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리더십 - 열린 대화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미래형 문제해결법
아담 카헤인 지음, 류가미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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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양분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며 심신을 피곤하게 한다. 부유층과 빈곤층,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 조중동과 한겨레, 경향 등이 서로 다른 논조를 주장하며 좁은 땅덩어리를 양분한다. 인터넷 게시판조차 정확히 두 편으로 양분되어 극과 극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통합되지 못한 분리 현상의 일부는 과거에 권력 세력들이 전략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조성한 측면도 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현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만 높이면 좌파라고 몰아붙이는데, 이미 오래 전에 동구권은 몰락했고 북한은 생산성 저하로 또다시 아사자가 늘어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무슨 좌파란 말인가! 머리를 맞대고 힘든 시기를 한 목소리로 외치며 나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분명한 양측으로 나뉘는 이유는 추구하는 목적이 개인과 소수 집단의 이익인지 아닌지에 따라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과연 희망은 있을까? 최소한 대한민국이 더 번영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바라는 기본 목표만이라도 동일해야 할 텐데, 그렇게 보이지 않을 때마다 비관적 견지를 내보이게 된다.

저자 아담 카헤인은 50여개국에서 워크숍의 진행자로서 일해왔다. 세계의 갈등지를 돌면서 이해관계가 상반된 집단들의 의견 일치 과정을 주도하고 이끌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이 책에 녹여내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과 실제를 설명한다.
따라서, 요즘과 같은 시국에 나아갈 바를 제시해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분리주의 신드롬을 극복하기 위해 상대에게 어떻게 말하고 상대의 의견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닫힌 문의 출구를 찾아 해결책으로 나아가는지의 내용이 마치 요즘의 시국을 겨냥한 듯하다.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저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를 들자면, 인종문제를 둘러싼 갈등 해결을 위한 워크숍을 열어 시나리오를 작성했고 그 시나리오에 대한 토론회의 결과 흑인과 백인이 드디어 서로에게 서서히 다가서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만약 우리가 복잡한 문제 상황을 풀기 원한다면, 우리는 그 상황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 발자국 물러서야만 한다.(p 194)--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5%의 소수보다 한국이란 나라를 더 사랑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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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 와인 - 40가지, 상황별 추천, 와인 가이드
이재형 지음 / 코코넛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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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담근 달달한 포도주의 맛을 지금도 기억한다. 유리항아리에 싱싱한 포도와 꽤 많은 분량의 설탕을 넣고 소주를 꽉 채워넣어 만들던 달달한 포도주는 한모금씩 맛보기를 할 때마다 달콤한 향내로 코끝을 진동시켰다. 이렇게 집에서 만든 포도주로 시작한 음주로 인해 술은 은근히 맛있다란 생각을 갖게 됐지만, 성인이 되어 마신 소주와 맥주, 막걸리로부터 그에 관한 인상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입안에서 즐겁지 않은 술이란 액체는 속에 들어가서도 화를 일으키고 다음날의 정신까지 빼앗아 버린다. 

와인에 관심이 생긴 건 많이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향이 좋다는 것이다. 와인을 처음 맛봤을 때 생각보다 시고 떫은 맛이 강해 실망도 했지만, 브랜드마다 조금씩 맛이 다르다는 와인이기에 언젠가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고 말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와인에 대한 책으로는 이 책을 두 번째로 읽었다. 처음 읽었던 책이 와인의 상식과 세계의 와인에 대해 두루두루 다루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40가지의 상황에 적당한 와인을 꼭 집어 얘기해준다. 전자의 책을 읽고 나서도 막상 와인을 구입하려 했을 때 애를 먹긴 마찬가지였던 실질적인 부분을 이 책이 해소해주고 있는 셈이다. 숯불구이를 먹을 때, 삼겹살을 먹을 때, 피자와 어울리는 와인, 여자들만의 수다에 어울리는 와인 등의 설명으로 초보자에게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각 와인의 특징과 맛을 함께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맛의 와인을 메모해두었다가 살 때 참조할 수 있다.

프롤로그에 소개된 샴페인에 대해선 추억이 있다. 대학 4학년 때 그랑쥬아란 고급 샴페인이 우리나라에서 출시가 되었고, 우리과의 상당수 여학생이 그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명절맞이 선물세트 판매를 하며 보름정도 일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일하기에 앞서 샴페인에 대한 이론교육을 받으며 샴페인이 와인의 일종이라는 것과 흔들어 뿌리기엔 매우 고가의 술로서 그동안 생일때마다 즐겨 사용했던 복숭아향나는 샴페인은 사실 샴페인과 아무 관련이 없는 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맛봤던 비싼 샴페인은 술맛을 잘 모르던 나도 느낄 만큼 향이며 맛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와인에 관한 여러 알콩달콩한 이야기들은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푹 빠져들어 재미있게 읽을 만한 내용이다. '이럴 땐 이 와인'이란 제목도 책의 내용과 딱 어울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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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의 시간 - 한국의 야생화 편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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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창조의 희열을 느끼게 한다. 꽃 형태의 밑그림에 여러 가지 색을 조화롭게 더해 생명력 있는 꽃으로 탄생시키면, 해냈다는 보람과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동시에 생긴다. 

저번의 장미편도 그랬듯이 이번의 야생화편 또한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따라하면 그럴듯한 색연필화가 탄생한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본격적인 채색 전에 먼저 특정한 색으로 밑칠 채색을 한다는 점이다. 한 가지 색으로 명암을 표현하며 기본 채색을 하고, 이어 여러 빛깔의 색연필로 색의 조합을 이룬다. 사전에 일정한 톤으로 색칠하기와 그라데이션 연습 정도만 마치면 바로 실습에 들어가도 큰 무리가 없다. 

총 12가지의 야생화를 다루었기 때문에 다양한 모양의 꽃을 여러 색감을 이용해 칠해볼 수 있다. 언뜻 보면 보라색인 것 같으면서도 오묘한 색이 조합되어 있는 용담, 색칠하기가 난해해 보이지만 실습을 하면서 채색의 기법을 많이 배우게 되는 전주물꼬리풀, 이국적인 생김새로 도도한 이미지를 풍기는 얼레지, 아래를 향해 무리지어 피어난 모시대 등 각자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야생화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채색 후에는 더 큰 보람과 기쁨을 준다.

색칠을 하다보면 잎의 빛깔이 녹색과 연두색만이 아니고 쑥색, 빨간색, 보라색, 청록색, 황토색, 검정색, 흰색 등 상황에 맞는 다양한 색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사과를 그리는 미술 시간이면 빨간색으로 잔뜩 사과 안을 메꾸던 때가 있었다. 학년이 높아지면서 미술 선생님은 사과를 자세히 관찰했을 때 빨간 빛깔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덜 익은 부분과 익은 부분의 차이를 보며 색을 쓰라고 하셨다. 시퍼런 부분과 붉은 부분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것은 왜 또 그리 어려웠는지, 기법을 몰라 쩔쩔매던 때가 기억난다. 

이 책은 하나의 안내서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초보자가 어려워하는 색의 조합과 어디에 어떤 색을 어떻게 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덜어준다. 따로 미술을 배우지 않고 칠하는 것인 만큼 모든 그림을 갑자기 잘 그릴 수는 없지만, 여러 번의 채색 경험이 쌓이면서 각자의 노하우도 함께 형성되어 나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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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과 육식 - 사육동물과 인간의 불편한 동거
리처드 W. 불리엣 지음, 임옥희 옮김 / 알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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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에 랩으로 둘러싸인 빨간 고기를 보면서도 그것이 한때는 살아있는 동물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물체란 것을 잊고 있을 때가 많다. 그램수로 계산되어 부위별로 포장된 고기와 심하다 싶게 댕강댕강 잘라져 있는 각종 뼈들을 보면서도 공장에서 찍어내는 씨리얼을 보듯이 무심한 시선을 스쳐 보낸다. 조금전에 보았던 뼈가 내 몸 속의 뼈처럼 어떤 동물의 몸을 구성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걸 기어코 망각하고야 만 것이다. 고기를 얻기 위한 사육이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분리되어 이루어지면서, 우리는 동물의 목숨에 대해 너무나 무감각해져버린 것만 같다. 

사람도 포유류. 소와 돼지도 포유류.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니 아무리 특별대접을 해준다고 쳐도, 사람에게 인권이 있듯이 동물에게는 동물권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약육강식이 자연계의 법칙이어서 강한 것이 약한 것을 먹는 것 또한 자연의 이치인 듯도 하지만,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하여 먹지 못할 것을 먹이며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는 생육환경 속에서 살만 통통하게 찌우는 식의 사육방식은 분명 동물에겐 고문과 같을 것이다. 

사람이 고기를 먹어온 것은 오랜 역사를 지녔다. 불을 모르던 시절엔 날고기로도 먹었다고 한다. 육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고기의 획득을 위해 키워지는 것은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양상이다. 성장촉진제와 항생제를 맞고 비좁아 움직일 수도 없는 공간에 서로의 상품성을 훼손시킬까봐 부리까지 자른다는 닭의 사육방식을 놓고 보면 이미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느낌이다. 쇠고기야 말할 필요도 없이 광우병으로 인해 그 순한 동물들이 먹고 살았던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모두들 알게 되었고, 자신들의 똥무더기 위에서 쉬고 있는 사진 한 장은 경악 그 자체였다.

이 책의 설명은 좀 어렵고, 다루는 폭이 넓다. 역사에 신화에 웬 수간까지 나오는 바람에 내가 바라던 포인트와는 빗나간 느낌이다. 그래도 마지막 문장엔 동의한다.
--동물이 신과 교감하고 반인반수가 존경받던 시대, 동물을 죽이는 것이 경외감과 죄의식이 들도록 만들었던 시대의 마법을 재발견하려면 진정한 상상력이 필요할 것이다. (p 421)--

인간의 장기기관을 살펴봤을 때 초식동물에 가깝다고 한 연구결과가 예전에 발표되었던 기억이 난다. 나도 육식을 하지만, 지금의 사육방식은 많이 달라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적 입장에서 이득을 취하기 위한 논리로만 접근하는 사고방식의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휴머니즘의 시선으로 동물을 바라보면 답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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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
사토 아키코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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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미술로 관심이 부쩍 쏠리는 것을 느꼈다. 학창시절엔 잘 하지 못하는 분야여서 미술 과목이 부담스러웠었는데, 아마도 성적과 하등의 연관이 없이 그림을 그림으로 대해도 되는 시기가 와서야 관심과 흥미도 찾아왔던 것 같다. 또 하나의 전환점은 인쇄 상태의 그림으로만 보던 작품을 미술관에서 실제로 관람하면서 받은 작은 충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눈으로 직접 그림을 보고서야 인쇄된 그림이 얼마나 생명력을 다운시킨 채 보여주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직접 본 그림은 꿈틀거리듯이 생생하여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화가와의 대화도 가능할 것만 같았다.

 이 책은 기대를 잔뜩 하고 읽었다. 삼양미디어에서 이전에 내놓았던 책인 '세계의 명저'와 '성서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에 호감을 갖게 되었고, 관심있는 미술분야는 더더욱 이 시리즈를 통해 읽고 싶었다. 책에서는 오래전 그림부터 비교적 최신작에 이르기까지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져 많은 그림들이 소개된다. 작가 위주가 아니라 주제에 따른 그림 위주이기 때문에 한 작가가 두 장에 걸쳐 다른 그림을 통해 동시에 선보이기도 한다. 그간 읽었던 다른 미술관련 책들이 주로 고전을 다루고 있었던 까닭에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근대와 현대의 그림을 접할 수 있었던 것도 수확의 하나였다. 

 나는 모네의 수련 그림에 반해 모네를 제일 좋아하는 화가로 꼽는다. 모네의 작품 중 양산을 쓴 여인과 아이는 모네의 부인과 아들이다('양산을 쓴 카미유와 아들'). 카미뉴는 이후 병으로 사망한다. 두 번째로 그린 '양산을 쓴 여인'은 여인만 홀로 서 있는데, 얼굴을 잘 알아볼 수가 없다. 저자는 그 여인이 훗날 그의 아내가 된 수잔느라고 알려주면서 얼굴을 또렷하게 그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어쩌면 죽은 아내 카미유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물론 추측할 수밖에 없고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림이 더 정답고 아프게 느껴졌다.

 다루고 있는 그림의 범위가 넓은 탓에 깊은 지식을 얻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책이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임을 감안하면, 제목이 의미하는 상식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일본인으로, 전문적이라기보다는 편한 자세로 그림의 배경과 작가에 대해 설명을 해주어 편하게 술술 읽히는 편이다. 좁은 지면을 빌려 보여지는 작품들이라 해도, 그림 감상과 함께 설명을 읽어나가면 몇 개의 박물관을 돈 것 같은 뿌듯함이 생긴다. 명화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채워준 탓에, 책을 읽느라고 홀딱 보낸 일요일이 전혀 아쉽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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