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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통찰 - 국제질서에서 시대의 해답을 찾다
정세현 지음 / 푸른숲 / 2023년 2월
평점 :
한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는 어떤 사람일까? 그 분야를 전공하고 많은 책을 읽고 가르치는 지업을 가진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전문지식과 더불어 역사적 현장에 실질적 당사자로서 참여한 사람만한 전문가는 이 세상에 없다. 이 책의 저자가 그런 분이라 생각한다.
국제정치를 과거 중국, 일본, 미국 간의 관계와 더불어 21세기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한의 핵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될 지까지 포함되어 있다.
국제정치란? 골목대장의 세계가 커지면 국가인데, 국민에게 행사하는 폭력을 정당화는 명분들을 만들어 내는 국가권력자가 바로 정치인이다. 조폭의 세계는 좀 더 노골적이고, 국제사회는 말을 번드르르하게 하지만 원리는 똑같다. p.31
미국에게 북한의 핵개발은? 위험국가 북한이 사라지면 무기 시장도 사라진다. 미국에게 북한의 수교는 냉전체제에서 구축된 동북아 지역에서의 미국 기득권이 깨지는 문제였다. p.247
대한민국의 외교는? 근본적으로 ‘자국 중심성’을 갖는 것이다. 현재 한국 외교의 자국 중심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지금 우리 관료들 중에는 ‘미국의 관리냐 한국의 관리냐’하는 질문을 해야 할 정도로 미국 중심의 사고와 문화에 젖어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를 좋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외교에서 자국 중심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으려면 대단한 변화가 필요하다. p.251
한미일 동맹은?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가 중국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이때 한국이 일본과 싸우면 되나, 과거사 문제는 일단 해결됐다고 치고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중국을 압박하자. 그런데 미국의 본심은 중국을 압박해야 하는데 힘이 예전 같지 않아 부족하니 일본의 힘을 빌려야겠고, 필요하다면 만만치 않게 힘이 커진 한국도 끌어들이겠다는 것다. 그러니 우리는 일본 밑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든지 외교를 하든지 하라는 거다. 지금 미국에게 한국은 일본 밑이다. 한미동맹은 절대로 미일동맹 위로 못 올라간다. 미일동맹이 훨씬 더 긴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한일 간의 문제에서 미국은 무조건 일본을 챙기게 돼 있다. 그렇기에 일본은 강제징용이나 위안부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서 우리의 요구를 무력화하는데 미국의 힘을 빌려 쓰고 있다. p.283-284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군사적인 긴장 완화 경제협력을 연결할 수 있다. 북한이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하면 그들이 먹고 사는데 바로 타격이 올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남한과 얽히고설키도록, 즉 경제적으로 의존도가 높아지도록 구조화해야 한다.....그렇게 되면 통일이라는 단어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남과북의 관계를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인정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한 관계를 남북 연합이라고 할 수 있을 거다....남북연합은 유럽연합과 비슷한 국가형태라고 볼 수 있다. 유럽연합에 속한 국가들은 각각 국기도 국명도 그대로 사용하고 각자의 군대도 가지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 서로 도우며 산다. 또,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연합체인 아세안도 불교, 이슬람, 가톨릭 등 종교도 다르고 정치체제도 다르고 언어도 각양각색이지만 지리적으로 붙어 있기 때문에 각자 자기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 서로 윈-윈 하며 살아가고 있다.p.289-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