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케치 쉽게 하기 - 동물 드로잉 ㅣ 스케치 쉽게 하기 5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8년 8월
평점 :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걸 넘어서서 신기하기까지 했다. 어쩌면 저렇게 사진찍은 것처럼 그릴 수 있는지, 눈으로 보고 머릿속에 각인된 것을 손으로 풀어내는 새로운 기법이라도 있는 건지 감탄하다가는, 남들보다 특출난 재능을 갖고 있는 탓에 할 수 있는 재주 정도로 으례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스케치 쉽게 하기' 책을 보면서, 선 긋기 연습부터, 스트로크 연습, 그라데이션 연습 등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학습을 쌓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드로잉은 팔과 손의 근육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였을 때 좋은 스트로크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무의식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엄청난 반복이 필요한 것이고 보면, 물 흐르듯 자연스레 그려지는 신기한 마술과도 같은 스케치는 꼭 타고난 재능의 탓만이 아니었던 거다. 특히나 1년 동안의 습작기간 동안에는 그린 그림을 남기지 말고 버리라는 충고까지 한다.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마음을 비우고 순수하게 그림에만 몰입하기 위해서다. 많은 그림이 쓰레기통으로 사라진 후에야 스케치의 기본 틀이 몸에 배이면서 흔히 말해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경지에 오르게 된다는 얘기다.
동물을 그릴 때에는 특히 몸통을 그리기가 어려웠는데, 늘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아 한쪽으로 기우뚱하게 치우쳐 전체적으로 어색해지기 때문이었다. 책의 설명 중에는 동그라미와 중심선을 이용한 동작 드로잉이란 것이 있다. 그러니까, 동그라미 몇 개와 기분이 되는 선으로 틀을 잡아 전체 윤곽을 그려나가는 방법이 있었던 거다. 이것도 처음부터 잘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이 과정을 충분히 거친 후 곧바로 그리는 프리 드로잉 과정에 도전해 보라고 하는 걸 보면 처음부터 백지에 바로 그려나가는 스케치가 초보자에게 어려운 과정인 건 분명하나보다.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걸! 학원에 가지 않고도 기본적 틀을 배울 수 있는 이 시리즈의 존재가 매우 반갑다.
책에 나온 동물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제일 많긴 하지만, 그 외에도 토끼, 거북이, 다람쥐, 조류, 말, 소, 낙타, 곤충,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사자, 호랑이 등 넓은 영역을 다루고 있어 특별히 어떤 종류의 동물을 선호하는 분이라도 섭섭하지 않게끔 준비되어 있다.
이 책에 앞서서 기초, 인물, 풍경, 인체 드로잉 시리즈가 이미 출판되었지만, 이번 동물 드로잉 편은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더욱 특별한 의미를 준다. 애정을 갖고 있는 대상을 그린다는 건 무의식의 정물을 그리는 것과는 달리 사랑을 담아 행하는 동작이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따뜻한 마음이 될 수밖에 없다. 책을 읽는 동안 김충원 님도 동물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그림의 대상으로 동물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애정을 담고 바라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동물들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걸 보며 스케치를 학습하는 교재로서의 의미도 좋았지만, 그려진 동물들이 예뻐서 구경하는 재미도 남달랐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