweet sorrow, fair play 등의 단어를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새롭게 만들어낸 영어임을 몰랐기 때문에 읽는 중간중간 어른들에게도 재미난 상식을 더해주는 책이 바로 <세계를 빛낸 100명의 위인들>인 것이다.

 

사실 책은 편하게 읽는 동화처럼 편집 되었다기 보다는 흡사 전과(?)처럼 디자인 되어져 페이지당 단어도 빽빽하고 에피소드의 양도 가득했다. 어른들에게야 익숙한 양이지만 금새 질리곤 하는 아이들에게 쥐어 주었을 때 한꺼번에 읽기란 무리라는 판단이 선다. 그래서 아이와 한 페이지나 두 페이지씩 함께 읽거나 매일 읽는 그 양을 정해 두어 질리지 않도록 만드는 것 또한 어른들이 해 주어야할 역할일 것이다. 바른 독서습관보다 즐거운 독서습관을 들여주는 것. 이런 책으로 마시멜로를 기다리듯 활용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다만 각 페이지 양쪽 여백에 각주처럼 붙여진 한자들은 저학년이라면 그냥 지나쳐도 좋겠고 고학년이라면 활용해도 좋을 정도로 어렵지만 신문 사설에 나올 법한 양질의 한자들이 풀이되어져 있다.

 

아이들이 읽는 책 속 위인들쯤이야 다 아는 사람들일거야!! 라고 큰소리쳤던 어른들이라면 꼭 이 책 함께 읽기를 권해본다. 정말 생소한 위인들의 이름을 분명 발견하게 될 것이므로. 과거의 위인들뿐만 아니라 근대사나 제법 가까운 과거에 살다간 위인들까지 참 골고루 포함된 책이기 때문이다. 위트있게 그려진 삽화 보는 재미도 쏠쏠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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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일기 쓰기가 정말 신나! - 친구들과 함께 배우는 재미난 일기 쓰기 난 글쓰기가 정말 신나!
조영경 지음, 이솔 그림 / 스코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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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쓸러 나왔다가 "마당쓸어라!!"는 주지스님의 말씀 한 마디에, 고만 맘이 상해 마당 쓸려는 마음을 확 접는 동자승처럼 초등학생일때는 선생님의 그 "매일매일 일기쓰기"라는 숙제가 버겁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예나 지금이나 고맘때 아이시절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 다들.

 

특히 개학 전날 일기를 몰아쓰기하려면 날씨도 날씨려니와 매번 똑같은 내용으로 쓰지 않기 위해 머리를 이리 짜내고 저리 짜내 본 적이 있지 않을까. 모두에게. 왜 미루게 되었을까. 왜 그토록 쓰는 것이 싫었을까.

 

<<< 어쩌면 일기를 매일 똑같은 방법으로 쓰기 때문에 더 싫은지도 모른다>>>

 

라는 말이 정답이었을 것이다. 늘 똑같아 보이는 하루. 어딘가 가족여행이라도 다녀오지 않으면 특별히 쓸 거리가 없다고 생각해버렸던 마음. 그 마음이 일기쓰기를 그렇게 지루한 숙제로 취급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학습관련 전문작가로 글을 써 온 그녀에게 일기는 무궁무진한 원석같은 글쓰기였다.

 

 

일기는,

형식이 없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논리적인 글쓰기의 시작이다

 

그래서 많이 쓰기 보다는 꾸준히 쓰는 것을 권한다

 

고 일기의 장점을 나열했다. 형식이 없기 때문에 편지 일기, 사진일기, 영화일기, 사자성어일기, 기념일 일기, 계절일기, 속담활용일기, 상상일기, 관찰일기, 메모일기, 여행일기, 마인드맵일기, 견학일기, 만화일기 등등....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쓸 수 있는 글쓰기가 바로 일기 쓰기라는 거다. 아, 왜 이렇게 써 볼 생각을 해 보지 못했을까. 물론 몇몇 장르로는 써 본 적이 있다. 한 두 번쯤 가족 여행을 다녀오면 가족일기를,,,방학 숙제를 열심히 했던 어느 날엔 관찰 일기를, 비가 몹시 오거나 눈이 엄청 내리는 날엔 계절 일기를 썼을 것이다. 하지만 편지 일기나 소개 일기등을 써 볼 생각은 못해 봤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툭 던져 주기보다는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이 먼저 읽고 아이들의 지도서로 써도 참 좋겠다 싶어진 책이었다.

 

아이가 일기쓰는 것을 힘들어 하거나 매번 같은 일기를 쓰고 있다면 슬쩍 마인드맵 일기나 사자성어 일기를 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도해 주는 것이 바로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은 키즈월드에서도 적용되는 말일 테니까.

 

p128  이모는 텍스타일이라는 분야를 전공하셨다고 한다. 무슨 타일을 그리는 것인가 했는데....

 

라는 페이지에서는 웃음이 터져버렸다. 프라이버시상 남의 일기를 보는 일은 실례가 되겠지만 꼬맹이들의 일기 속에서 이런 사랑스러운 부분들을 발견하게 된다면 정말 자꾸만 더 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재미난 일기는 정말 계속 훔쳐보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p19  일기는 너만의 역사책

 

출산율이 낮아 집집마다 한 명 정도 낳아 기르는 추세다. 그래서 그 아이들이 그들의 한 때를 기록해 놓는 일기는 그 아이 하나만의 메모가 아니라 나중에는 그 집 모두의 나날의 역사책으로 남을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인 셈이다. 그러니 아이의 숙제라고만 치부하지 말고 부모님들도 아이가 좀 더 재미나게 하지만 사실을 적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단 저자의 지적(?)처럼 "오늘"이나 '나'라는 표현은 당연히 빼야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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