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후의 인간 경영학
리 아오 지음, 강성애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서태후의 인간 경영학'이지만, 책을 읽고 난 지금 서태후에게서 굳이 경영의 미덕을 찾고 싶지는 않다. 서태후가 사람을 잘 다루고 능수능란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양쪽 세력을 적당히 다투게 하여 그 사이에서 이익을 꾀한다거나 임기응변에 능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는 등 정치인들이 취하는 비열한 수단과 방법이 그녀의 통치 시기에 두드러지게 보인다. 그러나, 서태후가 아니더라도 처세술을 배울 만한 대상은 많을 것이기에, 본받지 말아야 할 점이 훨씬 많은 이로부터 뭔가를 얻고 싶지는 않은 고집 같은 거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을 읽는 동안 영화 '마지막 황제'의 장면도 간간히 떠오르며, 서태후 즉 자희에 의해 이용당했던 두 왕인 동치제와 광서제에 대한 연민이 생겨났다. 20세가 되기도 전에 천연두와 매독으로 추정되는 질병으로 사망한 동치제는 그 유약함으로 황제감이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권력욕에 휩싸인 생모로부터 정도 느껴보지 못한 채 향락을 즐기는 소극적 방법으로 반항하다 간 인생이 처량하다. 황제인 것이 부럽지가 않은 인생역정이었다.

그에 비하면 광서제의 죽음은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안쓰럽다. 국민을 짊어지고 있다는 책임감을 지니고 변해가는 세월에 맞게 개혁을 추진했던 그가 서태후에 의해 날개가 꺾이지 않았더라면 청나라의 말기 역사를 조금은 변화시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황제로서 자신의 뜻을 펼쳐보지 못했던 것은 물론이고, 한 인간으로서의 사랑도 무너졌다. 평생을 으르렁대며 살았던 황후는 서태후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여 남보다도 못했고, 진정으로 사랑했던 후궁은 우물 속에 내던져진 채로 죽임을 당한다. 역시 서태후에 의해서다. 광서제가 승하한 다음날 약속이나 한듯이 서태후가 그 뒤를 따랐으니, 이모와 조카 사이인 둘은 악연의 골이 참으로 깊었나보다.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매일 모유를 마셨던 서태후를 위해 전용 유모가 있어야 했고, 식사 때에는 백여 가지가 넘는 음식들이 차려졌었다고 한다. 48년의 집권 기간동안 그녀의 사치스러운 생활방식을 위해 낭비된 돈도 아깝지만, 죽은 후에 무덤을 꾸미는 데 들어간 자금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20년 후 도굴당하면서 그 많은 금은보화들은 자취를 감추었다는데, 진정 그 금은보화를 지닌 채로 하늘까지 가고 싶었던 것일까?

책에 나온 노년의 서태후의 모습은 예상 밖으로 평범하다. 전족의 풍습을 없앤 것 외에 뚜렷한 치적을 찾을 수 없는 서태후는 전환기의 청나라를 이끌어나갈 인재는 전혀 못되었다. 서태후가 추구했던 것이 청나라의 번영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 유지에 있었으므로 탐욕과 이기주의는 막을 수 없었다. 도덕성이 결여된 군주의 말로는 밝지 못했기에 당시 청나라 국민들은 힘겹고 혼란스런 삶을 살아야 했다. 혐한류가 번져가고 있는 나라 중국의 역사 속 인물이지만, 우리나라의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기엔 화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중국의 역사를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 서태후.
중복되는 내용도 간혹 있었고, 서태후의 여러 모습을 얘기하려다 보니 일관성이 결여된 부분도 있었지만, 자희라는 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그 시기의 정치 사회적인 상황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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