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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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공부의 뿌리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지위를 세탁하기 위한 수단이 교육이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하는 목적은 좋은 직업을 얻어 여름에는 시원한 데서, 겨울에는 따듯한 데서 편안하게 돈을 많이 벌면서 좋은 집과 차를 가지기 위한 것이었다. ‘공부=성공이라는 공식에서 낮은 시험점수, 일명 주요과목이라고 여기는 과목에서의 점수하락은 실패를 의미한다. 대학생활을 포함한 학창시절은 오로지 점수와 점수로 인한 사회적 인정을 받기 위해 시간투자를 해 왔다. 학문 자체에 대한 궁금증, 진짜 왜 공부해는지에 대한 목적의식은 없다.

 

공부는 내가 사는 생활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내가 있는 공간이 공부의 재료가 되고 목적이 된다. 그 속에서 생각하고 이야기하면서 진리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공부의 뿌리이다. 예를 들어, ‘대우 조선 노동자 파업과 같은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문제의식은 노동자의 근무조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사용자, 노동자, 정치 등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학습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노동법, 정치학, 경제학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답을 빨리 찾는 결과를 중시하는 게 아니라 정답은 아니지만 최선의 결과를 이끄는 과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때 공부의 뿌리는 더 굵어지고 더 멀리 뻗어나갈 수 있다.

 

2부 공부의 시간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는 체계적이다. 학습과정과 난이도에 따라 배우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순서를 벗어난 학습을 할 경우에 당황하며 어떻게 해야 될지 방황하게 된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학습순서가 없다. 정해진 커리큘럼이 아닌 스스로가 찾아서 학습을 해야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특정 사건을 통해 학습순서, 학습 간 경계를 넘어 공부하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자유자재로 이동하면서 학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궁금하고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찾아서 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게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다. 생각을 방해할 모든 것을 끊어내고 오로지 나와 마주해 읽고, 사색할 시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고독이란 자발적 홀로 있음에 가까운 것 같아요. 이 홀로는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고요. 내가 나와 온전히 함께 하면서 내 안에 스며든 세상의 요소도 바라보도록 안내하지요. 혼자 있는 시간은 세상과 연결된 적극적 나의 존재를 깨달아 가는 시간이 아닐까요? ” p. 97

 

3부 공부의 양분

독서는 일입니다. 빡세게 하는 겁니다.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책을 그늘에 가서 편안하게 보는 건 시간 낭비이고 눈만 나빠지요.....우리는 기획서를 작성해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치밀하게 기획해서 공략해야죠. 한 번도 배우지 않은 분야의 책을 공략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한 번도 배우지 않았는데 술술 읽힐까요? .... 당연히 안 읽힙니다. 그런데 그 책을 있는 힘을 다해서 끝까지 읽고, 또 비슷한 진화심리학 책을 사서 읽다 보면, 세 번째 책은 참 신기하게 술술 넘어갑니다. 어느 순간 그 주제가 내 지식의 영토 안으로 들어와요.... 독서량이 늘어날수록 완전 새로운 분야의 책을 접할 때, 전보다 덜 힘들어하는 자신을 발견할 거예요. 평생 다양한 책을 읽으며 살아온 제 경험담입니다. 학문은 모두 연결되어 있잖아요.... 독서를 일처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계속 공략해 나가다보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분야를 공략할 때 수월하게 넘나드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학교를 다시 들어갈 게 아니라면, 결국 책을 보면서 새로운 분야에 진입해야 하죠.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입니다.” p .145-146

 

4부 공부의 성장

나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이 있거나, 관심이 가는 분야에 대한 공부는 재미있는 법이다. 그게 내 주위에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일 수도 있고, 관찰일 수 도 있으며, 재미있는 게임일 수 도 있다. 중요한 건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공부의 확장, 의식의 확장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억지로 무언가를 배우려는 의지에서 이루어지는 공부도 좋지만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공부가 가장 좋다.

 

배운지 모르게 배운다.” p.171

 

이 말이 와 닿는다.

 

5부 공부의 변화

갓난아이는 누워만 있다. 고개조차 혼자서 못 들어서 스스로 몸을 뒤집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지만,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가르쳐 줄 수 도 없다. 그럼 어떻게 아이들은 몸을 뒤집고 기어 다니고 일어서 걷을 수 있게 되었을까? 아이가 뒤집기를 시도한 걸 본 적이 있다. 고개를 들고 뒤집기 위해 발을 들고 안간힘을 쓰면서 뒤집기를 시도한다 마치 역도선수가 세계신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온 몸의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처럼 아이도 전신의 힘을 뒤집기에 집중해 수십 번 실패과정을 거쳐 결국에 성공을 한다. 그리고는 다음번에는 너무나 쉽고 자연스럽게 뒤집기를 한다.

공부도 이렇게 이루어져야 한다. 나의 지식을 너에게 억지로 전수해주는 식의 방식보다는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적 학습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을 만들고 아이들을 데리고 와 일방적으로 가르칩니다. 그중에 잘하는 아이도 있고, 잘 못하는 아이도 생기는데, 못하는 아이는 왜 평평한 돌을 가져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다음 단계로 갑니다. 계속 못할 수밖에 없어요. 동물 세계에는 선생님이 없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아요. 선생님은 그냥 거기 있고 아이들이 보고 배웁니다. 저는 우리가 약간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먼저 가르치려고 덤벼들지 말고,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일종의 촉진자가 되어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너무 가르치려고 덤벼드는 것 아닐까 침팬지가 배우듯이 몸으로 익히면 긴 인생에 훨씬 더 강력한 학습이 될 턴데, 급하게 욱여넣으려고 애쓰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나에게 말로 하면 잊을 것이고, 가르쳐주면 기억할 것이며, 참여하게 하면 배울 것이다.’라고 말했다지요.” p233

 

 

6부 공부의 활력

공부는 생존을 위한 것이다. 생존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공부는 혼자를 위한 게 아니다.

 

다윈의 이론을 핵심만 말하라 하면 상대성이에요. 다윈이 이야기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성입니다.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적응을 잘했으면 살아남을 수 있음을 설명해냈습니다. 그런데,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부각되면서 진화에 대한 오해가 생겼습니다. p.166

 

실제로 자연계가 그렇게 운영돼요. 가장 적응을 잘한 하나만 살아남고 다 죽는 것이 아니라 풍요로운 시대에는 아무도 안 떨어져요...그러나 힘들어지면 제일 못하는 끝이 사라집니다.

1등만 남겨놓는 일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p.167“

 

누구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공부가 아닌 서로에게 공간을 내어주며 살자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같이 살아남는 공부만이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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