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 글을 올리지 않은 지 오래된 알라디너 몇을 알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단지 휴식 시간이 필요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글쓰기가 취미였던 사람은 언젠가는 다시 글을 쓰게 되리라는 것이다. 글을 쓰는 취미를 가진 사람은 글쓰기보다 더 좋은 취미를 갖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한번 맛을 보면 자꾸자꾸 마시고 싶어지는 커피처럼 글쓰기의 맛을 아는 자는 그 맛을 쉬이 잊을 수 없어서다. 현재 블로그를 폐쇄한 상태인 분들이 언젠가는 돌아오리라고 내가 믿는 이유다.

 

 

 

 

 

2.
어디에서 읽었을까? 어느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기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스승, 라이벌, 노력.

 
 
과거엔 글쓰기의 스승이 있었고, 글쓰기의 라이벌이 있었고, 글쓰기의 노력이 있었다.

 

 

그 세 가지가 현재는 다 없다.

 

 

과거와 현재 중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일까?

 

 

 

 

 

3.
해가 바뀌면 친정어머니가 80세가 되신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올해는 부쩍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신다. 친정에 주2회를 가는데도 부족하다는 반응이시다. 같이 살자고 하면 싫다고 하시면서도 딸이 오기만을, 딸이 전화해 주기만을 기다리시니 내 맘이 편치 않다. 친정어머니에게 친구라도 많았으면, 취미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휴일에 친정에 가겠다며 전화를 드렸더니 친구들과 점심 약속이 있으니 오지 말라고 하신다. “그럼 내가 안 가도 된단 말이죠?” 하면서 내가 얼마나 기뻐했던지. (그날 나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집에서 꼼짝 않고 지내고 싶었다.) 이것을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했더니 한 친구가 “그럴 땐 계 탔다고 하는 거야.”라고 말해서 우리 모두 웃었다.  

 

 

참 다행이다. 난 훗날 직업을 갖지 않고 살게 될 노년의 시간에 친정어머니처럼 적적해 하며 자식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살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 말이다. 취미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글쓰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글쓰기는 내게 하나의 노후 대책인 셈이다.

 

 

 

 

 

4.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좋아할 수 있을까요?” 또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독후감을 잘 쓸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아이들의 독서’에 대한 내 생각은 이러하다.

 

 

..........
초등학생 고학년의 학생들도 느낀 점을 못 써요. 느낀 게 없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있는 건데 자기가 머릿속에서 못 끄집어내는 경우가 많아요.(느낌이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거죠.)
다른 학생이 느낀 점을 발표하면 그제서야, 저도 그걸 느꼈어요, 라고 말하기도 하죠.
무엇을 느꼈느냐 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봐요. 문장의 구성, 이야기의 전개 방식, 각 인물들의 특성 등 알게 모르게 습득하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인상적인 문장 하나만 머릿속에 남아도 좋은 독서라고 봅니다.(저 개인적인 생각임.)

이것저것 읽다 보면 책에 대한 안목이 생기게 되니까 그때까지 기다리며 그냥 흥미롭게 읽을 책만 찾아 주는 게 부모의 (가장 중요한)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되어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1) 독서할 만한 집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2) 지루한 책 말고 재밌는 책을 선정해서 책이 얼마나 재밌는 건지 알게 해 주는 것.(물론 유익한 책이어야 하겠죠.)
- 이것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생각되어요.
읽은 것에 대해 함께 얘기한다면 그건 더 좋겠지만요. - 이건 모든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

저의 경우, 큰애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인 것 같은데, 해리포터 시리즈에 빠져 10권이 넘는 그걸 반복해서 읽더라고요.
저는 그걸로 됐다고 느꼈죠. 독서의 즐거움을 안 것이니까요. 그럼 다른 책도 저절로 읽게 될 터이니.
지금도 20권쯤 되는 그 시리즈를 버리지 않아요.(직장인이 되었는데도 말이죠.) 자기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책이라는 거죠. 해리포터 세대라고 하면서요.

만약 제가 그 책을 사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죠. 그 책 덕분인지 큰애는 독서광으로 자랐어요.
..........(지난 11월 5일에 어느 서재에서 내가 썼던 댓글을 그대로 옮겼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독후감도 잘 쓰므로 무조건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본다. 

 

 

 

 

 

5.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내가 알기로는 이러하다.

 

 

1) 돈을 아끼지 않고 책을 자주 산다.
2) 한 권을 집중해서 읽기보다 서너 권을 돌려 가며 읽는 걸 좋아한다.
3) 누군가가 책을 빌려 달라고 하면 싫어한다. 차라리 책을 새로 사서 선물로 주는 게 낫다고 여긴다.
4)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간다.
5)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6) 글쓰기가 취미이다. 
7) 심심할 때가 없다.
8) 시간이 아까워서 쓸데없는 일에 집적대지 않는다.

 

 

 

 

 

6.
서재에 글만 올릴 게 아니라 사진도 함께 올리면 방문자가 지금보다 더 많을 것 같아서 ‘사진을 올리면 어떨까?’ 하고 고민한 적이 있다. 고민 끝에 그만두기로 했던 건 글로만 승부 내겠다고 생각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핑계에 불과하다는 걸 안다. 사진 올리는 일에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진을 올리기로 생각이 바뀌었다.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할 바엔 사진이라도 올리면 좋을 것 같았고, 사진이 있다면 글이 좀 시시해도 사진을 보는 재미라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하여  2016년 4월 21일부터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잘한 것 같다.

 

 

그래서 또 단풍 사진을 올린다.

 

 

 

 

 

 

 

 

 

7.
나는 토요일이 좋다.
늘 눈 뜨면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은 토요일 아침.
어느 순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 하나로 이불 속에서 빠져나올 것이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아침을 먹을 것이고
커피 한 잔 들고서 나보다 글 잘 쓰는 이들의 글을 읽자고 신문을 펼쳐 여러 칼럼을 읽을 것이다.
비교는 자신의 위치를 알게 하고 겸손을 가르친다는 것을 나는 또 한 번 느낄 것이다.

 

 

 

 

 

8.
일주일 동안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한두 가지를 놓치고 말기 때문에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해서 마음이 한가롭지 못하다. 지난주에는 주2회로 가는 무용 수업을 하루 빠지고 말았다. 딱 한 번 결석했다.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9.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고 9월에 리뷰를 쓰려고 했다. 9월이 가 버렸다. 10월에 리뷰를 쓰려고 했다. 10월이 가 버렸다. 11월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리뷰를 쓰려고 했다. 11월이 가 버렸다. 이젠 12월이란다. 12월 7일이란다. 기막혀.

 

 

내 허락을 받지도 않고 시간은 제 멋대로 흐르는구나, 하고 느낀다.

 

 

벌써 12월이라니...

 

 

벌써 12월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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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12-0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벌써 12월이라니요.;;;
pek0501님 오늘도 흐린 날씨예요. 따뜻하고 좋은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6-12-08 12:15   좋아요 1 | URL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님 덕분에 2016년은 마음 따뜻했습니다.

고맙습니다.

2016-12-07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8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2-07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도 노년이 되면 어떻게 살까를 문득문득 생각해 봐요.
독거노인 같은 거 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고급 양로원 같은데 들어갈 형편은 안 될 것 같고.
어디 맛있게 하는 밥집 하나 알면 거기서 하루 한끼 정도
비슷한 또래와 같이 밥 먹는 타임을 갖는 거 이를테면 밥상 공동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 벌써부터...ㅋㅋ

나이들수록 책 읽기와 영화 보기, 글쓰기가 좋아지더라구요.
물론 가끔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긴한데
누구 같이 놀아 줄 상대 없나 목 빼는 것도 흉한 것 같고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취미겠다 싶어요.ㅎㅎ

페크pek0501 2016-12-08 12:2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스텔라 님은 아마도 외롭게 늙지 않을 것 같습니다.
벌써 노년을 생각하실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뭐 미리 생각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저는 어머니 보면서 저의 노년을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친구, 특히 가까이 사는 친구가 많아야 한다는 것.(노인이 되면 체력이 약해져 멀리 있는 친구와는 왕래가 뜸하더라고요.) 그리고 취미 생활이 꼭 있어야 한다는 것. - 을 생각하게 됩니다.

노인이 되면 가까이 둬야 할 친구들의 목록이라도 써 둬야 할 것 같아요. ㅋ

아침에혹은저녁에☔ 2016-12-07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핵 공감입니다

페크pek0501 2016-12-08 13:3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님한테 핵 공감, 이란 말을 배웁니다. 핵 자를 붙이면 되는거군요.

고맙습니다.

hnine 2016-12-0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돌아가신 제 아버지 경우를 보니까 나이 드셔서 지병이 생기고 약을 장기 복용하시고, 그러면서 성격이나 취미도 바뀌시더라고요. 그렇게 좋아하시던 책도 안 읽으시고 음악도 안 들으시고요. 눈이 침침해지니 책 읽는 것도 불편하시고 약 때문인지 집중력이 떨어져서인지 책도 소책자 월간지 정도 밖에 못읽으시게 되셨어요. 신문도 집중해서 못읽으시는걸 보고 저는 나이 든 후의 제 생활에 대해 자신이 없답니다. 일단 몸이 건강해야한다는 것, 그것이 제1 선행조건이 되는 건 맞는데, 이 세상에 아프고 싶어 아픈 사람 있나 생각하면 그것도 그렇고...

페크pek0501 2016-12-08 13:37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주셨습니다. 건강이 문제더라고요. 저는 시력은 좋은데 안구건조증이 벌써 있어서 장시간 컴퓨터 사용을 못합니다. 노인이 되면 저 역시 확신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눈이 침침해지면 점자 책을 배워야 하나, 뭐 그런 생각도 했죠.
요즘 폰으로 오디오 북을 즐겨 듣는데 나중에 귀가 어두워지면 보청기 사용하고 보청기도 효과 없어지면 점자 책을 봐야 할까요?

수명이 길어져서 할 일 없는 노인들의 생활이 심각한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이라도 취미를 많이 만들어서 노후에도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 같아요. 제 생각엔 취미 생활을 해 본 사람은 나중에 꼭 그 취미가 아니더라도 취미 생활을 찾으려고 노력할 거라고 봐요. 취미 생활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더 심각할 거라고 봐요.

좋은 말씀 새겨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cyrus 2016-12-07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빡 잊고 있었어요. 올해 나온 알랭 드 보통의 신작을 읽으려고 생각했는데, 인기 도서라서 그런지 도서관에 보이지 않았어요. ^^;;

블로그를 폐쇄한 분들이 갑자기 종적을 감출 때도 슬프지만, 더 서글픈 게 시간이 지날수록 이분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에 대한 기억도 잊혀지는 것입니다.

페크pek0501 2016-12-08 13:40   좋아요 1 | URL
그랬군요. 보통의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답니다. 그의 광팬들만이 좋아할 작품 같습니다. 저도 포함됩니다.

그렇죠. 안 나타나면 결국 우린 잊게 되지요. 현재 교류 중인 사람들도 챙기기 바쁜데 과거 속의 사람까지 챙기기가 힘들죠. 잊혀지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슬픈 일이지만...

그래서 저는 이 서재에 오래 남으려고 합니다. 잊혀지지 않게요.. ㅋ
고맙습니다.

세실 2016-12-1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년에 대해 생각합니다.
여행, 영화, 책, 글쓰기, 요가, 커피, 색연필화....무언가를 선택할때 노년까지 이어질 그런 취미를 고려합니다.
사진 올리면 방문자수가 많아질? 그럴수도 있겠네요. (귀여우셔라~~)
전 책은 자주 구입하는데 주변에 나눠줘요. 집에 책이 많아지는것도 스트레스가 되네요.
큰 아이는 대학생이 되니 다시 읽기 시작합니다.
요즘 책 추천해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페크pek0501 2016-12-18 12:07   좋아요 0 | URL
세실 님 안녕?

으음... 노년까지 이어질 취미를 고려하기. 좋은 생각입니다. 저도 그래야겠군요.

사진, 제가 귀여웠나요? ㅋ

책을 주변에 나눠 주시다니 멋지군요. 아직 저는 그 경지에 가지 못했어요. 책 정리를 해서 나눠 주기도, 버리기도 해야 할 터인데 말이죠.

좋은 휴일을 보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