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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력 -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선종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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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면서 보관할 장소가 없던 정보들이 작은 칩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그에 따라 정보는 다시 방대한 양으로 늘어난다. 넘쳐나는 정보의 쉬운 접근성은 점점 아날로그의 종식을, 그리고 디지털의 붐을 일으키고 있다. 다시 말해 종이로 만들어진 신문, 책 등이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가상의 세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활자가 좋다. 가지고 다니기에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오로지 나만의 세상에 빠지게 해 주는 것은 종이로 된 활자가 최고다. 책장을 넘길 때 손의 촉감과 한 장 한 장 만질 때마다 손때를 묻어가는 활자 등은 디지털로는 경험하지 못하는 따뜻함과 생명력을 느끼게 해 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종이 맛을 알고 나서는 손이 닿는 거리에 항상 책을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독서는 아날로그든지 디지털이든 독자의 성향의 차이이다. 중요한 것은 글과의 접촉이다. 그럼 왜 독서를 해야 할까? 재미를 위해 지식을 쌓기 위해서? 많은 이유가 있지만 총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응축. 응축이란 내용들이 한 곳에 집중되어 쌓여가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한 사람의 수십 년간의 노력의 산물을 단 몇 시간 만에 접할 수 있고 대화할 수 있고 소화할 수 있다. 나이와 시대를 아우르는 지식에서 그 시대만의 독특한 지식에 이르기까지 폭과 깊이도 다양하다. 이런 책의 풍부한 내용들은 알게 모르게 조금씩 우리에게 응축되어 내공을 키운다. 응축으로 쌓여가던 지식은 어느 순간 폭발을 하게 된다.

 

  둘째는 폭발. 여기서 폭발이란 내재되어 있는 것들이 밖으로 터져 나옴을 말한다. 김용의 무협지 영웅문의 주인공 곽정은 자신도 모르게 쌓여가던 내공이 갑자기 폭발하는 것을 보고는 자신도 놀란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응축으로 내재된 내공은 내부의 변화를 일으키면서 점차 외부로 그 변화가 드러나게 된다. 독서의 경우에는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정보처리능력이 빨라진다. 상대방의 감정과 숨은 뜻을 빠르게 캐치할 수 있어서 의사소통능력 또한 좋아진다. 결국 독서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하루에 한 권을 책을 읽자고 이야기하는 이지승과 독서력을 쓴 사이토 다카시같은 사람이 독서의 폭발에 대한 좋은 예인 것 같다.

 

  셋째, 전염성. 독서를 통해 습득한 지식이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전달되고 그 지식은 상대방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책과 가까이 하게 만든다. 이는 다시 내적 응축을 통해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다시 전염되어 어느 순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한 명이 두 명이 두 명이 수천 명 그리고 한 나라 전체를 변화 시킨다.

 

  책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책은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을 충분히 충족시켜줄 수 있으며 책은 재미까지 있다. 책은 읽지 말아야 할 이유를 한 가지라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이유만으로도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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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 - 왕을 만든 사람들 그들을 읽는 열한 가지 코드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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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성공을 갈망한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이 그런 유전자를 타고나는지는 모르겠으나 성공이라는 단어를 빼고는 인간의 역사를 논할 수는 없다. 성공을 바라는 인간의 마음을 유혹하는 근사한 기사나 광고들이 우리의 현실세계 뿐만 아니라 가상세계도 점령하고 있다. 삼성 현대 등과 같은 대기업에서부터 정계를 뒤흔드는 이들의 자서전에 이르기까지 이것이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굶주려 있는 이유이다. 그런데, 꼭 현대의 유명 인사들에게서 성공유전자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 조선의 왕을 만든 이들의 유전자를 파악하는 것이 더 성공에 근접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이덕일의 왕을 만든 사람들, 그들을 읽는 열한 가지 코드, 왕과 나라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11가지 코드를 제시하고 있다.

 

1. 어젠다 : 말 그대로 모여서 서로 의논할 사항이나 주제를 말한다. 인간세상은 포물선과 같다. 최저점에서 최고점에 이르는 동안에는 누구나 주의, 경계를 하지만 막상 정점에 도달하면 나태해지고 주위를 둘러볼 줄 모르게 된다. 이 때 시기적절한 어젠다의 제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삼국 중 가장 늦게 한 나라를 이룬 신라가 삼국을 통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김유신과 김춘추의 올바른 어젠다 제시 덕분이다. 김춘추와 김유신처럼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고, 그런 어젠다에 사회의 동의를 받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주도세력이 나타날 때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P .48”

 

2. 헌신: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누구나 주인공이 되어버리면 그 사회는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이게 조연이 필요한 이유이다. 주인공이 강한 리더쉽과 인덕을 갖추어야 한다면 그를 따르고 보좌해주는 이들에게는 강한 믿음과 헌신이 필요하다. 왕건의 4군신 신숭겸 배현경 복지겸 홍유가 지금까지 존경받는 이유이다.

 

3. 시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것이 인생사라고들 한다. 지금 당장의 현실도 벅차고 힘든데 현실 그 너머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진다면 성공이라는 과실에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소서노는 기존의 기득권에 안주해 현실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는 망명객 주몽에게 명분과 실력이 있음을 알고 과감하게 그를 왕으로 만들었으며, 고구려를 건국했다. 그러나 북부여에서 온 유리가 주몽의 자리를 이어 받자, 자신의 지분을 요구하며 싸우는 대신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길을 택했다. 이 때 장남 비류가 아닌 차남 온조를 왕으로 선택한 것도 소서노다운 선택이었다. P.98-99”

 

4. 사상: 현대는 철학이 없다. 자신이 속해 있는 직업에 대한 직업관, 인생을 어떻게 살지에 대한 인생관 등 삶의 네비게이션과도 같은 철학의 부재가 심각하다. 철학은 곧 사상가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누구나 성공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성공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개개인의 사상에 따라 그 개념이 달라진다. 당연히 성공하기 전에 거기에 대한 생각의 확립이 더 중요하다. 역사에서도 사상가 한 명의 등장이 천하의 운명을 바꾼다. 역사를 바꾸는 사상가들은 스스로 낮은 곳에 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가 낮은 자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혁명의 씨앗이 잉태되고, 그 사상을 실천에 옮길 때 혁명의 꽃이 핀다. p.102”

 

5. 시운: 시대나 그 때의 운수를 말한다. 뛰어난 재주를 타고나더라도 시대적 환경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다 부질없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은 기본이고, 군주를 잘 만나야 하는 시운도 따라줘야 한다. p.138”

 

6. 정책: 앞에서 이야기한 사상이 구체적인 형태로 반영된 것이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에 대한 생각이 잡혔다면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정책이다. 인조~효종때까지 벼슬을 했던 김육이 대동법이라는 구체적인 정책을 통한 조선의 변화를 꾀하였던 것처럼 말이다.

 

7. 기상: 사람의 타고난 기개나 마음씨, 또는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모양을 나타낸다. 사상과 정책의 확립은 곧 실행으로 옮겨져야 한다. 흔들리고 비틀거리며 달려갈 인생의 길에서 기상은 굳건히 움직일 수 있는 힘이며 에너지이다.

 

8. 악역: 누구나 착한 모습의 나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성공하고 싶은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가. 그럼 악역을 자처해야 될 때도 있다. 조직이나 나라, 시대에는 악역이 필요하다. 악역을 요구하는데 선역만을 고집하면 한 개인의 몸은 더럽히지 않을지 모르지만 전체 사회는 큰 고통을 겪게 된다. 악역을 수행한다고 해서 악인이 아니다. 때로는 시대가 부여한 악역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사람이 나라를 위해서 더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p.238”

 

9. 실력: 천민 출신의 박자청이 태종~세종에서 1품의 신분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군사와 토목건축 방면의 전문적 기술이다. 거기에 시운이 더해진 경우이다. 사상+정책+시야+기상이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 즉 실력과 합해질 때 성공이 보인다.

 

10. 맹목: 이성을 잃어 적절한 분별이나 판단을 못하는 일. 사상과 정책와 같은 뚜렷한 잣대 없이 맹목적으로 성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인수대비(성종의 어머니이자 연산군의 할머니)는 권력을 잡는 것에만 몰두했지 그 권력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부족했다. 인간에게 권력이 필요한 이유는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p.328”

 

11. 역린: 임금의 노여움을 표현한 역린이라는 말을 신의 노여움을 표현한 말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고 직시해야 한다. 끝없는 욕심과 욕망은 신의 역린을 건드린다. 자신을 믿데 자만하거나 자신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홍국영은 군주를 보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군주를 조종하려 했다. 그는 자신의 나라를 꿈꾸었고, 자신을 위한 정치를 했다. 그 결과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었다. 대의가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위해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고도 형장아래가 아니라 시골에서 고종명할 수 있었던 것만도 큰 행운이었다.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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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광인 1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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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아무리 넓은 로마제국이라도 모든 길은 다 중심부인 로마에 연결되어있다. 교통, 건물과 같은 하드웨어뿐 만아니라 철학, 사상에 이르는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것이 로마와 하나였다. 그럼 조선시대는 모든 학문은 성리학으로 통한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얼마나 성리학의 사서오경을 잘 암송하고 얼마나 인용을 잘 하느냐로 선비들의 학문의 깊이를 알 수 있었다.

 

  글을 쓰기 전에 필사를 추천한다. 문학적으로 뛰어나고 매력적인 문구들이 많은 책을 베껴 적으면서 글을 쓰는 수련을 한다. 과거 선비들이 사서오경을 입으로 음독하면서 암기해서 자연스럽게 입으로 읊을 수 있도록 한 것처럼 말이다. 이 모방의 과정은 어떤 일을 하던지 꼭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다. , 반복과 모방은 모든 학문의 첫 걸음이다. 하지만 모방만을 계속 강조한다면 세상의 모든 책과 그 속에 있는 글들은 붕어빵처럼 똑같을 것이다. 식상하고 재미없을 것이다. 조선시대의 성리학의 고문서들은 선비들에게 성서와 같은 존재였다. 선비라면 누구나 그것을 반복적으로 읽고 암송하고 인용을 함으로써 자신의 지적 능력을 뽐내었다. 하지만 붕어빵처럼 그 글 등은 비슷한 색채와 감정을 가진다. 일정한 틀 속에 사고의 범위를 정해두고 거기서 벗어난 것은 도덕적이지 않다’, ‘올바르지 않다라고 규정한다. 다양성을 무시하고 획일성을 조장한다.

 

  조선 정조 때 박지원의 열하일기와 같은 소설체 문장을 중심으로 하는 책들이 들어오게 되고 정조는 이것들을 패관소품이라고 명하고 금서로 지정한다. 그리고 성리학에서 나오는 전통적인 고문들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명령한다. 이 사건을 문체반정이라고 부른다. 열하광인은 실제 정조 때의 문체에 대한 학자와 선비들의 문체에 대한 생각의 다툼을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려서 보여준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같은 붉은색으로 보이는 것도 개개인의 눈으로 보면 다른 의미와 색깔과 냄새를 가지고 있다고..... 붉다 하여 어찌 모두 같을 수 있겠는지요. 연지의 붉음과 분의 붉음이 다르고 석류화의 붉음과 성혈의 붉음이 다르지요. 어떤 것은 짙게 붉고 어떤 것은 옅게 붉으며 어떤 것은 가볍게 붉고 어떤 것은 무겁게 붉습니다. 연지의 붉음도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집 안과 산 위가 다른 법이지요. 만물을 제각각 다르게 노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박제가와 비슷한 주장이었다. 옛날의 노래는 훗날의 독서와 같으므로, 박제가의 말은 곧 다르게 보고 듣고 읽고 써야 한다는 뜻이었다. p 178 상권

각 사물의 이름 또한 대국에서 빌려 온 것이 많으니 그 쪽에서는 귤인 것이 우리에게는 탱자에 불과할 수도 있음이외다.......더러운 것은 더럽다 해야 하고 추한 것은 추하다 해야 합니다. 그것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피한다면 어찌 세상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겠습니까?.... 서시가 예쁘다고 하여 매일 서시처럼 얼굴을 찡그릴 수만은 없소이다. 진짜 자신만의 문장을 찾았으면 좋겠소이다. p.235 하권

  같은 것을 읽더라도 글 속에 포함되어있는 색깔과 소리와 리듬을 읽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다름을 무시한 같음은 전체주의적인 성향을 띄기 쉽다. 같음 속에도 다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더 풍요한 사회, 삶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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