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로드 - 길 없는 길 따라간 세계대학일주
박정범.권용태.김성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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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덜 알려진 대학을 찾아 떠난 대학 탐방기 형태의 여행서는 처음 접해본다. 세계 각지엔 잘 알려진 명문대 말고도 유명세를 덜 타는 알찬 대학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이런 책의 기획은 유학을 준비하는 세대들에게 신천지를 개척해주는 것과 같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도 아이가 훗날 유학을 가게 된다면 시야를 넓게 보고 대학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여행의 목표를 정하고 스폰서를 구해 경비를 아끼며 떠난 세 명의 대학생들은 참 풋풋하기도 했다. 목표를 실행하기까지 많고도 많은 생각을 거쳐야 하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추진력과 패기로 프로젝트를 완성시켜가는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열린 마음으로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각 대학에서 화선지에 붓글씨로 외국학생들의 이름을 한글로 써서 나누어주는 행사를 벌이고, 한국의 책을 세계 대학의 도서관에 기증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낸 학생들의 생각도 기특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들고 웃으며 사진 찍은 외국의 대학생들도 참 예뻤다. 

그들은 중국 상하이의 푸단 대학교를 시작으로 홍콩,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의 동남아를 거쳐 오스트리아, 그리스, 폴란드, 스페인, 심지어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짐바브웨까지 세계의 대학 19곳을 방문했다. 각 대학을 방문하여 또래 대학생들을 만난 후의 교감과 한국을 소개해 나가는 과정, 숙박업소를 찾는 일 등 경험담들을 재미있게 풀어 써 놓았다. 그 과정에서 좋은 분들도 만나고 한국에 돌아와서까지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사람과 사람간의 교감에 관한 내용이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부분이다. 각 나라의 대학생과 나눈 대화의 내용은 그 나라의 국민성을 알게 해주는 특색이 있어 재미있었고, 여행서의 판박이같은 내용과는 달리 그 나라 대학생이 직접 평가하는 모국에 대한 감정은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도 있어 흥미로웠다. 처음 만난 외국의 대학생과 서로 벽을 허물며 생각을 교환하는 모습이 신선했음은 물론이다.

대학 정보에 대해서는 사진과 더불어 표 형식으로 정리하여 입학신청 조건이나 학사일정, 추천학과 등을 알려주고 있는데, 실제로 유학을 간다면 이정도 정보는 길잡이 정도만 될 것이고 실제로는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 같다. 즉, 완벽한 학교 소개서라기보다는 대학 방문기에 구체적 정보가 양념으로 추가되어 있는 느낌을 준다. 또한, 괜찮은 숙박업소나 관광지도 소개하는 여행 정보 코너도 곁들여져 있다.
이들이 가끔씩 던지는 사회현실에 대한 감각도 마음에 들었다. 요즘 대학생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말이 들리고 있으나, 적어도 이들 세 명은 아닌 것 같기에 더 읽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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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쓰는 기술
바버라 애버크롬비 지음, 이민주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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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나에게 있어 양면성을 지닌다. 백지를 앞에 두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끌어내느라 애를 쓰는 고통의 시간일 때도 있지만, 글을 씀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도 있다. 후자의 경우엔 시원하게 울고 나서 마음이 정리되는 효과와 비슷한 뻥 뚫린 후련함을 느끼게 된다. 그 어느 경우든지간에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사고의 협소함, 표현력 등 글을 쓸 때마다 좌절하게 되는 요소는 많은데, 글을 잘 쓰기 위해선 어떤 학습과정을 거쳐야 하는 걸까?

글쓰기는 규격화된 루트에 발을 디뎌 원리원칙대로 행동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게 되는 공장의 생산물이 아니다. 뇌와 감성이 교차되며 빚어지는 것이니, 그때그때의 감정이나 컨디션에 따라 다른 글이 나올 수도 있는 변화무쌍한 고차원의 영역이다. 또한 마음을 보여주는 창과 마찬가지이니,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각고의 인내를 거친 훈련과 단련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바바라 애버크롬비는 그러한 훈련의 과정 속으로 독자를 인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책에 나온 글쓰기 전략 43가지는 대단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매우 실용성있는 조언으로 '그러면 되겠구나.' 하는 마음을 절로 일으킨다. 하나하나의 전략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으므로 꼼꼼히 읽고 그대로 노력하면 글쓰기가 더이상 고통이 아닌 즐거움으로 다가오게 될 것 같다. 이 43가지 전략은 구체적인 행동방침에 관한 것도 있고, 글을 쓸 때의 마음가짐을 일러준 내용도 있다. 하나하나가 버릴 말이 없어 이 책을 글선생님으로 모시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저자는 자신과 제자들의 경험을 아우르며 글을 쓰기 위해 겪었던 고통과 팁들에 대해서 에세이처럼 재미있고 부드럽게 기술해 나갔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글을 쓰고 싶은 욕망과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는 갖게 될 듯하다. 쏟아져 나오는 글쓰기 관련 책들 중에서 딱딱한 이론과 수험서의 냄새를 풍기지 않으며,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것으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도록 변화하는 과정의 노력은 이제부터 시작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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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알렉산더 페히만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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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사서의 재치있는 인사말 이후, 여러 연유에 의해서 지금은 우리 곁에 존재하지 않는 책들이 차례로 소개되고 있다. 헤밍웨이의 여행가방 실종사건은 다른 책에서도 읽은 경험이 있지만 그 외 나머지 사례들은 생소했으며, 고대의 유령 서적이나 상상 속의 도서관과 같이 특정 주제에 대해 쓴 글도 나름의 흥미가 있었다.

이 중에는 해독할 수 없는 문자와 암호로 쓰인 이유로 사라진 책으로 간주된 경우도 있었다. 파이스토스 원반의 양면에 정렬된 기호는 오늘날에도 그 뜻을 풀기 어렵다. 반면에 피터 래빗을 쓴 작가인 비어트릭스 포터는 암호를 이용해 일기를 썼으나 훗날 언어학자에 의해 비밀이 풀리고 만다. 외로운 아이의 사적인 일기였던 포터의 암호 글처럼 해독된 경우에는 사라진 책들의 목록에서 삭제된다.

책들의 기록과 함께 전개되는 작가들의 생애 또한 다양한 세계가 펼쳐진다. 로버트 하워드는 많은 단편소설과 시를 써 출판사에 보내면서 사본을 만들어놓지 않아 작품들이 많이 사라지는 상황에 처했는데, 무려 50편 정도나 되었다. 환상문학에서부터 여러 장르의 이야기를 지은 그는 절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만, 그의 작품은 사후에 인기를 더 얻었으되 끝내 위대한 문학작가는 되지 못했으니 이른 죽음이 아쉽다.

바벨의 도서관이나 '돈키호테'에 나오는 도서관, 루이 세바스티엥 메르시에의 소설에 등장하는 2440년의 미래 도서관은 상상 속의 도서관으로 존재해왔다. 또한, 금서로 판정되어 불태워진 경우가 진시황의 분서갱유나 16~17세기 로마 가톨릭 추기경회의의 금서목록처럼 역사 속에 존재해왔지만, 나치처럼 성공하지 못한 집단도 있었으며 장 라신처럼 책이 불타기 전에 내용을 통째로 외워버린 경우도 있다. 자신에게 엄격했던 카프카는 마음에 들지 않던 작품을 종종 불에 태우곤 했는데, 친구가 태워달라는 부탁을 따르지 않아 남게 된 작품이 '성'과 '소송'이다.

이렇듯 책에 얽힌 여러 뒷얘기가 차근차근 펼쳐지고 있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손에 잡을 수는 없더라도 한때 존재했었던 책들도 역시 현 존재의 유무에 상관없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지 않을까 생각된다. 책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정리된 뒷얘기들을 읽으며, 몰랐던 세계를 아는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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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사 오디세이
쓰지 유미 지음, 이희재 옮김 / 끌레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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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들이 있기에 우리는 다른 나라의 양서들도 우리글로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번역때문에 투덜대기도 하고 우리나라 저자가 쓴 것처럼 깔끔한 번역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좋은 내용을 찾아 기획하고 출판하는 출판사의 열정에 힘입어 지구촌 곳곳의 사상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번역에도 역사가 있나? 그렇다. 번역은 고대부터 있어 왔다고 한다. 이집트의 책이 그리스어로 번역되었고, 수메르어는 바빌로니아어, 후르어, 히타이트어로 번역되어 영웅서사시인 '길가메시'를 전파시켰다.
번역의 과정이 없었다면 오늘날 세계적인 종교로 자리잡은 기독교의 전파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발달된 학문과 지식을 다른 나라로부터 받아들이는 것 또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번역은 인류에게 매우 의미있고 가치있는 활동이었다.

놀랍게도 번역은 그리스 과학과 철학의 맥을 아랍 문화가 이어 다시 유럽세계로 전파시켰다고 한다. 유럽이 중세의 암흑기를 걸을 때, 아랍에서는 주요 저서를 아랍어로 옮겨 바그다드에서 문명을 꽃피우고 다시 라틴어로 번역하여 유럽의 개화를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유럽의 역사가들로부터 때때로 푸대접을 받는 아랍 문화가 중요한 저서들을 번역하고 전하여 인류 역사에 중대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은 아랍문화의 재발견이라고까지 느껴진다.

책의 목차에서 '부실한 미녀'란 말을 발견하고 무슨 말인가 했다. 알고 보니 아름답지만 원문에 충실하지 않은 번역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번역가들은 작업시에 원문을 그대로 지켜낼 것인가, 어색한 부분을 수정하며 문장력을 높일 것인가의 갈등을 겪으며, 원문 밀착파와 문학적 번역파로 나누어져 이제까지 치열한 논란이 있어 왔다. 여기에 대해서 책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결국 번역에는 '정답'이 없는 것이다. 선배와 동료와 이론가의 의견도 참고는 되지만 정답은 못 준다. 번역자는 한 단어 한 단어, 한 줄, 한 줄, 그때그때 문제가 튀어나올 때마다 자기 손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번역의 묘미다. 그래서 번역은 재미있다. (p 161)--

대표적인 유명, 무명 번역가들의 삶을 통해 열정과 애로점, 그리고 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훑어본 것도 흥미있는 경험이었고, 무엇보다 번역의 중요성과 가치를 확인하게 해준 책이다. 번역가들이라면 놓치지 말고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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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클래식 50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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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아는 만큼 들린다'는 말 역시 음악 감상에 있어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보고 듣는 것을 오롯이 감성에만 의지할 수도 있지만 감성 또한 이성에 의해 조정받을 수 있는 것이고보면, 무작정 듣기보다는 알고 듣는 것의 효과가 여러 모로 좋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다. 서양 위주의 클래식 역사를 동양인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읽는 데 부담이 가거나 불편함 따위는 없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이면 더 좋겠지만, 저자가 서양인이 아닌 것만으로도 부담을 한층 덜게 된다.

곡 위주의 전개인 점도 마음에 든다. 유명한 곡을 많이 남긴 음악가일수록 이 장 저 장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내용의 겹침으로 불편했던 기억은 없다. 만약 음악가별로 나열해 놓았다면 좀 부담스러웠거나 지루했을 듯하다.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가운데, 각 장은 저마다의 고유 주제를 갖고 있다. 명곡 중의 명곡을 모았다거나 오페라 명곡, 걸작 교향곡, 거장의 명연주로 알려진 곡 등 장마다의 특색있는 주제의 다양한 시각에서 클래식을 바라보고 있어 읽는 재미를 준다.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해당 클래식 음악을 직접 들으며 읽는것이 최고다. 하나하나 음악을 찾아가며 읽으려면 시간이 꽤 소요되므로, 사전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읽는 것이 좋다.

책에서는 각 음악을 누가 연주한 cd로 듣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일일이 추천을 하고 있다. 누가 연주한 음악으로 듣느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생각해본 바가 한번도 없을 정도로 무지했기에, 이런 점은 세심한 배려로 느껴졌다. 저자는 카라얀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의 연주를 기본으로 권하고 있어 많은 곡의 추천음반이 카라얀 지휘의 곡이다. 그러나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카라얀은 클래식 전문가들로부터 그다지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일단 들어야 부정도 할 수 있는 것이므로 듣는 것이 먼저란 말에 동의하며, 음악을 자주 들어 귀가 뚫리는 경지가 되면 그 이유를 저절로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몇 달 전 읽었던 클래식 관련 책의 내용이 지극히 개인 감상주의적인 것이라 뭔가 모자람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 책이 갈증을 풀어준다. 책을 펼 때마다 클래식을 들으면서, 그리고 클래식 음악이 들릴 때마다 해당 곡의 페이지를 펼치면서 함께 하고픈 책이다. 클래식을 들으며 위축되던 경험은 이젠 과거의 소산이다. 자신있게 들으며 차곡차곡 지식과 감성을 쌓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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