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스카이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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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항상 변한다. 인간의 관점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 피부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변해간다. 빙하기를 지나 10만 년 전의 간빙기에 인류는 정착을 시도하고 문명을 시작한다. 따뜻한 간빙기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간빙기가 끝날 것이다. 시점은 언제 인지 알 수 없지만 자연스러운 지구의 흐름이다. 문제는 자연스러운 자연의 흐름이라면 눈에 띄지 않게 천천히 진행될 흐름들이 인간의 탄소배출로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 온도가 섭씨 1.5도를 막기 위해 전 세계는 지금 비상사태이다.

 

이 책은 생태계를 보호하다는 목적으로 한 방법들이 의도하지 않게 오히려 더 큰 재앙을 가지고 온 예들을 보여준다. 외래종의 유입. 유전자 변형, 전기 장벽 설치, 탄소를 암소에 주입해 땅 속에 묻기,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 전용기 개발 등 여러 시도를 하지만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인공 선택은 어설픈 흉내에 불과하며, 생명의 놀라운 다양성은 무심하게, 그러나 무한한 인내심으로 이루어낸 자연 선택의 산물이었다. 자주 인용되는 종의 기원마지막 단락에서 다윈은 수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고, 덤불에서 노래하는 새들과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곤충들 그리고 축축한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벌레들로 가득 차 있는 뒤얽힌 둑을 떠올린다. 저마다 정교한 형태를 갖추고, 서로 판이하게 다르면서도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은 모두 인간이 아닌, 따라서 어떤 의도도 갖지 않은 어떤 존재의 힘에서 비롯된다. p.151-152”

 

인류는 스스로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가 인류의 놀라운 발전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지구환경변화의 주기성의 일부분일 뿐이다. 단지 인류가 그 흐름을 앞당기는 부스터의 역할은 했을지 모르지만.

 

인간에 의한 생태계파괴는 자연 스스로 복구의 과정을 걸칠 것이다. 단지 그 과정이 인류에게 유리한 방향은 아닐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연의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테크놀리지를 거부한다고 해서 자연이 원래대로 회복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이대로 있을 것인가,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현재와 미래를 두고 선택해야 하며 그 선택의 결과가 종의 소멸인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이런 상황에서 쟁점은 자연에 변화를 가할지 말지가 아니라 어떤 목적으로 자연을 변화시킬 것인지가 된다. p184”

 

영국의 작가이자 환경 운동가인 폴 킹스노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신 노릇을 하고 있지만, 그 일을 잘 해내지는 못했다... 우리는 재미로 아름다운 것들을 죽이는 로키(북유럽 신화의 장난꾸러기 신)이며, 제 아이를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농경의 신).’ 킹스노스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뭔가를 하는 것보다 낫다. 또 때로는 그 반대다. p.187”

 

지금의 기후재앙은 인류생존의 문제이다. 킹스노스의 말처럼 아무것도 안하는 편이 낳을 수 때도 있지만, 지금은 뭔가를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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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 - 뇌가 멈춘 순간, 삶이 시작되었다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진영인 옮김 / 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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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에 따르면 뇌는 3단계로 진화했다.

파충류의 뇌: 척수 연수, 뇌교 등 후뇌와 중뇌로 생존과 관련된 부분을 담당한다.

변연계 (포유류의 뇌) : 해마, 편도, 시상하부로 구성되고 감정과 기억등을 담당한다.

신피질 (인간의 뇌):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으로 구성되어있다.

 

좌뇌와 우뇌는 뇌량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각 뇌는 다시 두 부분으로 나누다.

좌뇌와 우뇌는 각각의 편도체와 해마를 가진다. 지은이는 좌뇌와 우뇌를 다시 나누어 각 부분에 성격과 특징을 부여한다.

 

캐릭터1 :좌뇌 사고형

-내가 누구인지를 인지하고 나와 너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부분이다. 일명 이성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분류, 정리, 계획, 옳고 그름 등의 판단을 처리한다. 직선적 사고를 하므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해 분석적으로 사고한다.

 

캐릭터2: 좌뇌 감정형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주로 일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현재의 정보를 기반으로 과거의 위협과 연관시켜 현재의 안전 여부를 가려낸다.

 

캐릭터3: 우뇌 감정형

-좌뇌와는 달리 직선적 사고를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분리하기 보다는 오로지 현 순간이 중요하다. 또한 나와 너를 분리해 사고하고 의 안전을 중시하는 것과는 달리 의 경계가 없다. 월드컵에서 누구나 우리나라를 응원하면서 기뻐하고 소리치는 하나되는 느낌이 바로 우뇌 감정형이 하는 일이다.

 

캐릭터4; 우뇌 사고형

캐릭터3 보다 더 통합적이고 전체적이다. “자신을 우주만큼 거대한 존재인 동시에 우주적 흐름의 깊고 무한한 사랑에 싸인 존재로 자각한다. 우주를 느끼고 내면의 깊은 평화와 사랑이 고루 퍼지는 경험을 감각하는 일을 살아있는 동안에도 할 수 있다.”

명상이나 기도와 같이 큰 우주에 나를 연결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인간인 우리는 매사에 4가지의 캐릭터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생활한다. 여기서 지은이는 두뇌회담이라는 것을 제의한다. 특정사건에 감정적인 되는 상황에서 캐릭터1을 불러와서 진정 화낼 만한 일인지 분류,분석을 하고 캐릭터3을 불러와 상대방을 이해하고 나와 너의 일체감을 강조해 삶의 균형을 이루며 살기를 바란다.

 

본인이 뇌 과학자이자 뇌졸중을 실제 경험한 사람으로 전뇌적 삶을 살기 위해 두뇌회담을 주장하는 것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 네 가지 캐릭터가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 (p.54-55)


좌뇌 사고형 캐릭터1

(연속적 처리기)

좌뇌 감정형 캐릭터2

우뇌 감정형 캐릭터3

우뇌 사고형 캐릭터4

(병렬적 처리기)

언어적

언어로 사고

직선적으로 사고

과거/미래에 기반

분석적

세밀한 부분에 집중

차이에 관심

판단 지향

시간 엄수

개인적

간결/정확

고정된

나 자신에게 집중

바쁜

의식적

구조/질서

위축되는

융통성 없는

조심스러운

공포에 기반

완고한

조건적 사랑

의심

괴롭힘

정당한

조작적

믿을 만한

독립적

자기중심적

비판적

우세/열등

옳음/그름. 좋음/나쁨

포용력있는

열린

위험을 감수하는

겁 없는

우호적

무조건적 사랑

믿음

지지

감사하는

흐름에 몸을 맡기는

창조적/혁신적

집단 중심적

공유하는

친절한

평등

맥락에 의존

비언어적

그림으로 사고

경험적으로 사고

현재에 기반

운동 감각적/신체적

전체적으로 크게

살펴봄

공통점에 관심

공감 지향

시간 감각 없음

집단적

유연/탄력

가능성에 열려 있는

우리에게 집중

여유 있는

무의식적

유동/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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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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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공부의 뿌리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지위를 세탁하기 위한 수단이 교육이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하는 목적은 좋은 직업을 얻어 여름에는 시원한 데서, 겨울에는 따듯한 데서 편안하게 돈을 많이 벌면서 좋은 집과 차를 가지기 위한 것이었다. ‘공부=성공이라는 공식에서 낮은 시험점수, 일명 주요과목이라고 여기는 과목에서의 점수하락은 실패를 의미한다. 대학생활을 포함한 학창시절은 오로지 점수와 점수로 인한 사회적 인정을 받기 위해 시간투자를 해 왔다. 학문 자체에 대한 궁금증, 진짜 왜 공부해는지에 대한 목적의식은 없다.

 

공부는 내가 사는 생활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내가 있는 공간이 공부의 재료가 되고 목적이 된다. 그 속에서 생각하고 이야기하면서 진리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공부의 뿌리이다. 예를 들어, ‘대우 조선 노동자 파업과 같은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문제의식은 노동자의 근무조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사용자, 노동자, 정치 등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학습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노동법, 정치학, 경제학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답을 빨리 찾는 결과를 중시하는 게 아니라 정답은 아니지만 최선의 결과를 이끄는 과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때 공부의 뿌리는 더 굵어지고 더 멀리 뻗어나갈 수 있다.

 

2부 공부의 시간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는 체계적이다. 학습과정과 난이도에 따라 배우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순서를 벗어난 학습을 할 경우에 당황하며 어떻게 해야 될지 방황하게 된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학습순서가 없다. 정해진 커리큘럼이 아닌 스스로가 찾아서 학습을 해야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특정 사건을 통해 학습순서, 학습 간 경계를 넘어 공부하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자유자재로 이동하면서 학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궁금하고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찾아서 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게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다. 생각을 방해할 모든 것을 끊어내고 오로지 나와 마주해 읽고, 사색할 시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고독이란 자발적 홀로 있음에 가까운 것 같아요. 이 홀로는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고요. 내가 나와 온전히 함께 하면서 내 안에 스며든 세상의 요소도 바라보도록 안내하지요. 혼자 있는 시간은 세상과 연결된 적극적 나의 존재를 깨달아 가는 시간이 아닐까요? ” p. 97

 

3부 공부의 양분

독서는 일입니다. 빡세게 하는 겁니다.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책을 그늘에 가서 편안하게 보는 건 시간 낭비이고 눈만 나빠지요.....우리는 기획서를 작성해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치밀하게 기획해서 공략해야죠. 한 번도 배우지 않은 분야의 책을 공략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한 번도 배우지 않았는데 술술 읽힐까요? .... 당연히 안 읽힙니다. 그런데 그 책을 있는 힘을 다해서 끝까지 읽고, 또 비슷한 진화심리학 책을 사서 읽다 보면, 세 번째 책은 참 신기하게 술술 넘어갑니다. 어느 순간 그 주제가 내 지식의 영토 안으로 들어와요.... 독서량이 늘어날수록 완전 새로운 분야의 책을 접할 때, 전보다 덜 힘들어하는 자신을 발견할 거예요. 평생 다양한 책을 읽으며 살아온 제 경험담입니다. 학문은 모두 연결되어 있잖아요.... 독서를 일처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계속 공략해 나가다보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분야를 공략할 때 수월하게 넘나드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학교를 다시 들어갈 게 아니라면, 결국 책을 보면서 새로운 분야에 진입해야 하죠.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입니다.” p .145-146

 

4부 공부의 성장

나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이 있거나, 관심이 가는 분야에 대한 공부는 재미있는 법이다. 그게 내 주위에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일 수도 있고, 관찰일 수 도 있으며, 재미있는 게임일 수 도 있다. 중요한 건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공부의 확장, 의식의 확장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억지로 무언가를 배우려는 의지에서 이루어지는 공부도 좋지만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공부가 가장 좋다.

 

배운지 모르게 배운다.” p.171

 

이 말이 와 닿는다.

 

5부 공부의 변화

갓난아이는 누워만 있다. 고개조차 혼자서 못 들어서 스스로 몸을 뒤집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지만,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가르쳐 줄 수 도 없다. 그럼 어떻게 아이들은 몸을 뒤집고 기어 다니고 일어서 걷을 수 있게 되었을까? 아이가 뒤집기를 시도한 걸 본 적이 있다. 고개를 들고 뒤집기 위해 발을 들고 안간힘을 쓰면서 뒤집기를 시도한다 마치 역도선수가 세계신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온 몸의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처럼 아이도 전신의 힘을 뒤집기에 집중해 수십 번 실패과정을 거쳐 결국에 성공을 한다. 그리고는 다음번에는 너무나 쉽고 자연스럽게 뒤집기를 한다.

공부도 이렇게 이루어져야 한다. 나의 지식을 너에게 억지로 전수해주는 식의 방식보다는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적 학습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을 만들고 아이들을 데리고 와 일방적으로 가르칩니다. 그중에 잘하는 아이도 있고, 잘 못하는 아이도 생기는데, 못하는 아이는 왜 평평한 돌을 가져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다음 단계로 갑니다. 계속 못할 수밖에 없어요. 동물 세계에는 선생님이 없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아요. 선생님은 그냥 거기 있고 아이들이 보고 배웁니다. 저는 우리가 약간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먼저 가르치려고 덤벼들지 말고,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일종의 촉진자가 되어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너무 가르치려고 덤벼드는 것 아닐까 침팬지가 배우듯이 몸으로 익히면 긴 인생에 훨씬 더 강력한 학습이 될 턴데, 급하게 욱여넣으려고 애쓰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나에게 말로 하면 잊을 것이고, 가르쳐주면 기억할 것이며, 참여하게 하면 배울 것이다.’라고 말했다지요.” p233

 

 

6부 공부의 활력

공부는 생존을 위한 것이다. 생존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공부는 혼자를 위한 게 아니다.

 

다윈의 이론을 핵심만 말하라 하면 상대성이에요. 다윈이 이야기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성입니다.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적응을 잘했으면 살아남을 수 있음을 설명해냈습니다. 그런데,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부각되면서 진화에 대한 오해가 생겼습니다. p.166

 

실제로 자연계가 그렇게 운영돼요. 가장 적응을 잘한 하나만 살아남고 다 죽는 것이 아니라 풍요로운 시대에는 아무도 안 떨어져요...그러나 힘들어지면 제일 못하는 끝이 사라집니다.

1등만 남겨놓는 일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p.167“

 

누구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공부가 아닌 서로에게 공간을 내어주며 살자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같이 살아남는 공부만이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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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방.악마와 선한 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5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지영래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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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일어나지지 않는 몸뚱이를 힘겹게 일으킨다. 어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뭘 생각하다 잠에 빠졌는지 기억이 하나도 없다. 불은 꺼지지 않은 채 그대로 이고, 잠자리 옆에는 읽다가만 책이 덩그러니 뒹굴고 있다. 다시 하루가 시작한다. 몸을 일으키고 씻고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기계처럼 자동으로 몸이 평상시 순서대로 움직인다. 어느 순간 다시 어제처럼 똑같은 책상에 앉아서 똑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 낮의 정 중간, 정오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다 같이 일어나 점심을 먹는다. 잠을 깨기 위해, 남은 오후를 버티기 위해 시큼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동료들과 뇌를 거치지 않는 의미없는 잡담을 한다. 하루를 마감하는 열차 안에서 서 있기도 힘든 두 다리를 버티고 서서 집으로 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하루, 어제와 같은 일상이었다. 특별할 것도 기억에 남을 만한 일도 없었던, 그저 어제와 그저께와 같은 그냥 그런 하루였다.

지금 살고 있는 여기는 어딘가? 쳇바퀴 도는 다람쥐처럼, 바위를 계속 위로 밀어 올려야 하는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처럼 일생을 반복적 일상으로 메워가는 여기는 지옥인가, 천국인가? 만약 여기가 천국이라면 누구도 신을 믿지 않을 터, 하지만 여기가 지옥이라면, 그럼에도 행복해 하는 이들은 뭔가? 심장을 꿰뚫는 창이 없고 살갗이 녹아 들어가는 지옥불이 없는 현실의 지옥이 다행이라고 자위하는 것인가?

 

사르트르의 닫힌 방, 악마와 선한 신은 여기에 답을 제시한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닫힌 방’,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악마와 선한 신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주장, 천국 (행복)은 모두 나로 인해 존재한다.

 

“~나는 애원하기도 했고, 징조를 애걸해 보기도 했고, 하늘에 메시지를 보내 보기도 했지만, 대답은 없었어. 하늘은 내 이름조차 몰라. 나는 매 순간 신의 눈에 내가 어떤 존재일 수 있을 까 자문했지. 이제는 내가 그 답을 알아, 아무것도 아닌 거야.~~~침묵, 이게 신이야. 부재, 이게 신이지. 신이란 인간들의 고독이야. 나밖에 없었던 거지, 나 혼자 악을 결정했고, 내가 혼자서 신도 만들어 냈어. 속인 것도 나였고, 기적을 행한 것도 나였고, 오늘 나를 심판하는 것도 나야. 나 혼자만이 내 죄를 사할 수 있지. , 인간인 내가 말이야. p.309”

 

매번 같은 쳇바퀴도 내가 어떤 속도로 달리는 지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달리는 지에 따라 어제와는 다르다. 같은 바위를 같은 언덕에 올려두지만 어디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어제 놓쳤던 장면을 오늘은 볼 수 있다. 주인공 가르생이 이야기 했듯이 타인이 있는 여기가 지옥일 수도 있지만, 고츠가 이야기한 것처럼 여기가 천국일 수도 있다. 모든 건 내 안에 존재한다. 천국도 지옥도...

지옥처럼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일상이 너무나 그립고 사무치는 요즘, 더욱 와 닿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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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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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기술의 발달, 검색기술의 발달, 연결망의 발달 등으로 하루하루 정보들이 그대로 디지털로 저장된다. 검색창에 입력만으로도 충분히 필요로 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된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통찰력이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사실들에서 관련성을 찾아내 새로운 관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 나무만을 보기보다는 전체 숲을 보고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타인의 해석을 읽고 느낀 것이 바로 통찰력의 중요성이다. 일상적으로 지나칠 수 있는 사건들, 역사적 가십거리 정도로 스쳐 지나칠 수 있는 사건들에서 공통점과 규칙성을 찾아내어 일종의 법칙을 만들어 낸다. ‘하드스킬을 중시하는 현재의 교육시스템에서는 이런 류의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최고의 교육에서 제시한 소프트 스킬 (협력, 의사소통, 콘텐츠, 비판적 사고, 창의적 혁신, 그리고 자신감)은 이 책의 저자가 책을 쓰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작업과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1. 진실 기본 값 이론 : 타인을 만날 때 그가 말하는 기본값이 진실하다고 믿는다. 따라서 결정적 증거가 나타낼 때까지 그의 말을 믿는다.

 

2. 투명성 오류 : 타인이 보여주는 행동과 태도가 그의 내면과 생각을 그대로 대변한다고 믿는다.

 

3. 상황과 맥락의 중요성 : 동일한 문제에 동일한 해결책이 답은 아니다. 상황과 맥락을 놓치고 보여 지는 단순 사실만을 비교해서 대입할 때, 오히려 문제가 발생한다.

 

누구나 접할 수 있지만, 가볍게 스쳐 지나가버리는 정보들에서 명쾌하고 심지어 단순하기까지 한 규칙성을 찾아내는 그의 통찰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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