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치 제로
풍덕륜 감독, 안젤라베이비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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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太極之零開始 Tai chi 0

  감독 - 풍덕륜

  출연 - 원효초, 안젤라 베이비, 양가휘, 펑위옌, 서기

 

 

 

  양로선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무술에 최적화된 신체를 갖고 태어났다. 그의 이마에 있는 작운 뿔 같은 것을 누르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능력은 한편으로는 축복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쓸 때마다 그의 수명을 깎아먹는 저주이기도 했다.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길은 고수들만 사는 마을에 가서 ‘진가권’을 익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마을을 코흘리개 꼬꼬마들까지 무술을 할 줄 아는 곳으로 외부인에게는 절대로 권법을 전수를 해주지 않는 풍습이 있었다. 양로선은 여러 관문을 통과한 끝에 겨우 근성을 인정받는다.

 

  한편 그 마을 출신으로 서양에 가서 학문을 공부하고 돌아온 방자경은 서구의 문물을 소개하려고 한다. 하지만 신통치 않은 반응을 얻자, 철도를 깐다는 명목으로 거대 기계를 끌고 온다. 진가권 장문인의 딸 옥랑과 양로선은 힘을 합해 거대 기계 TROY를 폭파시키지만, 그 와중에 방자경의 연인이 죽고 만다. 그는 마을을 없애버리겠다고 다짐을 하는데…….

 

  화면은 참 시원시원했다.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이 벌이는 대결 장면은 시원시원하니 재미있었고, 난데없이 나타난 거대 기계 TROY는 신기하기만 했다. 게다가 새로운 출연진이 나올 때마다 자막으로 그 사람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것도 신선했다.

 

  이 영화의 제작을 이연걸이 맡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무술 대회 입상자들이나 실제 진가권의 전승자가 다수 출연을 했고, 그 사람들이 나올 때마다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는지 친절하게 자막이 같이 나왔다. 만화처럼 인물을 그리기도 하고-성격이 만화 캐릭터라는 것이 아니라, 진짜 만화-양로선이 마을의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할 때마다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화면이 나오기도 했다.

 

  양로선이나 옥랑, 장문인은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특히 양로선은 진가권을 발전시켜 태극권을 만들어 대중화시켰다고 한다. 황비홍처럼 청나라 말기에 활약했던 사람인가보다. 그 때문에 더욱 더 만화나 게임 같은 구성을 넣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재했던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긴 하지만, 철저히 허구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월이 흐른 다음, 중국의 후손들이 우리 조상님은 기계와 싸워서 태극권으로 이겼다고 믿을지도 모르니까.

 

  문득 몇 년 전에 방영한 모 드라마의 영향으로 신윤복이 여자였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던 어떤 사람이나, 모 게임과 만화의 영향으로 아더 왕이 여자였다고 믿던 어떤 학생이 생각난다. 지금쯤은 환상과 현실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안타까운 점은 영화의 스토리였다. 3부작으로 구성이 되었다고 하지만, 뭔가 많이 아쉬웠다. 아무리 연작이라고 해도, 한 편에서 어딘지 모르게 끝이 나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이건 그러지 않았다. ‘헐, 이걸로 끝이야?’라는 물음이 먼저 나왔다. 어쩐지 애매하게 끝을 맺은 것 같았다. 다음 편을 보라는 의미로 그렇게 만든 거라면, 흐음. 한국 드라마를 좀 더 자주 보라고 하고 싶다. 막장이라 욕하지만 다음 편을 보게 만드는 능력이 좀 부족했다.

 

  그나저나 양가휘……. 처음에는 못 알아봤다. 아무리 분장이라지만 그 자글자글한 주름이라니. 아, 세월이 그렇게 많이 흘렀구나.

 

  안젤라 베이비, 영화에서 처음 봤는데 무척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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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설영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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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Remembered Death, 1945년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어쩐지 이 책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 달의 크리스티 도서 리뷰를 이제야 올릴 수 있었다. 하아, 이건 뭐랄까 로맨스도 어중간하고 추리도 어중간하고 등장인물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고……. 그냥 전반적으로 어중간했다. 내가 사랑하는 포와로나 미스 마플이 나오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아이리스는 이제 곧 성인이 되는 소녀다. 일 년 전 자살로 판정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언니 로즈메리 덕분에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게 되었다. 일 년 전의 사건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그녀는 언니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한편 형부인 조지에게는 의문의 편지가 날아든다. 부인인 로즈메리는 살해되었다는 것이다. 조지는 증거를 모으고, 일 년 전과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 범인을 밝혀내려고 한다. 하지만 그 역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는데…….

 

  왜 별로였을까 생각해봤다. 우선 전개가 너무 전형적이다. 지금까지 크리스티 소설 중에서 탐정이 나오지 않고 평범한 남녀가 사건에 휘말리는 다른 책들의 흐름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요주의 인물로 정체가 불분명한 남자가 나오지만, 여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면서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저 남자는 원래 신분이 엄청 높거나 비밀 요원이 분명해. 그리고 그건 맞아떨어졌다. 그 부분에서 어쩐지 식상하다는 기분과 함께 허탈함마저 들었다. 어떻게 매번 이런 식인지. 범죄자가 주인공인 소설이 아니니까, 가족을 잃고 자기 목숨마저 잃을 뻔 했던 여주인공에게 뭔가 보상을 줘야하니까, 권선징악적인 결말을 내려면 착한 사람들은 행복해야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건 이해한다고 해도 흐음. 1945년에 뒤통수치고 괴로워하는 선과 악의 경계가 왔다 갔다 하는 그런 내용을 기대하기에는 무리였을까?

 

  물론 몇 가지 장점도 있긴 했다. 주요 등장인물의 심리를 보여주면서 로즈메리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사건이 진행되면서 달라지는 사람들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은 마음에 들었다.

 

  다만 너무 심리만 다루다보니까 너무 잔잔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한꺼번에 여러 사람을 다루다보니까 어떤 부분에서는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지 의아할 때가 있었다. 아, 물론 그건 나와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이나 기타 등등 여러 가지가 다르니까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아직까지 왜 아이리스가 그 남자에게 반했는지 모르겠다. 정체도 불분명하고 언니와 연인 관계였다고 알려진 남자인데 말이다. 아, 갑자기 여자들은 위험하고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런 건가? 그럼 난 여자가 아니었나. 난 나쁜 남자나 위험한 사람은 싫던데.

 

  책을 다 읽고 갑자기 내 성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크리스티,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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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분노의 추적자 - 아웃케이스 없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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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jango Unchained, 2012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 제이미 폭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크리스토프 왈츠, 케리 워싱턴 사무엘 L. 잭슨

 

 

 

  예전에 '주말의 명화'같은 프로그램이 있을 때, 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미국 서부 영화를 방영해준 적이 있었다. 부모님이 그런 것을 좋아하셔서 나도 졸린 눈을 비비며 옆에서 보았는데, 내용은 다 기억이 안 나고 몇몇 장면만은 아직도 생각난다. 콧수염이 멋졌던 날카롭게 생긴 아저씨, 수염이 까칠하게 났던 젊은 시절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악당과 혼자 맞서려고 했던 잘 생긴 보안관 아저씨, 그리고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주제음악까지.

 

  이 영화 시작 부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어! 이건!'하고 깜짝 놀랐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노래였다. 예전에 보았던 서부 영화를 21세기 감각으로 풀어놓은 건가? 그런데 주인공이 흑인이다. 이상하다, 내 기억 속에 장고를 비롯한 서부 영화 주인공들은 다 백인이었는데……. 음, 새로 만드는 영화는 뭔가 다른 점이 있거나 특색이 있어야 하니까 바꾼 모양이다. 하지만 영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 기억과는 너무 달랐다. 그 영화가 부인을 찾아 헤매는 거였던가? 흑인 노예제가 있을 때가 배경이었나?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보기로 했다. 예전과 똑같이 만들라는 원칙은 없으니까. 단지 인물 설정만 따온 새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 편하게 영화를 보았다.

 

  미국에 노예제가 아주 성행을 하고 있을 무렵, 사랑하는 여인과 도망치다가 잡힌 흑인 노예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장고. 결국 둘은 따로따로 팔려갔고, 장고는 우연히 길에서 만난 주업은 치과 의사였지만 부업으로 현상금 사냥꾼을 하고 있는 킹 슐츠를 만난다. 슐츠는 장고를 자유민으로 만든 다음, 자신의 현상금 사냥꾼 조수로 기용한다. 현상금에 걸린 사람들을 잡으러 다니던 두 사람은 장고의 부인을 찾기로 한다. 그녀를 사간 사람은 악명 높은 지주 칼빈 캔디. 처음에는 순조롭게 협상이 진행되어갔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에 부딪히는데…….

 

  전반부의 내용이 장고가 슐츠와 만나 현상금 사냥꾼 일을 하는 것이라면, 후반부는 장고의 아내를 되찾는 것이 주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보여주는 노예의 삶이란, 으……. 만딩고 경기라는 것이 있는데 흑인 노예 둘이 레슬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포인트를 따면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죽을 때까지 경기를 하는 것이다. 경기를 하다가 목뼈가 부러져 괴로워하는 노예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망치로 머리를 내리쳐 한 번에 숨을 끊어주는 것이었다. 그걸 보고 백인들은 흥분하며 신나하고, 그 옆에서 시중을 들던 흑인들은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그리고 뭔가 잘못한 노예를 산 채로 개들에게 물어뜯게 해서 죽이는데……. 아, 디카프리오가 악당으로 나오다니! 그것도 악덕 대지주로! 그런데 그것도 꽤 어울렸다. 연기 잘하는 사람은 어떤 배역을 맡건 잘 소화하나보다. 노예들에게 가혹하게 대하는 걸 보면서, 나쁜 놈이라는 욕이 절로 나왔다. 그런 걸 보면서 웃음이 나오냐, 이 사이코패스야!

 

  물론 흑인들 중에도 자기가 백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음,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는 표현이 맞을지 잘 모르겠다. 백인들 옆에서 쥐꼬리보다 못한 권력 같지도 않은 힘을 갖고 편하게 살다보니까, 자신의 뿌리를 잊은 것이다. 어차피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팔릴 처지인데도, 그걸 모르고 자신은 다른 노예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 사무엘 잭슨이 그렇게 야비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영화를 보면서 때려주고 싶었다. 이 XX놈아, 너도 똑같은 노예주제에!

 

  보면서 화도 나고, 장고의 복수 장면에서는 '그렇지!'라고 환호성도 질렀다. 특히 장고가 옷을 근사하게 차려입고 말을 타고 지나가면서, 백인들을 내려다볼 때는 은근히 기분도 좋았다. 참, 노래도 좋았다.

 

  노예근성에 찌들면 어떻게 된다는 것도 잘 알 수 있었다. 왜 기껏 풀어줬는데도 도망을 못 가니!

 

  하지만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은 시간이었다. 무슨 영화가 상영시간이 무려 165시분……. 내가 비디오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극장에서 봤으면 아마 지쳐서 중간에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집에서 봤으니까 중간에 두어 번 쉬어가면서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상영 시간이 두 시간이 넘는 영화는 안 만들어줬으면 한다. 보다가 지쳐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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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드
제니퍼 챔버스 린치 감독, 빈센트 도노프리오 외 출연 / 나연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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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hained, 2012

  감독 - 제니퍼 챔버스 린치

  출연 - 빈센트 도노프리오, 에먼 파렌, 에반 버드, 줄리아 오몬드, 제이크 웨버

 

 

 

  감독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그렇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Boxing Helena, 1993'와 '서베일런스Surveillance, 2008'를 통해 알게 된 이름이다. 전자는 이웃집 여자를 짝사랑한 남자가 그녀를 납치감금신체절단을 통해 소유하고픈 욕망을 드러내는 영화였고, 후자는 마지막 반전과 함께 전체적인 상황의 재구성을 통해 사건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 두 가지가 교묘하게 결합된 작품이다.

 

  8살 먹은 팀은 엄마와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 택시를 탄다. 그 전까지 서로 사랑하는 아빠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살던 소년은 그 택시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는 상상도하지 못했다. 택시 운전수는 두 사람을 납치하고 엄마를 성폭행한 다음 살해한다. 그리고 도망치려는 팀의 발에 쇠사슬을 묶어놓고, 온갖 일을 시킨다. 한적한 시골 마을, 넓은 들판에 오직 있는 것이라고는 살인마의 집밖에 없는 상황에서 팀은 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환경에서 성장한다. 집안일은 물론이고 심지어 살인마가 사람을 죽이면 그 뒤처리까지 하면서, 여전히 사슬에 묶인 채로!

 

  팀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살인마는 그에게 강제로 의학 공부를 시킨다. 대학에 보내려는 게 아니라, 어딜 찌르면 한 번에 죽고 어떻게 찔러야 피가 나오는 등등, 그러니까 자신의 후계로 키우려는 속셈이었다. 급기야 그는 여자 하나를 잡아와 팀에게 죽이라고 강요하는데…….

 

  아, 보는 내내 진짜 가슴이 먹먹한 영화였다.

 

  팀도 그렇지만, 살인마도 어떻게 보면 불쌍했다. 그의 과거가 중간에 몇 장면 스쳐 지나가는데, 참 안타까운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아버지의 무차별적인 폭력과 위협에 의한 강제적인 어머니와의 동침 등등. 그 충격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사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박힌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범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분풀이할 대상은 따로 있는데, 엉뚱하게 애꿎은 다른 곳에다 화를 표출한 것이다. 그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9년 동안, 집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창도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계속해서 여자들의 신음소리와 비명소리를 밤마다 듣고, 죽어가는 것을 보고, 그 뒤처리를 하고, 믿었던 아빠마저 재혼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으며 자란 아이의 심리 상태는 어떨까? 거기다 결국에는 강제로 성관계와 살인을 강요당하기까지 하면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까지 겪으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소리가 들린다. 그걸 가만히 들으면서 주인공 팀의 심리를 생각하면, '설마?'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아니길 빌게 된다. 아, 제발 그건 아니길. 하지만 배운 게 한 가지밖에 없는, 더 이상 의지할 곳도 갈 곳도 없는 절망적인 상태라면, 이 세상에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직 배신자들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하아, 참으로 안타깝지만 무서운 일이다.

 

  그나저나 살인마로 나온 아저씨, 미국 드라마 'Law & Order: Criminal Intent'에서 유능하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한 형사로 나와서 수많은 범죄자들을 잡아들였는데 여기서는…….

 

  주요 등장인물은 두 사람이고 배경은 어두컴컴한 집안과 차고가 다이지만, 이야기는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다. 중간에 한두 장면 조금 느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볼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 반전을 알고 나니, 더 집중해서 복선을 찾으려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베일런스'때도 그러더니만, 감독이 아주 그런 재미에 맛을 들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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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학교 가는 날 파랑새 그림책 101
제인 고드윈 글, 안나 워커 그림, 안온 옮김 / 파랑새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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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Starting School (2013년)

  작가 - 제인 고드윈

  그림 - 안나 워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중학교에 진학할 때, 고등학교에 처음 들어갈 때 난 언제나 두근거리고 설레었으며 한편으로는 겁도 나고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이가 되어도 '처음, 첫 번째'라는 단어는 설렘과 불안이 공존하는 단어이다. 아마 초등학교 입학식 날, 다른 아줌마를 엄마라고 착각하고 따라갔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그런가보다.

 

  이 책은 처음으로 학교라는 곳에 발을 다섯 디딘 아이들의 하루를 보여주고 있다. 학교 가기 전에 도시락을 고르는 팀, 새 신을 자랑하고픈 한나, 학교 놀이를 좋아하는 수니타, 가방에 뭍은 이름표가 신기한 폴리 그리고 학교에 가고 싶은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 조. 이들은 다른 여러 아이들과 함께 학교 탐방도 하고 간식도 먹고 운동장에서 수줍게 서로 말을 걸기도 한다.



 

  성격이 다 다른 아이들답게 친구들에게 말을 거는 방법도, 수업 시간에 발표하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다 다르다. 화장실에 가는 것이 걱정인 폴리나 도시락을 가져오지 않은 팀, 글씨가 엉망인 조, 남을 돕기 좋아하는 수니타까지 아이들은 각자 나름대로 하루를 마친다.

 

  처음 우려와 달리, 아이들은 모두 학교라는 곳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불안해하던 아이들의 표정이 마지막에는 다들 환하게 웃고 있다. 학교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책은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아이들 그림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몇몇 페이지는 하단에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라든지 학교에 갈 때 준비해야할 것들이 작게 그려져 있다. 또한 뒤표지에는 아이들의 이름과 함께 그들이 그린 초상화가 한가득 들어있다. 누가 누굴 그렸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한 반에 여러 국적의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서로 스스럼없이 대하며 친구가 되는 과정이 참 훈훈했다. 피부색이나 외모를 따지지 않고 함께 지내는 게 당연하다고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좋았다. 세계화를 표방하고 다문화 가정이 많아지는 요즘, 홍보를 하고 정책을 펼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친하게 지내고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꼼꼼하게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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