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 - 정의를 위한 처절한 2인의 전쟁 국민 90%가 모르는 이야기
이동형 지음 / 왕의서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언어를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들 한다. 언어가 의사소통의 도구라는 것을 전제한다면 동물 또한 그들 나름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언어가 중요한 차이점이 되는 이유는 인간의 언어가 가지고 있는 추상성 때문일 것이다. 언어와 사물의 일대일 대응이 아닌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에 대한 언어도 존재하기 때문에 동물과 달리 깊은 사고력을 가질 수 있다. 그 능력 덕분에 지금의 우리 사회는 다른 동물들이 가지는 못하는 뛰어난 뇌 발달 그로 인한 사회 문화 정치 과학의 발달을 가지고 왔다.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언어. 하지만 그 언어, 즉 말 들이 남용되고 있다. 특히 언어=정치라는 공식에 해당하는 정치인들에게 언어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었다. 변명하기 위해, 이익을 위해 그 누구에게보다도 무거워야 할 언어가 그들에게는 한 없이 가볍고, 밝고 투명해야 할 언어는 어둡고 불투명하다. 가벼운 바람에도 사라져 없어져버린다. 어제까지 본인들에게 진실인 것이 다음날에는 거짓으로 둔갑한다. 어제까지 내가 한 행동이지만 어둡고 불투명한 언어로 덮어버린다.

 

이 책의 주인공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에 대한 소명과 신념에 변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무겁고 투명했으며 신뢰와 존경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정치은퇴 선언과 같은 부분에서 말도 많지만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는 그였기에 그 시대의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추진력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뚜렷한 정치의식, 정치방향과 정책, 그리고 열려있는 마음의 바탕에서 나오는 언어는 언제나 힘을 가졌다. 여러 번의 죽음에 대한 공포, 감옥살이, 연금 등에도 흔들림 없는 신념의 정치, 언어의 정치를 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현재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벼운 말들의 잔치를 보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리워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96년 종로, 노무현과 이명박 - 엇갈린 운명의 시작
양원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이 내가 어떤 사람이다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은 뭘까? 분명 나의 말과 행동일거다. 그럼 그것들은 어떻게 형성되어 왔을까? 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에게서 배운 것, 내 주위의 사람들, 내가 보고 듣고 읽어 온 것들을 버물림해 형성된 가치관들이 지금 나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기에 누군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이 걸어 온 길을 보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노무현 VS 이명박. 두 역사적(??)인물의 1996년 첫 정치적 만남과 결투를 보면서 그들이 걸어 온 길도 같이 보게 된다. 한 사람은 변호사에서 정치인으로, 다른 한 사람은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변모한 그들이 가지는 정치적 소신과 정치적 믿음을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나와 있지만 않지만) 그런 정치적 길을 걸은 그였기에 스스로 안타까운 결정을 한 노무현. 하지만 희망이라는 씨앗을 뿌리고 간 그. 반면에 성공가도만 달렸지만 결국 지금은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그.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한 그들의 대한민국은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곧 노무현, 이명박이라는 사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가늠자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 얼굴의 조선사 - 군자의 얼굴을 한 야만의 오백 년 지배와 저항으로 보는 조선사 1
조윤민 지음 / 글항아리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대국인 중국과의 전쟁도 불사한 고구려이후, 나당연합에 의한 한반도통일, 고려와 유교사상의 도입 그리고 이성계가 조선을 만들면서 국호를 명의 주원장에게 제가를 받으려고 한 이후 조선은 중국의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한 유교국가가 되었다.

유교는 춘추시대 공자에게 바탕을 둔 사상이다. 주나라를 중심으로 진, , , 위 등의 제후국으로 구성되었지만 주왕실의 지위는 점점 무너진다. 이에 주나라를 중심으로 한 정치,사회, 문화의 회복을 공자는 바란다. 인의와 더불어 유교사상에서는 ’ (일종의 사회규범-각자의 신분과 위치를 중시)를 강조한다.

 

유교사상은 인의를 강조하지만 사실은 신분제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사대부, 즉 권력을 가진 자들의 이익수호와 세력팽창을 위한 프레임으로 이용된다.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에서부터 를 강조, 여성보다는 남성을 강조하면서 사회에서는 양반에 대한 공경, 국가에서는 =부모라는 공식아래에서 왕에 대한 효를 강조한다. 왕을 포함한 위정자들의 실정과 부패에 대한 책임은 그 아래 신분에, 자식들에게, 여성들에게 부여된다.

 

인의라는 말은 배울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이들을 위해 쓰여질 수 없었다. 유학을 배운 유학자들만이 인의라는 말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외의 계층에게는 존재할 수 없는 단어였다. 조선 500년 동안 유교사상은 그들만을 위한 리그에서 자리를 지키기 위한 도구이자, 그들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방패였다. 그 와중에 발생한 여러 국란은 배우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 못한 일반 백성들에게 주어져 왔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과서에서 조선을 양반국가, 인의와 예를 중시하는 나라로 여겨왔다. 역사의 한 단면만을 사실로 배우고 외우고 시험 봐 오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진리로 자리 잡게 된 정보들이다. 하지만 이 책은 거기에 감추어져 있는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 이미 자리 잡은 지식과 충돌이 일어나 불편하고 아니다고 부정하고 싶은 정보들이 넘쳐나지만 고개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같은 일이 프레임전쟁이라는 전략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어디서 어디까지 진실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명과 분노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나라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모습만을 바라보는 걸로는 부족하다.

그 나라가 걸어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봐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지금의 모습이 형성된 것이니까... 마찬가지로 지금 의 모습을 이해하려면 현재의 모습만을 보고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짓고 성급하게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몸 안에 흡수되어 지금의 내 모습을 이루도록 도와 준 자양분, 즉 과거를 알 때만이 제대로 를 이해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들이 편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이유가 오랜 시간 나의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에 나를 잘 이해해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빙하는 실제 빙하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진짜 모습은 잔잔한 바다 속에 있다. 주인공 로토와 마틸드는 눈에 띄는 빙하만을 보고 사랑에 빠졌고, 마틸드는 자신의 숨겨진 커다란 빙하를 철저히 숨기면서 그 사랑을 유지한다. 처음에 로토에 대한 마틸드의 접근에 불손한 의도가 있었지만 그를 사랑하는 감정은 실제였다. 하지만 그 사랑도 침묵으로 묻어두었던 빙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조금씩 깨어지고 다시 봉합되지 못한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마틸드의 로토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지만 마틸드를 향한 로토의 사랑은 그녀의 거짓으로 배신감과 상실감으로 얼룩진다.

 

결혼은 서로 다른 과거를 가진 이들이 만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처음에는 서로 부딪치고 오해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과거부터 쌓아온 서로간의 모습을 알고 이해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연애할 때와는 달리 진정 서로를 안다라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서로의 과거를 공유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했다. 특히 로토는 그녀의 침묵의 거짓을 알게 되었을 때 실망과 배신감으로 스스로 이해의 문을 닫아버린다. 거짓의 시작은 마틸드가 했지만 그 끝은 로토에 의해 이루어진다. 마틸드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의 내면에 자리 잡아 있는 분노를 끄집어내려는 시도라도 해 봤다면 좀 더 나은 결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그의 운명적 사랑은 이야기의 공유, 이해, 공감의 부족으로 인해 비극적 사랑으로 마무리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시 미학 산책 - 한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탐구한 우리 시대의 명저, 완결개정판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는 거다.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어주고 내 몸에 쉼을 주기 위해 하는 것이다. 신선한 공기와 푸르른 자연환경은 신선함과 자극을 준다. 그럼 책에서의 산책이란 뭘까? 무거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꼭 알아내겠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는 것을 산책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몸으로 하는 산책처럼 부담가지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읽기. 머리로 무언가를 꼭 얻어야 되겠다는 마음보다는 가슴으로 여유 있게 느끼며 생각하는 책읽기. 그것이 책 읽기에서 산책이라고 생각한다.

 

한시미학산책이란 책도 그런 의미로 접근하고 싶었다. 결코 친하지 않는 한자와의 만남이 부담이 되지만 작가의 친절한 설명은 그런 장애물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도록 길 안내를 잘 해준다. 결코 혼자서는 다가설 수 없을 것 같은 영역을 산책이라는 덜 부담되는 방식을 통해 안내해 준다.

 

그림은 세상에 보이는 현상을 작가의 눈으로 표현한다. 사실성을 강조한 기법이 유행한 경우도 있지만 사실성에 작가의 표현법이 들어가 추상성이 극대한 되는 기법도 유행한다. 그러기에 단순히 잘 그렸네, 못 그렸네라고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도 세상을 표현하는 하나의 기법이다. 단지 형상화에서 문자화로 수단의 이동이 있을 뿐이다. 사실성을 강조해 모든 것을 보여주는 시도 있지만 함축성을 강조해 한 단어 한 단어에 그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시, 그림 등을 포함한 문학과 예술은 읽는 독자,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다름의 배경에는 다른 성장배경, 지식수준 등이 연결되기 때문에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생각하도록 훈련받아 온 나로서는 한시라는 종목을 접함에 있어서 자연스레 정답을 찾으려는 습성이 나타났다. ‘왜 비 오는 모습을, 그리고 왜 나무가 우거져 있는 모습등을 묘사하는 시를 썼는가? 거기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것처럼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생각하려고만 했다. 그 시를 지을 당시 작가의 모습, 심정 그리고 나를 그 사람과 동일시해 느낄 감정과 나만의 경험에서 불러올 이미지 등을 놓쳤다. 이런 놓친 부분을 시 안내자인 저자는 짤막한 설명으로 다시 방향을 잡아준다.

 

시와는 담 쌓고 지낸 나. 그 와중에 처음 접한 한시. 책의 제목처럼 산책하듯 반복해 천천히 읽어내려 가다보면 거칠고 울퉁불퉁한 길도 평탄하고 매끈한 길을 걷는 것처럼 편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