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왕자 - 오르페우스호의 비밀 안개 3부작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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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데베 문학상 수상작이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소설가 데뷔작인 [안개의 왕자]는 표지부터가 심상치 않다. 유령인듯 귀신인듯 한 수염있는 남자가 인화가 잘못된 사진 속에 머물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음산한 분위기 때문에 책을 읽기 전부터 호기심이 일었다. 과연 어떤 두려움에 대해 우리에게 이야기 하려는 것일까. 대체 안개의 왕자는 어떤 사람일까. 

연작시리즈 중 하나라고 해서 이어지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작가의 3작품이 안개와 관련있는 내용이다보니 안개시리즈로 묶여진 듯 했다. 아이를 담보로 한 악마와의 거래 라는 소갯글을 보면서 다른 소설 속 악마들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악마와 거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소재인 듯 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거래를 통해서 인간과 접촉했고, 거래는 반드시 악마가 이기는 걸로 귀결되어지곤 했다. 이상하게도 악마라고 하면 반칙의 제왕들처럼 보이는데, 그런 그들이 인간과의 거래라는 공식을 철썩같이 지키는 면은 마치 우등생이 교칙을 지키는 것과 비슷해서 웃음이 났다. 전혀 지킬 것 같지 않은 그들이 지키는 한 가지 원칙이라...

책 속의 악마는 어떤 인물인지, 그리고 왜 동화책의 제목처럼 안개의 왕자라고 달콤하게 불리는지 궁금해져서 책장을 넘기는 손가라가에 힘을 주어 가속도를 붙여댔다. 

안개의 왕자. 그는 늘 자신이 이기는 거래의 주인공이었다. 영혼의 사채업을 시행하듯 자신이 원하는 것을 거래에 걸게 만들면서 원하는 것을 취해갔다. 어쩌면 꽤 매력적일 이 캐릭터는 하지만 중심에 서지 못했다. 안개의 왕자는 전면에 나오지 않은 채 소설은 시종일관 한 가족을 향해 앵글을 고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버 가족은 이사왔다. 새 동네는 시골 동네였지만 가족이 평화롭게 살기 좋아 보였고, 시계수리공인 아버지의 직업도 꾸준히 이어 갈 수 있을 만한 곳이었다. 1943년 6월 그렇게 가족은 이사를 결정했고 조그만 바닷가 마을로 왔다. 막스가 열세 살이 되던 해였다. 부모님 외에 위로는 알리시아 누나가 아래로는 이리나라는 여동생이 있는 막스는 마을에서 롤랑이라는 친구를 사귀게 된다. 롤랑은 등대지기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막스가 이사온 집은 할아버지의 친구 부부가 살던 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식구들에겐 말하지 못했지만 저 너머 안개에 휩싸인 어떤 묘지 같은 것을 발견한 막스는 어느날 아버지가 집에서 찾아낸 전주인의 기록영화를 보고 그 묘지가 찍힌 것임을 알아챈다. 묘하게도 막스가 본 모습과는 조금씩 다른 영상을 보며 막스는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다. 

한편 롤랑과 알리시아 사이에 로맨스의 기운이 흐르는 가운데 롤랑 할아버지를 통해 침몰된 오르페우스호의 전설과 안개왕자 그리고 전주인인 플레이슈만 부부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된 세사람. 그러나 그들의 아들 제이콥이 죽은 것이 아니라 롤랑이 바로 부부의 아들 제이콥임이 밝혀지면서 진정한 공포가 시작되고 있었다. 

거래의 끝과 정해진 운명의 잔인함. 그리고 남겨진 그들이 기억하는 진실은 어느 것 하나 반길만한 것이 없다. 만약 영화화된다면 안개의 왕자인 닥터 케인 역은 누가 맡으면 좋을까 하고 헐리웃 배우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음습하게 그려지기 보다는 [캐러비안의 해적]처럼 영상화된다면 어울릴 것 같은 [안개의 왕자]는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참 재미난 작품이었다.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것~!! 희생을 담보로 하긴 했지만 정해진 운명이라는 사실은 사람으로 하여금 참 힘빠지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겠다 .


작가가 이런 말을 남겼다. 스물 셋이 되어서도, 마흔 셋이 되어서도, 심지어 여든 셋이 되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을 써봐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작가의 그 마음에 공감을 하면서 작가의 책들을 그런 마음을 실어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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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해부
로렌스 골드스톤 지음, 임옥희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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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홀스테드.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평판처럼 그는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인류 최초로 마취제를 발명해서 인류를 구원한 착한 얼굴과 약물중독자에 살인자라는 나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밝혀낸 인물은 의욕이 넘치는 젋은 의사 에프라임 캐롤이었다. 그는 셜록 홈즈처럼 젊은 여성의 시신 한 구를 보면서 이 사건 속으로 빠져든다. 조지 터크와 젊은 여성의 죽음을 서로 결부시키면서 그의 수사는 활발해진다. 

레베카 라흐트만은 명문가의 딸이다. 아름답고 어린 레베카는 결국 홀스테드의 손에 의해 도륙된 것이 밝혀지는데, 캐롤은 그 사실을 밝혀내면서도 충격으로 치를 떨어야 했다. 
홀스테드는 레베카의 임신중절 수술을 하는 도중 마약에 취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내장에 구멍을 내어버렸고, 홀스테드와 그의 공범 터크는 레베카의 시체를 유기했다. 그 다음 터크는 홀스테드에 의해 제거되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홀스테드를 감싸안기에 급급했다. 
"그가 과거에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라는 논리 하나로. 다수를 위해 한 사람의 희생따위는 아주 약소한 것이라는 그들의 이기적인 논리는 살인자를 명망있는 의사로 남게 만들었다. 

드라마 속에서 언제나 들어왔던 명원 존스홉킨스 병원이 등장하고, 빅4로 불리는 의학계의 대부격인 의사들이 소개된다. 사실 죽음의 해부는 가벼운 소설이 아니다. 소설의 형식을 띄지만 구석구석이 논쟁의 여지가 있다. 낙태와 약물중독, 시체 해부 등등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소재들을 다루고 있다.


실존인물, 실존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설은 어디까지나 허구의 것이다. 그럼으로 그들에게 단죄를 내리거나 그들을 미워해야할 이유가 우리에겐 없다. 다만 세상 어딘가엔 있을 그들을 닮은 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림은 생각해봐야할 문제일 것이다. 시대적 배경은 과거를 향해 있지만 이 소설의 배경은 결코 오늘날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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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7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김양미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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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는 이미 너무나 유명한 동화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갖고 싶어지는 까닭은 아름다운 일러스트 때문일 것이다. 김민지의 일러스트는 정말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마법을 우리에게 뿌려대고 있었다. 


캔자스의 작은 소녀 도로시는, 엠 아줌마의 집에 살지만 어느 날 바람에 날려 이상한 나라로 와 버렸다. 허수아비가 말을 하고 착한 마녀와 나쁜 마녀가 존재하는 곳.

얼마전 보았던 팀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처럼 도로시는 이상한 나라에 뚝 떨어져 버렸지만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강아지 토토와 함께였다. 엠 아줌마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던 그녀는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용기"가 필요한 겁쟁이 사자, "뇌"가 필요한 멍청한 허수아비, "심장"이 필요한 양철나무꾼. 그들은 모두 제각각의 소원을 가지고 도로시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만약 팀버튼이 오즈의 마법사를 영화화한다면 이처럼 따뜻한 색감을 낼 수 있을까. 특이하고 기발하지만 항상 음울한 색을 만들어내던 거장의 [오즈의 마법사]가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결국 오즈를 찾아내지만 그는 마법사가 아니라 위대한 사기꾼 정도의 늙은 할아버지였다. 그런 그는 마법대신 "칭찬"으로 긍정의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용기","뇌","심장"을 만들어내었다. 말 한마디로 그는 마법을 창조해 낸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지만 오즈의 마법사는 "칭찬으로 없는 것들을 있게 만든다"를 증명해 낸 똑똑한 사람이었다. 결국 도로시는 원하던 집으로 되돌아왔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엠아줌마의 품으로.

사실 이 이야기는 두번, 세번 읽어도 똑같다. 매번 다른 것을 상상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인해 오즈의 마법사 스토리가 몽환적으로 보이게 만든 책은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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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빙화
중자오정 지음, 김은신 옮김 / 양철북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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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 아이 아명에게 허락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아버지 대에서부터 가족을 휩쓴 가난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 아버지는 남을 속여 물건을 팔지 않을 만큼 강직한 사람이었지만 계속되는 가난으로 인해 수동적인 인물로 전략해 버렸고,  어머니도 그와 다르지 않다. 누나인 차매만이 그림을 그려대는 천진난만한 아명을 감싸고 돌았다. 하지만 겨우 6학년인 어린 누나의 눈에도 동생의 그림은 피카소의 그것처럼 어려워보였다. 


형태를 갖추지 않았기에 더욱더 어린이다웠던 아명의 그림. 아명의 재능을 알아채 준 사람은 학교에 임시 교사로 온 곽운천이었는데, 그는 대학생이지만 몸이 불편하여 2년 휴학 중이었다. 그런 그가 아이들의 미술 선생님으로 부임해 오면서 미술시간은 다른 시간이 되어 버렸다. 같은 반 반장이자 부유한 아버지의 아들인 임지홍이 두각을 나타내던 미술 시간의 주인공은 이제 가난한 아명으로 바뀌었다. 마치 어른처럼 기교를 부린 지홍의 그림보다 비록 형태는 갖추지 못했지만 자유스러운 아명의 그림을 선생이 더 높이샀기 때문이었다.

이 일로 인해 지홍의 아버지에게 찍혀 버린 곽선생은 결국 학교를 떠나지만 아명의 그림 한 점을 세계 어린이 미술 대전에 보내게 된다. 선생이 떠나고 얼마 있지 않아 아명도 급성 폐렴으로 죽어 버린다. 그리고 곧 도착한 소식은 아명이 세계 어린이 미술 대전에서 특상을 탔다는 소식이었다. 

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거나 조금만 빨리 아명의 천재성을 어른들이 인정했더라면 아명은 죽지 않아도 좋았을텐데....그 아쉬움이 안타까움으로 번져 어린 천재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게 만든다. 

실은 이 이야기를 영화로 먼저 접했었다. 어린 시절에 봤던 한 편의 낡은 영화였는데, 그때 당시에도 펑펑 울게 만들더니 어른이 된 지금도 책을 읽으며 울게 만드는 슬픈 이야기다. 아이의 시선으로 읽어도 어른의 시선으로 읽어도 슬프기는 매양 마찬가지인 이 소설은 마치 아명이 세상에 슬픈 그림 한 점을 남겨 놓고 떠난 것 같기만 하다.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다. 한 가난한 소년의 천재성이 죽음과 함께 묻혔을 뿐이다. 하지만 그 진한 감동의 끝은 간단하지 않다. 눈물방울이 꼬이고 꼬여 고리가 되어 가슴 저 밑바닥에 가라 앉아 버린 것처럼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로빙화. 차 밭에 심으면 봄에 꽃이 핀다는 이 꽃은 죽어서 향기로운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만들고 다른 식물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꽃이다. 작가가 이 동화같은 소설에 로빙화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바로 그런 까닭이 아닐까. 아명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 아명이 죽어서도 로빙화처럼 되라는....또 하나의 시작의 희망을 남겨두고픈 작가의 바램이 담긴 제목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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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뼈 - 마키아벨리와 다 빈치가 펼치는 고도의 두뇌추리
레오나르도 고리 지음, 이현경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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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년 4월의 어느날, 이탈리아 작은 항구 리보르노에 원숭이떼와 흑인이 나타났다. 원숭이가 끔찍하게 울부짖으며 한 여자를 덮쳤고 시민들은 공포에 떨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지만 [신의 뼈]는 이탈리아에 관한 이야기도, 작은 항구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두 인물에 관한 이야기였다. 불멸의 재능을 가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군주론]의 저자인 움직이는 지성 마키아벨리. 그들이 활보하던 르네상스가 소설속에 그대로 옮겨온다. 우리는 이웃의 일을 건네듣듯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로맨스 교향곡]으로 유명한 사이토 치호의 만화 속에서 나는 검은 바둑돌처럼 매끈한 마키아벨리와 눈부시게 아름다운 체사레 보르자를 만난 일이 있다. 그 이후 시오노 나나미의 책 속에서 각각 그들을 만났는데, 마키아벨리와 체사레 보르자가 한 시대를 함께 살았었다는 것은 멋진 일이었다.

체사레 보르자에 한참 빠져 지낼때 사람들은 "대체 누구길래 그렇게 옆구리에 책을 끼고 다니냐?"고 물어댔었다. 교황의 사생아이자 대단한 형제들 사이에서 태어나 형제 모두가 유명했던 그 남자를 사람들은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사자왕 리처드나 정복왕 징기스칸, 땅따먹기 대장 알렉산더와 더불어 위대해질 수 있었으나 너무나 빨리진 태양이 된 사내. 아름답지만 방탕스러웠던 체사레에 대해 알만큼 파고들어 읽어댔는데도 [신의 뼈]에 등장하는 그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피렌체 공화국최고 서기장인 마키아벨리는 탐정처럼 살인사건을 파고든다. 함께하던 의사 두란테까지 피살당하자 그의 아내인 지네브라와 함께 계속 한 남자를 찾아헤맨다. 모든 열쇠가  두 권의 책에 있었고 모든 증거가 다빈치 한 사람에게 향해있었다. 그가 범인이든, 범인이 노리는 대상이든 이제 다빈치를 찾지 않고선 게임을 끝낼 수가 없게 되었다.

다빈치를 찾다가 마주친 발렌티노 공작 체사레와 두란테의 아내 지네브라 사이의 미묘한 감정흐름을 눈치챈 마키아벨리는 차마 그녀가 공작의 여동생 루크레치아 보르자라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한 채 잠시 질투하기도 했다. 교황청의 비밀여공작원이자 순진한 얼굴의 팜므파탈 루크레치아는 삼총사의 "밀라디"같은 인물로 역에서는 쓰이고 있었다.  사건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인물인 마키아벨리를 쫓는자로 둠으로써 더 스릴감 있어졌고, 천재 다빈치를 쫓기는 자로 둠으로써 흥미진진해졌다.

35세의 마키아벨리와 52세의 다빈치가 만났을때 그들은 갈릴레오적 딜레마에 빠져든다. 교황 앞에 서서 창조에 대한 부정과 인류의 변형에 대해 이야기 하는 다빈치. 그는 화가나 과학자보다는 해부학자나 문화인류학자로 그려지고 있었다. 마치 다윈의 사촌쯤 되어 보이게.

이야기는 끝나고 그들은 살아남았지만 [신의뼈]는 여운을 두지 않는다. 밝혀지는 것에 중점을 둔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의 삶이 교차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쓴 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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