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이디 Q.E.D 11 - 증명종료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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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이번에도 역시 두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런데 좀 재미있는 게, 첫 번째 이야기는 여름에 벌어졌고 두 번째 이야기는 겨울이 배경이다. 가나와 토마가 유급을 한 게 아니라면, 작가의 계산 착오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 계절에만 쓸 수 있는 트릭이라서 어쩔 수 없이? 아무래도 후자의 이유 같았다.

 

  ‘추억의 바다’는 여름방학을 맞아 바닷가로 놀러온 가나와 토마 그리고 다른 반 친구들. 그곳 바다에서 2km 떨어진 곳에 말바위라는 곳이 있다. 40년 전, 그 곳에 함부로 가면 안 된다는 어른들의 말을 무시하고 밤수영을 하다가 한 아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후, 그 사건에 대해서 뭔가 할 말이 있다던 그 때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겨울 동물원’은 특이하게도 유령이 나온다. 나름 독창적인 트릭을 써서 추리 소설을 썼지만 퇴짜를 받은 작가 지망생이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그는 자신의 소설 트릭을 편집자가 마음대로 써먹으려한다는 것을 깨닫고, 복수를 결심한다. 복수를 완성하고 자살을 한 그는 아무도 자신의 트릭을 알아차리지 못하자, 우연히 길에서 만난 토마와 가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해서 머리 풀어헤친 귀신의 모습으로 두 사람 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둘이 지나가면서 만나는 사람에게 빙의를 해서 암시를 준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토마는 가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우리는 신이 아니에요. 그래서 진실을 알게 될 때나 받아들일 때 노력이……. 그리고 각오가 필요한 거예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사였다.

 

  흔히 친구끼리 비밀을 공유하지만, 그것이 끝까지 지켜지는 경우가 별로 많지 않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주위에서는 그러했다. 비밀이 꼭 진실이라는 법은 없지만 말이다. 친구끼리니까 말해도 된다고 하지만, 정작 그 비밀을 들었을 때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사람도 있다. 괜히 들었다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고, 도리어 그 때문에 상대를 멀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남의 비밀 내지는 진실을 들을 각오가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상대에게는 중요한 일인데, 자기 자신은 그렇게 여기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응한 것이다.

 

  모든 것에 진지열매를 먹는 것도 문제지만, 매사에 가볍게 응하는 것도 좋지 않다. 상대가 진심이면 자신도 그에 걸맞은 마음가짐을 보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애초에 그런 각오가 없으면 상대방의 진실이나 비밀을 듣겠다고 나서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이 만화, 읽을 때마다 점점 더 생각하게 하고 주위를 둘러보게 만든다. 괜찮은데?

 

  40년 전 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노인의 대사가 마음을 아프게 하는 요즘이다. “목숨보다 소중한 보물을 잃은 이유조차 모르는 것만큼 억울하고 분한 일은 이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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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살 빠졌지? - 의지박약 통통이를 위한 365일 다이어트 일기장
와타나베 폰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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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의지박약 통통이를 위한 365일 다이어트 일기장

  저자 - 와타나베 폰




  제목을 보는 순간, ‘와, 이건 나를 위한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지박약! 다른 것은 잘 그러지 않는데, 먹는 것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나에게 다이어트란 글자로만 배우는 것이었다. 남들은 연애를 글로 배운다고 하지만, 난 다이어트를 글로 배웠다. 그러고 보니 다이어트에 성공했던 것은 딱 두 번, 그러니까 대학 졸업 사진 찍을 때 잠깐 했던 거랑, 동생 결혼식을 대비해서 했던 거뿐이다. 그리고 목표 날이 지나가자 다시 원상 복귀했던 내 몸무게…….


  작년에 하루 먹고 하루 굶기 책을 읽고 시도해봤지만, 중간에 포기했었다. 더 폭식을 하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뭐, 5년이 지나도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은 애인님이 자기는 통통해서 좋다는 말을 하고 있으니 마음 한구석에 안심하는 것도 있었고, 먹고 죽은 귀신이 빛깔이 좋다는 옛말도 있고, 이런저런 핑계로 다이어트와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다시 한 번 다이어트를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쪼금 들고 있던 중에 이 책을 발견했다.


  저자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변기 시트가 부러지다니……. 언젠가는 나에게도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일본 드라마 ‘파트너’에서 덩치가 큰 여인이 변기 시트가 부러지는 바람에, 엉덩이가 변기에 끼어서 굶어 죽은 사건이 있었지.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고 그래서 죽었던 것 같다. 미국 드라마 CSI에서도……. 아, 남의 일이 아니야! 나도 조심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저자가 만화가인지라, 자신의 일상생활에 대해서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있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계기, 위에서 언급한 변기 시트가 부러진 사건이나 몸무게를 쟀을 때의 상황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후 어떻게 관리를 시작했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 때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방법으로 꾸준히 해나갔는지 익살맞은 표정과 설명으로 얘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거창하게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평상시의 생활 습관을 바꾸면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날씬 미녀의 생활 습관을 따라하면서, ‘이런 상황에 미녀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으로 저자는 관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모든 날씬 미녀들이 그런 생활을 하는 건 아닐 것 같다. 아마 저자의 상상력도 조금 포함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뭐 그렇다 치고, 중요한 것은 자신의 롤 모델을 정해서 꾸준히 자극받고 지치지 않고 해나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생활 습관으로 정착시켰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니 요요 현상도 없었을 테고.


  책의 뒤에는 여러 가지 소소한 힌트가 들어있다. 그 중에 외식 테크닉 부분에서 ‘아-’하고 놀란 대목이 있었다. 조금 비싼 곳에 가야 이것저것 시키지 못해서 조금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애인님과 무한리필 집이나 뷔페 가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가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적당히 먹으라는 말이니까 뭐.


  단기적인 목표를 세워서 그것을 이룬 다음에 흐지부지 의욕을 상실해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겠다.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서, 꾸준히 성실하게!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애인님의 한 팔에 허리가 감길 정도가 되겠지. 애인님이 고무고무 열매를 먹는 것보다, 내가 다이어트하는게 더 빠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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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타이트
하우메 발라게로 감독, 알베르토 산 후안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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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ientras duermes, Sleep Tight, 2011

  감독 - 하우메 발라게로

  출연 - 루이스 토사, 마르타 에투라, 알베르토 산 후안, 페트라 마르티네스

 

 

 

  영화를 보다가 ‘와, 저 미친 XX’라는 욕이 절로 나왔다. 진짜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길가다가 발에 채일 정도로 널려있다. 어떻게 보면 그냥 마구잡이로 죽이는 연쇄 살인마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변태적이고 악랄한 미친놈이 등장하는 영화이다.

 

  병원에 있는 어머니 병수발을 하면서, 아파트에서 관리인으로도 일하는 세자르. 겉으로는 친절하고 꼼꼼히 일을 처리하는 그이지만, 속으로는 남다른 변태끼를 꽁꽁 숨기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 중에 한명인 클라라를 마음에 두고, 관리인이라는 직책을 이용해 은밀히 그녀를 스토킹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냥 단순히 그녀의 행적을 쫓고 편지를 보내는 것만이 아닌, 밤에 몰래 집에 침입해서 엿보기까지 한다. 침대 밑에서 그녀가 하는 모든 행동을 듣고 엿본다. 그리고 그녀가 잠이 들면 기어 나와, 클로로포름으로 마취를 하고 강간을 저지른다. 거의 매일 밤마다! 그에게 그것은 강간이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과의 동침일 것이다. 여자는 동의하지 않았고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가장 긴장했던 순간은 바로 세자르가 침대 밑에 있는데, 그 위에서 클라라와 남자친구가 관계를 맺는 부분이었다. 두 사람은 너무 열중해서 그가 몰래 빠져나간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열쇠를 잘못 가져온 바람에 세자르는 그녀의 집을 나가지 못하고 밤새 숨어있어야 했다. 욕조에서 깜빡 잠이 든 그의 귀에 들리는 것은 클라라와 애인이 샤워 준비를 하는 소리. 과연 들킬 것인가 말 것인가, 걸리지 않으면 어떻게 빠져나갈지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무척이나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기둥 하나를 사이에 두고 행복한 커플과 그것을 지켜보며 식은땀을 흘리는 한 남자의 대비가 무척이나 보는 이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우연찮게 클라라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 세자르. 클라라의 남자친구는 6주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는데 어떻게 임신 4주일 수 있냐고 그녀를 비난하고, 그녀역시 영문도 모르는 일이라 어떻게 할 줄을 모른다. 세자르만이 혼자 행복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와, 미친 놈. 그녀와 자신의 사랑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에게 날아든 협박 편지가 사건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모든 것을 봤다는 아파트의 참견쟁이 소녀와 그를 의심하기 시작한 클라라의 남자친구. 결국 그의 범죄가 드러날 것인가 아니면 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것인가?

 

  그는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보는 내내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도저히 갖지 못할 어떤 존재에 대해서,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다는 심리 같았다. 그녀의 존재가 자신이 살아갈 이유라고 하지만, 그녀에게 그의 존재는 죽고 싶은 충분한 이유일 것이다. 그녀 덕분에 행복해지는 법을 알았다고 했지만, 그녀는 그 때문에 더더욱 불행해질 뿐이다. 아, 그러면 세자르에게 자신의 행복은 남의 불행이라는 건가? 그게 그가 말하는 사랑인가?

 

  역시 미친놈이다.

 

  그래서 영화는 더 섬뜩했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피해자는 앞으로 남은 일생동안 어떻게 헤어 나올 수 없는 불행의 늪에서 살아야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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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이디 Q.E.D 10 - 증명종료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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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이번에는 한 가지 이야기만 들어있다. ‘마녀의 손 안에’라는 제목으로, 토마가 미국에서 MIT에 다닐 때 겪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책에 적힌 걸로 보면, 토마가 10살 때의 일, 잉? 10살? 지금 토마는 고등학생이니까 적어도 17살인데? 음, 일본과 우리는 나이 계산법이 틀린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미국에 있는 대학을 다니고 있으니, 그곳의 나이 계산법으로 해서 10살이라는 건가? 그러면 내 막내 조카보다 두 살이나 어린 나이인데……. 완전 애기다, 애기.

 

  MIT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마을 ‘세일럼’. 1692년 세일럼의 마녀 사냥으로 유명한 동네이다. 그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유력한 용의자는 피해자의 젊은 부인 세라였다. 그녀는 나이 차가 나는 남편과 결혼했을 때부터 돈을 노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1년 전부터 다니는 종교 단체에서는 이 모든 것이 젊고 아름다운 세라를 노린 마녀 재판이라며 항의 시위를 벌인다. 게다가 드러나는 증거란 증거는 모조리 변호사에게 반박당하면서, 검사국은 위기에 처한다.

 

  이때 토마는 아르바이트로 지방 검사국에서 서류를 데이터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사건의 검사를 맡은 어니 클레이터와 알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이 손을 대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린다는 자책감 때문에 우울해하던 토마였지만, 어니 검사의 격려로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한다. 그리고 그녀를 도울 생각으로 사건을 해결할 결정적인 힌트를 알려주지만, 사건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물론 이 사건만 들어있는 건 아니다. 그 와중에 천재라 불리던 한 학생이 처음 겪는 좌절 때문에 도박에 사기를 치다가, 결국 토마의 도움으로 자기 길을 찾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때 토마는 그 학생을 도우려다가 그의 연인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네가 천잰지 뭔지 모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쉽게 남을 도와줄 생각하지 마! 자만 떨지 말란 말이야.’

 

  이 말은 토마에게 큰 충격이었고, 자신은 남에게 상처와 불행을 주는 재앙덩어리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뛰어난 지능 때문에 편견어린 시선을 받아야했던 그였기에, 그 충격은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세상에는 자기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뭔가 도움을 받는다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습성을 가진 인간이 많으니까. 그런 사람들은 도움을 받으면 그냥 순수하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꼭 뭔가 토를 달고 사소하게 일이 잘못되면 도와주려고 했던 상대에게 모든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원래 도움을 받건 받지 않건 잘못될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때 어니 검사는 토마에게 이런 말을 한다. ‘뭔가 바라는 게 있는 사람은 얘기하진 않아도 얘기하려 한다. 사람은 본심을 숨긴다. 그러니까 사람의 본모습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 이때부터 토마가 사람의 본성과 숨은 의미를 찾아내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을 깨우친 것 같다.

 

  요즘은 츤데레라는 말로 희화하고 있지만, 다른 이에게 자신의 속마음이나 속사정을 100%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입으로는 솔직하다면서 100% 말하는 것 같지만, 자신에게 유리하게 편집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사람은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부분만 보게 되고, 또 다른 이들 역시 그가 보여주는 부분 중에서 또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그렇기에 사람들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그 뒤를 이어 다툼이나 반목이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이 만화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섣부르게 남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친한 사이라도 고민하고 상대방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넌지시 충고하고 있다.

 

  잠깐만. 이 만화, 고교생이 주인공인 추리 만화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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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 아웃케이스 없음
리들리 스콧 감독, 안소니 홉킨스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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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annibal , 2001

  감독 - 리들리 스콧

  출연 - 안소니 홉킨스, 줄리안 무어, 게리 올드만, 레이 리오타

 

 

 

  한니발 박사가 탈출한 후, 동시에 스탈링이 연쇄 살인마를 잡고 상원의원의 딸을 무사히 구출하고 10년이 지났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인 만큼, 두 사람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니발 박사는 이탈리아에서 위장 취업에 성공하였고, 스탈링은 여전히 FBI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어쩐지 그녀를 좋지 않게 보는 상관 클랜들러는 사사건건 트집만 잡고 있다. 그러다 그녀가 마피아 소탕 작전에서 아이를 앞세운 두목을 죽이자, 아이를 위험에 빠트렸다고 스탈링을 비난하고 좌천시키려고 한다. 이에 한니발에게 얼굴을 뜯기고 복수의 칼을 갈고 있던 메이슨은 스탈링을 이용할 음모를 꾸민다.

 

  시리즈를 만들 때 주의할 것이 있다. 사람들의 기억에 깊은 인상을 남긴 배역을 바꾸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 시리즈에서 한니발 렉터는 바뀌지 않았다. 3부작에서 다 한니발 역을 맡은 안소니 홉킨스는 사람들에게 영원한 한니발 박사로 남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스탈링 역은 조디 포스터에서 줄리안 무어로 바뀌었다.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 1991'에서 조디 포스터의 스탈링에 감명을 받은 나 같은 사람은 이번 줄리안 무어의 스탈링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조디 포스터는 신입이었기에 풋풋하고 여리여리한 이미지가 맞아떨어졌는데, 10년차 베테랑 FBI 요원인 줄리안 무어는 어쩐지 너무 약한 느낌을 주었다. 설마 줄리안 무어 같은 배우가 10년 전 조디 포스터 캐릭터의 성격을 그대로 가져가는 실수를 했을 리가 없는데…….

 

  그래서일까? 두 개의 중심인물과 두 개의 사건이 맞물려가면서 긴장감을 늦출 여유를 주지 않았던 전편과 달리, 이번 영화는 꽤 느슨했다. 우선 축의 하나였던 스탈링이 그리 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한니발 박사 위주로 흘러가는 분위기여서, 그녀가 나올 때는 다소 긴장감이나 집중도가 흐트러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사건이 산만하게 흘러갔다. 스탈링의 모함, 한니발 박사의 정체를 알아차린 형사의 죽음, 메이슨의 복수 이렇게 커다란 세 개의 사건이 있었는데, 어쩐지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했다.

 

  어쩌면 소설을 먼저 읽어서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진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는데…….

 

  그리고 제일 아쉬운 것은 결말이었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두 사람의 손가락이 스치는 장면에서 상당한 에로틱함을 느꼈던 사람들이라면, 소설의 결말은 나름 고개를 끄덕이면서 납득할 만했다. 그러나 영화는 흐음. 한니발이 그런 희생을 치를 이유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스탈링이기에 더 매력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한니발은 스탈링의 반응을 보면서 '그래야 내 여자지!'라고 감탄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나에게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은 결말이었다.

 

  그래서 3부작, '레드 드래건', '양들의 침묵' 그리고 '한니발' 중에서 이 영화가 제일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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