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사 오디세이
쓰지 유미 지음, 이희재 옮김 / 끌레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번역자들이 있기에 우리는 다른 나라의 양서들도 우리글로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번역때문에 투덜대기도 하고 우리나라 저자가 쓴 것처럼 깔끔한 번역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좋은 내용을 찾아 기획하고 출판하는 출판사의 열정에 힘입어 지구촌 곳곳의 사상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번역에도 역사가 있나? 그렇다. 번역은 고대부터 있어 왔다고 한다. 이집트의 책이 그리스어로 번역되었고, 수메르어는 바빌로니아어, 후르어, 히타이트어로 번역되어 영웅서사시인 '길가메시'를 전파시켰다.
번역의 과정이 없었다면 오늘날 세계적인 종교로 자리잡은 기독교의 전파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발달된 학문과 지식을 다른 나라로부터 받아들이는 것 또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번역은 인류에게 매우 의미있고 가치있는 활동이었다.

놀랍게도 번역은 그리스 과학과 철학의 맥을 아랍 문화가 이어 다시 유럽세계로 전파시켰다고 한다. 유럽이 중세의 암흑기를 걸을 때, 아랍에서는 주요 저서를 아랍어로 옮겨 바그다드에서 문명을 꽃피우고 다시 라틴어로 번역하여 유럽의 개화를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유럽의 역사가들로부터 때때로 푸대접을 받는 아랍 문화가 중요한 저서들을 번역하고 전하여 인류 역사에 중대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은 아랍문화의 재발견이라고까지 느껴진다.

책의 목차에서 '부실한 미녀'란 말을 발견하고 무슨 말인가 했다. 알고 보니 아름답지만 원문에 충실하지 않은 번역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번역가들은 작업시에 원문을 그대로 지켜낼 것인가, 어색한 부분을 수정하며 문장력을 높일 것인가의 갈등을 겪으며, 원문 밀착파와 문학적 번역파로 나누어져 이제까지 치열한 논란이 있어 왔다. 여기에 대해서 책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결국 번역에는 '정답'이 없는 것이다. 선배와 동료와 이론가의 의견도 참고는 되지만 정답은 못 준다. 번역자는 한 단어 한 단어, 한 줄, 한 줄, 그때그때 문제가 튀어나올 때마다 자기 손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번역의 묘미다. 그래서 번역은 재미있다. (p 161)--

대표적인 유명, 무명 번역가들의 삶을 통해 열정과 애로점, 그리고 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훑어본 것도 흥미있는 경험이었고, 무엇보다 번역의 중요성과 가치를 확인하게 해준 책이다. 번역가들이라면 놓치지 말고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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