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노 작가가 세상을 타계했다는 소식을 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작가의 다음 권을 펼쳐든다. 40대 중반에 시작된 그의 글은 언제나 힘이 넘친다. 하지만 사실 어렵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나선 한동안 멍한 채로 보내야만 했다. 너무 어렵고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가 크랭크인이 되었을 땐 너무 반가웠다. 나 대신 누군가가 정리해준 일목요연한 해석으로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눈뜬 자들의 도시] 역시 영화화되어 쉽게 보게 되면 좋겠다. 1992년생인 주제 사라마구의 눈은 날카로웠다. 노안이 아니라 작가의 시각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가의 글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담고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을때면 평소 관심없이 지나치던 세상살이에 대한 무관심이 후회가 된다. 나는 얼마나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던가. 그가 작품에 담아내고 있는 [눈먼 자의 도시]속 세상도 우리의 세상과 다를바 없다. 

눈이 멀었다고 해서, 방관의 공간에 집단을 수용했다고 해서 권력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규칙이 없고, 법이 없는 곳에서 파생되는 폭력과 약육강식이 얼마나 더 위험하고 무서운 일인지 극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우리는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공포를 맛봐야했다. [눈뜬 자들의 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눈을 뜨고 있다고해서 달라진 바는 없다. 

전염병이 사라지고 4년 후, 현실이 그렇듯 소설 속에서도 밝혀지는 바 없이 흐지부지 마무리 되어 버린 그 사건에 대해 경각심보다는 잊어버림으로써 세상은 다시 굴러가고 있었다. 선거일까지 바꾸었지만 백지투표로 이어져 버리고, 이 가운데 4년전 사건이 다시 대두되면서 소설은 계속 집필되어 간다. 그의 전작이 그랬듯이 읽기가 만만찮은 작품이었다. 또한 보통은 큰 따옴표로 묶여져 칸바꿈을 하는 대사가 지문과 뒤엉켜있어 더 사색적으로 보인다. 

분리 없이 이어져 있는 대사와 지문.현재와 이어져 있는 과거. 그 속에서 변함없는 것은 사람들뿐인 듯 했다. 소잃고도 외양간을 고칠줄 모르는 사람들. 누군가를 속이고 자신의 잇속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 회색의 세상. 주제 사라마구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가 속고 있는 오늘, 변하지 않을 회색빛 내일에 대한 한숨이 먼저 나온다. 

그의 글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읽는 내내 집중해도 모자랄만큼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읽고나면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다른 시선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동심이 아닌 어른의 마음으로 살아야할 필요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의 우화
아르노 들랄랑드 지음, 박명숙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단테의 신곡살인]의 작가 아르노 들랄랑드의 소설 [피의 우화]

피와 우화는 섞일 수 없는 본질의 것인만큼 [킬러들의 수다]처럼 반어적 표현같이 느껴졌다. 읽기전부터 그만큼 기대가 컸던 작품인데, 7월을 맞아 읽으려고 잠시 읽기를 미루어두었던 소설이기도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루이 15세와 16세의 사이 참 많은 상상력이 파고들어 있음을 느낀다. 루이라는 왕가의 이름이 대물림 되는 속에서 [삼총사],[철가면],[베르사이유의 장미] 등등을 비롯한 작품들이 탄생되었다. 

 

루이 16세의 치세는 왕가로보면 파국으로 치닫는 화려함한 마지막 불꽃 같았던 시대였겠지만 작가들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할만큼 매력적인 틈이 많은 시대이기도 한 듯 싶다.

 

[피의 우화]는 그 시절이 배경이다.

1774년 3월부터 시작된 비밀 첩보원들의 죽음. 이번엔 피에트로의 차례였는데 과거 그가 죽였던 우화작가가 부활해서 첩보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었다. 되살아난 것일까, 모방범일까. 알 수 없는 가운데 피에트로는 사건의 중심부로 나아가고 있었다.

 

열개의 우화를 살인 예고장 삼아 범죄를 저지르는 우화작가는 사실 오페라의 유령보다는 덜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신비스럽다거나 카리스마 넘친다는 면에서 유령보다는 한 수 아래의 캐릭터이며 향수의 그루누이보다는 덜 치명적이다.

 

하지만 열개의 우화가 완성될때까지 계속되는 살인은 그 어떤 장편추리소설보다 흥미로웠으며 1774년 5월 토막난 로제트의 시체가 베르사유 거울의 방에서 발견되면서 시작된 예고 살인은 게임이 진행되듯 순차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 힌트와 아이템이 남겨지는 현장에서 범인의 모습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우화를 빗대어 시적으로 자행되는 살인 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움을 더한다. 게다가 루이 16세와 마리앙투와네트의 대관식에서 그들의 왕관은 머리로 곧장 떨어질 수 있을 것이지가 클라이막스로 자리잡는 가운데 상상보다는 덜 끔찍했던 소설이라는 결론이 지어졌다.

 

또한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범인과 피에트로는 각각의 무게로 작품의 양쪽에 서 있다. 주인공 피에트로는 베테치아 비밀경찰조직의 일원이었으며 1758년 루이 15세의 의해 국왕기밀체제의 비밀요원이 되었다. 대외적으로는 후작의 칭호를 수여받았다.

 

열개의 우화와 되살아난 우화작가, 그리고 밝혀지는 그의 출생의 비밀.

 

멋진 조합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덜했던 까닭은 철가면에서 쌍둥이 왕, 출생의 비밀을 이미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때의 재미로 인해 출생의 비밀이 있는 또다른 왕권 계승자의 캐릭터는 빛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의 계승 당위성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 기대보다는 재미요소가 적었지만 작품 하나만 두고 보자면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저 기대치가 높은 시기에 보게 되어 유감스럽긴 했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오!오! 오페라 - 초등학생을 위한 재미있는 오페라 여행 명진 어린이책 13
코엔 크루케 지음, 정신재 옮김 / 명진출판사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금난새 지휘자의 테마가 있는 클래식 연주회는 어린이를 동반해도 좋을만큼 쉽고 재미나다. 아이들이 절대 공연중에 떠들지 않을만큼 짧막하면서도 아이들을 위한 해설도 곁들여지고 중간중간 쉬운 질문들도 던지기 때문에 참여도도 높다. 그래서 그의 연주회에 갔을때 아이들이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공연들이 많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어렵게 느껴질만한 오페라 공연이 책으로 엮여 나왔다. 그것도 아이를 주인공으로 해서 그들이 쉽게 이해하기 위해 설명하듯 하면서도 절대 가르치지 않는 방법으로 말이다. 아주 현명한 기획이다. 어른인 내가 봐도 아주 쉽고 재미났으니까. 

감수자인 김학민 교수는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로 이미 알고 있는 저자였으며 잉그리드 고돈은 여러 책을 통해 그 그림체가 익숙한 작가였다. 저자인 코엔 크루케의 이름만 다소 생소했는데, 벨기에의 유명한 오페라 가수라니 벨기에가 부러워진다. 오페라 가수가 앞장서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이런 책을 기획하다니...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오페라 작품은 네 작품이다. 라 페네렌톨라라고 하면 생소하겠지만 번역해서 신데렐라라고 하면 누구나 알고 있을 유명한 작품일테고, 마술피리와 카르멘, 아이다 이 작품들은 사실 아주 흥미로운 작품들이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그 음악이 주는 웅장함은 공연이 끝난 후 눈을 감고 있어도 울림이 멈추지 않을 정도다. 

또한 작중 어린이인 토마스가 공연하는 나비부인 역시 아주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이 비극이 아이들이 이해할 만큼의 작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과감하게도 그녀는 나비부인을 택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동영상 cd로 만들어져 교육용 자료화 되어도 좋겠다 싶을만큼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동화를 너머선 작품으로 어른들이 보아도 충분히 교육적인 내용이 가득했다. 

사실 오페라를 즐기면서도 그 전문적인 영역인 용어들에 대해서는 생소한 감이 없지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쉽게 풀이된  용어들을 이해하면서 다음 오페라 공연을 좀 더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 

함께 첨부된 cd의 음악들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지만 cd의 음악들을 들으면서 이 동화를 다시 처음부터 읽어볼 작정이다. 그리하면 토마스, 리사와 함께 오페라 구경온 느낌이 들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털 엔진 견인 도시 연대기 1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대충 읽을 생각이면 애시당초에 덮어버리는 것이 좋다. 시간 때우기 식의 가벼운 독서를 계획했더라도 마찬가지다. [모텔 엔진]은 시간을 들여 꼼꼼히 읽어야 그 내용을 십분 다 활용해서 상상할 수 있는 소설이다. 

필립 리브라는 작가의 이름이 생소하긴 하지만 그는 영국 출신의 베스트작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특히 워너브러더스 같음 메이저 영화사의 러브콜을 받는 원작의 주인이면서 피터 잭슨 처럼 유명한 감독이 탐내는 원작자이기도 하다. 

[모텔 엔진]은 단편으로 끝나는 작품이 아니다. 시작부터 4부작의 첫번째 권임을 밝히며 시작했다. 결국 이 첫단추를 잘 꿰지 못하면 나머지 세 권 분량이 날아가 버리니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둬야했다. 

"견인 도시 연대기"라는 제목만으로는 얼핏 작년에 읽었던 한 작품이 떠올랐다. 그 작품 역시 다음 권의 번역을 기다리고 있으나 쉽게 서점가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작품이긴 하다. 아이들을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불러들인 소설 [헝거게임]이 제일 먼저 떠올려진 것은 아마 도시 연대기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 소설의 배경은 빈부격차가 심해진 미래의 어느날로 하고 있고 부유한 도시에서 가난한 도시의 아이들을 재미를 위해 사지로 몰아가는 이야기였다.  내용은 이 소설과 맞닿아 있지 않지만 왠지 분위기 때문인지 생각나버린 소설이었다. 

"견인도시"는 "60분 전쟁"으로 인해 종말을 맞은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견인도시"를 만들어 약육강육적으로 큰 도시가 작은 도시를 잡아먹으며 생존하는 일종의 도시 서바이벌을 배겨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지구가 안정이 된 후에도 "견인 도시 추종자"들이 남아 도시의 이동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들과 대립하는 "반 견인 도시 주의자들"이 생겨났고 런던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만약 영화화 된다면 이 소설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스타워즈처럼 아주 멋지고 화려한 스케일로 그려졌으면 좋겠다. 볼거리가 많지만 아바타처럼 인간의 마음을 잃지 않는 그 무언가를 갈구하게 되도록....그런 영화로 그려지면 근사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감동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기교로만 쓴 소설에서 반전에 대한 감탄 외에 감동없이 책을 덮게 되면 그 이야기는 하루만에 머릿속에서 지워져 버린다. 하지만 일상을 노래하면서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들이 있다. 

[엄마의 은행통장]도 그 중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엄마가 세상 모든 일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란다. 그 첫번째 콩껍질이 깨어지는 나이는 20살. 어른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하면서 엄마의 평범함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30대가 지나면 엄마는 점점 보살펴야 할 대상으로 변한다. 우리의 키자람이 엄마의 어깨를 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녀는 더이상 엄마가 아니라 여자가 된다. 

엄마의 은행통장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나 [내 생애 가장 따뜻했던 날들]에서와 같은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일부러 잘 쓰려고 만든 소설이 아닌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은 그들의 삶 속에서 우리는 생의 선물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의 은행통장은 아이들에게 불안의 요소를 덜기 위해 생각해낸 엄마만의 방법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언제나 잔돈이 없어질 때조차도 "그래, 우리에겐 은행의 돈이 아직 남아 있어."라며 절망하지 않는다. 많이 배우거나 아름다운 엄마라는 표현은 없지만 이 작은 대목에서도 우리는 엄마가 얼마나 지혜로운 사람인지 알게 된다. 사실 엄마는 평생 은행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이며 통장을 만들어 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작은 상상은 아이들에게 긍정의 효과라는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넉넉하진 못해도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는 엄마. 나쁜 일 속에서도 좋은 점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엄마. 딸의 생일과 다과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 우리가 바라는 엄마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부드럽지만 강한 외유내강형의 최고봉인 엄마상이다. 

사실 엄마의 은행통장이라는 제목만 들었을때엔 아이들을 위한 경제서인줄 알았었다. 부자아빠 시리즈처럼 엄마가 심어주는 경제원리 내지는 개념 정도가 포함된 아동용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읽지 않았으면 정말 후회했을만큼 좋은 소설이었다. 

좋은 것은 소문내고 다니는 성격인지라 이 책은 한 동안 내 소문 리스트의 1위에 등극되어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